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서 '복분자 농사'를 짓는 분이 있다.
그 분을 통해서 여러번 '복분자'를 구입했다.
송금하고 전화드리면 수일 내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복분자 생과 10킬로그램이 집으로 배달된다.
거의 매년 '복분자주'를 반주로 조금씩 장복하고 있기에 금년에도 집에서 직접 담그고 싶었다.
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복분자주를 하루에 소주잔으로 3잔만 음복한다면 건강에도 좋고 몸의 신진대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남들은 복분자가 정력증진, 신장기능 향상, 눈 밝아짐, 노화예방, 피부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난 아직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수년째 조금씩 장복해 보니 좋긴 좋은 것 같다.
언젠가 'French Paradox'라는 리포트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걸 읽은 후에 '복분자주'를 조금씩 장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구라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육식을 즐긴다.
그런데 유달리 '프랑스인들'의 심,혈관 질환 발생 비율이 서구의 타국민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서 학자들이 연구를 해보았단다.
바로 그 원인이 식사 때 조금씩 곁들이는 '와인'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약간의 알콜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예의 그 'French Paradox' 리포트를 읽고 난 뒤 저녁식사 때 '복분자주'를 하루 3잔씩 장복하고 있다.
복분자 생과 10킬로그램과 설탕 10킬로그램 그리고 대형 용기 2개, 소주를 준비하면 술담그기 준비가 끝난다.
처음엔 그랬는데 요즘엔 설탕을 넣지 않는다.
통상 매년 6말7초가 복분자 수확기이므로 그때가 복분자주 담그기엔 적기다.
담근 술은 대략 100일 후 또는 6개월 후에 개봉하여 걸러내고 다시 술만 밀봉, 꼬박 1년 이상을 기다린다.
뜨거운 여름에 담근 술이 그 다음 해 늦가을이나 겨울이 되어서야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부엌 옆 작은 베란다 음지에서 약 1년 정도 단잠을 자고 깨어난 복분자주는 그 특유의 맛과 향이 깊고 진하다.
주변의 소중한 분들에게 한 병씩 나눠주면 남는 건 3분의 1 정도지만 그래도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이들은 '복분자 분말'도 좋다고 하는데 난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술을 거를 때 , 술을 따르고 난 뒤에 용기 아래에 남은 걸쭉해진 복분자 알갱이들을 깨끗한 삼베천으로 꾹꾹 짜서 다른 그릇에 담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복분자 덩어리를 약한 불에 볶아 분말로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물에 타 마시면 좋다고 한다.
그런 설이 있으나 내가 직접 실험해 본 적은 없었다.
훗날에 고향으로 내려가 정착하면 그땐 지금까지 메모해 두었던 각종 시도와 실험들을 넓은 마당에서, 화덕을 활용하여 해보고 싶다.
'버덕', '허르헉' 요리 등 메모는 숱하게 해두었다.
작은 베란다에 죽 늘어선 복분자주를 보면 흡족하고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뭔가에 관심을 갖자.
왕성한 호기심에 조사도하고 기록하며 시도해 보는 건 삶에 재미와 에너지를 부여하는 윤활제가 되는 것 같다.
술이 없으면 죽고 못사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약간의 음주는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주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사 다 그렇듯이 절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종국엔 술이 사람을 헤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점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양조기술'이 영 허접하지만 내가 건넸던 10여 가지 각기 다른 종류의 술을 받고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맛도 맛이지만 상대의 정성과 배려의 마음 때문이리라.
벌써 주말이다.
시간이 쏜살같다.
한 주간도 최선을 다하신 분들께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주말이 되길 기원한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파이팅하시길.
사랑하는 사랑발전소 회원님들께 '미. 고. 사'의 인사를 전하며.
2010년 10월 8일.
일기.
첫댓글 직접 담근 복분자가 벌써 수년의 경험이었네요.
맛과 향기 참 좋았는데 세월의 흔적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정환아우.
7월 우리 형제들 모임 땐 오디주를 건네줄 예정이네.
올 봄에 개봉했는데 이미 맛을 본 십여 명이 너무 좋다고 엄지척을 하는구만.
별것은 아니지만 서로 나누며 감사하는 마음에 그리 하고 있다네.
기왕에 할 거라면 열심과 정성을 쏟는 게 좋겠지.
다음 달에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형제들 만나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