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객들은 다섯이다. 피플러버, 희망과용기, 산바람, 뜬구름, 감자바우.
회룡역에서 모여 주변 상점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를 마련하여 출발, 마을 시멘트 도로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니 회룡사가 나타난다.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전 무학과 도를 닦던 곳으로 조선 창건후 무학을 찾아 다시 이곳에 왔다하여 용의 귀환, 회룡사라 불린다고 하는데 그 이후 비구니 사찰로 이어온 곳이라 한다.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이제 단풍을 지나 낙엽이다. 이른 봄 갓 피어올라 연초록의 빛깔로 재잘거리던 어린 잎새들은 어느덧 대지로 돌아가는 황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늦가을 산길은 낙엽들로 인해 푸근하다.
다섯 산객은 폭신한 낙엽들을 밟으며 가벼운 숨고르기를 한다. 골짜기 길로 이어진 오르막은 가지에 매달려 막바지 이별을 준비하는 물 바랜 단풍들로 반짝거린다. 오후의 비 예보를 무시하듯 하늘은 높고 구름들은 가볍다.
한적한 산행길에 한무리 산행팀이 떠들석 쉬는 곁을 지나 능선길에 오르는 막바지 비탈을 오른다. 마침내 가쁜 숨을 내뱉으며 사패산 정상과 자운봉으로 나뉘는 갈래길 능선에 올라선다.
각자 물 한모금 마시고 정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도중에 멀찌감치 불암산과 수락산이 건너다 보이는 전망 있는 거대 암릉 아래서 한 컷 기억을 남기고 건너편 올려다 보이는 정상으로 향한다.
한참 능선길을 따라 걸으면 띄엄띄엄 트인 전망 지점이 나타난다. 서울 근교 산행에는 어김없이 내려다 보이는 촘촘한 아파트 군상들이 익숙하다. 먼지 만큼이나 작은 저기 점들 사이에서 우리네 인간들의 일상이 얽기설기 엮이면서 역사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부질없고 때로는 위대하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비탈길을 오르니 마침내 정상에 다다른다. 장대한 파노라마다. 저멀리 북한산 삼각봉을 뒤로하고 겹겹히 다가오는 봉우리들의 산맥 전경은 일행들의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수도권 산들의 정상 전망 가운데 제일 압권이라는 희망과용기의 설명이 지나치지 않는 듯 싶다.
그 사이 조금 어두워진 구름 아래 너른 정상바위 한켠에서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하산길이 시작된다.
조금 전 올라온 능선길을 되돌아 내려가다 오르면서 마주친 갈림길 회룡사거리 못미처 범골능선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편안한 하산길이다. 사람들 발길에 바스라진 낙엽들이 어느덧 흙색을 띄어간다. 빛깔을 담지 않은 채 있는듯 없는듯 무덤덤한 색, 어쩌면 만물의 본원색일지 모른다.
예보대로 두시를 조금 넘겨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행길에 어색한 우산을 펼쳐들고 느긋하게 내려오던 중 앞지르던 산객이 옆으로 난 오솔길을 가르키며 들러보라고 일러준다. 회룡사가 내려다 보이는 암반 전망대다. 빗낱이 더해지는 가운데 내려다 보이는 산사의 멋진 조망이 산행의 마무리 컷으로 갈무리 된다.
몇걸음 더 내딛어 걷다보니 어느덧 출발했던 도로길로 내려선다. 용의 귀환 회룡은 아니더라도 다섯 산객들의 조촐한 한나절 산행의 귀로인 셈이다.
잠시 망설이며 선택한 뒷풀이 주점에서 한사발 막걸리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피플러버의 건배사…. 산타루치아!(산을 타며 루마티즘과 치매를 예방하는 아줌마아저씨들…ㅎ)
너무 짧은 산행기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오늘 산행길에서 마주친 숱한 낙엽들을 밟으며 문득 생각난 몇해전 끄적여 두었던 시조 한 수를 덧붙힌다.
-낙엽-
노스님 맑은 얼굴
야위어 정갈하니
한세상 내어주고
저리도 가벼이
홀연히 내려오는 도道
바람따라 거닐다
......
고승의 장삼인가
바래서 외려 고와
바람이 불어주니
그리로 가는구나
한나절 왔다가는 삶生
가을볕이 무심타
첫댓글 저런 재주를 감춰두고 있었다니. 감동적이오. 자주 쓰시게.
그러게 시조도 짓는겨? 급작스럽게 쓴 산행기가
훌륭하네~~애썼소. 뜬총무도 수고했어. 이름 한자는 틀렸지만 애교!
넉넉함이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