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는 이천이십사 년 팔월에서 시월, 그중에서 시월 이십팔일부터 삼십일일까지의 제주섬에서 있었던 사실적 스토리에 기반한 것이다)
<그 마지막, 변주곡>
엔딩은 드라마에서도 중요하지, 아름답거나 비극적이거나, 나름의 이유를 담아 멋진 신을 만들어내지, 나흘간의 제주여행의 엔딩은, 과연, 참 이쁘게 끝나는 것으로 쓰여 있었지, 각본에는, 그런데 세상살이라는 게, 예외도 있으니, 아무도 예측을 못했으리라, 황홀했던, 제주 이야기, 실제로 그 엔딩은 어떻했을까,
원래 어승생악 일정을 전날밤 변침하여, 절물오름으로 가기로 하고, 점심 먹고, 차량 반납하고, 오후 두 시까지 공항 가기로 했었지,
이것이 멋지고 고급지고 우아한 엔딩이지,
그런데 오전 여덟 시경, 마지막 아침을 먹고서 0930 출발이, 틀어지고 말았다네,
호공에게 변고가 발생한 게지, 태어나서, 살면서 한 번도 없었던, 그 일이 그날 터지고 말았던 게지, 그 변고, 백록담도 무사히 오르고, 긴장감도 사라지고, 이제 오로지 승전가만 남아 있던 상황에서, 신체에 그리도 무서운 질환이 찾아올 줄은, 하늘도, 여우도, 늑대도, 호공도 전혀 몰랐지,
그 전날, 백록담서 점심으로 주먹밥 먹은 것, 저녁을 삽겹으로 먹은 것, 그 외 딱히 어떤 것 먹질 않았는데,
다들 다 짐 꾸려 하우스 바깥에서 스텐바이, 무작정 스텐바이, 두 시간을 무작정 기다렸지,
집안에서는 죽음을 넘나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현공이 약국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호공이 털고 일어나 웃으며, 절물로 가자는 그 한마디를 끝내 지르지 못하자, 일행은 호공 홀로 남겨두고, 점심식당으로 출발하고, 그때가 열한 시 반쯤 되었나, 일정차질에 호공은 무한히 미안해했지,
그러고도 사투가 계속되다 12시 반쯤 약간 진정세로 돌아섰는데, 현공이 갖다 준 그 약의 효험이 있었던 지, 천운이 도왔던지, 10분만 늦었어도 병원입원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터였으니, 천만다행이었지,
간신히 몸 추스르고, 오후 한 시 조금 넘어 하우스 주인장의 배웅을 받으며, 콜 하여, 공항으로 갔지, 택시 안의 라디오에선 파가니니의 변주곡이 무한 반복 되고 있었지, 분명 변주곡이었네,
오후 두 시, 공항에서, 점심 먹고 온 일행과, 마주 보았지, 핼쑥한 얼굴로 말이지,
오후 1525로 김포 가고, 1535 호공 홀로 김해 가는 비행기 타면서 '우리 젊은 날의, 찬란했던 제주여정'은 완전히 막을, 내리고 있었지, 물론 엔딩은 슬펐지만, 나름 그 엔딩 때문에 오히려 그 기억이 더 도드라져 보이기도 해,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그 일정에 등장했던 소중한 인물들 하나하나 불러봄세,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들일세, 지금도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다네, 설악은, 백록담은, 천왕봉, 못 갈지라도,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호기로움은 누구 못지않게 갖추고서 말일세,
이제 나도 잠자리에 들어야겠네, 하루종일, 생각했더니 그날을, 하루종일 그리워했더니 그때를, 피곤하다네, 몹시 말일세, 내일 또 얘기하세나. 아무렴, 우리 젊은 날, 그때를 두고두고 얘기하세나, 헛헛, 참 재미있지 않나,
그래도, 나흘간의 장정 속, 아름다운 장면 하나 꼽으라면, 하늘이 맺어준 결사의 우정, 희공과 만공의 듀엣곡, 유리창엔 비, 그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지금껏 잊어 본 적이 없다네, 암, 그렇다네, 진짜 자야겠네, 자다가 소리 없이 간다면 더 좋고, 말이지, 자네들도 잘 자게나, 안녕, 세상이여,
대장ㆍ기획 희공
숙박ㆍ 식당 만공
재무 용공
드리이브 현공 진공
사케 인공협찬
기록 호공
첫날, 설렘, 김해횟집 하우스
둘째, 느긋, 한림항 비양도 등대봉 새별오름 수월봉 당산봉 수월봉
셋째, 완성, 백록담 오르고 내리다
넷째, 엔딩 변주곡,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