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에 도착하자, 무슨 복지단체에서 웬 '탄산수'를 보내와 놓여 있었다.(삼척에 있을 때 문자연락을 받았는데)

내가 삼척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스페인에서 '와삽' 문자가 8개나 도착해 있었다.
갈리시아의 꾸꼬, 마드릳의 산티아고 부부(그들은 따로따로 나에게 문자를 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누리아에게서.
물론 모두가 내 안부를 물어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꾸꼬의 문자였다.
문, 도대체 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야? (직역하면, 나는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그러니, 그것도 좀 짜증나는 것이었다.
아니, 실컷 내가 삼척으로 내려가면서(5월 2일인가 3일인가 통화를 하면서), 25일까지는 '비 와이파이 존'에 있을 거니까, 나중에 서울에 돌아와서 연락할 게. 하는 말까지 했었는데, 무슨 소식이 없다고 난리야? 하는 심정이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삼척에 가서 보니 인터넷이 안 돼 너무 답답하고 서울의 인터넷은 놀고 있는데 그 비용만 나가고 있기에, 이전신고를 해서 현지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하긴 했지만,
일단 스페인 쪽하고는 연락 자체를 끊고 지냈었다.
그렇잖아도 일하러 간 사람인데, 그런 데까지 가서 시시콜콜 서울에서처럼 연락하고 지내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바로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 이틀 뒤에나 다시 복원시켜 달라고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 이틀 동안은, 삼척에서 하지 못했던 글 작업의 보완작업을 하느라 또 여념이 없었는데......
(어디 그 뿐인가?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비작업'을 하느라 또 시간을 쪼개야만 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서울에도 인터넷이 돼서 어젯밤(26 새벽) 꾸꼬에게 와삽 전화를 걸었더니, 난리였다.
아이, 왜 그렇게 연락도 없었던 거야? 어때? 잘 있지? 가족들도? 화들짝 놀라는 음성으로 그렇게 숨 넘어가듯 전화를 받기에,
꾸꼬! 내가 와이파이 안 되는 곳에 가 있으니, 25일 돌아와서 연락한다고 했잖아?
알지!
그럼, 오늘이 며칠이야!
25일.
근데, 왜 그리 성화야? 기다리지 못하고. 이제 서울로 돌아와서 이렇게 내가 전화하잖아! 하자,
할 얘기도 있고 해서......
그래, 아무튼 좋아. 얘기해 봐! 근데, 어디야?
집이지.
혼자야?
당연하지...
하 하 하...
웃지 마!
하 하 하...
웃지 말라니까!
무슨 팔자가 그래? 아델라 떠나지, 나 떠나지... 하 하 하...
그래서 내가 지금 생으로 근 석 달을 이렇게 혼자 지내잖아!
그래서 하는 말 아냐! 하 하 하...
웃지 말라니까!
자기 평생에(60대 중반) 이렇게 혼자서 지낸 적이 없다던 꾸꼬.
그게 하필이면, 내가 스페인을 떠나오기 바로 전 날 마누라인 아델라가 딸네 집에 갔고(한 달 예정으로. 그렇지만 20일 쯤 뒤에 아델라를 데리러 꾸꼬가 빰쁠로나에 갈 계획이었는데), 나마저 한국으로 돌아오느라 본인이 직접 공항까지 나왔었는데,
그러면서 스페인에도 '코로나 사태'가 터져 '전국 봉쇄령'까지 발령되다 보니,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여행은커녕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부부가 생이별을 한 꼴로(그의 입장에서는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어느덧 두 달 반이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꾸꼬는 스페인 사람치고는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라서) 해서, 그렇다고 내가 뭐 해줄 것도 없으니 그저 웃을 수밖에.
그렇게 내가 웃으면, 그는 괜히 심사라도 부리고 싶어서,
웃지 마! 하고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 우스우니......
아무튼, 아델라는 어떤데?
잘 있다고 해. 근데, 이젠 지겹다더구만... 엊그제도 통화중에 문 니 얘길 물어오던데, 요즘 소식도 없다고 했지.
내가 않는다고 미리 얘기 했잖아?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 보니......
나, 몰라? 한 번 약속하면 꼭 지키는 사람이란 걸.....
알지. 그래도...
아무튼, 000네, ****네, ###네 들은 어때?
다들, 잘 있어.
다행이군.
근데, 이젠 밖에는 나갈 수 있어서 며칠 전 '리바두미아'에 갔더니(자기 지방 자체적으로만 가능), 다빗(거기 시장)이, 요즘 문은 어떻게 지내? 하고 안부를 묻던데?
그래? 고맙군!
응, 문 너는 이제 이 근방에선 굉장히 유명해.
그래봤자 어따 써 먹게...
다빗 뿐만이 아닌, 두초씨 오스까르(꾸꼬 동생), 소피아, 하꼬보 등도 니 안부 물었어. 바(Bar)의 뻬뻬와 마리아도...
잘 있다고 전해 줘......
그러니, 다음 여행(스페인)을 미리 계산해서 잘 추진하도록 해.
무슨 소리야? 내가 스페인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된다고! 더구나, 여행도 금지된 상탠데......
그러니까 미리미리 계획을 잘 세워 준비하라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아이, 그건 나중 문제고! 그러면 여기 소식 전할 게. 그 한국인 똥배 친구(까미노에서 만나 꾸꼬네 집에도 갔던 요리사를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있잖아? 그저껜가 연락이 왔는데, 마스크하고 한국 과자 그리고 라면 같은 걸 빰쁠로나 쪽으로(꾸꼬 딸네) 부쳤는데, 마스크만 빼고 다 되돌려보내왔다고 하네.
그랬어?
게다가, 아직도 항공우편이 정상운영되지 않아 배로 보내야 했는데, 어쩌면 두 달도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아, 고맙고 미안하네. 그 말이라도 좀 전해 줘.
알았어. 그래서 나는, 나중에 항공우편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린 뒤에나 보낼까 해.
그렇게 복잡하면 안 보내줘도 돼. 마음만 받을 게......
그래도 다 준비해놓았는데 못 보내다 보니, 여기서도 답답해서 그래.
알았어.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상황이 그러니......
근데, 이젠 과일들도 나오기 시작했겠네?(내가 스페인 과일을 좋아하는 걸 꾸꼬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물은 건데)
막 나오기 시작했어. 세레사, 살구, 복숭아, 천도 복숭아, 살구 등... 그렇지만 6월이나 돼야 풍성해질 거야.
그렇겠지? 근데, 혼자 지내니 요리 실력도 좀 늘었겠네?
응, 그렇잖아도 그런 생각도 자주 해. 근데, 다음 달(6월) 9일부터 '다른 지방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질 거라, 그 때 빰쁠로나에 가려고(아델라 데리러)... 그러니까 문, 니가 한국으로 돌아간지 딱 세 달이 될 무렵인데, 근데, 그게 확실할지 몰라서 걱정이야......
꾸꼬, 그러니까 거의 석 달을 혼자 지냈다는 거야? 대단해!
놀리지 마! 내 몸무게도 5-6kg 빠졌어...
하 하 하... 그건 잘 됐네!
그렇긴 한데......
하는 식으로 떠들다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이틀 정도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일을 조금 한 편이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한 장을 보러 가야만 했고, 병원에도 가야 했지만,




그 사이에, 비도 내렸다.



그런데 군산 주변에서 서너 통의 전화도 왔는데,
삼척에 일하러 갔다 서울로 돌아왔어?
응.
일은 잘 끝냈어?
끝낸 게 아니고, 겨우 시작해 놓은 거야... 그것도 미흡한데, 아무튼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
근데, 왜 군산엔 안 오는 거야?(지난번 군산에 갔다가 친구 둘만 보고 조용히 돌아왔기 때문에(그들에게 입단속도 시켰다.) 그 외의 지인들은 아직도 거기에 대해선 모른다.) 한 번 와야 하지 않아? 작년 가을에 왔다 간 뒤니, 반 년도 넘어가는데......
글쎄, 가긴 해야 할 텐데... 내가 갑자기 '좌골 신경통'이 생겨서, 움직이는 데도 불편해서 뭐라고 장담은 못하겠네......
더워지기 전에 한 번 와! 얼굴 잊어버리겠다......
아, 오라는 데는 많은데......
첫댓글 오라는 데가 많으면 행복한 거죠.
어제는 서울에서 딸과 손녀 둘 드리고 아내까지 시골에 와서 전주로 이동 아들 내외를 만나 저녁 먹고 거기서 잤습니다.
나도 오랜만에 식구들을 만난 셈입니다.
오늘은 다시 고창으로 가 이틀 후 쯤 목포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그래봤자 '봄터'님은 '기사 역할'밖에 더 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