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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디자인
DESIGN BY NATURE - MAGGIE MACNAB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마음이 현실을 낳습니다.”
《자연이 만든 디자인》의 저자 매기 맥냅은 이 책을 통해 “의미를 아름답게 창조함으로써 우리가 이 행성에 머무는 동안 삶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임을 전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들은 일상, 생각, 관계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을 디자인하며 산다. 매기 맥냅은 이러한 일상에서 늘 존재하고, 자연에서 이미 존재했던 삶의 원리 속에서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가늠케 하는 디자인의 원리에 대해 들려준다. 그녀는 자연이라는 존재 자체에 이미 담겨져 있는 자연의 원리를 통해 첨단 기술과 빈틈없는 시스템으로 무장한 삭막하고 황폐한 현대 사회에서 더욱 더 자연과 우주를 따르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 매기 맥냅의 자연을 닮은 삶의 철학은 아마도 자연과 생명의 땅이라고 불리는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자연이 곧 신앙과도 같았던 아버지와 함께 했던 특별한 유년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다양한 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며 다양한 방식으로 겪은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의 가장 큰 자산이 아닌 가 싶다.
책은 크게 세 개의 섹션(기억, 물질, 운동)으로 이루어졌으며 아름다움, 효율성, 자연의 윤리, 패턴, 형상, 요소, 구조, 대칭, 메시징이라는 9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디자인에 담긴 자연의 원리를 이야기한다. 각각의 소재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발견에 대한 설명에 중간중간 디자이너들에 대한 연구라는 이론을 실제 작업에 적용해 볼 수 있게 구성된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일상에 이미 녹아있는 수많은 것들에서 자연의 원리로 가득찬 세계에 대해 호기심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자연의 원리가 디자인의 핵심 요소이고, 디자인적 사고가 세상의 큰 이슈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의 실마리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가장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따라 디자인이란 언제나 현실적인 접근이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며,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결과물이다. 이렇게 창의력과 더불어 사고력까지 디자인 안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개인적인 창조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 단순한 솜씨 이상의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며,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 역시 그 상징 속에서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신비를 알아차리고, 그래서 아끼게 되고 감사하게 되는 것. 그 소중한 마음을 담아 자신의 삶을 디자인 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디자인을 담은 자연은 그래서 인간의 참된 스승이다.
2. 나를 확장 시킨 책 속의 내용
p 15
다섯 살 때, 아버지와 함께 산 정상에 올라 석양에 물든 구름을 내려다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하셨다. 나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참됨의 근원으로 여기는 부모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 집에서는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나 사상은 늘 자연보다 뒷전이었다. 자연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것에 영감을 불어 넣고 발전시키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자연을 시로 읊곤 하던 어머니는 내가 땅과 하늘을 마음속에 품고 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많은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예술가이자 건축가로서 남달리 독창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아버지는 자연은 아름답고 강렬하고 신비한 것이 라고 그리고 늘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내게 자연은 만물의 근원이자 느긋한 멘토였으며 한없이 창조적인 무엇이었다. 나는 연필을 쥐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에서 느낀 것, 알게 된 것들을 그렸다. 학교 교육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졸업을 1년 남겨 두고 고등학교를 떠나 마음 가는 대로 이런저런 일들을 했다. 다행히 디자이너가 된 덕분에 그림 솜씨를 발휘해 사물을 창의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광고 디자인에서부터 교사를 거쳐 지금 하고 있는 집필까지, 이 모든 일들을 통해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렇듯 나 역시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 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끌리는 대로 디자인했다. 내게 아이디어의 흐름을 가르쳐 준 것은 세월과 배움이다. 나는 아름답고 쓸모 있으면서 의미까지 갖춘 디자인을 할 때 내가 어떻게 아이디어에 다다르는지, 그 직관의 흐름을 더듬어 갔다. 의식의 흐름을 차근차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인내다. 자연이 나름의 절차를 차근차근 밟듯 말이다.
자연이 만든 디자인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익히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로이 보게 될 것이다. 자연의 원리와 패턴, 과정을 알면 더 이상 우연에 기대지 않고 직관에 따라 참신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
자연은 어디에나 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메시지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면 평범한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여 아름답고 쓸모 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언어와 문화, 신념을 뛰어 넘어 소통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만사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p 26
그러나 직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 중요성을 인정하는 문화권도 분명히 존재하며,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가 현대 서구 문화권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직관은 창의력에 불을 붙이고 활활 타오르게 하는 힘을 지녔다. 또한 현실 세계에서 새로운 일이 발생하는 데에 없어 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창조란 말 그대로 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행위다. 그리고 창조적인 생각이 거리낌 없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바로 직관이다. 그러므로 직관은 미리 준비해 둘수록 좋다. 창조는 개인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따로 공식이 있지는 않다.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일어날 뿐이다. 그렇다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어떤 노력도 다 소용없다는 말은 아니다. 발레리나를 떠올려 보자. 발레리나가 발레를 하려면 신체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끊임없이 동작을 연습하고 박자를 익혀야 한다. 쉼 없는 연습을 통해 안무와 타이밍이 몸에 배면 비로소 창의력이 드러난다. 우리는 이를 예술이라 부른다. 발레와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단순한 솜씨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그림 1-3과 1-4), 솜씨가 있으면 조금 쉬울 수는 있겠지만 솜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직관이다. 직관은 창의력의 흐름에 윤활유가 된다. 직관과 솜씨가 만났을 때, 참신하고 기발한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관(Intuition)이라는 단어는 그대로 풀면 ‘내면의 선생님'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intueri'에서 왔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 미래학자인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는 “직관은 스스로 온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풀러는 1920년대 후반에 무척 고된 나날을 보냈다. 가난과 실업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소아마비를 앓던 딸을 먼저 보낸 풀러는 급기야 호숫가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훗날 이 날을 회상하면서, 풀러는 호숫가에서 이런 목소리를 들였다고 한다.
"너는 네 것이 아니다. 너는 우주의 것이다”
여러분도 인생의 아주 힘든 시기를 지나는 동안 이 목소리를 들었을지 모르겠다. 그때 그 목소리가 한 말이 진리라는 사실, 아니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당신보다 현명했던 어떤 이의 목소리였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풀러는 노년에 《직관(Intuition)》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에게 단순하고도 심오한 인생의 행로를 가르쳐 준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직관이라는 사실을 그는 정확히 깨닫고 있었다. 풀러는 인류에 이바지하고자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50여 년에 걸쳐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험했고, 28개의 특허를 냈고, 28권의 책을 썼으며 47개의 명예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발명품 중 가장 유명한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은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개 이상 만들어졌다. 그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대를 거듭하며 많은 디자이너, 건축가, 과학자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안에 풀러의 숨결을 녹여내고 있다.
p 32
동시성 (Synchronicity)
의미 있는 우연들이 모인 것을 동시성이라고 한다. 동시적인 사건을 자꾸 경험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 은 100년 전에 끌어당김과 표상의 법칙 (Law of Attraction and Manifestation)을 발견했다. 아마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몇 분 뒤에 그 사람이 나에게 전화를 건다든지, 가는 곳마다 자꾸 같은 숫자나 이미지가 눈에 띈다든지, 신문의 만평에서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들이 줄줄이 연재된다든지 할 때가 분명히 있다. 이러한 동시적인 경험이 쌓여 우리를 비극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또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기도 한다. 때로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일이 동시적인 경험을 거쳐 놀라운 깨달음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아마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들도 이런 경험했을 것이다.
디자인이 진척이 되지 않아 고민한 적이 있는가?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길을 안내해 주거나 완벽한 답을 제시해 준 적이 있는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바로 동시성이 주는 선물이다. 때가 왔을 때 촉각을 곤두세우고 동시성에게 감사하자.
우리는 실낱같은 아이디어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이메일을 주고받고, 생각의 흐름을 좇거나 단계별로 할 일 목록을 만든다. 이는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고, 또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기도 하다. 임무는 작게 나눌수록 실천하기 쉬워진다.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노트북 컴퓨터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정보들을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시키는지 떠올려 보자.
아니면 어떤 웹 페이지라도 좋으니 HTML 소스 코드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문자와 상징들이 기술적으로 한데 묶인 뼈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짜인 소tm는 별 탈 없이 스킨을 드러낸다. 이는 치밀하게 설계된 수많은 세밀한 연결 고리들 덕분이다. 우리가 보는 웹 사이트와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은 수천 개의 코드들이 모여서 만들어 진다(그림 1-11). 비슷한 사례는 이것 말고도 많으니 웹 개발자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심층적인 정보까지 뒤지지 않아도 된다. 미처 깨닫지 못하겠지만 지금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근육, 뼈도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는 마찬가지 다. 그러나 우리는 피부를 보이는 대로만 인식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눈에 보이는 물리적 관계로만 이루어지 않는다. 이는 양자역학에서도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물질과 에너지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산물인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영감을 주는 무형의 것들이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밝혀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서로 연결되어 전에 없던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우연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그 우연을 알아차리려면 아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상 모든 것들이 저마다 다양한 수준으로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연이란 유독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 사이의 연결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것도 알 테니 말이다.
p 53
효율성과 아름다움은 자연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효율성이란 합리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는 성질을 말한다. 자연은 복잡한 상황과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며 남다른 균형 감각을 자랑한다. 변화를 거치고서도 잃거나 얻는 에너지 없이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인간도 자연의 방식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의미 없는 변화는 배제하고,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변화만을 수용하는 것이다(그림 2-1). 다시 말해, '기능성'을 갖춘 변화만을 받아들여야 할 뿐 아니라, 이 기능성이 유동적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또는 대응하지 못하는 디자인의 운명은 둘 중 하나다. 외면 받고 사라지거나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 장에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 볼 것이다. 또한 함축적이고 유동적인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우리의 작업을 상상력 넘치고 쓸모 있는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배워 보자.
자연의 경제학
생태(Ecology)와 경제(Economy)는 모두 집(house)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okoç'에서 파생한 단어다. 즉, 집을 연구(-ology)하는 것이 생태고, 집을 관리(~nomy)하는 것이 경제다(연구란 무엇이 왜 작용하는지에 대한 의식적인 관찰을 말한다). 관리가 연구를 앞지르면,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는 법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디자인의 균형이 깨진다.
디자인에서 종종 오류가 발견된다면 철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름길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만, 단기간에 이익을 보려고 지름길만 찾다가는 장기에 걸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시스템이나 재료가 고장이 나면 그 자체로 낭비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디자인이 대중의 공감을 얻으면 디자인에 담긴 아이디어는 “현실”이라는 지위를 획득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현실을 곧 진리로 이긴다. 그동안 정부(그림 2-2)와 종교, 기업을 비롯한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실제를 진리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우리가 속한 체계, 우리가 쓰는 상품, 우리가 믿는 신념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안에 깃든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관리가 앞선 연구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유연성이 결여된 디자인에 안주하면, 주변 상황이 아무리 바뀌어도 자신은 정체에 빠지게 된다.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인 경제성이 유연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연은 과거에 있던 것들, 미래에 있을 것들과 균형을 이루며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자연의 대응법은 늘 적절하다.
p 85
자연은 윤리를 선악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윤리의 효율성이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할 뿐이다. 자연은 불균형 상태에 처하면 포괄적이고 즉각적인 연결성을 발휘해 스스로 회복한다. 자연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상태를 확인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모든 생물이 서로 연결된 덕분에 가능하다. 이러한 연결은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피드백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연은 변화하는 상황에 꾸준히 적응한다.
자연의 디자인이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는 인간 디자인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비윤리적이란 곧 원리가 없다는 말이나 윤리와 원리는 둘 다 자연의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연의 원리를 디자인에 합치면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 보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든 디자인은 다른 문화권에게서도 널리 받아들여진다.
이 장에서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히고 윤리적인 디자인의 방법과 지침, 그리고 사례를 훑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고, 가치 있는 조직을 위해 에너지를 쓰며 자신이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은 디자인의 원칙과 관점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 비결이다.
윤리적 디자인을 위한 자연의 지침
퍼머컬처는 자연의 패턴과 관계를 모방하여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고, 수확물은 많이 얻는 시스템이다. 1970년대 중반에 호주의 건조 기후 지역에서 빌 몰리슨(Bill Mollison)과 데이비드 홈그렌(David Holmgren)에 의해 탄생했다. 퍼머컬처는 자연의 제한적 속성을 인지하는 동시에 지역적 특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지속가능성 원리를 실현한다(그림 3-1). 자연의 원리를 따름으로써 디자인의 다양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퍼머컬처 (Permaculture)라는 용어는 자연의 원리를 근본으로 하는 영속성 (Permanent) 또는 지속가능성(Sustainable)을 드러내고자 합성하여 만든 말인데, 지금은 인간 조직뿐 아니라 건축물이나 문화에도 쓰인다. 이는 근본적으로 전체를 생각하는 시스템이다. 자연에 바탕을 둔 디자인 원리는 보편 적인 특성을 가지며 보는 이와도 쉽게 연결된다. 퍼머컬처에서 바탕으로 하는 윤리는 다음의 세 가지 일반 명제로 정리된다.
1. 지구를 보호하자(땅과 물, 숲을 아낀다)
2. 사람을 사랑하자(자신, 친척, 지역공동체도 포함된다)
3. 공평하게 공유하자(소비와 재생산에 제한을 두고, 잉여는 재분배한다).
p 86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디자인 원리
데이비드 홈그렌이 발전시킨 12가지 보편적 퍼머컬처 원리는 위에서 언급한 자연 생태계의 세 가지 핵심 윤리와도 통한다(그림 3-2). 이 원리는 가치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매 프로젝트마다 모든 원리를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고의 디자인을 원한다면 되도록 많은 원리들을 통합하고 인지하자(그림 3-3).
1. 자연 관찰하고 상호 교류하기
자연과 함께하며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자연의 과정을 배우고, 자연의 패턴과 형태를 규정한다. 클라이언트나 프로젝트의 의도에 어울리는 형태와 패턴을 적절하게 매칭함으로써 효율적인 디자인을 한다.
2. 에너지를 확보하고 저장하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예금한 돈만이 자본이 아니다. 돈 외의 다른 방식으로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자본이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임을 이해한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기회나 에너지를 분배하여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행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등이 모두 자본이 될 수 있다.
3.수익 내기
시간은 소중하고, 무슨 일이든 성과가 있어야 계속 할 수 있다. 일 때문에 자신을 포기하지 말자. 자신을 북돋우려면 현실적이고 적당한 수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의무도 다할 수 있다.
4.자기 절제와 피드백
회사의 성장이든 업무든 간에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자신이 하는 일과 섬기는 것에 만족하자. 동료의 조언을 들으면 업무의 윤활유가 되고, 근무 환경도 좋아진다.
5, 재생 가능한 자원을 사용하고 소중히 여기자
재생 가능 자원을 염두에 두고 일하자 되도록 재활용하고,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자
6, 낭비 없는 커뮤니케이션
물리적으로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뿐 아니라 사람의 시간과 마음도 가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불필요한 정보를 마구잡이로 쏟아내기보다 쓸모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
7, 패턴부터 디테일까지 디자인하자
디자인을 시작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보자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어떤 유형의 비주얼이라야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다른 관점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해석될까? 이것이 어떤 환경에서 받아들여질까? 제너럴리스트로 시작해서 스페셜리스트로 끝내자
8. 분리하기보다는 통합하자
최고의 결과를 얻고 싶다면 관계를 잘 활용하자. 부분을 전체와 잘 연결시키면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그래픽, 단어, 색, 폰트 등 부분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들로 바꿔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자. 보는 이를 고려해 시각적으로 막힘없이 흐르는 디자인을 하자. 전체 안에 포함되더라도 부분의 특성은 온전히 남을 것이다.
9. 더 작고 느린 해결책
클수록 좋다는 말이 항상 옳지는 않다. 틈새의 가능성들을 염두에 둔 작은 아이디어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큰 것만 보려고 하면 이러한 디테일을 놓칠 수 있다. 특히 한 프로젝트에 여러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큰 조직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더욱 유용하다. 혼자 활동하는 디자이너라면 되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보자. 오랜 시간을 들여 문제를 꿰뚫어 보고 아이디어가 시시각각 어떻게 바뀌는지 잘 관찰하자.
10, 다양성을 잊지 말자
자연은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자연이 유연할 수 있는 비결은 복합성과 다양성 덕분이다. 자연에 내재된 다양성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복합성은 목표에 다다르는 무수한 방법을 알려준다.
11. 변두리의 가치를 이해하자
자연에는 변두리가 있는 덕분에 서로 다른 것들을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숲의 변두리가 초원과 맞닿아 있는 덕분에 숲의 끝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에서도 변두리가 있는 덕분에 생각이 아이디어로 바뀌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있다. 여백을 채우는 것 못지않게 여백을 남겨두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여백이 있는 덕분에 메시지의 진행과 이해가 빨라진다. 그리고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변두리적 사고는 혁신적이며 짜릿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p 108
교육 속의 윤리 :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다시 생각하기
《축복받은 불안(유수아 역, 에이지 21 출간, 2009년)》에서 저자 폴 호켄(Paul Hawker
은 사회 개혁의 놀라운 힘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운동은 이름도, 지도자도, 지역도 없는 운동이자 정치가와 미디어가 철저히 무시하는 운동이다. 자연이 스스로 그러한 것처럼 이 운동도 모든 도시와 마을, 문화의 밑바닥에서 조직되어 전 세계인의 니즈를 독특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상은 점점 효과적이고, 윤리적이고, 아름다운 것에서 멀어져 황폐해져 간다. 그리고 모든 문화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나는 디자이너이자 교육가로서 디자인(여기서 디자인이란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매개로서의 디자인을 말한다)이 특정 이슈에 대해 우아한 해결책을 줄 수 있는 현실적 인 접근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둔다. 디자인이 효과적으로 표현되기만 한다면, 디자인을 통해 이슈에 대한 어떤 것도 말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단어를 이미지와 합치고, 큰 패턴을 만들며, 시각적 산출물을 만들어 내고, 잡음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걸러 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창의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깊이 있는 사고력이다. 깊은 사고력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개인적인 창조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연 원리를 디자인의 핵심 요소라 가르치고, 디자인적 사고가 세상의 더 큰 이슈들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가르치는 디자인 학교가 늘고 있는 추세는 참 감사한 일이다. 디자인의 목적은 잠깐 좋아 보이다 곧 쓸모없어 지는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이 소비되는 모든 단계에서 쓸모를 유지하고, 제품이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 기반 광고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무엇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내가 강의하는 학교에서는 상업 적인 영역뿐 아니라 더 중대한 문제에 참여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의 디자인 교육과는 다른 커리큘럼들이 서서히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p 159
형상-말하기
"영혼은 이미지를 그리지 않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수학을 조금 알면 형상을 이해하기가 더욱 쉽다. 장담하건대 아주 조금이면 된다. 나도 수학자는 아니다. 수학은 이론과 철학뿐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까지 아우르며, 그 중요성만큼이나 분량도 방대하다. 그러나 우주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대개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수학의 원리를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디지털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2진법이 그 예다. 중국의 역경(易經), 점자 문자의 억양과 강조로 만드는 시적 리듬 등 2진법은 인간이 쓰는 많은 언어 패턴의 기본을 이룬다. 기본적인 수학적 기술이 없다면, 물물교환 시스템에서부터 우주 탐험 위성까지 인간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문자로 쓰인 수학은 인간의 진화를 가능케 한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그러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수학은 관념적이고 추상적 이어서 의미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수학을 도구로 쓸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숫자라는 물리적 형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즉, 수학을 실제적인 방식으로 규정하여 현실 세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숫자라는 형상이다(그림 5-1).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형상은 인간의 감정에서부터 수학적 차원에 이르는 광범위한 과정들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수학의 기본을 잘 이해하면 생각의 과정과 이미지를 근사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른다면, 그것은 아이디어를 더 자세히 탐구하라는 우주의 힌트일지도 모른다. 계속 나아가자 그리고 더 공부하자.
p 168
원
원(員)은 모든 형상의 시작이다. 컴퍼스를 사용해 보면 알겠지만 모든 원은 점 하나에서 시작한다. 단순성의 힘을 간과하지 말자.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종이 한 장과 컴퍼스, 직선 자를 준비하고, 컴퍼스로 원 하나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자(a).
점은 공간 안에 고정된 상태다. 거기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점들을 둥근 모양으로 연결해 끊어지지 않는 호를 그리면, 이것이 원의 원형(原形)이다. 원은 원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원주 밖에 있는 모든 것을 내보낸다. 또한 점을 통해 단일성을, 원을 통해 총체성을 드러낸다. 원은 모든 형상의 어머니로서, 그 안에 다른 모든 형상을 품을 수 있다. 마치 원을 이루는 점이 무한하듯 말이다. 원은 근본이자 완성이며 전체의 시초다.
모든 것은 하나고, 서로 연결된다. 이는 다른 표현법을 가진 많은 종교, 영성, 철학의 핵심이다. 몇 천 년에 걸쳐 별을 관찰한 철학자들은 하늘 한가운데에 늘 떠 있는 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주 안의 많은 것들과 관련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원은 대개 모든 문화에서 근원과 전체성을 대표한다. 모두는 하나 안에 들어있고, 모든 것은 원에서 나온다. 기독교에서는 원을 후광(後光)으로 표현하고, 미국 남서부 원주민들은 원 모양의 예배당 키바(kiva)로 표현했으며(그림 5-5) 수피(suf)댄스를 추는 사람은 원을 그리며 돌고, 호주 원주민은 돌에 동심원을 조각했다(그린 5-7), 원 모양을 한 태양은 끊임없이 주기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우리를 에워싼다. 원은 그 자체로 생명이다.
우리의 디자인에 원을 그려 넣으면 전체성과 통합성, 연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원은 그 외부에 연결점을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형상들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전체를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나 협동 조직 또는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 세계적 기업(그림 5-8)의 로고에 적절한 형상이다. 원은 모든 것과 동시적으로 연결된다.
p 219
디자인의 첫 단계가 되는 단순한 생각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에너지 안에서 자율적으로 떠오른다. 디자이너는 물리적 대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본질을 향해 진화해 가는 아이디어를 움직인다. 디자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존재하게 하려면 많은 요소들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려면 다양한 물리적 요소와 과정이 디자인 안으로 흘러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분을 이루는 각 요소들 간의 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하고 집단화하여 시각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또한 보는 이가 디자인의 진체 구조를 감상하는 데에 막힘이 없도록 하는 지성과 창의력, 영감, 끈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것들을 디자인 안에 한데 담아내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목표, 기술, 추진력과 보완력이 필요하며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한다. 이를 갖추지 않은 디자인은 의도를 알 수 없는 뜬금없는 요소들이 그저 모여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장에서는 디자인의 부품에 해당하는 각 요소들의 구조를 살펴보려 한다. 부분들이 어떻게 디자인과 만나 조립되고, 일관된 흐름을 구성하는지 알아보자.
구조적 흐름
디자인에서 구조란, 디자인을 이루는 각각의 부분들이 뚜렷한 목표를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구조가 지나치게 치밀하면 경직된 느낌을 주지만, 적당한 구조는 필요하다. 창의성을 종잡을 수 없게 늘어놓아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예술이다.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구조화된 디자인은 견고한 틀 말고는 어떤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이는 공학이다. 진정한 디자인은 타고난 창의력과 학습된 기교가 상호 작용하여 극적인 의도를 지니며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조직될 때 나온다.
사람을 무시하는 디자인은 무시당한다.
프랭크 치메도(Frank Chimero).
p 269
디자인이란, 인지한 내용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바꾸는 행위다. 이는 인간 기원(에너지와 물질)의 발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훌륭한 디자인은 거대한 패턴을 간단명료하게 인식하고 규정한다. 메시지의 핵심을 잘 전달하고, 문자와 상상력을 적절히 조합하여 실용적인 디자인을 만들었을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문제는 그 문제들을 양산한 시스템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자주 사용된다. 디자인이 인간 활동과 그토록 관련이 깊고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디자인적 사고는 종종 인간의 지성에 유연성을 더해준다. 현실은 우리가 선택한 의미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장에는 메타포와 상징을 통해, 인간이 의미를 만드는 방법'·미고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황금 비율에 대해 배워 보자. 인간은 은유적 사고를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서 예술이 생겨났다. 자연에서 기능과 아름다움이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면, 훌륭한 디자인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 훌륭한 디자인은 삶의 경험을 모방할 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과 이유
인간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 왔는지 인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의 조상들은 선사 시대의 어느 시점에가 2차원의 점이 3차원이 될 수 있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게 되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시간의 비선형성을 깨닫고 그것을 개념적 사고의 핵심 요소로 사용하게 되면서 생각과 사물, 미래의 가능성을 상징화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 9-1), 태양과 같은 원 모양은 순환을, 덩굴과 같은 나신 모양은 매년 돌아오는 계절을 나타냈다. 상징의 본성은 고도의 단순성과 추상성인데, 상징이 의미하는 바가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으로 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징의 힘은 우아하다.
2차원의 점과 3차원 대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낸 인간의 상상력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힘이다. 인간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안에 요소와 구조,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를 담아내야 한다. 최소한의 논리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참여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말이다.
p 273
자연의 힘은 다신교의 신과 여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과 여신들처럼 말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인간적인 빈틈과 강인한 개성을 가짐으로써 그들의 특징을 강화한다. 나중에 등장한 유일신주의는 이 모든 가능성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나는 신을 믿는다. 단지 자연이라 부를 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오래 전 인간은 신이라는 틀 안에 자연을 통합시켜 종교를 만들었다. 스스로 존재하고 무엇에든 맞닥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은 늘 미지의 힘과 연결되기를 갈망한다. 인간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일상 너머의 것을 현실에 구현하여 상징을 발견하기 위해 기꺼이 모험을 강행한다. 이는 디자이너가 건너야 하는 다리이기도 하다.
상징과 변화된 상태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고대 암석화는 추상적인 그림과 색(상형문자)을 써서 바위에 새긴 것으로(암면조각) 격자, 동심원, 나선, 지그재그 선, 점, 물결무늬 등 일반적인 기하학 패턴을 표현한다. 이러한 형상은 앞장에서 언급했던 복잡한 대칭과 테셀레이션 패턴의 조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배경 패턴과도 매우 비슷하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서 이 형상들을 본다. 이는 눈에서 뇌로 옮겨가는 신경 활동의 형태이자, 망막에 무작위로 비치는 다양한 추상적 부유물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적 패턴과 모양을 안내 섬광(phosphene) 이라고 한다. 또는 내시적(EntOptics)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눈 안의 (within the eye)라는 뜻이다.
어떤 인류학자는 내부적인 환상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모든 예술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누구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기술을 배우거나 그 안에 의미를 담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모두 추상물을 그린다. 나는 어린 시절의 어느 날 밤, 우연히 눈을 살짝 눌렀다가 이 형상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는 그것을 묘사할 단어가 있는 줄 몰랐다(모든 아이 들이 다 이렇지 않은가?).
몇 년 전, 선사시대 예술을 접한 남아프리카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루이스 윌리엄스(David
Lewis-Williams)는 선사시대 예술과 추상화 사이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두 예술은 모두 인간의 마음속에서 유기적으로 생산된 시각적 결과물을 다루며, 불변하는 형태이다. 또한 추상적인 형태에서 시작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이해할 만한 형태로 완성되었다는 점(게슈탈트의 완성)에서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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