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사이에 잇단 두 건의 배터리 폭발 사고가 터졌다. 그것도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 제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과 LG 두 제조사의 대표 노트북이다. 올 초에 벌어진 사건까지 따지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006년 전세계 노트북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델, 소니 등의 폭발, 리콜 사건 때는 잠잠하던 두 회사여서 더 관심을 끈다. 사건이 커지자 그 동안 몇 차례 비슷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당사자들뿐 아니라 여타 제조사들을 다시금 긴장하게 하고 있다.
폭발은 리튬 전지의 근본 문제
리튬은 지구상에 있는 원자 중에서 가장 활발한 반응을 하는 물질 중 하나다. 원소 주기율표 1족, 원자 번호 3번으로 가볍고 주변에 전자가 하나라도 비어 있는 원소에는 붙어 급격한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같은 족에 속한 나트륨이나 칼륨만큼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불안정한 리튬을 이용한 리튬 이온 전지는 초기부터 위험성에 대해 논란을 빚어왔다.
하지만 그 원인을 노트북 이용 방법에 떠넘기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리튬이 상온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열을 받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기는 하지만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이나 특별한 충격이 있기 전에 상온에서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배터리 폭발은 위치가 +극과 –극 사이에 자리잡은 전해 물질에 불이 붙는 것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폭발의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폭발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결함이니 리콜이니 말이 많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벌써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 만으로 2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도 업계가 이렇다 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델과 소니 역시 충격부터 열, 셀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것까지 다양한 원인이 흘러나왔지만 명쾌하게 “이것이 문제였다!”라고 밝히지는 못했다. 이번 국내에서의 상황 역시 구체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이유로 사고 제품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의 LG전자 X노트 Z1의 폭발 사건도 정확한 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약 한 달여 간의 조사 결과 특별한 원인은 없고 노트북이 켜진 채 가방 속에 있는 바람에 열로 인해 배터리가 터진 것으로 추정한다는 정도 외에는 별달리 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폭발한 제품들 역시 조사 중이지만 베개 위에 올려두고 쓴 것이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 외에는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모두 소비자들의 노트북 이용 방법이 틀려서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많은 상황에서 이 사례와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절전 모드로 해놓고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보니 가방 속에서 저절로 켜져 뜨거워지거나 침대 위에 놓고 엎드려서 노트북을 만지는 일도 흔하다. 소비자로서는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늘 위험을 떠안고 있는 격이다.
명확한 이유 밝히고 빠른 대처 필요해
LG전자는 사고 제품과 같은 기종의 제품들을 무상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유를 모르는데 어떻게, 무엇을 점검하겠다는 것일까? 점검하겠다는 것은 원인을 먼저 밝혀낸 뒤의 절차가 아닐까? 가방 속에 넣고, 베개 위에 둔 것 때문에 올라간 온도가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이유라면 점검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또한 같은 노트북 기종보다 같은 배터리를 쓴 노트북은 모두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고 제품과 같은 배터리를 쓰는 기종은 두 회사 모두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터리 폭발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보다 자체 연구소 뿐 아니라 외부 기관이나 학교 등과 연계해 서둘러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 비슷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노트북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