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6070 낭만길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미션
-------------------------------------
로마제국의 도시는 격자형으로 형성되어 있고, 중세 유럽 도시는 시장에서 시작하여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 나간다. 외곽에는 성벽이 세워지나 대포가 발달하면서 성벽은 서서히 없어지고 그 자리에 순환형 도로가 생긴다. 이처럼 중세에 형성된 도시의 특징은 광장이 있고 방사형으로 펼쳐지고 외곽에 순환도로가 있고 그 너머에는 나중에 개발된 격자형 주택단지들이 있다.
도시 주택은 처음에는 단층이었으나 인구가 늘어나면서 층수가 올라간다. 층수가 올라갈 수록 건축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오고 그럴수록 도로는 좁아지고 어두워진다. 길 건너편 건물과 거의 맞닿을 정도이다. 게다가 포장도로가 드물고 하수 시설이 없어 비가 오면 처마에서 떨어진 빗물로 도로가 하수도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 주택에는 화장실이 없어 커다란 통에 모아둔 분뇨를 창 밖으로 버려 위생 상태가 아주 안 좋다.
-------------------------------------
14세기에 들어 서면서 중세 유럽 도시들은 위기에 빠진다.
계속 늘어나는 인구를 농작물 생산량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거기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 the black death 로 인구가 격감한다. 이는 농촌의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농작물 생산이 줄어든다. 도시는 인구가 줄어 수요가 줄고 따라서 농촌 경제도 후퇴한다. 농작물 가격이 하락하고 농촌의 경쟁이 심해진다. 도시 인구가 줄어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고 임금 상승은 다시 농작물 생산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도시는 임대료가 하락하고 버려진 주택이 늘어난다. 1370년 프랑스 릴 Lille 에서는 경작지의 1/3 가까이 폐허로 버려지고, 파리는 노트르담 다리 위의 주택 중 반 가까이 빈 채로 버려진다. 인구 감소는 도시와 농촌 모두에게 악순환으로 고통을 준다.
거기다 1337년 시작된 백년전쟁은 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전쟁이 벌어지는 중세 유럽의 도시들은 상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상업이 위축되고 세금 징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프랑스 도시들은 왕의 전쟁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 고통이다.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영국은 오랫동안 플랑드로로 양모를 수출하였으나 전쟁으로 수출 길이 막히자 모직물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다. 모직물이 영국의 도시들의 주요 산업이 된 사연이다.
중세 유럽 도시들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동안, 길드의 우두머리들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기들끼리 인맥을 만들어 폐쇄적으로 변한다. 길드의 규칙을 까다롭게 만들어 자기 자식들만 장인 기술자로 승격시키거나 왕실 관료로 진출시킨다. 고향 관료로 다시 돌아온 이들은 고향 도시가 아닌 왕을 위한 행정만 하다가 영주나 귀족이 된다.
반면에 일반 시민들은 더욱 궁핍해진다. 인구 감소로 임금이 상승하자, 왕이 강제로 임금을 낮추어 수입이 줄어든다. 까다로운 길드의 규칙으로 장인 승격도 힘들어져 임금 노동자로 계속 지낸다. 노동자 숫자도 늘어나고 농촌에서 새로 유입되는 인구도 많아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결국 경제가 어려워진 직인이나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플랑드르와 피렌체의 반란이 대표적이다.
중세 유럽도시들은 두 갈래 형태로 나누어지기 시작한다. 수공업 중심의 폐쇄적인 길드 도시 또는 개방된 항구나 거대 시장의 초기 자본주의적 도시로 발전한다.
그러나 어느 형태든 중세 유럽의 도시 형성과정에서 생긴 '자유와 자치'는 '시민'이라는 새로운 의식의 결정적인 밑바탕이다.
----------------------------------------
정리하면,
10세기 경부터 유럽의 농작물 생산량이 늘면서 잉여농작물을 교환하던 장소가 정기적인 시장으로 변모한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농촌의 인구들이 유입하면서 시장은 도시 형태로 발전한다. 상인이나 수공업인들이 만든 길드 조직이 도시 운영의 기본구조가 된다.
14세기 즈음 흑사병의 유행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백년전쟁의 여파로 상공업이 위축된다. 이 타격은 농촌과 도시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면서 시민들의 생활수준은 다시 후퇴한다.
도시 행정을 맡던 길드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도시는 초창기의 자유와 자치가 아닌 절대집권적인 왕정의 후원자로 변모한다. 한편 항구도시나 큰 시장도시는 자본주의적 도시로 발전한다.
중세유럽 도시인들이 누리던 자유와 자치는 유럽사회 시민의식의 밑바탕이 된다.
다음은 베네치아의 지중해 무역을 알아본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