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칼럼
재난 위기 사전 대응이 부족한 한국
-믿을만한 독립적인 재난안전기구 필요-
새대가리는 지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주 스마트한 지능형이어서 새대가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코끼리의 대뇌피질 무게는 3kg이지만 사람은 1.2-1.3kg으로 크기와 무게로만 보면 코끼리의 두뇌가 가장 발달해야 한다,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인 뉴런의 숫자로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2,000억 개이지만 사람은 860억 개이며 돌고래는 372억 개, 개는 5억3천만 개, 오징어는 5억 개이다. 새의 뉴런 개수는 영장류인 긴꼬리원숭이와 같다고 한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기억력과 감지력 등이 뛰어나다.
어쩌면 반도체가 초극미량으로 진화하고 작을수록 스마트한 정보력이 크다는 이치와도 상통된다.
되새과에 속하는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애완용으로 길러지는데 소리를 즐겨들으려면 암‧수를 따로 키워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함께 있으면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인데 광부들은 탄광 작업을 할 때에 카나리아와 함께 광산으로 간다. 메탄과 일산화탄소등에 매우 민감하여 노래하는 동안은 안전하기에 재난위험 감시센서용으로 카나리아를 활용했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패치카로 난방 할 때 발생되는 일산화탄소에 의해 위험 및 문제발생 경고나 예방을 위한 장치나 테스트 버전을 카나리아의 영어명인 Canary라고도 불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서울시와 정부,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인파 예측 실패’를 지목했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묻는 시의원 질의에 “사고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핼러윈 때 이태원, 홍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며 “서울시, 행정안전부, 경찰, 소방이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사고나 재난을 예측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작은 골목길에서의 158명의 사망자를 낸 압사사고는 22년 10월 29일 발생했다. 이틀 전인 27일에는 용산구 부구청장 주재로 개최한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도 열었다. 하지만 카나리아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실도 통신망도 경찰도 소방공무원도 구청도 없었다.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사건(21.6.17일),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 16명(14.10.17), 우면산 산사태 18명(11.7.27), 인천대교버스추락 14명(10,7.3), 이천 냉동 창고 화재 40명 (08.1.7), 여수 화학약품운반선침몰 14명(07.12.25),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213명(02.2.18), 김해 중국민항기 추락 128명(02,4,15).....
그리고 304명의 꽃들을 바다에 띄운 세월호 침몰(14.4.16)은 그걸 알리고 지휘할 선장 및 선원들이 있었음에도 선장이 도망친 사건이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창밖을 보며 해경들이 구조할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학생들, 가면을 쓰고 축제의 거리를 걷고 싶었던 이태원 참사의 공통분모는 바다에서도 골목길에서도 카나리아가 없었다는 점이다.
1963년 유고슬라비아의 소코피에서는 지진발생 수시간전부터 동물원의 사자, 표범, 새, 호랑이들이 떠들기 시작했고 개미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1시간 전에 대이동을 시작했다.
해양 학자들은 허리케인이 발생하기 전에 상어가 더 깊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을 추적하기도 했다.
1975년 중국 하이청 강진 발생 전, 쥐가 쥐구멍에서 나와 힘없이 쓰러지거나 동면에 접어든 뱀이 밖으로 나와 얼어 죽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이를 관찰하고 지진을 예견하여 주민 10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사흘 뒤 하이청에는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2004년 12월에는 스리랑카·인도·타이 등에서 발생해 30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지진해일이 발생하기 전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서 영양 떼가 무리지어 해변에서 언덕으로 이동했다는 보고도 있다.
학계에서는 동물의 지진 예견 능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부는 동물의 감각이 사람보다 예민해 자연재해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개미의 더듬이는 진동 감지능력이 인간보다 500~1000배로 민감해 여름철 태풍·홍수를 미리 알아차리고 집을 옮기기도 한다. 코끼리의 경우 발바닥 지방층 감각이 발달해 진동으로 동료의 위치를 파악한다.
인간과 동물은 두뇌 활용측면에서 어느 쪽이 더 실용적이고 생명 중시를 하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나 이태원참사는 지진, 해일, 하리케인, 태풍, 화재, 홍수 등으로 그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 아니다.
코끼리 한 식구가 이태원에 놀러왔다면 코끼리 새끼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어미는 골목입구에서 밀려오는 인파를 온몸으로 막았으리라본다.
세월호 참사이후 한국을 방문한 재난·안전 전문가인 스캇 가브리엘 놀즈 미국 드렉셀대 교수는 ▲책임 지우기 ▲사건 설명하기 ▲피해자들 요구에 응답하기 ▲교훈을 배우기 ▲사건 종결하기 등 재난 조사의 5가지 목적과 재난 조사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2001년9월11일 테러 당시 숨진 소방관 크리스찬 리젠하드의 어머니인 샐리 리젠하드(9·11테러 희생자와 순직 소방관 유가족 모임 활동가)는 테러 문제로만 국한할 뻔했던 9.11 사건을 초대형 건물 안전 문제 등에 관한 미국 의회 청문회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항공 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고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보잉737맥스 사건 조사는 미국에서도 인기 없는 사업이지만 조사한 이유는 정부와 독립된 조사기구인 교통안전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놀즈 교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뿐 아니라 재난 사고 전반을 조사하는 위원회가 NTSB처럼 정부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믿음직한 기구가 존재하면 정치권에서도 보잉사건 같은 믿을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현 시스템으로는 재난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야 카나리아나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사전 예방할 수 있다지만 믿었던 믿을 수밖에 없는 정부와 국가 공무원들이 뒷짐을 지고, 모든 통신은 연결되고 있지 않는데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깊은 고심이 낙엽처럼 떨어진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