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야자 이야기


흔히 우리가 ' 야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쉰다.'라고 했을 때, 그 야자나무가 같은 종류의 나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 동남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열대 아시아에서는 코코넛 열매가 달리는 코코야자(Cocos nucifera L.)를 말하고, 고온 건조한 서남 아시아에서는 대추야자( Phoenix dactylifera L.)를 말힌다. 시원한 그늘과 맛있는 열매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는 모두 그 지역에서 중요한 역활을 하며, 지역민의 삶과 문화에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대추야자는 기원 전 4000년~5000년 전부터 재배되어온 가장 오래된 과일나무이다. 따라서 거의 6000년에 걸쳐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현재는 수백종의 대추야자가 존재한다. 원산지는 이란, 이라크 등 서남아시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북아프리카 지억으로, 바닷믈이 밀려드는 강가에서도 자라고 사하라 사막의 오아시스에서도 자라왔다. 뿌리를 땅 속 깊이 뻗어 물을 빨아 올리며, 높이 솟아 뜨거운 햇살을 막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다.
대추야자라는 이름은 그 열매가 우리나라 대추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영명으로는 Date Palm이라 하며 그 열매를 Date라 한다. Date 즉 대추야자 열매는 타원형으로 길이 4~6cm 정도로 늦어름에 황갈색에서 적색으로 익는다. 열매가 익으면 이것을 따서 우리가 고추를 말리듯이 말리는데, 말리면 수분이 35% 정도 줄어들어 말랑말랑하고 촉촉해진다. 말리기 전에는 맛이 시고 떫은 열매가, 말린 후에는 우리나라 곶감처럼 아주 달고 케러멜처럼 입에서 스르르 녹는다. 열량이 100g에 170cal로 아주 높고 탄수화물, 단백질 등 온갖 종류의 영양소가 풍부해 이지역 사람들의 주식에 가깝다. 예로부터 중동에서는 빵, 버터와 함께 대추야자 열매를 먹어왔다. 방부제, 냉장고 없이도 3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고 휴대가 편리하여,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비상식량으로 애용 되었으며, 사막 여행자들은 대추야자 열매를 달일 전기 코펠을 꼭 휴대한다고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 단식 기간 동안에 대추야자 열매를 선물로 주고 받으며 단식이 끝나는 저녁식사(이프타르,Iftar)에 처음으로 먹는 것이 대추야자 열매라 한다. 이것은 당분과 탄수화물이 많아 원기를 회복하는데 가장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추야자는 그 지역에서는 생명의 나무이다. 무함마드가 헤지라 이후 메카인들의 추격을 받았을 때 하루 대추야자 5알만으로 연명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그 문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아라비아 사막의 유목민으로 유명한 베드윈족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대추야자가 유일한 식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해서 대추야자 열매가 여러 지역에서 수입되어 팔리고 있는데 두바이산, 이란산, 아랍에미리트산, 이집트산, 미국산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말에 대추야자 나무가 도입되어 , 켈리포니아 팜 데저트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애리조나까지 확대 되었다. 미국산은 알은 작으면서 당도가 높다.
대추야자는 높이 30m 까지도 자라며, 잎은 새날개 모양으로 회색이 섞인 녹색이고 길이 3~5m로 크다. 매년 묵은 잎이 떨어지고 새 잎이 나기 때문에 줄기에 잎자루의 흔적이 나와 있다. 줄기는 섬유로 되어있어 가볍고 질기기 때문에 바람에 잘 견딘다.
대추야자는 암수 딴그루이다. 그래서 대게 암나무 25~50그루에 수나무 한 그루를 심어 수분이 원만히 이루어 지도록 하고 있는데, 꽃은 흰색으로 향기가 매혹적이다. 대추야자는 씨로 번식을 하고 씨의 크기는 대추씨 만하다. 파종 후 3~6년생 정도일 때 옮겨심기를 하고, 옮겨심은 후 4~5년이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10~15년생이면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다. 대추야자의 열매는 한 송이가 20kg 정도이고 한 나무에 10개 정도의 송이가 달려, 한 그루에 200kg의 과일 생산이 가능하고 80~100년 동안 수확할 수 있다. 또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늙은 나무는 수액을 짜내어 음료수나 야자술을 만드는데 쓴다.
대추야자는 오아시스의 나무다. 뿌리가 모래땅에서 깊게 뻗고, 연 강수량 120~250mm의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특히 꽃이 피어 성숙하기까지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고온이면서 겨울철에도 0°c되는 사막에 특화된 나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장에 새거진 그 나라의 국화이며, 이집트의 나일강 주변은 수많은 대추야자 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추야자의 히브리명은 타마르(tamar)인데 타마르라는 이름은 구약성서에 여러번 나온다. 유다의 아들 에르의 아내가 타마르였고(창세기 38:6), 다윗의 아들 압살롬에게 타마르라는 아름다운 누이가 있었는데 암논이 그를 짝사랑한 나머지 병에 걸릴 정도의 미녀였다고 한다.(사무엘 하 13:1)
우리가 성서를 읽다보면 야자나무와 종려나무가 구약과 신약에 많이 나온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나무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서에서 야자나무든 종려나무든 모두 대추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약의 '아가(7:8)'에서 "그대의 키는 야자나무 같고, 그대의 젖가슴은 야자 송이 같구료."라고 하고 있고, 신약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많은 군중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맞으러 나갔다고 하고 있다.(요한 12:12)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부활절 전 주일을 야자주일(palm sunday)이라 하며, 그날은 야자잎으로 제단을 꾸미고 조용히 그리스도에 기도를 한다. 그리고 성지 순례자들이 참배 표시로 종려가지를 가지고 돌아왔으므로 순례자를 palmer라고 불렀다. 간혹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때의 종려나무 가지를 소철 잎이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것은 틀린 말이다. 소철이 유럽에 전해진 것은 근세의 일이다.
왜종려
당종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종려나무는 중국 남부, 일본, 미얀마 원산의 왜종려(Trachycarpus excelsus)와 중국, 미얀마 원산의 당종려(Trachycarpus fortunei)를 말한다. 왜종려와 당종려가 다른 점은 잎에서이다. 왜종려는 잎이 부드럽고 끝이 좀 쳐진다. 반면에 당종려는 왜종려 보다 잎이 짧고 빳빳하다. 둘다 내한성이 강한데, 당종려가 좀 더 강하여 -5°c에서도 월동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화분 식물로 키우나,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해안 지역 까지는 바깥에 심어 조경수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높이 3~6m까지 자라고 손바닥 모양의 잎이 줄기 끝 부분에서 나온다. 줄기는 흑갈색의 잎깍지 그물로 싸여 있다. 꽃은 황색의 작은 꽃이 이삭 모양으로 5~6월에 나온다.
번식은 종자 번식을 하는데, 20년 이상 먹은 노목에서 채종하는 것이 좋다. 종려나무 역시 암수 딴 그루이다.
출처: http://tpkisuk.tistory.com/entry/대추야자-이야기?category=553337 [열대식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