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수비에는 허점도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던 경기지만 신태용호(U-20대표팀)에겐 박수와 호평이 향했다. 이틀 전 슈틸리케호(A대표팀)에게 향했던 반응과 정반대였다. 단지 한쪽은 이겼고, 한쪽은 졌다는 차이가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양팀의 경기 방식과 그로 인한 내용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온두라스에 3-2로 승리했다. ‘2017 FIFA U-20 월드컵’ 개막을 56일 앞두고 경기력 향상과 마지막 옥석 가리기에 주안점을 둔 신태용 감독은 한찬희, 백승호, 이승우, 조영욱, 우찬양 등 익숙한 선수들과 김승우, 이진현, 이상민 등 새 얼굴을 고루 기용했다.
소집 후 이틀 만에 가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연습 경기에서 0-4로 완패했던 신태용호는 사흘 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짧은 시간에도 확실한 전략, 전술 마련에 초점을 맞춰 공식전에서 변화를 증명해낸 것이다. 특히 슈틸리케호가 지난 중국전을 포함해 최종예선 동안 보여주지 못하는 플레이를 신태용호는 적극적으로 해 낸 것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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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 전술
축구에서 전략의 마련은 포메이션과 감독이 지향하는 철학이라는 큰 그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그림을 채우는 세밀한 방식이 전술이다. 특히 사전에 훈련된 부분 전술의 구성이 중요하다. 결국 부분 전술의 합이 모여 전략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신태용호는 온두라스전에서 높은 완성도의 부분 전술을 보여줬다. 특히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 도착해서는 빠르고 짧은 패스의 3자 플레이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흔들고 깼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전에서 부분 전술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측면에서의 2대1 플레이는 상대가 돌파를 허용해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 페널티박스 부근으로 접근해도 상대 수비가 대응하기 어려운 복잡한 플레이는 잘 나오지 않았다.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도 남태희 정도였다. 풀어가야 할 때는 상당 부분을 주장 기성용에게 의존했고 패스가 집중됐다.
반면 신태용호는 한찬희, 이진현이 정교한 첫 패스를 상대 진영에 뿌리면 백승호, 이승우, 조영욱이 위치를 고정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상대 수비가 뒷걸음질 치면 양 풀백 우찬양, 윤종규까지 적극적으로 올라갔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측면으로 변화무쌍하게 오고 갔다. 그렇게 상대 전열을 흔드는 부분 전술이 살자 전체 경기도 수월하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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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피스 득점
온두라스전에서 신태용호는 3골을 모두 세트피스로 만들어 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3가지만 하자고 했고, 그 중 하나가 세트피스였는데 잘 집중해서 결과물을 만든 데 칭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세트피스를 경기를 풀 중요한 열쇠로 삼았다는 얘기다.
사흘 전 인천과의 연습경기에서 신태용호는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사흘 간의 짧은 준비 동안 경기력과 컨디션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긴 어려웠다. 그럴 때 세트피스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하루, 이틀의 집중적인 준비로도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킥이 좋은 한찬희(오른발), 이진현(왼발)과 신장이 큰 정태욱(195cm), 이상민(188cm), 김승우(184cm)를 보유했다는 장점을 활용했다. 곧바로 머리를 노리는 1차 플레이뿐만 아니라 2차 플레이까지 준비해 골을 만들며 경기를 풀었다.
최종예선 동안 슈틸리케호는 이 매력적인 루트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8골을 넣는 동안 세트피스 득점은 중국전에서 나온 지동원의 헤딩에 이은 상대 자책골 뿐이다. 소집과 경기 사이에 2~3일 간의 짧은 훈련 시간이 주어진 여건에서 세트피스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의 밀집 수비로 선제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트피스 한방은 승패로 직결된다.
슈틸리케호가 완벽한 의도로 넣은 것은 지난해 6월 있었던 체코전의 윤빛가람 직접 프리킥 골이다. 합작에 의한 것은 무려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얀마와의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나온 손흥민의 프리킥에 이은 장현수의 헤딩 골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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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 앤 무브
현대 축구는 공간의 점유가 곧 수비고, 파괴가 곧 공격이다. 특히 공격에서는 경기장 전체의 넓은 공간도 써야 하지만, 위험 지역에 접근할수록 좁은 공간에 몰려 있는 상대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해도 패스 한방으로 그 밀집 수비를 깨는 확률은 극히 낮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공간을 크게 쓸수록 수적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조되는 것이 공이 없는 선수의 움직임이다. 넓은 공간에서는 수적 열세지만, 패스 후 빠르게 동료에게 접근한다면 좁은 공간에서는 수적 동률 혹은 우세를 만들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대표팀에 이어 U-20대표팀에서도 뛰는 양과 체력을 강조하는 것은 패스 앤 무브를 전개의 기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신태용호는 온두라스전에서 라인을 바짝 올리고 상대 진영으로 계속 들어갔다. 동료가 공을 잡으며 2~3명의 선수가 그 부근이나 공을 받기 위한 좋은 지역으로 움직이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그로 인해 역습도 허용했지만 공격 전개가 매우 매끄러웠다. 중국전에서 슈틸리케호가 자기 포지션에 머물며 대부분의 영역에서 상대 협력 수비에 고립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높은 점유율은 찬스로 연결됐을 때 의미가 있다. 신태용호는 빠른 패스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로 인해 빠른 속도의 전개로 찬스를 맞았다. 받아주는 선수가 없어 그때마다 기성용을 찾거나 백패스를 남발하며 전진을 무의미하게 만든 허상의 점유율 우위를 기록한 슈틸리케호와는 확실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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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페이스의 활용법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2차 예선 단계부터 선수 구성이 고착화됐다. 부상이나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선수의 대체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 가용 범위가 좁아지다 보니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입지가 줄어들어 경기 감각이 떨어져도 감독의 믿음 근거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전에서 중국파 선발이 논란이 됐다. 손흥민의 결장 여파를 메울 대안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동원이 중국전에서 받은 경고로 시리아전에 뛰지 못했지만 대체 선수로 발탁한 것은 K리그 챌린지에서도 저조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황의조였다.
지난 1년 간 국내외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정조국(강원), 양동현(포항), 권순형, 이창민(제주), 신진호, 김호남(이상 상주), 이명주(알 아인) 등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그들이 예비명단에조차 이름을 못 올렸다는 것은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 안에 없다는 의미다. 오재석, 허용준 등을 깜짝 발탁한 적은 있지만 대표팀에 적응할 시간이 짧은 이들을 갑자기 중요한 경기에 투입해 선수가 가진 제 기량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소집을 앞두고 이진현(성균관대), 김승우(연세대), 이상민(숭실대), 노우성(전주대), 최민수(독일명 케빈 하르, 슈투트가르트), 김무건(제주) 등 9명의 선수를 새롭게 발탁했다. 최민수를 제외한 8명은 신태용 감독은 지난 2월 춘계대학연맹전과 K리그 경기를 통해 확인한 선수들이다. 두 차례 국내외 전지훈련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 중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를 과감히 제외하고 대학 무대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이번 4개국 대회는 신태용 감독이 선수를 테스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4월부터는 사실상 본선을 위한 정예 멤버와 함께 조직력과 체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본무대로 가기 전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량을 체크하고 있다. 온두라스전부터 이진현, 김승우가 돋보이며 새 활력소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