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는 음식을 먹는 것이 두렵다. 젊을 적에 몸을 함부로하여 이제 조금씩 그 대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가 많이 상했다. 젊을 적에 주먹다짐을 많이 해서인지 그때 흔들렸던 이빨이 다시 흔들거리고 때로는 부러지고 있다. 잦은 음주로 잇몸도 많이 상해서 직접 플라이어로 양쪽 어금니 두 대를 뽑아버렸다. 결국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치과에 가서 어금니 두 대를 더 발치했다.
발치 후 통증이 사라지자 생각이 바뀌었다. 씹는 것이 불편하여 한시라도 빨리 임플란트를 해야되지만 조금 더 이빨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유는 음식 앞에 겸손해지기 위해서다.
필자는 젊을 적부터 공사현장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늘 시간에 쫓겼다. 그러다보니 밥을 빨리 먹는 것이 습관이 배어버렸다.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몸도 젊으니 마구 우겨넣고 씹지도 않고 삼켜도 소화를 시키는데 별 무리는 없었다. 음식을 얕잡아보게 된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지천명이 되니 얕잡아보았던 음식이 잇몸을 망가뜨리고 이를 부러지게 하고 있었다.
지금도 습관이 몸에 배어 음식을 먹을 때 씹지도 않고 삼켜버린다. 꼭꼭 씹어먹어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꿀꺽 삼켜버리고 만다. 필자는 소화불량이 없지만 대개는 소화불량에 걸린다. 만성소화불량은 오장을 망가뜨린다. 소화가 되지 않으니 만성 위염에 시달리게 되고 대장에 무리가 가서 가스를 유발하고 변이 마르니 변비에 시달리게 된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신성한 물질이다. 하느님보다 더 존중하고 존경해야하는 것이다. 존경의 깊이는 겸손에서 나온다. 겸손에 겸손이 더해지면 진심이 보이고 진심을 알게 되면 곧 존중이 되고 결국 존경하게 된다. 음식은 늘 겸손했다. 잘난 체도 하지 않았으며 조리하는 이의 손맛에 맞춰주었을 뿐 절대로 다른 맛을 내지도 않았다. 혀를 즐겁게 하고 이빨에 씹혀도 불평하지 않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 먹은 대상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었다.
모든 만물을 성장시키고 생명을 유지시켜 준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음식이었다. 그러나 만물 중에 오직 인간만이 음식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음식을 깔보면 병을 얻는다. 이도 상해서 잘 씹지도 못하고 위장을 상하게 해서 오장육부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음식이 심통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먹는 이가 겸손하지 못해서 스스로 질병을 키우는 것이다.
음식 앞에서 겸손해야한다. 그리고 감사해야한다. 기도는 하지 못할 지언정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먹어야한다. 음식 앞에 겸손하면 몸이 편하고 몸이 편하면 만사가 평안한 법이다. 때문에 필자는 씹는 습관을 다시 들이려 당분간 임플란트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음식 앞에 겸손이 이빨에 배일 때까지..
첫댓글 겸손하자! 겸손하자! 하면서도 늘 교만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