#세계사를바꾼약
모르핀보다 더 오래된(5000년) 약은 없다. 왜냐? 인생은 그 자체가 고통의 연속인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통증에 취약하다 보니
이를 해결할 약제의 발견은 필연이었기에~
즉 모르핀만큼 인류가 절실하게 갈구해온
약은 일찌기 없었다는 야그다. 이는
오래 전의 이집트 파피루스나 그리스로마 문헌에도 남아 있다.
한국인이 늘상 쓰는 '죽겠다'는 말은
'아프다'는 말의 또다른 버젼이라 할 수 있다. 모르핀은 진통 효과뿐만 아니라 진정 효과(우울과 슬픔 해소)도 있다.
그래서 옛부터 모르핀이 나오는 양귀비를 두고 죽음의 꽃이자 기쁨의 식물로 표현했다.
이제부터 지킬박사 혹은 헐크 마냥
두 얼굴을 가진 모르핀에 대해
간략히(?) 기술하련다.
모르핀이 들어있는 아편은 알다시피
양귀비 씨방에서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씨방은 욕이 아니다. 거기에 새가 날아가서 붙어야 비로소 욕이 된다. 씨방새^^
씨방새라는 새가 진짜 있나 찾아봤더니, 19금이 뜨면서 이런 새는 없다고 나온다. 대신에 씨방새 크림은 있다고 나오더라~ㅋ
새된 게 아니네.
그런데 양귀비 중에서도 '새'가 아닌 '개'가
달라 붙은 개양귀비는 원예용이라서 모르핀이 거의 없다. 속빈 강정이나 다름 없는
개뿔이란 말이 이래서 나왔나 보다. 어쨌든 약발 있는 모르핀을 뽑아내려면 다른 품종을 써야 한다.
약발 있는 품종의 양귀비꽃이 자라서
땅에 떨어지면 씨방이 남는다. 이 씨방을 뭉개버릴 때 우유삘 나는 즙이 생기는데
이걸 말리면 아편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요즘 산부인과에서 행해지는
속칭 양귀비수술은 양귀비꽃이나
모르핀과는 무관하다.
아편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도
나온다. 이걸 섞은 술을 마신 자는
코 앞에서 가족이 죽어도 한나절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라고~
그리스 멸망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아편을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쯤되면 거룩한(?) 명상록을 쓴 로마황제, 그것도 5현제 중 하나인 그가 아편을 애용했다는 게 도저히 이해불가라고
딴죽 거는 밴친이 나올 법도 하겠다.
중국에서도 아편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엘보우를 절개할 때 아편을 사용했다고 나온다.
이 부분은 작가의 상상에 의한 뻥이 아닌지
의학적으로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하도 뻥질을 잘하는 중국인인지라~
한편 중국 4대 얼짱이면서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이자 애첩이었던 양귀비. 그녀의 미모에 빗대 이름 붙인 양귀비꽃을
당나라 때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했는데
재배 용도는 거기까지였다.
아편 하면 아편전쟁이 당근 연상될 거다.
그 전쟁만 안 났어도 대한제국이 일본에
병합될 일이 없었을 터. 이게 몬소리냐구?
18C 중후반 영국에 차(茶) 문화가 급속도로 퍼져 아시아産 차의 수입이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 적자가 발생하여
이 적자를 메울 궁리를 하다가 19C 초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벵갈에서 나는 아편을 가공해 중국에 파는 식으로
적자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중독성이 있는 아편이 자국 내로 유입되는 걸 철저히 막았다.
이 아편이 뭔지 모르고 마구 빨아대던 중국인들 사이에서 중독자가 엄청 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무역 적자가 발생하여 보유하던 은(銀)마저 고갈되자, 청나라는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편 수입을 막았다.
심지어 영국 상인이 보유하고 있던 아편까지 몰수해버렸다. 이에 분개한 영국이 초강경책으로 군대를 보내
전투에 돌입했다. 이게 아편전쟁이다.
당시 청나라 군사들은 정확히 날라오는 영국의 포탄을 막아낸답시고 여성용 요강으로 막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부정한 물건에 요술을 부리는 주술적 힘이 요강에 있다고 믿었기에~
이런 식의 얼빠진 마인드로 전투를 했으니
패하는 건 당연했다. 그 결과는 주지하는 대로 홍콩이 날라가고(할양), 막대한 배상금마저 물어야 했다.
전쟁의 여파로 국력이 쇠잔해진 중국은
훗날 청일전쟁에서 패했고, 일본은
그 여세를 몰아 승승장구하면서 대한제국까지 병합하게 되었다.
아편전쟁만 없었어도 한일병합이
왔을까 싶다. 말하자면 한일병합의 원인을
영국이 제공했다고 말하면 비약일까.
어쨌든 모르핀 성분이 들어있는 아편이 중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세계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거다.
끝으로 아편이 어떻게 모르핀으로 발전했는지 살펴보자.
아편의 효능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16C 연금술사이자 의사였던 파라켈수스에 의해서였는데
그는 아편을 환약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17C 후반 영국에서 아편팅크라는 걸 개발했다. 이건
red wine에다 아편을 섞은 것(호기심 천국처럼 따라하기 금기)으로 그걸
개발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神이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류에게 선물한 것 중 아편만큼 효능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라면서 그 효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어마무시한 부작용(중독성, 탐닉성)을 간과하고 절반만 얘기한 거다.
그후 19C 초 어느 약제사가 아편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약물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서 카오스의 증손자이자 꿈의 神인 모르페우스를 따서 모르핀(morphine)이라고 지었다.
통증 완화에 있어 말 그대로 꿈의 약이 된 것.
이것은 인류 과학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그때부터 유기화학과
근대 약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약리학이 발달하면서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모르핀의 실체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에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음을 알아낸 것. 그 물질이 바로 엔도르핀이다.
즉 인체 뇌 입장에서 볼 때 외부로부터 유입된 모르핀이 짝퉁이라면 엔도르핀은 진퉁인 셈.
두 케미컬의 구조식이 유사하다 보니 모르핀이 인체에 들어와 뇌의 엔트로핀 수용체에 결합될 때
엔도르핀과 비슷한 작용을 하게 된다는 야그다.
마라톤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완주 후의
짜릿한 흥분과 쾌감을 들어봤을 거다.
일명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인데 엔도르핀이 나와서 그러는 거다. 다시말해
'다 이루었도다'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면 엔도르핀이 나오면서 기분이 째지게 된다.
근데 이 때 모르핀을 자주 투여하다 보면
뇌는 이렇게 승질 내게 된다. "지금 뇌에서 오리지널 엔도르핀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왜 자꾸만 짝퉁(모르핀)을 들여보내는가~ 에라이! 더 이상 엔도르핀을 자체 생산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모르핀과 비스무리한 엔도르핀이
자체 생산을 안하게 될 땐, 엔도르핀 결핍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치도록 견디기 힘든 불쾌감도 생긴다.
그럴 때 모르핀를 투여하면 그 증세는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모르핀을 투여하면
투여할수록 상대적으로 뇌의 엔도르핀 생산 능력은 저하된다.
이 때 모르핀 투여가 중단되면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맥아리가 없어지면서 불면증이 오고 또한
오한과 함께 전신 통증과 두통이 오며 구토를 동반한 복통도 나타난다.
이는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모르핀 중독성을 없애려는 노력은 쭈욱 이어져 왔으나,
역설적이게도 모르핀에서 파생된 초강력 물질이 발견되기에 이른 거다. 그게 바로 영웅(hero)이 다된 듯한 기분을
내게 해주는 헤로인(heroin)이다.
헤로인이 모르핀보다 더 강력한 점은 쾌감이 지나쳐 사람을 뿅가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금단증상도 10배나 강하다는 것.
그래서 헤로인을 마약의 왕자라 부른다. 참고로 이번에 문제가 된 버닝썬의 물뽕(GHB)은 모르핀 같은 마약이 아니라
向정신성약물이다.
한편 최근까지도 처방됐던 코데날시럽은 모르핀에서 유래된 코데인(하이드로) 성분이 들어있어 기침엔 즉빵인데~
요거이 까칠한 한외마약으로 취급되어 요새는 처방을 잘 안한다.
한때 슈도 에페드린 성분이 든 기침약을 추출하여 향정신성 약물을 만들었다는 늬우스를 접한 적이 있을 거다. 그렇게
해서 필로폰(히로뽕)이 만들어지곤 한다.
오늘 토픽에 오른 남양유업의 3세도이 필로폰을 투약하고도 피해갔다는~
모르핀의 폐해는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통증과의 전쟁에서 종지부를 찍게 했기에~
암 말기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암성 통증은 모르핀이 아니고서는 해결이 안된다.
어쩌면 암 말기 환자를 케어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은 이 모르핀을 믿고(?)
운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경우 금단증상은 염려 안해도 된다.
이게 서두에서 전술한 모르핀의 두 얼굴,
즉 천사와 악마의 모습인 것이다.
AI가 통증을 조절해주는 시대가 온다 해도
모르핀은 효과면에서도 최강을 자랑하기에
이를 능가할 만한 진통 명약이 아직은 없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