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보로 공항에 내린 우리 일행 32명은 미리 준비해 대기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치토세,조진케이 호텔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이짱은 열심히 설명했다.
여러분!저는 일본 가이드를 15년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석식은 호텔 부페로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여기서는 시간이 없어서 호텔 로비에 가방은 그대로 두고 방키만 받은 다음 바로 식사하시고
그 유명한 삿보르 온천욕을 즐기십시오.
오늘 온천은 암모니아 욕이구요,식사후에 온천욕을 하시고 또 내일 새벽에도 온천욕하십시오.
내일 가는 곳은 유황욕이랍니다.
내일은 아침 6 시에 모닝콜을 하겠습니다.그리고 아침 8시 15분 출발입니다.
늦는 분은 노래 한곡조 부르도록 벌칙을 드리겠습니다.
또 앞으로의 편의를 위해 조편성을 하겠습니다.
고석홍 사장님! 6조.
우리는 이내 2층 호텔 부페식당으로 이동해서 부페식을 즐겼다.
별 푸짐하지는 않았지만,그런대로 괜찮았다.그런데 아내는 뭔가 부족하다고 했다.
1차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온 후 나는 서울에서 사온 소주팩을 꺼냈다.
그리고 컵에다 따랐다.
옆에 있던 아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 거 술 아니야? 어디서 구했어?"
"여보 내가 누구요?조준구 아니요?집에서 미리 준비해 왔지.
우리는 1970년대 후반 박경리 작 <토지>를 시청하면서 "서희집을 드나들던 서울 엉터리 신사"
조준구를 떠올리며 자주 위 말을 했었다.미리 준비하는 조준구가 나의 성격과 맞다고 생각되어
아내와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조금 쉬었다가
온천욕을 하러 갔다.온천은 남녀따로 되어 있었다.
십여년전 삿보르에 왔을 때는 아주머니가 탕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바가지등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때만 해도 젊은 시절이었던지 호기심으로
아주머니를 흘낏 처다 보았지만 지금은 몇사람 남자들 뿐이었다.
온천은 뿌연 안개로 가득했다.차에서 이짱이 옷 입고 목욕탕에 가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즉,호텔 방에 들어가면 옷을 꺼내서 오른쪽 깃을 왼쪽 안으로 넣고 왼쪽 깃을 그 위로 덮은 다음
끈으로 둘러 매세요.
반대로 하면 산송장이라고 합니다 ,산송장이 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쌍의 설명대로 잊지 않으려고 열심히 귀를 귀울였다.
탕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조그마한 것이 다섯개쯤 있었다.
나는 이탕 저탕을 옮겨 다니며 탕을 경험했다.
탕은 한국과는 달리 아주 뜨거운 열탕은 없었다.한국의 보통탕 정도랄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하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쇤손 손가락에 끼운 묵주 반지를 돌리며
묵주기도를 열심히 올렸다."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빛의 신비 1단,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묵상합니다...."
탕에는 이태리 타월이 없고 떼를 밀어서는 안된다는 가이드의 말대로 샴푸로 가볍게 몸을 씻었다.
한국에서 처럼 떼를 꽉꽉 문지르고 싶었지만,그러면 일본인에게 무식하게 보인다는 가이드
말대로 자제했다.
나는 30여분 목욕을 하고 나와서 보니,다 좋은데 빗이 없었다.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방에 올라가서
한국에서 가져간 빗을 사용하기로 하고 나왔다.
호텔로 올라가기전 편의점에 들러 삿보르 맥주 클래식 3캔을 사서 방에 들어갔다.
분명히 아내는 먼저 온천하러 갔다가 30분쯤 더 지나서 오리라.그래서 방키를 내가 가지고 다닌다.
방에서 T.V를 켰지만,도대체 한국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맥주 한캔을 따고,서울에서 가져간 오징어와 문어포를 꺼내서 한잔하고 있자 아내가 들어왔다.
아~~~시원하다.이런 맛에 맥주 한잔이야.
아내는 곧 잠에 빠졌다.십여년전 왔을 때만 해도 아내를 탐했지만,지금은 꼭 닭쫒던 개 지붕처다보는 격이다.
우리는 한지붕 두가족이 된지 10년이 훨씬 넘었다.젊은 시절 그뜨겁던 열정은 다 어디가고,
정으로만 사는 것인가?
생각보다 빨리 새벽에 깨서 우리는 다시 온천엘 갔다.
어제와는 반대로 남탕.여탕이 바뀌었다.남녀 음양때문이라나?
아침 부페도 그런대로 괜찮다.아내는 별로라고 하면서도 과일을 잔뜩 가져왔다.
이젠 방으로 올라갈까 하는데 낫또와 麻를 으깬 것 몇개도 가져왔다.
건강에 좋다며 서울에서 매일 먹던 낫또,잘 휘젓어서 실이 길게 늘어 서도록해야 한다고
매일 반복하는 낫또 먹는 법.
이곳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낫도를 먹고 또 과일을 먹고 우유 한잔을 하고 짐을 챙겨 차에 올랐다.
안애는 커피한잔 해야한다며 몇분후 뒤 따라왔다.
버스에 오르자 8시10분이었다.
다시 가이드의 이짱의 안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