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조던 피터슨 지음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에게 삶을 배우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160개 도시를 순회하며 강연을 하면서 ‘피터슨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던 피터슨이 3년 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나에게 조던 피터슨은 내 삶의 멘토와도 같다. 나약해 빠지고 징징대기 일쑤인 내 고질적인 성격을 뜯어내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결정적 기름을 부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성격도 탄성력을 가졌는지 자꾸 나쁜 습성으로 돌아가려 한다. 역시 주기적인 조치는 필요하다는 생각과 설렘으로 책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 새 책『질서 너머』의 서문을 읽으면서 나의 설렘은 가슴 뭉클함으로 바뀌었다.
조던 피터슨은 3년 동안 자신을 포함하여 온 가족의 생사와 싸워야 했다. 아내의 암 투병, 딸의 관절 수술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불면증과 불안 등의 지독한 정신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은 사실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한 번에 이 모든 일이 몰아닥칠 수 있는지. 그런데 그 와중에 책을 집필했다니. 고통 속에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죽음 앞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았던 그의 숭고한 정신에 책을 읽기도 전에 머리가 아찔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은 존재를 구성하는 이야기의 쓰라린 반쪽에 불과하다. 인생은 결코 쉽지 않아서 나머지 반쪽에 담긴 영웅적인 이야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왜 ‘질서 너머’인가
저자는 전작에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소개하면서 우리 삶의 ‘혼돈과 질서’의 균형을 맞추라고 제시했다. 이 법칙들이 과도한 혼돈의 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해독제로 작용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안전과 통제가 지나 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해야 유익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질서 너머에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항상 있기 때문에 언제나 안정만을 추구하거나 유지할 수도 없고 혼돈을 없앨 수도 없다는 전제는 동일하게 보인다. 나는 저자가 새롭게 제시하는 12가지 법칙의 내용이 전작보다 더 심오하고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머리를 부여잡고 읽었다. 그의 글쓰기 스타일 자체가 일관성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챕터 안에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소주제들이 난입한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저자의 입장에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제서야 임상심리학자로서 20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왔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지독한 정신적 문제와 죽음 앞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 속에 있었던 한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의도하는 개연성과 강조하는 주제들이 드러났다. 저자는 심리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종료, 철학, 신화 등 자신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기에 독자로서 어려운 면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뭔가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있음이 느껴져 작가만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다.
조던 피터슨은 왜 자기책임을 말하는가
저자가 지속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간단히 하면 이렇다. “제발, 세상에 대해 그만 징징거리고 그 빌어먹을 방부터 치우고 너 자신부터 변화해라!” 저자의 이 강한 메시지들이 자칫하면 모든 것을 너무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향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요즘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들을 읽다 보니 내 삶의 책임을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개인의 삶의 노력과 목표를 중시하는 시각과 불공정함 속에서의 능력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을 잘 읽어내야 했다. 저자는 워낙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서 실제적으로도 여러 방송에서 논란의 타깃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어디에서도 한 쪽 편을 들지 않는다. 위계질서나 계층을 옹호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이나 자연발생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는 태도이며 이데올로기를 비판하지만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고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외부의 문제부터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먼저 다듬어 보자는 거다. 자신을 가꾸는 일이 결코 사회나 타인의 욕망에 목표를 가지고 사는 일만은 아니다. 저자는 삶이 고통이라는 것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층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의미를 찾고자 한다. 쉬운 길이 아닌 의미 있는 길을 찾고, 무슨 일이든 대충 하지 말고 최대한 파고들 수 있는 목표를 가지며 최대한 무거운 짐을 짊어지면서,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가 책을 덮는 순간까지 강하게 나를 흔들 것이다.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새로운 법칙들은 대중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작의 그것들과는 달리 작가가 겪은 삶의 고통을 통해 얻게 된 통찰이 녹아있기에 그 깊이가 더욱 깊게 느껴진다.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책 익는 마을 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