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의 프로필 A : 유아교육과 전공하고 80년대부터 보육교사를 시작했다. 현재 남동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에 있다. B : 97년부터 어린이집을 시작해 올해 18년째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다. 보육교사 교육원 1년 과정을 거치고 3급부터 시작을 했고, 월급원장 경력도 있다.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 근무 중이며, 현 직분은 주임. C : 유아교육 전공하고 2급부터 시작했다. 현재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 근무 중이다. 올해 6년째 경력의 중견 보육교사다. D :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작년부터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시작한, 아직 2급의 초년생 교사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쉴 시간이 보장되나? 아이들을 돌보려면 일단 본인 정신건강이 중요할 텐데. A : 밥 먹을 때도 애들하고 먹어야 하니 사실상 쉴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 애들이 낮잠 자는 시간이 잠시 있으나 그때도 일지 쓰고 부모들에게 편지도 쓰고, 차량운행도 나가고... 쉴 틈이 없다. 그리고 어린이집은 여름이나 겨울에도 문을 열어야 한다. 본인 정신건강 챙길 새가 없다. 대신 주말에는 쉬니까 그때 충전을 하는 건데 교사들의 정신건강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힘들어도 본인이 컨트롤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B : 애들이 차를 타고 집에 귀가할 때까지 교사는 아이와 계속 붙어 있어야 한다. 보통은 다섯시 반 정도에 퇴근을 하겠지만 현실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또 많기도 하다. 정신건강에 있어서는 거의 여유가 없는 법이다. 그나마 큰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측면도 어느 정도 있어서 괜찮은데, 작은 아이들은 사실상 그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만 여유가 있다. 그때 일지 쓰고 계획표 작성하고 그러니까 사실상 쉴 수만도 없겠지만. 그런데 애들이 다 자는 경우는 없고 잠이 없는 애들도 있고, 재우지 말라고 부탁하는 부모도 있다. 그럼 그 교사는 쉴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지치는 가운데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돌봐야 하니 이 역시 무거운 감정노동이다.
그때 교사보다 부모들의 컨트롤이 필요치 않나 싶기도 하고. C : 물론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교사가 잘못한 거다. 이번 사건은 김치 안 먹는다고 그렇게 소위 ‘풀스윙’을 가해서 애를 때린 건데 그건 정말이지 너무 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엄마가 “얘 양치질을 못하고 채소를 못 먹는데 먹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교사가 약간 무섭게 하는 경우는 있다. 그렇다고 애한테 손찌검을 하는 것은 안 되고 살짝 겁을 준 다음 회유를 동반해서 설득하고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다. 왜 그걸 먹어야 하는지, 먹으면 좋은지 아이도 알면 조금이라도 먹게 돼 있고 그게 훈련이다.
D : 문제는 그 집안 대부분 엄마들이 집에서 노력 채소 먹이려 하거나 하는 노력들을 안 한다는 거다. 사실 그런 교육은 우리보다 가정에서 먼저 분위기가 잡혀야 하고 그런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은 아동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모도 알아야 한다.
부모들이 너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좀 있다.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이들에겐 부모의 품이 최고일 텐데. B :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해서 아이들 보내는 엄마들은 선생님과 아이 모두에게 미안해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데려가려고 한다. 근데 소위 ‘집에서 노는’ 엄마들은 그렇지도 않다.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데도 자기 편한 시간에 와서 데리고 가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기 아이인데 저리도 돌보기가 싫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그런 부모들은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 자기가 낳은 애한테 저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C : 엄마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교육보다 보육, 즉 생활적인 보호를 우선시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세 살 정도까지의 아이들은 기본 생활습관을 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한 두 살 정도 된 아이 엄마가 한글, 심지어는 영어 등의 학습을 강제하고 왜 그리 못 하냐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 그건 정말 아니지 않나.
어린이집 사건 이후 인천시청 앞에서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현장 모습.
실제 소위 ‘악역’을 맡아 학생들을 무섭게 하는 교사들이 있나? 때리진 않더라도 말이다. B : 가끔 피치 못하게 그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폭행을 가하려 하면 그건 절대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 대부분 그 악역을 원장이 해준다. 원장은 수업이나 담임을 안 하니까. 그런데 문제의 그 어린이집을 보니 원장이 맨날 돌아다녔다 하더라. 아이들한테 신경을 전혀 안 쓴 거다. 그러다 보니 보육교사가 그 역할을 하게 됐는데 경력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습관이 되어 정말 악역으로 발전한 거다. 원장도 개념이 없었던 거고 문제가 있었던 거다.
A : 현재 우리 어린이집은 그런 선생님은 없었으나 과거에 다른 교사가 아이에게 무섭게 대하는 것을 목격하긴 했다. 그래서 굉장히 주의를 주었던 게 기억난다. 나는 애들 옷 당기고, 연필로 아이 꿀밤 주는 것 등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게 다 습관이고 그러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른 애를 때리려 할 때가 있어서 그걸 막아야 하는데, 두 아이를 떼놓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오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 우선순위로 보니 그렇겠지만 다른 아이를 때리려 했다는 교사의 말이 있으면 수용하고 자식한테 그러지 말라고 직접 타일러야 한다.
D : 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 때린 아이 부모가 “우리 애는 절대 남 안 때린다”고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자기 자식 뭐 하는지 무슨 성격인지도 모르고 있나”라며 한심해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때리는 것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설마 부모라 해도 안 되고 만약 아이를 부모가 때렸다면 부모도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내 새끼 내 마음대로 한다는데 왜 네가 참견이냐”라고 할 게 아니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해봐라. 무식하단 얘기 듣는 게 요즘이다. 세태를 알아야 하지 않겠나.
C : 요즘에는 아이나 엄마들이나 모두 개성이 강하다. 그건 분명 장점이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만큼 교사들이 안고 가기가 벅찬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다. 한 번은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애가 다른 애를 깨물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깨문 그 아이는 물린 아이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고, 원래 그 집안의 애교 행위였더라. 그런데 물린 아이 엄마는 속상했을 거다. 그래서 그 엄마 데리고 와서 대면하자고 난리를 피웠는데 막상 깨문 애 엄마가 “애들이 놀다 다칠 수도 있지 왜 그러느냐”며 뻔뻔하게 나와 문제가 커진 경우도 있었다. 각자의 가풍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건데 그럴 경우 교사들은 중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도 생긴다.
그런데 지금보다 근무조건 환경이 더 열악할 때는 이런 사고가 더 없었다는 얘기도 있더라. B : 그때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 대부분이 맞벌이였다. 그리고 무상보육도 아니고 엄마들이 원비 직접 내던 시절이었는데, 엄마들이 그렇게 하면서도 엄청 미안해 했다. 우리도 그 보육비 받으면서 미안해했고, 더 잘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게 가는 애들은 간식도 더 챙겨주고, 엄마와 교사들이 협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새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이 집에서 노는 경우가 생기니까 그런 분위기도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C : 예전에도 그런 분위기는 있었지만 아이들이 학습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 부모들이 욕심에 자꾸 뭘 더 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집에 있는 엄마들의 아이들이 3~4시 정도에 집에 가는데 간 다음에도 학습지를 하거나 그런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아이가 아직 마음이나 준비 등이 안 됐는데 영어 유치원을 억지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 주말에 어린이집은 쉬니까 이제 세 살 된 아이들이 주말에 문화센터에서 돌봄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엄마들 생각에는 그래야 자식 키우는 수준 높아진다 생각한다. 정작 자기 수준은 낮은데 얘가 높아져야 나도 수준 높아진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런 교육은 부모도 같이 받고 아이와 엄마가 같이 공부해야 한다. 아이를 위한 일에 정작 자신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면 그게 말이 되는가.
A : 개인적으로 난 근래 제도화된 사이버대학 과정은 정말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그렇게 교육을 받고 보육교사가 되는가. 말도 안 된다.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교사로서의 생각은? A : 어린이집 원장의 재량에 맡겨도 될 문제라고 보는데, 나는 어린이집 내 CCTV의 해상도를 더 높이고 소리도 녹음이 되게 하려 한다. 아마 교사들은 싫어할 것 같은데, 실제 나도 그게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그것이 이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방법도 아니라 본다.
B : CCTV를 의무화한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내가 5~6년 전에 다녔던 어린이집이 CCTV가 설치된 곳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교사들의 체벌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CCTV는 소위 ‘사각지대’라는 구역이 있고 그 사각지대에서 필요에 따라 체벌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 교사한테 주의를 준 사례도 있고. D :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 중에 자기 혼자 장난감을 다 차지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장난감을 다 자기 쪽으로 몰아놓고 뒤돌아서 노는데, 말려도 소용이 없고 그렇다고 애를 체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서 일단은 그냥 두었다. 나중에 왜 그러면 안 되는지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그런데 그걸 본 그 애 엄마가 “왜 우리 아이는 혼자 노느냐, 왜 왕따 시키냐”고 따지는 거다. CCTV가 모든 상황을 전달할 수 없는 사례다.
C : CCTV는 오히려 근래에 선생님들이 찬성하는 분위기다. 아이들이라 해서 거짓말을 안 하고 과장을 안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한테 없는 일을 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부모들이 따지러 오면 한숨도 나왔던 게 사실이었는데, CCTV를 달면 팩트가 생기니 차라리 낫겠다 싶은 거다. 그걸 달아서 감시받는 게 정상적인 게 절대 아닌데, 부모들이 워낙 얼토당토한 일로 따지고 들다보니 "차라리 증거 확보가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자기들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지면 심한 경우 심지어는 교실 문에 매달려서 감시하는 엄마들도 있다. 그런데 꼭 그런 엄마들이 애들을 집에선 더 많이 혼내고 때리는 경우를 흔히 봤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와서 선생님한테 엄마한테 맞았다는 얘길 할 때도 있다. 교사들도 아이를 때리면 안 되지만 부모들도 아이를 때려선 안 된다. 엄연한 아동학대다. 잘못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
소위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에 대해 별도의 시설에서 교육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개진된다. 이에 대한 생각은? B : 내가 올해 상반기에 다른 어린이집을 다니다 그만뒀는데 큰 이유가 두 아이 때문이었다. 자폐가 있는 애 있었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도 있었는데 ADHD가 있는 아이가 너무 힘들었다. 자폐아는 자기 혼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소통이 안 되는거고 어린이집 교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ADHD와 같은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심지어는 그 아이들은 다른 애들을 심하게 때리고 다치게 했다. 그러니까 엄마들은 내쫓으라고 하는데 근데 어린이집 입장에서 그 이유로 내쫓다간 사회적 문제로 거론될 소지가 높아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걸 맡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시설에 보내라고 권유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 엄마가 너무 두려워하더라. 지금 시설에 가면 평생을 시설에서 교육을 받아야 해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논리였다. 최대한 일반 아이들 다니는 곳에 끼워서 다니고 싶다는 그 논리였다. 그런데 그렇다 치더라도 어차피 초등학교서부터는 분류가 되기에 크게 의미가 없다. 사실 이런 부분은 정리를 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그러한 특수한 상황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아이가 문제가 있을 시진단을 권유하면 애 엄마가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애가 무슨 장애냐”라며... 아무래도 부모님 자존심이 있으니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건 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A : 내 생각은 좀 다르긴 하다. 자폐아를 거의 정상으로 만들어서 초등학교에 진학시킨 경험도 여러 번 있는 만큼, 가능하면 좀 힘들더라도 통합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것은 나름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음식 골고루 먹기 교육을 하는 모습. 아이가 김치를 먹지 않는다면 이렇게 전문적인 교육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았을까. (사진 출처 = 부평구)
이번 일로 인해 어린이집 교사들이, 안 그래도 처우가 별로인 마당에 기피 직업군이 될 것 같진 않은가? D : 안타깝게도,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 지난주에 어린이집 아이들하고 한 곳에 견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아주머니들이 무슨 죄인 쳐다보듯 다 째려보더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현장학습 시키러 간 교사가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만해야 되나 싶었다. 이제 어디 가서 “나 이런 일 한다”라고 이야기조차 못하겠다.
B : 지자체도 나서서 CCTV 설치하고 경찰도 감시하고, 20년 가까이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들 손찌검 한번 한 적이 없는 나한테 “과거에 때린 적 있으면 자수하라”는 말까지 듣는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인데도 기피하려는 힘든 일인데도 열정 갖고 일했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의욕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나마 큰 반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그게 좀 덜한데, 영아 등 어린 반 선생님들은 어깨가 다 축 쳐졌다. (* 참고로 어린이집 교사들은 6~7세 정도 아이들 반은 ‘큰 반’, 그 이하 어린 아이들 반은 ‘어린 반’으로 표현한다.-편집자 주)
C : 그건 우리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큰 애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부모들한테 이야기하는 센스도 있다. 뉴스 본 아이가 “선생님, 뉴스에서 어떤 선생님이 애 때렸어요.” 라고 이야기하면서 “엄마한테 우리 선생님은 안 때려요 라고 얘기했어요, 저 잘했죠?”라고 하는데 아이가 대견하면서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했다. 그게 당연한 건데... 안 그래도 근무 여건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지금 분위기 때문에 사회에서 무시까지 당하면, 정말이지 이 일 못할 것 같다.
어린이집 교사들, 관리하는 원장들은 어떤 소양을 갖추어야 할까? A : 현직 원장인 나로서는 아이들에 대한 투철한 헌신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의 경우 자연과 생태에 대한 나름의 교육 목표를 두었다. 그래서 투자도 많이 했다. 좋은 교육 조건을 만들어주려 하고, 차제에 종일반 교사도 더 쓰고 인건비도 올려주려고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처럼 여건이 괜찮은 어린이집은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나, 소규모 어린이집 원장은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말인데 국가가 인건비를 70~80% 이상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B : 나도 월급 원장을 해봤지만, 원장들이라 해서 외부에 너무 많은 시간 나가 있는 건 문제다. 기본적으로는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 상태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관심을 두지 않는 원장들이 더 많았다. 물론 외부 활동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해야 할 때도 있으나, 그것이 주가 되면 안 된다. 엄마들 한 마디 듣고 그것 때문에 교사들 쪼아대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지양되어야 한다.
C : 이건 내 생각인데, 교사들도 이번 기회에 마음을 바꿨으면 한다. 보육교사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우린 보건복지부 소속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된다. ‘교육자’가 아니라 ‘보육자’라는 말이다. 엄마 대신 보살피는 것이 1차적 목적인데 목적과 정체성을 인지하지 못한 엄마들 성화만 민원처럼 받다 보니 어느새 가르치는 게 목적이 된 것 같은데 나는 그거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보육’의 마인드로 가야한다.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교육열을 반영할 거면 어린이집은 답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두세 살부터 영어를 가르치겠다면, 본인들 돈을 써서라도 영어유치원 같은 곳 보내야지, 어린이집에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건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번 문제도 가르치려는 자세 그 자체가 문제였다. 아이들인데 김치 못 먹을 수도 색칠 못 할 수도 있다. 억지로 가르치려 드니 강압이 생기고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 거다. 부모들도 인지해야 하고, 연대적으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어린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A :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을 귀하게 생각하면서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내 생각엔 적어도 만 5세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시간이 시설 보내는 시간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결혼 전에 부모가 되는 교육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좀 웃기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법적으로라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실례로 예전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대상 교육 하면 부모들이 많이 왔는데, 지금은 거의 안 온다. 그러면서 문제가 터졌을 때 어린이집에만 책임 넘기려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교사들도 지식교육의 갱신 차원에서 재교육 계속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컴퓨터 백신도 갱신을 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제 기능을 하듯이 말이다.
B : 나도 영아기 때는 엄마가 보살피는 게 옳다고 본다. 엄마 품이라는 의미, 그 아이의 삶에서도 중요한 의미다. 오전에 커피 마시고 놀겠다고 자식을 위한 의미를 포기할 건가. 부모로서 무책임한 짓이다. 그리고 지자체나 정부는 엄마가 그렇게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원이라는 건 ‘금전’의 방법은 악용의 소지가 높고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않으니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적 프로그램 등이 어린이집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어린이집은 정말 ‘법적 서류로 인한 증명이 가능한 맞벌이 부모’만 맡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그게 어린이집 본연의 역할이다. 노는 엄마들 애 맡기는 데가 아니라, 맞벌이가 필수인 어려운 가정들의 아이 맡기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은 자격이 너무 남발돼 있고, 부모들도 아무 문제의식이 없다.
별도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B : 이번 어린이집 사건은 물론 그 교사의 잘못이 크다. 그렇지만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안 그래도 언론이 조장하는 면이 큰데 엄마들까지 휩쓸려서 여론몰이가 그리 되는 건 분명 문제가 크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 많은데 왜 그 사람들까지 도매급으로 몰려야 하나.
A : 보육료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정부가 한 아이 당 보육료를 정해준다. 유치원은 원 운영에 맞게 맘대로 받아도 되는데, 어린이집은 그러면 안 된다. 사실 그거 자율화해야 한다. 국민들이 부담되고 물가 상승된다며 여론이 좋지 않아질테니 정부가 싫어하겠지만, 어린이집에서 만약 높은 수준의 학습을 요구한다면 학부모들의 부담은 당연한 거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하나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잡아서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