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天子 최치원
-윤동재
가을날 함양 상림을 걸으면서 함화루를 지나는데
수상 을지문덕은 어디 있는고?
좌상 이규보 우상 이제현은 어서 들라
대제학 이색은 말해보시오
난데없는 고함소리가 들려와 어디서 나는가 보았더니
함화루에서 들려오고 있었지요
그래 함화루에 올라가 보니
흰 수염이 가슴을 온통 덮고 있는 노인이 잠꼬대를 하고 있었지요
노인을 흔들어 깨웠더니 일어나 벌컥 화를 냈지요
누가 천자의 꿈을 방해했는가?
무엄하고 무엄한지고 했지요
나는 실성한 노인을 괜히 건드렸나 했는데
노인은 베고 자던 <<대관재몽유록>>이라는 책을 내게 건네주며
자신은 당나라 천자 두보 이백과 노닐던
우리나라 천자 최치원이라고 했지요
노인이 건네준 책을 몇 장 들춰보니
거기에도 분명 천자 최치원이라고 되어 있었지요
가야산으로 들어가고 난 뒤 천 년이 넘도록 자취를 알 수 없던
천자 최치원을 단둘이서 만나게 될 줄이야!
나는 천자 최치원에게 요즘 우리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라며
나라 곳곳이 날마다 무너지고 있다고 했더니
국가의 목표와 국가의 전략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나라 지도자를 뽑으니
자신이 한때 문장입국을 실현한 천자지만
함부로 나설 수 없어 그저 안타깝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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