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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의 숨결] ‘볼기’
함양(咸陽)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몸가짐을 매우 삼갔다. 그는 매일 반드시 양쪽 볼기를 씻었다.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해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 일은 알 수 없다. 내 지금은 비록 삼가고 있으나 만약 관가에 죄를 얻어 바지를 벗기고 태형(笞刑)을 받게 되었을 때 볼기에 만약 시커멓게 때가 껴 있으면 그 부끄러움을 어떻게 한단 말이오.”
그러다가 그는 죄없이 붙잡혀 관아에 끌려가 태장(笞杖)을 맞게 되었다. 바지를 내려보니 과연 볼기가 보통사람보다 유달리 깨끗한지라 관장(官長:수령)이 감탄하며 “볼기가 저렇게 깨끗하니 이 사람이야말로 참선비로다” 하고, 마침내 한 대의 태장도 내리지 않고 그 죄를 사면해주었다.
-청장관 이덕무(1741~1793)의 ‘깨끗한 볼기와 때 낀 볼기’(白黑臀)
이듬해 11월까지 만 1년을 찰방으로 근무한 그는 함양을 중심으로 한 영남 지방의 풍속과 인물, 명승고적 등을 기록,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이란 책으로 묶어냈다. 이 글 역시 그때 채록한 것이다.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선비의 몸가짐이 어떠해야 하는가는 잘 보여준다. 이덕무도 글 말미에 “볼기를 씻은 선비가 몸가짐을 매우 삼간 것은 세상을 깨우칠 만한 일이다[洗臀士人 持身甚謹 可以警俗]”라고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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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부 잘 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