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벌만능주의 꼬집는 바보시리즈 ▩
산업화로 들어서면서 교육열이 토네이도처럼 불어 댔다.
안 되면 소라도 팔아서 대학을 갔기에 대학교를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렀던 때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씨 머리에 맞던 것이 어느 날부터 대학생
머리에 맞기 시작했다. 모두가 똑똑했다. 그것도 저마다 ‘SKY’(서·고·연)를 찾았다.
정히 안 된다 싶으면 다른 사람이 놀리는 “군대에 가라. ‘연대’와 ‘중대’에 동시에
입학할 것이다.”라는 말에 위안을 삼았다.
졸부들은 가짜 학위서를 사서 ‘인텔리’행세를 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상놈이 양반자리를 사서 행세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금방 탄로가 나기도 했다.
돈을 주고 샀건 어쨌건 학교를 다녔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나보다 학벌이 못해
우둔한 사람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안도되는 일인가? 바보를 보면 이쪽은 왕이
되거나 적어도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식을 찾는 계기가 된다.
무엇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보통 사람보다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데, 흔히
아랫사람을 꾸짖거나 또는 친한 친구 사이에는 농담으로 쓰이기도 하는 말이 있다.
‘바보’이다.
70년대 중반, 학벌 세우기와 함께 강타했던 ‘바보시리즈’ 유머에 대해 알아보자.
① 산부 “우리 아기가 배탈이 났어요!”
의사 “상한 음식을 먹이지 않았나요?”
산부 “어머나! 난 속에 얼음이 든 특수브래지어를 하고 다닌다구요!”
의사 “이크! 아기가 너무 찬 모유를 먹었군!”
② 바보가 하는 일상사 행동 4가지
1) 전구를 뺄 때 회전의자에 서서 온몸을 팽그르 돌린다.
2) 등이 가려우면 손을 긁어 그 손을 얼른 등에 갖다 댄다.
3) 길거리에 만 원짜리와 천 원짜리 돈이 있을 때 만 원짜리만 줍는다.
4) 큰 고양이 문 말고 작은 구멍을 더 뚫어 작은 고양이가 드나들 문을 따로 만든다.
③ 허를 찌르는 바보
심형래가 주연 배우 모집 영화사에 가서 시험을 봤다.
다행히 그의 면접 순서는 1번이었다. 그가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구름처럼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외쳤다. “오늘 시험은 끝났으니 모두 돌아가시오!”
④ 평생 잘 씻지 않던 맹구가 결혼식 전날 목욕을 갔다.
목욕탕에는 사람들이 드글드글 했다. 목욕을 마친 맹구가 외쳤다.
“여러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⑤ 바보 남편의 육아
1) 아내가 설거지를 하며 말했다. “애기 좀 봐요!” 그래서 난 애기를 봤다.
한 시간 동안 보고만 있다가 아내에게 행주로 눈탱이를 얻어맞았다.
2) 아내가 청소를 하며 말했다. “세탁기 좀 돌려요.” 그래서 난 낑낑대며 세탁기를
빙빙 돌렸다. 힘들게 돌리고 있다가 아내가 던진 바가지에 뒤통수를 맞았다.
3) 아내가 TV를 보며 말했다. “커튼 좀 쳐요.” 그래서 난 커튼을 ‘툭’ 치고 왔다.
아내가 던진 리모콘을 피하다가 벽에 옆통수를 부딪쳤다.
4) 아내가 빨래를 널며 말했다. “방 좀 훔쳐요.” 그래서 난 용기 있게 말했다.
“훔치는 건 나쁜 거야.”
아내가 던진 빨래바구니를 피하다 걸레를 밟고 미끄러져 엉덩이가 깨졌다.
5) 아내가 아기를 재우며 말했다. “애 분유 좀 타요” 그래서 난 분유통을 타고서
‘끼랴끼랴’ 했다.
아내가 던진 우유병을 받아서 도로 주다 허벅지를 꼬집혀 파란 멍이 들었다.
6) 아내가 만화책을 보던 내게 말했다. “이제 그만 자요.” 그래서 난 근엄하게 말했다.
“아직 잠도 안 들었는데 그만 자라니?”
아내의 베개 풀스윙을 두 대 맞고 거실로 쫓겨나서 소파에 기대어 울다가 잠들었다.
7) 아기 목욕을 시키려던 아내가 말했다. “욕조에 물 좀 받아요.”
그래서 애기 욕조에 담긴 물을 머리로 ‘철벅철벅’ 받았다.
아내가 뒤통수를 눌러서 하마터면 익사할 뻔했다.
지금의 바보는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나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다. 뒤로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또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을 부르는 이칭이 되었다. 바보가 더 이상 흉한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적 만화가 강풀의 만화로 나온 ‘바보’가 있다. 이 작품은 2008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 심지 굳은 가수 김장훈은 다섯 번째 앨범을 ‘바보’로 명명했다.
또한 개인의 편안한 삶을 두고, 의미 있는 다른 길을 기꺼이 택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바보’이기도 하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에는
‘바보’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바보 노무현’은 고 노무현 대통령 별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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