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갑작스레 찾아온 절망 속에서 림사랑을 알게 되고,
이 곳에서 희망과 용기를 많이 얻었었어요.
그래서 저도 같은 병을 이겨내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희 가족은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
지금은 따스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터널 출구에 서있어요.
3주후 항암치료를 한 번 남겨두고 있네요.
그간 저희 아빠께 일어났던 일을 요약하자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특별한 이유없이 체중이 6키로 이상 빠지셨었어요.
심한 감기가 걸리셨었는데 한달넘게 고생을 하셨었구요.
2월부터는 물체가 조금씩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 심한 어지러움증을 느끼셨었고
2월초에 건강검진센터에서 종합검진을 하셨을때 두경부 MRI검진 결과 이상소견이 있어
집근처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진료를 보셨었어요.
이 때 가볍게 뇌경색이 지나간것 같아 하여 향후 뇌경색약을 복용하셨고
몇년전 이석증이 왔었는데 그게 재발했다하여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 치료를 받고 어지러움증은 많이 호전되셨어요.
이후 심한 불면증을 겪으셨고 짜증도 많이 내셨던것 같아요.
그러던 걸 4월이 되자 갑자기 걸음걸이가 불편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져서 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병변 부위가 달라졌다며 뇌경색이 아닌 다른 병 같다하여 정밀 검사를 하기위해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비틀거리지만 걸어서 입원하셨는데 그 다음날은 중심잡기가 안되고 자꾸 넘어질것 같은 증상이 생겨 휠체어를 타셨고
호흡도 힘들어졌어요.
탈수초성 병변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맞았습니다.
스테로이드가 들어가자 복시증상이 없어졌지만,
그 다음날인 3일째 오전 갑자기 섬망증세와 호흡곤란이 생겨 진정제를 맞고 중환자실로 가셨어요.
이 후 중환자실에서 진정제와 스테로이드를 맞으셨고 그렇게 일주일을 깨지 않고 계셨어요.
스테로이드가 들어가면서도 뇌에서 병이 계속 진행되면 장기가 멈출수도 있는 상황이라 해서
이때는 정말 힘들었었어요. 하늘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거구나..했었죠.
병원을 왔다갔다 운전을 하면서도 잠들면서도 한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아빠가 중환자실에 계시는동안 가벼운 병이 아닌것 같아 좀더 큰병원으로의 전원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째에 눈을 뜨시고 몇시간후 삼성병원 중환자실로 전원을 했어요.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상태가 좀 더 좋아진후 신경과로 입원을 했습니다.
이후로 섬망, 환각, 의심...
벽에 도마뱀이나 곤충들이 있다고 하시고
MRI촬영시 뼈를 부수는 소리가 난다고 검사를 거부하셔서 애먹었었어요.
그리고 화장실에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있다고 하셨고 뉴스를 보시며 이유없이 감정이 격해지셔서 우셨어요.
가족들이 멀쩡한 자신을 병원에 감금했다 하기도 하셨고
3일정도는 잠을 못주무시고 이후 3일정도는 화장실 가시는 시간만 빼고 주무시는 등 생체시계도 고장나있었구요.
증상이 심할때는 온몸이 불편하고 힘이 없으신대도 일어났다가 침대옆 의자에 앉으셨다가 소변을 보시고 다시 침대에 눕는 과정을 무한반복 하기도 하셨습니다.
혼자일어나지 못하셔서 침대를 올리고 제가 부축해드리고 소변기를 대드리고 다시 눕혀드리고 했는데 그 행동을 10분에 한번씩 아침이 밝도록 하시는 거예요...엄마,오빠,제가 돌아가며 간병을 했는데 가장 힘들 때였습니다.
극도의 불안증세를 느끼고 계속 주사바늘을 뽑고 집에 가자고 하셔서 처치실에서 안정제를 맞으시며 주무시고 저랑 오빠랑 아빠손을 잡고 밤새 운적도 있었어요.
아빠 이렇게 힘드신데...이런 증세가 계속 되면 어쩌지..아빠도 엄마도 너무 지쳐계신데...아빠를 보내드리는게 맞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 제 자신이 너무 끔찍했던 때도 있었네요.
이런 증상들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구요...
정말 사랑하는 아빠께 그동안 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나 싶어 병원에 있는 내내 손잡고 우리가 정말 아빠 사랑하는거 알지?하며 말도 많이 했었어요. 아빠가 최고라고...세상 제일 좋은아빠라구요.
그때 마음속에 항상 있지만 뭐가 부끄럽다고 하지도 못했던 얘기 많이 했어요.
호탕하시고 카리스마 넘치셨던 제가 제일 존경하는 우리 아빠가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이후 한달정도 치료받으시면서 증상은 점점 좋아지셔서 드디어 퇴원을 하셨어요.
그렇게 퇴원하시고 틈틈히 산책하고 몸에 좋은 음식 챙겨드리고 다들 고생했다고 아빠 고생많으셨다고 이제 정말 건강히 잘 살자고 하고 있는데 2주후 말씀과 걸음걸이 등 점점 안좋아지셔서 다시 신경과에 입원하게 되었고
탈수초성 병변이 아닌 혈관염이나 림프종이 의심된다 하여 검사하고 치료하느라 다시 한달정도가 지나게됩니다.
림프종이라고 진단이 내려질 때쯤엔 이미 말씀도 반응도 없으시고 손을 살짝 들거나 하는것 이외에는 꼼짝도 못하셨어요.
여전히 과호흡이어서 산소수치는 좋은데 이산화탄수치가 너무 낮아 보조호흡기를 수시로 착용하셔야 했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셔서 대소변을 다 침대에서 해결하셨어요.
림프종 진단을 내리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부위가 간뇌와 소뇌와 대뇌에 점점히 퍼져있어 극도로 위험할 뿐더러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을수 있다하여 신경과 교수님이 혈액종양 내과와 협의하여 조직검사 없이 치료 들어갈 수 있게 의논중이라 해서 기다리는 일주일이 그렇게 길수가 없었어요.
7월 드디어 혈액종양 내과로 중환자실로 옮기게 되었고 모험이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과 함께 김원석 교수님께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김원석 교수님께 정말 감사할 뿐이예요.
MTX를 소량으로 하여 정맥주사로 맞았어요.
이 때의 일을 아빠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신경과에서 위험했던 때도 물론이구요.
그때의 아빠는 용변을 보시고 싶다는 표현도 하지 못하시고 기저귀를 하고 계셨고 가족들을 알아보지도 못하셨어요.
아기가 되신듯했어요. 연하곤란이 신경과에서부터 있어서 물도 못드시고 콧줄로 유동식을 드셨었었네요.
1차 항암후 다음날로 그렇게나 괴로웠던 과호흡이 정상수치로 돌아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약효가 보이니 약이 맞는다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들어간다 하시더라구요.
뇌실 카테터라 해서 두개골에 오마야 카테터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시고 이후 함암 치료 10회를 하셨어요.
일주일은 정맥주사, 다음 일주일은 카테터 이런식으로요.
손가락 까딱하시는 것도 힘들어 침대에 깔린 시트를 두사람이 들어 위로 올려드리고 욕창을 방지하느라 두시간마다 체위변경 해드렸었는데 점차 좋아지시며 고개를 돌리시고 등과 엉덩이를 움직이셔서 침대 위쪽으로 올라가실수 있게 되었어요.
전 다섯살된 쌍둥이 딸이 있어요. 아이들 클때는 때되면 하는거구나 싶어 그렇게 신기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빠가 좋아지시는 모습은 정말...신기하고 감사하더군요. 다음날 가면 조금더 좋아지시고 그 다음날 가면 좀더 좋아지시고.
그러시면서 기억력도 인지능력도 지남력도 점점 돌아오셨어요.
중간중간 폐렴이 생겨 항생제를 쓰면서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 외출시 파란 비닐가운과 마스크 비닐 장갑을 착용하기도 하고했었네요. 간호사선생님들도 드나들때마다 가운과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셔야 하니 고생많으셨지요...
6차 치료 할 때쯤엔 통원 치료를 하셨었어요. 항암치료 하루전에 입원하시고 하루후에 튀원하시고 하는식으루요.
집에 오시니 병원에서보다 훨씬 마음 편해하셨어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은후 처음 집에 오시던 날은 엠뷸런스를 타고 아저씨 두분이 들것에 실어 옮겨주셨어요.
집에서도 혼자서 바로 앉으시거나 일어나지 못해 누워만 계셨었구요. 몸을 돌려 눕는게 하실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어요.
그렇게 통원치료를 10회차까지 마친후 MRI 검사를 해보니 많이 좋아졌지만 종양이 남아 방사선 13회를 하게됩니다.
10회 마친후 아빠는 지팡이를 짚으시고 어느정도 걸어다니실 수 있게 되었어요.
아프시기 전의 기억은 거의 돌아오셨고 가족들이 옆에서 도와드리면 일상생활은 거의가능하실 만큼요.
아빠의 연세는 올해 예순이세요. 출생신고를 출생 1년후에 하셔서 병원 나이로는 만 57세시구요. 통상 치매나 다른 암발생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방사선 치료는 60세 이후에는 잘 하지 않는다고 해요..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해볼수 있는 치료는 해봐야 하기에 평일에 매일매일 병원에 가셔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셨어요.
매일 한 5분씩 하더군요.
특수 제작한 마스크를 쓰시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불빛이 몇번 번쩍번쩍 하고는 끝이라고 제일 마음에 드는 치료라고 아빠는 그러시더라구요 ㅎㅎ
항암치료때는 부작용이 없었는데 방사선을 하시고는 머리카락과 눈썹이 정말 많이 빠지셨어요.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MRI검사결과 종양이 거진 없어지고 그림자처럼 자국이 남아있다고 향후 2회 마지막 화학요법을 하고 치료를끝낸다고 하네요.
11월 초 아빠가 아프시기전에 날을 잡았던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아빠가 병원에 계실때 오빠 결혼식이 언제냐고 매일 확인차 묻곤 했는데...
오빠 결혼식 걸어서 가셔야지 힘내세요~! 했었는데 휠체어 없이 지팡이는 쓰시지만 잘 치뤘답니다.
지금 아빠는 예전의 표정 말투 많이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전보다 더 많이 웃으십니다.
약간 아이같아 지신면도 있어요... 평소의 모습이 아프시기 전 약주하셨을때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카리스마 넘치고 논리적이셨던 아빠의 모습과는 좀 달라지긴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오히려 아프시기 전보다 더 그런것도 같아요.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달까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죠.
재발. 물론 걱정됩니다. 될 수도 안 되고 건강하실 수도 있겠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살아야지 생각하곤 해요.
흔하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이 악성 중추신경계 림프종으로 고생하고 계신 여러 분들..
쓰는데만도 두시간이 걸리네요.
증상을 자세하게 쓴 이유는 하나하나의 증상으로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치매같은 증상으로 인해 가족들이 너무나 힘든것을 알기에 적은거에요.
하지만 모두 지나가는 증상들입니다. 아프니깐 일어나는 현상들이구요...
종양이 줄어들고 없어지면 다시 예전 모습을 찾으실 거예요.
욕심이 끝이 없다고 좋아지신 아빠를 보며 저희 가족은 더 좋아지실 아빠를 그려봅니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가족의 사랑만큼 대단한건 없는것 같아요.
힘들때일수록 ...평소에는 모르고 당연시 살았던 것들이 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
첫댓글 글을 보면서 여러번의 응급 상황들이 그려집니다.
그 고비들을 잘 견뎌내신 환우님과 가족분들께
힘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읽는동안 고비가 많아서 아슬아슬 했는데 가족들의 힘으로 힘든치료 잘 견뎌내신 거 같아서 보기 좋네요.앞으로도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아버님도 보호자분도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간의 일기가 소설처럼 느껴질 정도네요. 힘든 과정 극복해내신 아버님도 대단하세요. 아버님께서 꼭 좋아지셔서 예전같은 행복한 가정의 일상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같은 중추신경 림프종을 치료중이라 더 실감이 납니다. 고생하셨어요. 항상 웃으면서 화이팅 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중추신경 림프종으로 6번의 항암을 마치고 지금 조혈모세포이식ㅎㅏ기위해 무균실에 계세요. 같은 병명을 가지신 분께서 치료결과가 좋으시다니 너무 기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조직검사전까지 정확한 검사결과를 위해 아무 처방과 치료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같은 일을 겪어와 그 심정들이 너무 이해가갑니다. 앞으로 아버님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면서 가족 모두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면서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버지세대한 사랑과 효심이 느껴져 눈물납니다. 앞으론 쭈~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응원과 축하 감사드려요~ 치료중이신 환우님들 희망잃지 마시고 힘내시구요...
관해받으신 분들도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끼시며 건강히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가족 모두 넘 애쓰시고 많은 고통을 이겨주신 아빠께 박수를 보냄니다 ㅉㅉㅉ 좋은 결과로 행복해하시니 더 좋습니다 더욱 건강히 쾌차하시길 바람니다! 필승"
동병상련의 아픔에글을 읽는 내내 저도 눈물이 흐릅니다 쾌차를 기원합니다
저도 같은 병으로 김원석 선생님한테 똑 같은 치료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만4년째 건강하게 지네고 있어요. 힘내세요 꼭 완치되시고 예전 건강 되찾을 거예요
하주미님의 투병기를 보며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갖자고 마음을 추스렸었었어요. 요근래 올리신 글도 봤답니다^^ 아빠는 여전히 3개월에 한번씩 체크하러 다니시구요. 그전보다 좋아지셔서 이젠 다시 운전도 하시네요. 행복하세요~ 일상이 가끔은 지칠지라도 오늘은 힘든시절 그토록 꿈꾸던 그 날입니당 화이팅!
저의 어머니(77세)도 같은 림프종으로 약물치료 2회를 했지만 뇌쪽으로는 약물치료가 안가는 경우가 많다며 방사선 치료를 하자고 합니다. 15회 예정으로 2회 실시하였습니다. 김원석선생님은 어느병원에 계시나요?
좋아지셨다고 한동안 제볼일 보며 사느라 바빠 이제서야 확인했네요 ㅜㅜ 김원석 선생님은 일원동 삼성병원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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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증상이시네요 저희는 이제 2차 항암 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포기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시간이 중요 하네요 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 오셨으면 좋겠네요 아빠딸님도 고생 많이 하셨네요 모두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