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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날 새벽에 낳으셨다고 했다. 새벽의 별빛이 떨어지기 이전의 어둠이 눈에 찾아와 시력을 잃고 있다.
어차피 나는 태어날 때도 새벽 어둠속에서 앞을 보지 못했고, 이젠 시력을 잃으며 다시 앞을 보지 못할 것이다.
(158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5』. 흐름출판, 2019.】
10년 가까이 외상외과 의사로서 일하며 떠나보낸 환자 수가 100을 넘겼을 때, 더는 그 수를 세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피를 막아내는 속도와 피를 부어 넣는 속도의 합이 파열된 장기로부터 터져 나와 쏟아지는 피의 속도에 미치지
못할 때, 핏물 속에서 환자의 장기를 더듬던 내 손은 서늘해졌다.
차갑게 식은 피와 굳어가는 장기가 손끝에 느껴지면 사신이 환자를 데려갔음을 알았다.
(10~11쪽)
【실제 중증외상 환자들이 겪는 처참한 고통과, 죽어가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집중하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의 의료인들 및 소방대원들의 분투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훌륭한 말솜씨나 글재주와는 대척점에 선 전형적인 '이과 남자'다.
어떤 현란한 문장과 수사를 동원한다고 해도 생사의 경계를 헤매는 이들의 사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내가 읽은 불과 얼마 안 되는 책들 중, 늘 곁에 두고 살아온 소설가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김훈 선생은 자신의 책을 두고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나는 바랐다'라고 했다.
내게 ≪칼의 노래≫는 나의 이야기였고, 팀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략)
책을 준비하는 동안 김훈 선생을 직접 뵌 적이 있다. 선생의 문장을 좇으려 미련하게 애쓰는 내게,
김훈 선생은 '의사의 글쓰기는 전문 작가의 글쓰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짧게 조언해 주었다.
그의 진심 어린 조언에도 그를 좇는 마음을 놓지 못했으나, 이제는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선생의 문장은 내 머릿속에 너무 깊게 박혀 있어 지우기가 쉽지 않다.
무의식중에도 그의 문장들이 고스란히 눈앞에서 되살아날 때, 나는 신기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 거친 문장들 중 어느 한 자락에서라도 김훈 선생의 결이 흐릿하게나마 느껴진다면, 그런 까닭임을 미리 밝힌다.
(11~13쪽)】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나의 업(業)인데도 환자들은 자꾸 내 눈앞에서 죽어나갔다.
살려야 했으나 살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아서 더 알 수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임경수 교수가 한국계 미국인인 외상외과 의사가 1990년대에 3년 동안 만들어 놓았다던 진료기록을 내밀었다.
나는 화석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의사는 한국에 외상외과를 정착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떠났다고 했다.
나조차 한국의 현실이 지겹도록 비루하다고 느끼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방도를 찾아야 했다.
선진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봐야만 했다.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Trauma Center)에서 단기 연수를 받기로 했다.
4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며 정돈된 미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차원이 달랐다.
환자 치료의 규모와 범위에 따라 각 임무에 맞게 레벨이 정해진 외상센터들이 1~4단계까지 분류되어 있었고,
그 센터들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환자를 살렸다.
(중략)
나는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깊이 새겼다. 이성과 원칙, 교과서적인 알고리즘을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
그 시스템을 받쳐줄 수 있는 규모의 센터, 민간과 군이 하나가 되는 의료 체계······. 그 안에서는 환자들이 살아 나갔다.
'이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해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여기가 미국인 줄 알아?
한국에 돌아온 후 주위 반응은 막막했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질서'가 존재했다.
기껏 찾은 답은 쓸 수 없었고 현실적인 난관을 피할 수 없었다. 외상외과를 하면 할수록 선진국과 한국의 간극을 절감했다.
① 한국에서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려면 선진국 모델을 근간으로 삼아 그대로 가져와야 했다.
인력 구성에서부터 외상센터 건물의 동선 배치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여기에 '한국적' 모델을 추구하며 사족이 끼어드는 순간 이 배는 산으로 갈 것이다.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현실에서 극심하게 부딪히면서도 좀처럼 그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49~55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1』. 흐름출판, 2019.】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연수를 마칠 때 데이비드 호이트 교수가 준 책,
≪외상 환자의 최적 진료를 위한 지원(Resources for optimal Care of the Injured Patient)≫을 기반으로 주요 시설들을
세워나갔다. 그 책의 근간은 첫째도 둘째도 환자가 우선이며 모든 것을 그 원칙 위에 세우고 말했다.
나는 이 책과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가져온 자료에 준해 30퍼센트 정도 따라가는 모사판을 간신히 만들었고,
다시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를 찾아가 확인 한 뒤 내부를 꾸렸다.
표준과 원칙에 대한 철저한 모방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근간이 된다. 나는 외상센터 건물을 지을 때 그 점을 기본으로 삼았다.
트라우마 베이(Trauma Bay, 외상소생실)는 규모가 작을 뿐 90퍼센트 이상의 수준으로 복사해냈다.
(11~12쪽)】
【센터 인원이 늘면서 균열의 조짐은 곳곳에서 번졌다. 1, 2년 사이 외상센터에 전문의가 여럿 임용됐다.
전공의 시절까지는 서로 다른 전공을 가졌고 각자 속한 임상과에서 외과계 중환자 치료를 수련받았던 의사들이다.
저마다 최신 지견을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고마운 일이나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① 교수들은 환자 처치에 대해 각기 다른 지시를 내렸고, 그것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전담간호사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나는 팀 내 교수들에게 수차례 주의를 주었으나 개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교수들을 사무실로 불러 모았다. 나를 중심으로 모두가 한 테이블에 서로 앉는 각도를 틀어 마주 앉았다.
다들 지친 얼굴이었다. 모두가 애쓰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 모두들 정말 이렇게 할래?
내 말에 모두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 우리는 각자 개성을 다 드러내면서 자기 마음대로 수술하는 파트가 아니야.
만약 교수들 사이에서조차 프로토콜이 갈라지고 각자 자기 방식으로 환자 치료에 임하면 어떻게 되겠어?
여러 교수들의 오더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전담간호사들은 일을 할 수 없을 거고, 그들이 무너지면 외상외과도 무너져.
그걸 몰라?
나는 말을 쏟아내고 한숨을 뱉었다. 내부 균열은 드러나지 않게 시작되어 전체를 무너뜨린다.
김지영은 늘 그것을 경계했고, 그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잠시의 정적 뒤에 정경원이 입을 열었다.
-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눈앞의 교수들 중 가장 오래 이곳에 적을 두어온 정경원이다.
내가 무엇을 염려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 것이었다.
나는 다시 외상환자 처치 매뉴얼을 정비해 배포하라고 일렀다.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온 자료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만들어 내려보냈던 매뉴얼이었고,
그것을 업무 현실에 맞게 재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② - 앞으로 환자 치료는 개정되는 이 매뉴얼에 따라서 철저하게 진행해야 돼.
나조차도 예외를 두지 않을 거야. 이번에 수정하면서 세부사항까지 충분히 자세하게 교정하도록 해.
(134~135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4』. 흐름출판, 2019.】
【월급을 어디서 받는가. 그것은 2002년 외상외과 전임 교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이래 나에게 중요한 초점이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욕을 먹어도 나를 고용하고 있는 기관이 때가 되어 통장에 월급을 넣어주는 한,
최초 임용 당시에 정해진 업무 영역에 따라 일을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이 원칙을 지키려고 애써왔다.
이정엽은 사람과 사람의 말이 엇갈릴 때에는,
처음 업무가 부여될 때 논의되었던 '핵심가치'가 담긴 '공문서'를 지표로 삼아 무조건 문서에 적힌 바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만일 기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내 역할을 중단시킬 경우 나는 저절로 부서 이동이 되거나 사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리 결정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업무지침에 준한 말들을 떠올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152~153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2』. 흐름출판, 2019.】
【환자의 부푼 배를 열자 피가 솟구쳤다.
뿜어져 나오는 피만 간신히 막아내며 간 뒷부분의 하대정맥까지 파열된 실질을 하대정맥에서부터 복구하고 흐트러진 간 실질만 부분적으로 절제했다.
간이 파열됐다고 간을 다 제거할 수 없다. 심장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듯 간이 없으면 사람은 죽는다.
나는 남아 있는 간 실질을 최대한 끌어모아 지혈제를 채워 넣으며 봉합해나갔다.
간 실질을 통과하며 간을 붙여가는 특수바늘의 각도는 과해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안 된다.
8센티미터 길이의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 아름답게 구부러져 부드러운 C자 커브를 그리는 커다란 간 봉합바늘과 미세한
실의 연결체가 제일 선두에서 간 조직을 뚫고 들어가는 궤적을 정확히 따라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간 조직을 헤집게 되면, 가뜩이나 파열되어 너덜거리는 간의 남은 조직들이 한꺼번에 붕괴되어버린다.
그러면 피는 절대로 멎지 않고 환자는 살아서 수술방을 나갈 수 없다.
(56~57쪽)】
【전쟁 시 해군은 적의 배후에 해병대를 풀어놓고, 해병은 죽을힘을 다해 전투를 치른다.
그렇게 교두보를 마련해두면 육군의 주력 부대들이 밀고 들어와 점차 전기(戰機)를 뒤바꾸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든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다.
외상외과의 업무가 그와 다르지 않다.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방이 전장과 같고 수술은 전투와 같다.
외상외과 의사가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죽지 않을 수준'에 이르도록 '가망 없어 보이는 수술(damage control surgery)'을 하며
버티는 사이, 각 세부 전문 분과의 의사들이 환자의 몸에 상륙해 수많은 장기와 근·골격계를 하나씩 잡아나간다.
해군과 해병대가 위험을 뚫고 적진에 상륙하지 못하거나, 외상외과 의사가 처음의 수술적 치료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상황 자체는 종료다. 반전의 기회는 없다.
(149~150쪽)】
【셋째로, 무엇보다 저희는 없는 예산을 쥐어짜면서도 의사들뿐만 아니라 간호사들까지 중증외상과 관련한 해외 연수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떤 때는 무리수까지 둬가면서 노력해왔어요.
세 번째를 말할 때 김지영의 목소리에 더 힘이 들어갔다. 김지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크게 숨을 쉬었다.
나는 교수들에게 나오는 해외 출장비를 아껴 전담간호사들의 연수 비용을 마련해왔다.
항공권은 가능한 외국계 저가 항공을 이용했고, 호텔도 가장 저렴한 곳을 골랐다.
이 일로 교학팀에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나,
대부분 학장과 의과대학 행정 직원들의 도움으로 전담간호사들에게 외상외과의 해외 최신 지견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왔다.
(133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4』. 흐름출판, 2019.】
【내가 하는 일은 개인들의 노력과 희생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어 있었다.
한계는 명확해 보였다. 조직 전체에서 핵심부서와 인력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지속되면,
조직의 미래 이전에 당장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패턴을 바꾸거나 사직을 결정할 것이다.
나와 이세형은 이 점을 잘 알았다.
① 문제와 대안을 알고 있으나 우리가 해결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모든 결정은 실제 현장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116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3』. 흐름출판, 2019.】
【그 일행의 방문은 중증외상에 대한 국가의 지원 가능성으로 비쳤다. 보직교수는 그 자리에서 내게 수술 재개를 지시했다.
내 업무 범위와 여건은 늘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되었다. 의과대학이나 병원이라는 내가 속한 조직의 정확한 업무지침이나
핵심가치에 의해서 정해지지도 않았다.
조직의 수장들조차도 방치해뒀다가 내부의 역학관계나 외부 지원 여하에 따라 말을 달리했다.
외부의 말과 힘에 의하여 순식간에 조정되는 내 전공의 특수성을 느끼며 나는 이 이상 한심할 수가 없었다.
스승이었던 임대진 교수는 말하곤 했다.
밥벌이의 종결은 늘 타인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그때까지는 버티는 것이 나은 법이며,
나 스스로 판을 정리하려는 노력조차 아까우니 힘을 아끼라는 그의 말이 나는 틀리지 않다고 여겼다.
어쨌든 이 일은 내 밥벌이였고 병원 일도 직장생활이었으므로 나는 병원의 공식적인 지시로 관두게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무감각하게' 따라가기로 했다.
(126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1』. 흐름출판, 2019.】
【중증외상센터는 24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센터 내 교수진의 생활은 일반적인 임상과목 교수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에게는 수술과 진료 사이에 개별적으로 숨을 돌리거나 숙식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다.
(중략)
대부분의 임상과 교수들은 병원에서 먹고 자고 싸며 일하지 않고, 헬리콥터를 타고 출동하며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병원은 일터이자 집이었다. 주거가 해결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었다.
(9~10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5』. 흐름출판, 2019.】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고, 이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제안해서
그 매력에 끌어들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 이번에는 환자를 내준대요?
김지영이 대답했다.
- 네. 그쪽에서도 환자가 다시 안 깨어날 거라는 걸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가족 분들이 그쪽 관계자들을 잘 설득해서 바뀐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여간 세상을 떠나더라도 고향에 모시고 와서 묻히게 해야죠.
그의 마음은 이미 갈 준비를 마친 것같이 보였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석 선장 때부터 우리를 일관되게 지배해온 업무의 기본 방향이다.
중증외상 환자가 죽을 확률이 높아 보이더라도 어떻게든 빨리 데려와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면서 회생 기회를 엿봐야 한다.
이렇게 하면 최악의 경우에 죽더라도 환자는 고향에 묻힐 수 있다.
나머지 결정은 가족들 몫이고 이런 의료 행위에 대한 방향 설정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며,
그것은 정치권과 행정부의 업무다.
그러므로 확실한 방향이 잡히기 전까지의 모든 행위에 대한 부담은 가족들과 의료진이 함께 진다.
나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돈 문제를 생각하고 환자를 대하는 순간 많은 것이 왜곡된다.
(36~37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4』. 흐름출판, 2019.】
【북한군 병사의 목숨은 이승에 남았다. 그 덕에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다시 일어났다.
2011년 석해균 선장이 복지부 캐비닛에 처박혔던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끌어내더니,
북한군 병사가 죽어가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건져낸 셈이었다.
(중략)
그 후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 오히려 여론은 순식간에 온도를 달리했다.
북한군 병사 덕분에 순간적으로 다시 일어났던 정치권의 주목은 2011년에 비하면 매우 미미했다.
이슈와 관심 자체가 작았던 만큼, 지원을 약속해 줄 것 같았던 정 · 관계와 언론이 흩뿌리던 모든 말 잔치의 결과물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130~132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5』. 흐름출판, 2019.】
【물러설 자리가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검푸른 바다 위는 사지(死地)이자 전장(戰場)이고 생존이 터였다. 그 위에서 해군들은 미루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속을 헤아릴 수 없는 물길 위에 선 사람들에게 섣부른 잔꾀는 없었다.
(41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1』. 흐름출판, 2019.】
【나는 그런 허망한 시스템 아닌 시스템 속에서 최전선에 내몰려 있었다.
진작 종료했어야 하는 중증외상센터를 계속 끌고 오면서 어쩌다 정치적 이슈가 되는 환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치료되어 살아날 때마다 무지개처럼 제시되던 헛소리들을 믿어가며 너무 오래 버텨왔다.
(142쪽)
이국종. 『골든아워(99g 에디션)5』. 흐름출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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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