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우리 집은 죽 쑤고 있다.
죽 쑨다는 말은 별 좋은 뜻은 아닌데 이상하게 우리 집은
계속해서 죽 쑤었다.
밤 죽, 녹두죽, 팥죽, 콩죽
이주 전, 모니카가 한덩어리씩 나눠준 호박죽까지
밤마다 후라이드 백작은 죽을 쑤고
아들과 나는 아침에 꼭 꼭 죽으로 먹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산죽이다.
내내 춥더니 오늘 하루 날씨가 그만이다.
당뇨, 고혈압, 위, 간, 암예방 특효까지 두루 갖춘 만병통치에 가까운 산죽을
채취하러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길을 나섰다.
욕심 부린다고 각자 푸대 하나씩 들고 나섰건만 제대로 찾기나 할려나 모르겠다.
지난 주 내린 눈에 산에는 잔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계속 먹고 뒹굴어 댔더니 몸이 영 무겁다. 숨이 찬다.
날쌘돌이처럼 발빠른 해피와 해리슨 부부는 프로산꾼답게 잘도 탄다.
작년 10월 이후 산을 타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영 시원찮다.
춥다고 산을 멀리했더니 옛 실력이 사라진것 같다.
제주 눈꽃산행 다녀와서 몸살이 난 켈리여사를 집에 남겨두고 범초샘 혼자 오셨다.
입술 부러튼 켈리여사를 위해 더 많이 산죽을 따야 한다면서 우리의 범초샘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가며 오며 내내 웃고 떠들었더니 참 기분이 좋다.
산에 오면 이렇게 좋은 것을 그간 춥다고 웅크린 것이 후회스럽다.
산죽 우려낸 물로 밥을 해야겠다.
겨우내 몸 보신이 따로 있나? 비싼 보약보다 이거 이거 더 낫지 않겠는가?
**이 추운 겨울날, 이렇게 푸른 하늘을 보셨나요?
**산행 들머리.
**어휴, 숨차, 잠시 휴식~
** 드디어 산죽 발견
**정상에 있는 산장에서 유자차 한잔
**해리슨씨가 오며가며 몇년간 지켜보고 있었다던 수백년된 소나무.
덥썩 안아보며 즐거워하는 해피
** 돌아오는 길 오리 박물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