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9.
[수학의 날, 놀이로 만나는 수학]
시원한 보리차를 햇빛샘 찻집에 넣었다. 어제 끓여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제법 차가워졌다. 날이 더워지는 때라 어린이들이 좋아하겠다 싶다. 5, 6학년 영어 수업을 짧게 마친 뒤 수학의 날 활동을 했다. 피타고라스, 가우스, 파스칼 모둠으로 나누어 체스 페이퍼 폴딩,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자치기 수학 세 가지 활동을 돌아가며 했다. 박장민 선생님과 나는 자치기 수학 활동을 맡아 아침 일찍 어미자와 새끼자를 만들고 활동지를 준비했다.
흔히 활동수학, 손끝수학, 놀이수학이라 부르는 이런 날을 따로 마련하는 까닭은 수학을 교과서 속 문제로만 만나지 않고 몸으로 느끼고 손으로 만들고 놀이 속에서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디 3월 14일 파이(π)데이를 기념해 하던 행사였는데, 더 여유 있게 준비하자는 뜻으로 6월에 한지도 꽤 되었다.
먼저 체스 페이퍼 폴딩 활동은 종이를 접고 펼치는 과정에서 규칙을 발견하는 수학이다. 종이를 한 번 접으면 2칸, 두 번 접으면 4칸, 세 번 접으면 8칸으로 늘어난다. 어린이들은 종이를 접으며 수의 규칙을 눈으로 확인했다. 접는 횟수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수가 두 배씩 늘어나는 현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2의 거듭제곱과 규칙 찾기, 패턴의 일반화를 경험했다. 수학은 답을 구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규칙을 발견하는 학문임을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활동은 단순한 삼각형 속에 숨어 있는 무한한 세계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큰 삼각형 안에 작은 삼각형을 만들고, 다시 그 안에 더 작은 삼각형을 반복해서 그려 넣는다. 반복될수록 새로운 무늬가 나타난다. 어린이들은 놀이처럼 삼각형을 채워 나갔지만, 그 안에는 도형의 닮음, 규칙의 반복, 프랙털(Fractal) 이라는 수학 원리가 담겨 있다. 작은 부분이 전체와 닮아 있는 모습은 자연 속 나뭇가지와 눈 결정, 강줄기 모양에서도 발견된다. 수학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활동이었다.
내가 맡은 자치기 수학은 가장 신나게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다. 자치기는 우리 전통 놀이지만, 사실은 훌륭한 수학 교구이기도 하다. 새끼자를 튕겨 날아간 거리를 어림해 보고, 어미자로 재어 길이를 측정한다. 측정한 값을 더하고 비교하며 점수를 계산한다. 어린이들은 놀이에 빠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길이의 측정, 어림하기, 단위 개념, 덧셈과 곱셈, 자료 비교와 계산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었다.
최근 자치기를 자주 하지 않아 놀이 방법을 낯설어하는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한두 번 해보니 금세 감을 찾았다. 어미자로 새끼자를 뜨고 치는 단계마다, 새끼자로 어미자를 맞히는 것도 재미있다. 어미자로 새끼자를 떠서 멀리 보내거나 쳐서 날리다보니 몸에 맞을 수도 있어 걱정했는데 역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매화나무로 만들었더니 탄력이 좋아 선생과 같이 있을 때 해야지 다치지 않겠다 싶다. 아무래도 탄성이 낮은 나무로 만들어둬야 어린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놀 수 있을듯 싶다. 너무 안전을 걱정하나 싶긴 하지만 늘 조심할 일이다.
새끼자가 어디까지 날아갈지 예상하고, 실제 거리를 재어 보며 오차를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수학은 정확한 답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예상하고 확인하며 수정해 가는 과정임을 놀이 속에서 배우고 있었다.
활동지를 만들어 놀이 뒤에 함께 풀어보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세 가지 활동을 모두 경험하도록 하다 보니 활동마다 주어진 30분이 금세 지나갔다. 조금 더 느긋하게 운영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를 충분히 즐기고, 그 안에 담긴 수학 원리를 천천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수학의 날은 계산을 많이 하는 날이 아니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날, 수학을 손끝으로 느끼고 몸으로 경험하는 날이다. 종이를 접으며 규칙을 발견하고, 삼각형 속에서 무한한 세계를 만나고, 자치기를 하며 거리를 재고 계산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수학이 교과서 밖 삶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그런 뜻에서 수학의 날은 수학을 가르친 날이라기보다, 수학과 한바탕 신나게 놀았던 날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