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자리에 나타난 천사에 종손 기절
최낙중 서울 해오름교회 원로목사
‘주여, 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술에 찌들어 사시던 아버지는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셨다.
“나는 술 없는 세상은 살 수 없다. 종갓집 장손으로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교회를 다닐 수 있겠냐.”
술을 잔뜩 마신 아버지는 철길 한가운데서 달려오는 기차 앞에 서 계시는 일도 몇 차례였다.
“나를 죽여라. 나를 죽여.”
급히 기차를 세운 기관사의 멱살을 붙잡고 아버지는 소리치셨다.
우리가족에게는 술이 원수였다.
나는 술 마시는 아버지가 너무 미웠다.
군대를 다녀왔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독에 빠져계셨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나를 보자 한숨을 내쉬셨다.
“아버지가 돌아오는 수요일이 할머니 제삿날이니 제사를 준비하라고 하신다. 예수 믿는 내가 제사 준비하려니 너무 속상하다.”
어머니는 푸념 섞인 말씀을 하시고 부엌으로 나가셨다.
나는 안방 벽 쪽에 창호지를 발라 잘 모셔놓은 위패 앞으로 갔다.
너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창호지에는 파리똥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창호지를 들추니 정성스럽게 잘 모셔진 위패가 나타났다.
나는 위패를 끄집어내 갈기갈기 찢어서 흘러가는 시냇물에 버렸다.
그길로 기도원에 올라가 3일동안 금식하며 밤낮 부르짖었다.
“하나님, 우리 가족을 구원해 주십시오.”
3일째 되는 날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 말씀이 생각났다.
이사야 41장 10절 말씀이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래,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다.”
해질 무렵 산을 내려와 곧장 교회로 갔다.
“전도사님 저희 집에 가서 추도예배를 인도해 주십시오.”
전도사님과 나는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한 후 밤 10시가 넘어 교인 일곱 분과 함께 집에 도착하니 마루, 마당 할 것 없이 불신자인 친척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가 제사상에 음식을 놓고 계셨다.
얼굴을 보니 술을 드시고 취한 상태였고, 아버지 앞에는 과일을 깎기 위한 과도가 있었다.
나는 그 칼을 보는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아버지가 위패가 없으신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칼로…
“하나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대문을 들어설 때의 담대함은 어디로 가고 다리가 떨려왔다.
“이제 절을 해야 하니 남자들은 모두 들어오너라.”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지자 남자들은 방으로 들어가 항렬순서로 섰다.
나는 전도사님과 마루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벽 쪽으로 가서 위패를 넣은 창호지를 들추셨다.
“아니 위패가 어디 갔느냐.”
아버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치셨고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아니 이놈이”
아버지의 눈은 칼로 향했다.
“주여”
내가 외치는 순간 손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아버지 어깨를 잡고 외쳤다.
“아버지 앉으세요.”
아버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시더니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정신을 잃고 쿵 쓰러지셨다.
“아니, 큰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친척들이 몰려들어 팔다리를 주무르고 난리였다.
“예배드리겠습니다.”
전도사님의 힘 있는 소리가 들리자 일순간 소란하던 방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그 때 불신자들이 하나님 사람의 영권에 눌리는 것을 보았다.
토속신앙에 깊이 빠져 있던 그들이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예배드리는 우리를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멘”
예배를 마친 순간 아버지가 눈을 번쩍 뜨셨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진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주위를 둘러보시며 물으셨다.
“아까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그 사람은 어디 있니.”
“누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어요.”
“내가 너에게 가려할 때 키가 구척이나 되고 흰옷을 입고 얼굴에 광채 나는 사람이
큰 칼을 들고 내게 달려오더구나. 너무 무서워 정신을 잃었어.”
아버지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씀하셨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천사장을 보내주셨군요.”
나는 속으로 감사하고 차근차근 아버지께 설명해 드렸다.
“아버지, 그 분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장인 것 같아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자를 심판하는 천사지요.”
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가 다시 몸을 떨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하나님이 있나봐.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친척들은 무섭다며 하나둘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아버지는 그날 밤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게 되셨다.
앉으나 서나 환상 중에 나타난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아버지 두려워하지 마시고 하나님을 믿으세요. 천사들은 믿는 자들을 지키고 보호해 준답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하나님은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을 부르신 것처럼 할머니 제삿날에 아버지를 만나주신 것이다.
그 후 우상숭배로 찌들었던 우리 가정은 마귀의 올무에서 자유함을 얻었다. 모든 제사를 추도예배로 드리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