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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2
씬 51. 아지트 거실.
모두 자다 일어난 얼굴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열심히 뉴스를 보는 킬러들.
행복한 얼굴들이다.
뉴스에서 여성 앵커인 오영란이 뉴스를 보도한다.
오영란: 오늘 아침 마약거래와 폭력 조직 결탁, 그리고 살인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던 경방살업 대표 탁 문배씨가 이틀 동안의 밤샘조사를 마치고 무혐의로 귀가조치 됐습니다. 부산 수출 단지 제2 부두 하역장에서 대 규모 마약 제조 밀수 조직망이 검거되며 소환됐던 탁씨는 마카오를 거점으로 하는 거대 마약 조직의 국내 판매 유통을 맡았다는 제보에 의해 이틀 전 검찰에 소환되었습니다. 검찰에 나가있는 이동진 기자 불러 보겠습니다. 이동진 기자.
하연의 내레이션.
하연: 우린 킬러치고 꼬박꼬박 뉴스를 보는 편이다. 거진 하루도 안 빠지고 뉴스를 본다.
그런데도 사회 돌아가는 것에 그리 밝은 편은 못 된다.
우리가 뉴스를 보는 이유는 물론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정우: 이쁘지?
상연: 응……. 근데 오늘은 표정이 좀 어두워 보인다.
재영: 어두운 표정도 이쁘지?
상연: 그야 그렇지…….
킬러들 동심의 얼굴로 여자 아나운서를 바라본다.
오영란 앵커의 모습 흘러가며 보여진다.
하연: 우리는 향상 아침뉴스만 본다. 이유는 바로 오영란이란 여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참 이쁘다. 우리가 그토록 매일 뉴스를 봐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우리에게 세상 돌아가는 애길 들려준다. 그리고 언제나 좋은 하루가 되라고 인사를 해준다.
오영란: 12월 26일 모닝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쇼.
오영란 인사를 하자……. 킬러들 같이 고개를 숙인다.
씬 52. 정류장/아침.
상연 어딘가로 가려는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그 옆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일이가 서 있다.
여일: 아저씨.
상연……. 누굴 부르는 거지……. 난가……. 나니(손짓)
여일: 저 모르시죠?
상연: 우리 어디서 봤던가.
여일: 아니요. 처음 봬요.
상연: 어,…….
여일. 돌아서 옆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다.
그리곤 상연에게 가져다준다.
상연: 나?
여일: 드셔요.
상연: 허허……. 왜? 그래 고맙다.
한 모음 마시고…….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다.
여일: 블랙 안 좋아하셔요?
상연: (어이가 좀 없지만 슬쩍 웃으며) 어. 쓰잖아. 설탕 안 넣으면…….
여일: 아저씨……. 저……. 누구 좀 죽여주세요.
상연……. 순간. 굳는다.
애써. 태연하게…….
상연: 응?
여일: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꼭 죽여야 되요.
상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일: 아저씨, 킬러죠? 부탁드려요…….
그때 버스가 한 대 쉬익…….
그리고 다시 떠나면 여일이 절망적으로 혼자 남아 있다.
그러다간 뒤에 오는 택시를 탄다.
씬 53. 공원/아침.
상연, 벤치에 앉아 있다.
그 옆엔 고와 보이는 할머니…….
할머니: 너무 새벽같이 봐서 피곤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
상연: 괜찮습니다. 일찍부터 일하면 좋죠 뭐…….
할머니: 여기 있소. 말하신 서류하고 각서하고……. 돈하고…….
상연: 네.
상연 봉투 안의 서류를 확인한다.
할머니: 젊은 양반이 좋은 일 하시는구먼……. 이런 건 뭐 벤처 같은 건 안 되나?
상연: 후후……. 아니요…….
할머니: 오늘 아침 뉴스 보셨소?
상연: (고개 돌려 당당하게) 늘 보죠.
할머니: 뉴스에서도 그러두만. 우리 같은 늙은이들. 상대로 하는 장사가 유명하다고……. 실버산업인가 그러데……. 하긴 늙은이들 주머닛돈이야……. 몇 푼 안 되는 것 같아도 그게 어디 샐 데가 있나. 쓸데가 없어서 재워둔 게 솔찮겠지…….
상연: 후후……. 서류는 됐고요……. 금액은 전액을 다 주셨네요……. 칠십 프로만 주시고 일 끝난 후에 주시면 되는데…….
순간, 할머니 상연의 손을 덥석 잡는다.
상연의 눈을 바라본고.
할머니: 그 사람 꼭 보내주쇼……. 하루라도 빨리 우리 그 양반 좋은데 좀 보내주쇼……. 더 이상은 못 보겠어. 똥오줌 받아내는 거야 일도 아니라지만 말 한마디 못 혀고 등창이 썩어져 나가는데 그 모냥을 더 이상 못 보겠소. 그 양반 내 눈을 보고 어이 죽여 달라하는데 인자 그 눈도 못 보겠어. 나 얼마안가 죽어요. 근데 나 못 죽겠어요. 그 양반 보내 놓고 그 담에 내가 갈라한 게……. 우리 영감 꼭 좀 편하게 보내주쇼…….
할머니 차분하고 조용한 음성이지만 어느새 눈엔 눈물이 고여 흐른다.
상연도 할머니 손을 잡는다.
씬 54. 어느 건물 옥상.
재영이가 옥상에서 야간투시경과 총을 거치 시킨다.
그 옆에 정우가 장비를 조립하는 걸 돕고 있다.
정우: 근데. 만약에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로 죄가 없다면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넌 왜 이 일을 하냐?
재영: 새끼, 거 정말……. 세상에 죄짓는 사람들이 많아. 근데 잡혀서 감옥에 가면 그건 죄인이고 안 걸리면……. 그냥 시민 인거야 알아? 우린 그냥 평범함 사람들이야.
정우: 만약 잡히면?
재영: 그럼 당연히 죄인인거지.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겠어?
정우: 아하,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도 안 잡힐려고 하는구나…….
그때, 맞은 편 건물에서 누군가 나온다.
재영이가 투시경에 눈을 갖다 댄다.
어두운 밤인데도 환하게 보인다.
재영: 나왔다.
옆에 스위치를 올린다.
정우도 옆에서 망원 렌즈로 본다.
투시경에 조준점이 그려진다.
손으로 스위치를 컨트롤한다.
재영의 손 움직임에 맞혀서 총이 움직인다.
재영 투시경을 보며 손으로 스위칠ㄹ 컨트롤해서 밖으로 나온 한 남자(빡빡이라 부르자)의 머리에 조준한다.
그때, 입구에서 나오는 몇 명의 남자들.
갑자기 빡빡이를 두들겨 팬다.
네다섯 명에게 린치를 당하는 빡빡이.
재영 당황한다. 조준경에 여러 사람이 왔다갔다.
빡빡 이가 잘 조준되지 않는다.
재영: 꼭 이러지 않아도 오늘 안에 죽을 거 같은데…….
재영, 엉켜 싸우는 무리들 와중에 빡빡이를 조준을 하고 스위치를 누른다.
순간, 무리 중 다른 사내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재영. 빗 맞췄다.
사내들 쓰러진 사내를 보고 빡빡이를 다시 보며.
사내1: 어쭈! 이 개새끼가 맞짱을 까네…….
사내들 빡빡이를 더 두들긴다.
재영, 고개를 갸우뚱하며 잘 안 된다는 듯.
다시 조준한다.
그러다간 눈을 땐다.
재영: 후, 안되겠다.
정우: 아, 정말…….
정우, 일어나서 내려간다.
씬 55. 맞은 편 골목.
정우 싸움판에 끼어든다.
사내1: 넌 뭐야!
정우 맞은편 옥상을 한전 힐끗 보곤…….
정우: 저기요……. 오늘 그 사람……. 어느 정도까지 때리실 거죠?
사내1: 뭐?
정우: 혹시 너무 많이 때려서……. 죽이실 계획까지 있나요?…….
사내1: 오늘 관 짜고 묻을라고. 하는데 왜? 관심 있냐? 관 좀 큰 거 짜서 같이 묻어주랴?
정우,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젓더니. 한숨…….
그리곤 정우 그 사내들과 엉긴다.
치고받으며 날쌘 주먹질로 사내들을 차례대로 눕힌다.
사내 몇 명 부축을 받으며 가고 나머지는 도망간다.
빡빡이 그제야 일어나 감격스러운 얼굴로 정우를 본다.
빡빡이: (비장하게) 고맙소, 어디 소속이시죠?
정우, 손으로 오지 말라고 하면서 거기 그냥 서있으라고 손짓한다.
빡빡이 말을 잘 듣는다.
감사의 미소로 여전히 감격스럽게 다소곳이 서있다.
정우, 옥상을 올려다본다.
작은 섬광. 빡빡이 쓰러진다.
씬 56. 작은 회의실.
조 검사와 김 반장. 어두운 회의실에서 스탠드 불빛을 켜놓고 사진들을 보고 있다.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사진이다.
그 사진엔 조 검사가 탄 호송 차량도 있고…….
몇 대의 차량들이 있다.
김 반장: (사진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참 세금들은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조 검사, 사진들을 넘겨가다가…….
어느 사진에 시선이 머문다.
사진들은 킬러들의 차다.
운전석에 앉은 상연은 경비원의 복장이다.
김 반장. 그 사진을 본다.
김 반장: 아는 친구에요?
조 검사: 만난 적 있죠…….
순간, 로비에서 스쳤던 상연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른다.
조 검사: 차 번호 조회 좀 부탁드려요…….
김 반장: 네, 보고는 검사님이 직접 하시겠습니까?
조 검사: 저기요, 일단은 김 반장님 하고 저하고 둘이서 훑어보죠.
김 반장,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둘의 모습을 진 형사, 궁금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보고 있다.
조 검사 사진속의 상연을 유심히 본다.
씬 57. 아지트 욕실.
상연, 씻고 스킨을 바르며 거울을 본다.
그러다간 자세히……. 오늘따라 유난히 자세하게 자신의 얼굴을 보다간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함을 지른다.
상연: 야! 나 눈에 구멍 났다!
모두들 놀라 뛰쳐나와 상연에게 모였다.
상연. 자신의 한쪽 눈을 까뒤집으며…….
상연: 바늘구멍 같은 게 났어……. 이런 거 없었는데……. 다들 보다가는…….
재영: 눈물샘이잖아.
상연: 눈물 뭐?
재영: 눈물샘. 그거 원래 다 있는 거야. 새로 생긴 게 아니구……. 다른 쪽 눈에도 있어.
상연 다른 쪽 눈도 까뒤집어 본다.
상연: 진짜네. 왜 난 몰랐지?
정우: 몸에 신경을 안 쓰니까 그렇지.
상연: 이걸 눈물샘이라고 하는구나……. 난 그냥 시 같은데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근데 이게 왜 있지?
정우: 그게 있어야 눈물이 나지. 그거 막히면 눈물이 안 나오지.
상연……. 그 눈물샘을 신기하게 다시 보고 있다.
기분은……. 새로운걸 알았다는 듯 좋아한다.
그 모습을 하연……. 뒤에서 본다.
하연의 내레이션.
하연: 형은 올해 서른여섯이다. 형은 서른여섯에야 자신의 눈에 눈물샘이란 예쁜 이름의 샘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 형이 그걸 몰랐던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서른여섯의 형이 우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킬러들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려 뒤를 도는데……. 순간 모두 정지다.
그들 앞에 당돌히 서있는 조그만 여자아이……. 문 앞에 여일이다.
여일 그들을 빤히 처다 보고 있으면서.
여일: 계세요?
킬러들……. 저 말은 너무 늦게 나온 거 아닌가?
화면 점프하면.
거실에 여일과 킬러들 앉아 있다.
얘기가 어느 정도 오고 갔는지…….
침묵.
사이.
상연: 어, 그래, 무슨 내용인지는 대강 알겠어. 근데……. 우리는 여하튼 그런 사람들이 아냐. 학생이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데. 참 답답하네…….
갑자기 우는 여일.
킬러들 어쩔까?
그때 갑자기 여일 일어난다.
여일: 여자 화장실이 어디죠?
상연: 따로 있지는 않지만……. 저쪽. (화장실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어. 중간 덮개를 내리면. 되거든.
여일 화장실로 간다.
모두 미친다.
정우: (상연을 보면) 젠 언제 만난 애야?
상연: 만나긴 누가 만나. 아니.
정우: 경찰 끄나풀이 아닐까? 학생증 보자고 그럴까?
재영: 근데 여길 어떻게 알았지?
하연: 학생은 좀 할인해 줘야 되지 않나?
모두 하연을 본다.
하연: 아니, 만약에 한다면…….
재영: 근데……. 그 선생님이란 사람이 저 어린애한테 그런 짓을 해?
정우: 어리긴 뭐가 어려. 고등학생이…….
상연: 조용히 해. 모두 아무 말 하지 마라. 우린 그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니 거야.
모두: (표정, 그런 일?)
상연: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거야. 내가 처리할 테니까. 다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여일 나온다.
모두 후다닥 제자리에 앉는다.
여일: 생각해 봤거든요. 갈게요.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상연: 그래 학생이 그런 사연이 있다니 참 애석하게 생각하고 또 우리도 막 화가나. 근데……. 우린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재영: 그래, 학생. 우린 누굴 죽여주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본 적도 없고.
정우: 그래, 우린 우리가 하는 일 같은 건 안 해. 말이 좀 이상하다.
화면 잠깐 점프되고.
문을 열고 여일이 나간다.
모두 문 앞에서.
여일: 제 힘으로 해 볼게요……. 미안합니다.
상연: 행여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상의 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와. 여기 문은 향상 열려 있으니까…….
여일 돌아간다.
상연 문 닫는다.
닫자마자 잠근다.
잠시 침묵…….
상연: 됐어, 앞으로 몸조심 입 조심들하고…….
그때, 돌 하나가 유리창을 박살내며 들어온다.
모두 놀라 엎드린다.
순간 정적…….
그리곤 재빨리 유리창 밖을 본다.
길 저기로 여일이 뛰어 가는 게 보인다.
씬 58. 도로.
차 안.
탁 문배 차에 탄 둘…….
주행 중인 자동차.
조 검사: 이 차는 뭐예요?
김 반장: 잠깐……. 빌렸습니다. 경찰차 같진 않죠?
조 검사: 네?
김 반장: 후후후……. 탁 문배 입건 할 때 압류된 차에요……. 잠복하고 미행할 땐 너무 경찰차 같은 건 안 좋아요…….
미끈한 드라이브.
잘 생긴 계기판…….
김 반장: 차가……. 끝내주네. 진짜……. 그런 자식이 이런 차를 탄다는 게 기분이 좀 더럽지만요…….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
조 검사: 글쎄 얼마나 할까?……. 한 일억은 넘겠죠?
김 반장: 예? 내 몇 년 치 연봉이야? 세상 참 뭐 같네. 확 가다가 긁어버릴까…….
둘. 웃는다.
씬 59. 아지트 앞.
킬러들 나온다.
김 반장, 고개를 숙인다.
조 검사: 썬팅 된 거예요……. 안 보여요.
김 반장, 다시 자세를 잡는다.
김 반장: 맞는 거 같은데요.
킬러들 다 같이 한차를 타고 움직인다.
조 검사: 저 친구들이 다일까요?
김 반장: 글쎄요…….
하연이가 문을 잠근다.
킬러들 차에 오른다.
상연 앞자리에 오른다.
그리곤 차가 출발한다.
조 검사: 반장님, 저 차 좀 부탁해요.
김 반장: 검사님요?
조 검사: 오랜만에 담 좀 타볼까요…….
조 검사 씨익 웃는다.
씬 60. 도로/달리고 있는 킬러들의 차안.
상연, 동전 폭탄을 만지작거리며 작동하는 연습을 하고…….
뒤에 앉은 정우는 새로 받은 총을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그 옆의 하연이가 정우가 만지는 총을 바라본다.
재영, 눈이 백미로 간다.
뒤에서 오는 검은 차.
재영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재영 핸들을 돌려 회전한다.
상연: 왜, 이쪽으로 가?
재영 자꾸 시선이 뒤차로 간다.
뒤차 따라 돈다.
재영: 형, 누가 자꾸 엉기는데. (킬러들 . 뒤돌려하자) 뒤보지 마.
재영, 슬쩍 사이드 미러를 움직이며 상연의 시선에 맞춘다.
상연의 눈에 들어오는 뒤의 검은 자동차.
정우: 경찰이니?
상연: 경찰 치곤 차가 좀 좋지?
재영: 렌트도 아닌데……. 너무 고급이지?
상연 뒤차의 번호판을 읽는다.
상연: 서울65 너 5846.
정우, 팬으로 자신의 손에다가 적는다.
상연: 가다가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 봐.
차는 모퉁이를 돌아 일방통행이라 진입금지라고 써져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상연: 세워, 들어오니?
그러자 뒤차도 들어오려다가 발각되었음을 느꼈는지 재빨리 사라진다.
재영: 튀었다. 눈치 챘나?
상연: 그냥 있어.
킬러들의 차 정지한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 상향등을 켜고 크락션을 울린다.
주위를 본다.
맞은편 차의 운전자는 욕설을 퍼붓는다.
“야 미친 놈 들아 일방이라고 써 있는 거 안보여 죽여 벌라…….”
재영: 갔나?
상연: 대기해.
상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상연, 앞차로 다가가 욕을 퍼붓던 사내의 멱살을 잡고 머리통을 창문 밖으로 끄집어내서 주먹으로 몇 대 먹인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본다. 머리통이 부쉬진 사내는 기겁을 하며 우는 소릴 낸다.
사내: 일반 통행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꾸로 오시니까 제가 뭐라 그런 거죠……. 법규만 안 지키면 시민정신에 어긋나잖아요. 그리고 사실 아저씨가 딱지 끊길까봐 제가 어서 되돌아가세요 라고 그런 뜻에서 그런 거죠…….
상연, 주위의 구석구석을 보며 관찰한다.
차안의 킬러들도 엄호를 준비한다.
상연,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 반응이 없는걸. 확인한 뒤.
상연: (사내에게) 후진 중이에요.
상연 차에 탄다.
차 재빨리 후진한다.
씬 61. 아지트 안.
조 검사 몰래 들어와 있다.
텅 빈 아지트.
이리저리 살핀다.
씬 62. 아지트.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저 평범한 집.
조 검사 거실로 들어와 이리저리 살피다가 냉장고를 연다.
음료수 몇 병……. 그리고 탄알과 콤포지션 뇌관으로 보이는 폭약 종류 몇 개.
조 검사 씨익 웃는다.
자기 권총을 꺼내어 그 권총에 맞는 탄알을 꺼내어 장전한다.
조 검사 컴퓨터실로 들어간다.
모니터 이상한 도형들을 본다.
조 검사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상담실로 들어간다.
서류들……. 책상위 문서…….
거기서 몇 가지 일정이 적힌 메모…….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 글씨다.
그 메모를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옆에 놓인 사진첩. 본다.
의뢰인들과 찍힌 사진들을 본다.
하나하나.
조 검사 사진 보는 모습.
씬 63. 도로/차 안.
계속 운전한다.
차안의 킬러들 모두 분위기가 무겁다.
재영, 눈이 백미로우로 간다.
다른 이들도 주위의 다른 차들을 본다.
상연 기분이 나쁘다.
상연: 신경 쓰지 마라.
정우: 오늘 일……. 그냥 해?
상연: 괜찮아, 예정대로 해.
씬 64. 도로.
차가서고 정우가 내린다.
상연, 정우를 바라본다.
상연: 조심해라.
정우. 고개만 끄덕인다.
하연도 정우를 바라본다.
하연의 시선은 정우가 그녀를 죽이지 못할 것을 아는 것 같은 얼굴이다.
씬 65.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서 리허설이 한참이다.
배우와 연주자들 무대에 돌아다니며 연습을 하고 있다.
극장의 조명 기들과 전선들……. 스텝들의 분주한 이동…….
그러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킬러들의 시선.
킬러들. 극장 작업자들의 복장과 다른 의상으로 약간 변장되어 있다.
상연, 배우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다.
재영, 손바닥만 한 망원렌즈로 이곳저곳을 비추며 돌아다닌다.
하연, 천장의 조명기와 전선들의 배열을 본다…….
킬러들은 흩어져서 자신이 책임져야할……. 구역과 파트를 보고 있다.
누굴 어떻게 죽이려는 걸까…….
킬러들은 서로 눈짓들을 주고받으며……. 부드럽게 이동한다.
씬 66. 화이의 아파트 앞.
정우, 멍하니 화이 아파트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 움직임도 못하고…….
씬 67. 경찰서/암호 해독실.
진 형사, 김 반장 문 앞에서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한심하고 무료한 표정.
진 형사: 조 검사님은요?
김 반장: 어. 잠복중이셔…….
진 형사: 검사도 잠복해요?
김 반장: 그 양반이 책상 검사니?
사이.
진 형사 얼굴이 뽀루퉁해져 있다.
진 형사: 저 왕따에요?
김 반장: 무슨 소리야?
진 형사: 조 검사님 하고 무슨 일하고 계신 거예요?
김 반장: 아니야……. 뭐 좀 걸리는 놈들이 있어서 뒤 좀 캐는데. 아직. 특별한 거리가 없어서…….
진 형사: 그거 캐는 건 2인용이에요?
김 반장: 응, 2인용도 널럴해.
김 반장……. 시계를 한번 보더니…….
김 반장: 늦네……. 저기야 이거 해독 나오면 조 검사님 책상 서랍에 넣어 놓고……. 나중에 보고해 주라.
김 반장 나간다.
씬 68. 아지트.
저녁식사.
아무 말 없이 침묵 속에서 밥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모두의 시선은 정우를 힐긋 본다.
또 일을 실패하고 왔음을 안다.
상연: 너무 힘들면……. 재영이가 하고…….
정우: (화들짝 놀라며) 형. 왜 이래? 쪽 팔리게……. 밥 먹어. 맛있잖아.
모두 불안한 얼굴.
씬 69. 아지트 앞/골목.
하연, 하얀 보자기를 들고 나온다.
모퉁이에 여일이가 서 있다.
하얀 반찬 보자기를 여일에게 준다.
여일: 맛있데?
하연: 응…….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
여일: 하긴……. 그런 일 하려면 많이 먹어야지.
하연: 우린 정말 그런 사람들 아니라니까…….
여일:……. (잠시 침묵) ……. 너도 총 싸봤어?
하연: 난 안 쏴. 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여일: 내일 아침도 싸올까?
하연: 하지 마. 걸리면 난리나. 넌……. 학교 안가?
여일: 방학이야. 학교 안 다녀봤어?
하연: 너 몇 살인데 나한테 자꾸 반말해?
여일: 미안해. 그냥 이게 편해서……. 참아.
하연. 할 말 없다.
여일을 바라보는 뒤쪽의 누군가의 시선.
조 검사다.
하연 일어난다.
하연은 사라진다.
여일, 혼자 걸어간다.
조 검사 하연이 간걸 확인하고 여일을 뒤쫓는다.
여일에게 다가가는 조 검사…….
여일 자연스럽게 걷다간 갑자기 파출소로 획 들어간다.
놀라는 조 검사.
곧장 경찰들 몇 명이 나온다.
경찰: (조 검사에게) 당신 이리 와봐. 당신, 뭐야?
조 검사: 네?
여일 나온다.
여일: (조 검사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절 계속 쫓아 왔어요.
조 검사 헛웃음…….
씬 70. 근처 공원.
조 검사와 여일 앉아 있다.
조 검사: (뭔가 애길 꺼내려고) 어…….
여일: 커피 드시죠?
여일 일어나 자판기의 커피를 뽑는다.
조 검사, 담배를 어설프게 문다.
여일 커피를 뽑아다 주며…….
조 검사: 그래, 고맙다. (한 모금 마시고) 블랙을 좋아하니?
여일: 아니요……. 제껀 밀크인데……. 그건 잘못 눌렀어요.
조 검사: 그래, 너 정말로 그런 일을 당했으면 그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해. 분명히 죄를 지었으니까……. 근데 경찰에 왜 신고를 안 하지? 그게 더 편할 텐데. 챙피해서…….
여일 고개를 젓는다.
조 검사: 그럼?
여일: (조 검사를 바라본다.)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요. 경찰은 그 사람을 죽이진 않을 거잖아요.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조 검사……. 뭐라 할 말이 있을까…….
씬 71. 성당/아침.
늘 봐도 볼 때마다 웅장한…….
고해 성사일 앞엔 정우와 재영이가 줄을 서 있다.
정우: 들어가서 뭐라고 그래?
재영: 그냥……. 죄를 고백하는 거야? 몇 명 죽였습니다. 뭐 그런 거…….
씬 72. 고해 성사실.
신부 칸.
이미 누군가가 맞은편에 와있는지……. 신부 얼굴 한숨 가득이다.
신부: 그래……. 일이 많군요. 며칠 안 되서 온 걸 보니…….
재영: 아, 네……. 오늘은 꼭 누굴 죽여서 온건 아니구요…….
신부: 아니, 아무도 안 죽였으면 왜 오셨습니까?
재영: 아니……. 꼭 누굴 죽여야만 오나요?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사람 죽여서 온 사람들이 많나요?
신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형제님이 원체 자주 죽이시니까…….
재영: 그냥 사는 게 죄라는 생각이 들어요. 살면서 내가 모르고 짓는 죄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들…….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슬픔을 주었을까 생각하면 그게 다 죄죠.
신부, 아니 이 친구가 제 정신으로 돌아왔나?
신부: (진지하게)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앞으로는 그렇게 생활과 일상을 번성하는 맘으로 살면 좋습니다. 그런 게 어쩌면 참되 신앙인의 생활이죠. 보석은 늘 하던 데로 하시고……. (웃으며 다정스럽게) 주일 미사 거르지 마시고…….
재영: 네……. (밝은 얼굴로 나간다.)
신부: 후후…….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구만…….
맞은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인기척…….
신부, 맘가짐을 다시 정숙히 잡는다.
신부: 네……. 죄 고백하시고요…….
정우: 사람을 죽였습니다.
신부, 얼굴 이상해진다.
구멍으로 삶 얼굴 다시 확인해본다. 갔는데?
신부: 에?
정우: 뭐 하는 일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격주로 나눠서 한 달에 한 서너 명 정도 죽이죠…….
신부: 저……. 혹시 바로 앞에 들어왔던 분하고 친한 사인가요?
정우: (밝은 표정) 아……. 예. 친군데요. 사실 전 그 친구만큼은 많이 안 죽이죠. 아무래도 파트가 틀리니까…….
신부 갑자기 고개를 숙인다.
정우 작은 창구로 이상한 흐느낌을 듣곤 엿본다.
아~ 신부가 우나보다.
내말이 슬퍼나?
씬 73. 경찰서.
조 검사 들어온다.
조 검사……. 경찰서 안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경찰서 안의 직원 동료들 조 검사 눈치를 보고 있다.
조 검사. 자신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탁 문배를 발견한다.
탁 문배 앞 테이블엔 커다란 과일 바구니가 있다.
탁 문배, 몸을 돌린다.
탁 문배: 어이구, 검사님 오셨습니까?
조 검사: (아래위를 홀기며) 뭐냐? 수갑 안차?
탁 문배: 아, 뉴스 안보셨습니까? 어제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찾아뵈러 온 겁니다. 기특하지 않습니까?
자길 잡아넣은 검사를 찾아와 인사드리는 예의.
그만큼 저한테 잊지 못할 분이시라서…….
조 검사: (화가 나지만 내색은 안 한다.) 과일……. 사온거야?
탁 문배: 아……. 네. 빈손으로 올 수 있나요? 검사님 뵈러 온 건데…….
조 검사 과일 하나를 집어 우걱우걱 씹는다.
경찰서 안 모든 사람들……. 둘의 마주침에 시선이 집중…….
조 검사……. 과격하리만큼 과일 심하게 씹어댄다. 그러다가.
조 검사: 가만, 진 형사. 이것도 뇌물 아닌가?
진 형사: 그렇 수 있죠…….
조 검사……. 아차, 한 듯한 표정으로 입안에 있는 걸……. 고스란히 과일 바구니에 뱉어낸다.
조 검사: 먹으면 안 되겠다. 가지고 가라.
탁 문배: (열 받은 얼굴) 후후후. 검사님 저요. 무죄랍니다 형사들이요……. 막~ 질문을 하길래 막 대답을 했거든요. 그러더니 무죄! 그럽디다. 후후. 대한민국! 아직 괜찮은 나랍니다.
검사: 가라…….그리고 축하한다. 감옥에서 죽게 하려고 3년이나 발버둥 쳤는데……. 안 도와주는구나.
탁 문배, 조 검사 시선싸움. 그러다가 탁 문배……. 과일 바구니를 들고 돌아 나간다.
조 검사 가는 탁 문배를 본다.
그 옆으로 진형사가 다가온다.
진 형사: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는 좋은 나란가 봐요. 저란 인간이 저렇게 멀쩡히 나오는걸 보면…….
조 검사……. 어금니를 꽉 문다……. 그리고 한숨.
조 검사: 나……. 오늘 못 들어올 거 같아…….
진 형사: 잠복이요?
조 검사, 씨익 웃는다.
씬 74. 경찰서 앞.
조 검사 나오는데……. 앞으로 탁 문배의 차가 지나간다.
조 검사 차를 향해서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빠……. 앙.
씬 75. 탁 문배의 차안.
탁 문배와 그의 심복 (처음에 의뢰인으로 나온 사내) 뒷자리에 타있다.
탁 문배, 과일 바구니에 담긴 과일을 우걱우걱 먹는다.
탁 문배는 조 검사에게 열이 받아 있는 얼굴.
사내: 아무튼 큰 고비는 넘긴 거 같습니다. 뒤처리는 깔끔하게 됐으니까 맘 놓으셔도 되실 겁니다.
탁 문배: 그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야? 이거 술이라도 한잔 대접해야 되지 않나?
사내: 안 마실 겁니다. 아마…….
탁 문배: 왜? 우너래 술 안 마시나? 그러면 돈이라도 좀 주지……. 아니면 괜찮으면 밑에 와서 일하라고 그래?
사내: 안 할 겁니다. 아마…….
탁 문배……. 사내를 힐끔 쳐다본다.
씬 76. 화이가 다니는 백화점.
화이, 식품 코너에서 이것저것 고른다.
그녀의 발목……. 그녀의 얼굴.
화이의 쇼핑카드에서 어떤 손 하나 화이가 담은 봉투를 다시 빼낸다.
화이, 진열대를 지나 그 끝 즈음에 도착할 무렵 반대편에서 정우, 불쑥 나타나며.
정우: (아까 훔친 봉투를 주며) 저기요……. 이거 흘리셨는데요.
화이: 고맙습니다. 어,……. (정우를 알아보곤) 안녕하셔요?
정우: 아……. 저희 앞집에 새로 이사 오셔서 저한테 떡까지 주셨던…….
너무 세밀하게 말한다.
화이: 장보러 오셨어요?
정우: 네, 뭐 좀 살게 있어서…….
씬 77. 화이 아파트/엘리베이터.
정우와 화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문이 닫힌다.
둘. 침묵.
사이.
정우: 몇 층……. 가시죠?
화이: (헉) 15층…….
정우: (내가 왜 이러지?) 아. 그렇죠.
사이.
정우: 저도 15층인데…….
화이. 웃는다.
정우도 웃는다.
내 농담도 먹힌다. 야호.
씬 78. 화이집 문 앞.
엘리베이터에 나오는 둘……. 약간의 머뭇거림…….
화이: 들어가세요…….
정우: 네……. 먼저 들어가셔요……. 저는 남잔걸요. 가시는 서 보고 들어갈게요.
사이…….
화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정우가 문고리를 잡고 못 열고 있는 것을 본다.
정우, 화이의 시선을 의식해서……. 주머니를 뒤지며…….
정우: 가만……. 열쇠를 어디다가 뒀지? 아, 어디다 흘렸나?
화이: 없으세요?
정우: 네? 아. 네 제가 원체 뭘 잘 잃어버려서……. 들어가셔요. 전 제 친구가 올 때까지 잠깐 기다리면 되요.
화이: 괜찮으시면……. 들어와서 차 한잔하면서 기다리세요 추운데…….
정우: 아니에요.
화이: 괜찮아요.
그때, 문안에서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정우 화이를 밀며 들어간다.
정우: 아. 네. 그럴까요……. 차 마시기엔 저희 집 보다 행걸 나을 거 같네요.
둘, 들어간다.
씬 79. 화이의 아파트.
둘, 커피 잔을 들고 있다.
정우, 계속 배에 신경이 쓰인다.
정우: 애기……. 아직 모르죠? 딸인지 아들인지?
화이: 딸이에요.
정우: 어. 예쁘겠네……. 의사선생님이 가르쳐 줬어요?
화이: 아니요. 그냥 느낌이 딸 같아요.
정우: 아……. 네…….
사이.
할 말이 없는 정우. 무슨 말을 할까?
정우: 바깥선생님은……. 어디 가셨나봐요?
화이: (대답하기 싫은 듯 곧장) 애기 이름도 지어놨어요.
정우: (과장되며 놀란 척) 벌써요?
화이: 화 이.
정우: 아~……. 화이요. 이쁘네.
화이: (기쁘다.) 이쁘죠?
사이.
화이: 제 이름도 화이에요.
정우……. 헉! (조크인가?)
사이.
정우 베란다에 있는 작은 화분에게 시선이 간다.
정우: 어, 도련 화네. 이 꽃 좋아하세요? 이 꽃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꽃 피우기가 하도 힘들어서…….
화이: 꽃 좋아하세요? 가지세요. 정말로 꽃이 참 안 피더군요.
화이. 음악을 튼다.
화이: 춤 출줄 알아요?
정우: 네……. 아니오,……. 전.
화이: 우리 애긴 춤추는 거 좋아해요. 이 음악을 틀어놓고 내가 춤추면 애기도 좋아해요.
정우의 손이 화이를 잡는다.
화이의 어깨에 한 손이 화이의 발이 스텝을 밟는다.
정우의 어설픈 스텝이 그녀를 따라 움직인다.
정우의 어깨에 화이의 얼굴이 조금씩 묻힌다.
화이의 눈엔 이유를 알 수 없는 방울이 맺힌다.
정우……. 화이의 머리를 느낀다.
그러다간……. 눈을 지그시 감는다.
영화는 스케치 인서트가 된다.
인서트.
달이 이동하는 그림…….
심야 라디오 방송…….
도심, 사람들이 없어지고 간판 등이 꺼지는……. 이 인서트는 후에 반복된다.
씬 80. 아지트/거실.
재영이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탄알과 장비들을 꺼내어 정리한다.
그러다간 멈칫하며 탄알을 본다.
손가락을 움직여 숫자를 확인하는데 뭔가 잘 안 맞는다.
씬 81. 아지트/하연의 컴퓨터 실.
하연이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커져 있는 모니터로 카메라가 다가간다.
씬 82. 아지트/상연방.
상연, 책상에 앉아 골똘히 뭔가 생각한다.
누굴까?
그의 테이블 위엔 오페라 하우스 무대 미니어처가 있다.
상연, 그 미니어처를 보며 계획한다.
그때, 하연 들어온다.
하연: 형, 잠깐만 와봐.
씬 83. 컴퓨터실.
모니터에 떠다니는 글씨.
be careful, your back 자막 - 너의ㅡ등 뒤를 조심해라.
상연, 어금니를 문다. 화난다.
하연: 화면보호기를 누가 바꿔놨어.
재영: 네가 써 놓은 거 아냐?
상연: 이 집에서 영어로 뭐라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다른 건?
재영: 총알이 하나 비는데……. 혹시 형, 탄창…….
상연: 여덟 발이야.
재영: 어……. 이상하네…….
상연: 정우, 전화해봐. 더 가져갔나?
재영: 어.
상연, 뭔가 찝찝하고 불길한 예감에 쌓인다.
재영, 전화하고 있다.
재영: 형, 전화가 안 되는데…….
시간이 경과 된 상황
테이블위엔 영한사전이 놓여 있고: be careful, your back 이란 문장이 직역되어 있다 존재하다, 주의 깊은, 당신들의, 과거.
재영: 당신들의 과거를 주의 깊게 존재하라? 이게 무슨 의미일까?
상연: (심각하게) 옛날을 돌아 보라라는 말 같은데…….
상연 시계를 본다. 얼굴이 상기된 채 조금은 화가 나려고도 하는 얼굴.
하연도 시계를 슬쩍 보다간 상연의 얼굴을 본다.
재영도 상연의 눈치를 본다.
하연: 밥 차려 줄까?
상연: (고개를 젓는) 전화 없었지?
하연: 어. 배 안 고파?
상연: 전화해도 안 받아?
하연: 어…….
재영: 형, 누가 지금 우리가지고 장난치는 거 같지 않아?…….
그때, 정우 화분 하나 들고 들어온다.
정우. 상연 하연 일어난다.
상연. 성질난다.
정우……. 기분 괜찮게 들어왔다가 안의 공기를 느낀다.
정우: 미안해……. 좀. 늦었어.
재영: 야, 넌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주던가. (손에든 화분과 몰골을 보곤) 너 레옹이냐? 이건 뭐냐?
재영. 창밖을 슬쩍 보다간…….
상연: 여자는?
정우: 어…….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더라……. 임산부는 처음이라서 조금만 더 시간을 좀…….
상연: 후. 오늘 총알 몇 발 가져갔니?
정우: 응?
상연: 탄창에 몇 알 들어있냐고?
정우,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다간……. 거실 서랍을 연다.
거기서 총을 꺼내 탄알을 센다.
상연, 정우가 총을 가져가지도 않은 것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정우: 맞는데……. 여덟 발…….
상연, 갑자기……. 정우 얼굴에 주먹을 먹인다.
정우 나뒹군다.
화분,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재영과 하연……. 말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
상연 계속해서 정우를 두들겨 팬다.
정우 맞다간 참질 못하고 폭발한다.
정우: 그래……. 못 하겠다……. 씨발 (울면서 절규하듯) 이름도 지어놨는데……. 애, 이름이 엄아 이름하고 똑같은데 그걸 어떻게 죽이니! 내가 이렇게 붙잡고 춤추는데……. 애가 발길질하는 게 나한테 느껴지는데……. 그걸 어떻게 죽이냐? 형 같으면 죽이겠나!
상연: 나라면 해. 나라면 죽여. 보고 싶나? 보여 줄게…….
상연 나가려한다.
하연 옆에서 보고 있다간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하연: 하지 마! 그만해!
상연과 정우 재영 모두 동작을 멈추고 정지된다.
하연의 이어지는 내레이션.
하연: 이러면 안 된다. 정우 형은 지금 당연한 일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 폭력은 나쁜 것이다.
하연 계속 절규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
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양만 보인다.
하연의 내레이션을 하는 동안 등 돌리고 있던 정우의 어깨가 들썩이고 재영은 손으로 우는 듯이 얼굴을 가린다.
하연: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에게 나의 주장을 내뱉었다. 형은 아무 말도 못했고 내 절규를 듣던 정우형. 재영이형은 감격스러운 맘을 참지 못하고 울었다.
씬 84. 킬러들의 아지트.
상연의 방.
상연이가 벽에 걸린 작은 액자들을 보고 있다.
액자들엔 지금까지의 의뢰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재영이와 하연이가 그 뒤쪽에 앉아 있다.
상연: 정우는?
재영: 잠들었어…….
상연: 약 바르고?
재영: 지가 바르고 자던데…….
상연: 너도 그 여자 봤니?
재영: 애기만 들었지…….
상연: 예쁘데?
재영: 응. 예쁘데. 지눈에 안경이지 뭐.
상연: 그렇겠지.
살짝 미소를 짓는 상연.
벽의 액자 하나를 가리킨다.
상연: 이 사람 기억나? 심장마비.
재영: (웃는다.) 왜 안 나겠어. 세상에 심장마비로 죽여 달라니 그걸 어떻게 죽여.
상연: 후후후……. 그래도 해 냈잖아…….
재영: 하하하……. 어휴……. 말을 안 해서 그랬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생사람을 심장 마비로 죽이려고 귀신분장에 칼 들고……. 후후후.
상연: 후후후 (벽의 다른 액자를 가리키며) 이 사람도 기억나지? 경부 고속도로…….
재영: 최고였지……. 아마 우리 한 일 중에 가장 완벽했지…….
상연: 그래 그럴 거야…….
재영: 난 어디가면 자랑한다니까……. 고속도로에서 삼십 중 추돌 사고가 났는데……. 사람 한 명 죽었다.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
둘……. 웃다가 다시 약간의 침묵.
상연: 우리.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다. 그지?
재영: 정우, 그 여자 좋아하나봐…….
상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자식은 왜……. 여자를 좋아할까?
다시 웃는다. 그리곤…….
옷을 챙긴다.
상연: 갔다 올게…….
상연 나간다.
가는 상연을 보는 하연.
하연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하연: 우리 단 한번 의뢰 받은 일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단 한명의 의뢰인도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씬 85. 도로.
상연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간다.
씬 86. 어느 건물.
상연, 건물로 들어간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건물 안.
하연: (내레이션) 형은 오늘 처음으로 의뢰를 실패 할 것이다. 그건 형에게 모욕적인 일 일수 있다, 형은 그런 모욕을 참고 의뢰를 사양하기로 맘먹었다. 왜나면……. 원래 그렇다.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다. 모욕도 참고. 고통도 참아내는 거다.
씬 87. 건물의 어느 층 복도.
고급 층.
어느 사내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사내, 화이의 남자이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안으로 온다.
그때, 따라 오르는 상연.
씬 88. 엘리베이터 안.
상연과 사내, 둘만 타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다.
정적.
상연: 우편물 받은 사람입니다.
사내: 뭐요?
상연: 의뢰를 받은 사람입니다.
사내: 아니……. 이봐……. 여길 어떻게…….
상연: 죄송합니다. 이번 의뢰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할 수가 없겠습니다. 여기 금액하고 서류에요.
사내: 이 새끼들이 누굴 놀리나……. 야,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래? 그리고 못 해? 야. 그러고도……. 니들이…….
순간, 상연,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정지시키며……. 엘리베이터를 멈춘다.
그리고 주먹을 사내에게 먹인다.
상연 주먹이 남자의 이빨에 맞았는지……. 상연의 손등엔 약간의 상처가 생긴다.
붉은 피…….
사내 쓰러진다.
씬 89. 복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상연이가 나온다.
주먹에 약간 흐르는 피를 털털 털어낸다.
나온 상연은 복도를 따라 주욱. 걸어 나간다.
하연: (내레이션) 우린 킬러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인다. 킬러는 의뢰인이 간절히 원하는 부탁을 들어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가끔은 원칙을 어길 때가 있다. 원칙을 거길 때는 그럴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형은 오늘 아주 훌륭한 명분으로 어겼다.
복도 저편으로 걸어가는 상연의 모습에서 영화는 F. O 지금부터 보여지는 몇 씨퀀스는 앞에서 보았던 장면과 동일한 시간 구성이다.
씬 90. 화이의 아파트 앞.
조 검사 정우가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다.
정우는 한손에 화분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화이집 쪽으로…….
중간에 들리는 소리와 보이는 그림 인서트.
앞에 나왔던 것들이다.
인서트.
달이 이동하는 그림…….
심야 라디오 방송…….
도심, 사람들은 없어지고, 간판 등이 꺼지는…….
씬 91. 화이집 문 앞.
딩동.
문이 열린다. 조금.
안전장치가 다 열리지 않고 문틈으로 열린다.
화이, 얼굴을 내민다.
화이: 누구?
조 검사: 어. 경찰입니다.
화이: 그런데요…….
조 검사: 조금 전에 만났던 친구……. 있죠? 누군지 아십니까?
화이: 왜요?
조 검사: 왜나면……. 경찰이 어……. 궁금해 하는 사람이거든요……. 오늘 처음 만났습니까?
화이: 그런데요.
조 검사: 어. 저기 이 문 좀 열고 말하면 안 되겠습니까?
화이: 지금도 잘 들리요……. 왜 그러시죠?
조 검사: (화난다.) 좋아요……. 하나만 말씀 여쭙겠습니다. 혹시 누가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있습니까?
화이 얼굴이 사색이 된다.
화면은 점프되고 문은 고스란히 열리지 않고 틈새……. 사이, 그 사이로 음료수 잔이 옮겨진다.
화이: 드세요.
조 검사: 고맙습니다.
화이: 추우세요?
조 검사: 네? 아……. 네……. 조금……. 요 괜찮습니다.
화이: 팔소매를 이렇게 내리세요.
조 검사: (좋은 방법이다.) 네?……. 아네.
사이.
화이: 우리 아기를 죽이려는 거예요. 우리 아기를 미워하는 남자니까…….
조 검사: 둘 다 죽일 거예요……. 그 친구는 그런 일을 하는 친구니까…….
화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
조 검사: 걱정 마세요. 그 친구는 잡힐 겁니다. 그리고 애기 아버지도 감옥에 가게 될 거에요. 어차피 우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화이: 그 사람이 없어져도 세상 어디엔 가는 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남아있겠죠?
조 검사: ……. (화이를 본다. 열린 틈으로)
화이: 경찰 아저씨 애기 아빠한테 가서, 우리 아기 죽이지 말라고 부탁해 주세요.
조 검사: (화난 목소리로) 저기요……. 경찰은요……. 그런 거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저희는 잡는 사람이지. 나쁜 짓 하지 하라고 부탁은 안 합니다.
화이: (조 검사) 그래도……. 좀 하세요.
조 검사……. 할말이……. 별로……. 없다.
그냥 화가 난다.
씬 92. 도로/조 검사의 차안.
조 검사 신경질 적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그의 심기는 알 수 없는 분노스러움으로 차있다.
씬 93. 마성 톨게이트.
톨게이트에서 수표를 하는 이……. 상연이다.
차량 이동이 드문 시간과 지역…….
시계를 힐끗 본다.
책상 위의 사진과 동전크기의 폭발물.
상연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다.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낮에 자신들을 뒤쫓았던 차와 아지트의 흔적들.
그때, 작은 수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하연이의 소리다.
하연: 추워.
상연: 아니. 괜찮아.
하연: 내가 지금 춥다고…….
상연: 금방 끝날 거야. 조금만 참아…….
하연: 난 왜 만날 이런 거만 해?
상연: 뭐?
씬 94. 톨게이트 조금 전 도로.
하연이가 가드레일에 앉아 있다.
손엔 차량 번호와 차종이 적혀 있다.
추워서 바들바들 떠는 모습.
하연: 난 언제 총 쏴?
상연: 나중에…….
사이.
아무 말 없는 둘…….
하연 주머니에서 몰래 가져온……. 총을 꺼내 만지자 거린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하연: 아버지 기억나?
상연: 응.
하연: 아버지 얘기해줘.
상연: 또? 많이 해줬잖아.
하연: 해줘. 추워서 그래……. 내 이름 아버지가 지었지?
상연: 응.
하연: 형하고 나 사이에……. 한명 더 있었어?
상연: 그게 무슨 소리야?
하연: 주 씨 아저씨가 그러던데……. 형 이름이 상연이고 내 아름이 하연이고……. 중간에 중연이라고 있었다고…….
상연: 상 중 하? 후후후……. 거짓말이야.
하연: 뻥이야? 피……. 아버지. 돌아가실 때 형한테 뭐랬어? 유언 같은 거. 없었어.
상연: 후후……. 애기해줬잖아.
하연: 달리기 잘하라고? 후후……. 그게 다야…….
상연: 응……. 그게 다셨어. 사내놈은 자고로 평범한 걸 잘해야 된다고……. 특히 주먹 쓰는 놈들은…….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팔굽혀펴기…….
하연: 형 아버지는 참……. 이상하신 분 같아.
상연: 후후……. 너희 엄마 남편이란 비슷하지…….
하연도……. 씨익 웃는다.
추위가 없어진 듯한…….
그때. 헤드라이트 하나가 온다.
그리고 획 지나간다.
하연: 형. 동그라미 삼등분 한 게 벤츠야?
씬 95. 톨게이트.
상연 준비한다.
언덕배기에서 불빛과 함께 차가 온다.
동그라미가 삼등분 된 벤츠마크.
잔돈을 준비하는 상연.
차 다가와 유리가 열린다.
사진 속의 남자. 맞다. 그다.
그……. 핸드폰 통화중이다.
오른손으로 통화를 하며 왼손으로 표를 건넨다.
상연 표를 받고 잔돈 영수증과 함께 동전 폭탄을 돌려서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그, 핸드폰 왼손으로 옮겨 받고 오른손을 내민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게 아닌데.
상연. 주지도 못하고 정지되어 있다.
그, 받으려고 내민 오른손에 아무것도 안 쥐어지자 상연을 본다.
느린 화면…….
상연 이와……. 그…….
그냥 서로 시선만 바라본다.
침묵, 상연……. 자신의 손이 짧은 것처럼…….
조금 당겨서 그의 손과의 거리를 넓힌다.
상연: ‘그러면 왼손으로 받으러 오겠지?’
그, 덩달아 몸을 유리창 밖으로 조금 내밀며 약간 기분 나빠진 얼굴로 끈기 있게 오른손을 뻗어 잔돈을 받으려 한다.
둘의 그런 움직임 느린 화면으로 제법 서정 있게 펼쳐진다.
그런 서정을 깨며 들려온 ‘ 탕 ’ 총소리.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의 왼손에 정확히 박히며 그의 왼손도, 들고 있던 핸드폰도, 날아 가버린다.
상연 고개를 들면 그 앞에 총을 내리는 하연 서있다.
씬 96. 도로/밤.
킬러들의 차안.
상연과 하연이가 타고 있다.
상연 무거운 얼굴이다.
하연 이는……. 상연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하연: 미안해…….
상연: 총 어디서 났어?
하연: 정우형이 빌려줬어…….
상연: 그럼 정우는?
하연 대답을 못한다.
상연 얼굴이 일그러진다.
씬 97. 아지트 밤.
손에 화분을 든 정우가 문에 서 있고…….
재영: (손에 든 화분과 몰골을 보곤) 너 레옹이냐? 이건 뭐냐?
상연: 여잔?
정우: 어…….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더라……. 임산부는 처음이라서 조금만 더 시간을 좀…….
상연: 후……. 오늘 총알 몇 발 가져갔니?
정우: 응?
상연: 탄창에 몇 알 들어있냐고?
정우,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다간……. 거실 서랍을 연다.
거기서 총을 찾는다.
정우: 어, 아까 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그지? 아까 봤잖아?
상연, 한숨을 쉬더니…….
들어가려다가 다시 뒤돌아 갑자기…….
상연……. 정우의 얼굴에 주먹을 먹인다.
정우 나뒹군다. 화분,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재영과 하연. 말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
상연 계속해서 정우를 두들겨 팬다.
정우 맞다간 참질 못하고 폭발한다.
정우: 그래……. 못하겠다……. 씨발 (울면서 절규하듯) 이름도 지어놨는데……. 애, 이름이 엄아 이름하고 똑같은데 그걸 어떻게 죽이니! 내가 이렇게 붙잡고 춤추는데……. 애가 발길질하는 게 나한테 느껴지는데……. 그걸 어떻게 죽이냐? 형 같으면 죽이겠나!
상연: 나라면 해. 나라면 죽여. 보고 싶나? 보여 줄게…….
상연 나가려한다.
하연 옆에서 보고 있다간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하연: 하지 마! 그만해!
상연과 정우 재영 모두 동작을 멈추고 정지된다.
하연: (앞에서 안 들렸던 하연의 절규가 시작한다.) 모르겠어? 정우형은 지금 사랑하는 거야! 형은 몰라. 사랑이란 그런 거야! 한없이 영롱하고 투명한 거야. 그 투명함은 어떤 시기와 질투 미움과 분노도 다 이길 수 있는 거야!
하연의 절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유치찬란하다.
얘길 듣던 정우의 어깨 들썩인다.
얼굴을 보면 그렇게 맞던 와중에도 기가 차는 듯 웃음이 나와 들썩인다.
재영도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는다.
상연 어이가 없는 듯 무표정.
이어지는 하연의 절창.
하연: (감격스런 절규에 자신도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누구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거야. 그게 바로 위대한 사랑의 힘이야. 형은 몰라! 정우형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정우형은 지금 스스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노래한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씬 98. 어느 건물.
고층의 건물의 외경……. 조금은 고급스러운 건물.
씬 99. 건물 안/어느 집무실.
화이의 남자와 어떤 여자가 있다.
여자는 비서로 보인다.
둘은 한바탕 관계가 끝났는지……. 남자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고…….
여자는 속옷 차림에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남자: 택시 타고 들어가라…….
여자: 우린 언제쯤에나 같이 나가?
남자: 왜? 같이 나가고 싶어서? 팔짱 끼고?
여자, 남자에게 다가온다.
여자: 내가 아기를 갖는다면 그 아이가 당신의 첫 아기였다면 좋겠어. 그 여자가 당신 아기를 배고 있다는 게 사람 미치게 만들어…….
남자: 미치지 마. 그 여자도 아기도 얼마 안 있어……. 없어 질 거야…….
남자, 씨익 불쾌한 미소를 짓고……. 나간다.
씬 100. 복도.
집무실을 나온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엘리베이터를 탄 남자.
옆엔 이미 상연이가 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