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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항공 '화려한 부활' 이끈 마크 던컬리
비행기 처음 타는 승객 `쑥 쑥`…저가항공사들 질주 계속될 것
■ 하와이안항공 '화려한 부활' 이끈 마크 던컬리
2003년 하와이안항공은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한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자면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이다. 1993년에 이어 10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파산보호 신청이었다. 그 전부터 취약하던 재무 상태가 이라크전쟁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더 악화됐다. 회사는 비행기 리스료를 내지 못해 채권자들과 채무유예 협상을 벌여야만 했고, 2002년에는 전체 인력의 4%인 150명의 직원 숫자를 줄였다. 당시 하와이안항공의 항공편은 연착되기가 일쑤였고 고객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2003년 영입된 사람이 마크 던컬리 현 최고경영자(CEO)다.
2년 만인 2005년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하와이안항공은 10년 후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된다. 2005년 8억3359만달러(약 9500억원)였던 매출액은 2015년 23억1746만달러(약 2조6700억원)로 3배가량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4억2610만달러(약 4900억원), 순이익은 1억8264만달러(약 2100억원)에 달한다.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발생률은 현저히 낮아져 12년 연속 미 국토부 발표 정시 운항률 1위 항공사로 선정됐다. 직원 수는 2005년 3000여 명에서 지금은 약 2배로 늘어났다. 이런 눈부신 성과로 던컬리는 10년째 CEO로 일하고 있다.
하와이안항공은 어떻게 10년 만에 최악의 항공사에서 알짜 항공사로 거듭났을까.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최근 방한한 던컬리 CEO를 인터뷰했다. 그는 기본적인 업무에서 성취하는 '승리의 경험'이 조직과 구성원들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하와이안항공에서는 '정시 운항(punctuality)'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변호사와 재무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본업(business)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다른 항공사들이 불확실성이라는 공포에 질려 투자를 주저할 때 아시아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것이 지금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확신을 가지지 못할 때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 당신이 2003년 하와이안항공에 온 이후 회사는 파산 위기에서 부활했을 뿐 아니라 놀라운 성장을 했다.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아주 간단한 비즈니스다. 고객들을 안전하게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들을 존중하고 잘 대접하면 된다. 현장에 있는 우리 구성원들은 이 같은 기본을 늘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한다.
- 과거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하면서 성공의 비결로 '정시 운항'을 꼽았는데.
▷성공에 하나의 비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가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 직원들에게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우리 직원들은 매번 실패(lose)만 했다. 패배주의에 물든 구성원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는 업계에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정시 운항이다. 당시 하와이안항공은 정시 도착률이 가장 낮은 항공사 중 하나였다. 이걸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고 나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목표에는 보다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영어로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고 한다. 사람들은 구조조정을 할 때 법률적인 문제와 재무 문제만을 생각하다가 정작 본연의 비즈니스를 잊곤 한다.
아무리 좋은 변호사와 재무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실패한다.
- 하와이안항공에 합류하기 전에 벨기에 국적 항공사인 사베나항공에서 일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파산까지 갔다. 이곳에서 일한 경험이 이후 하와이안항공을 턴어라운드시키는 데 도움이 됐나.
▷2001년 사베나항공 구조조정을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갔지만 1년도 채 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베나에서의 경험은 도움이 됐다. 구조조정은 먼저 전략의 문제다. 사베나항공은 전략이 좋지 않았다. 반면 하와이안항공은 전략은 좋았지만 실행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다른 환경이었다.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알게 됐다.
- 경쟁사였던 알로하항공은 2008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하와이안항공이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요인이 있다. 나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경쟁자보다 기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가 나빠지면 기업은 아주 취약해진다. 2008년 당시 하와이안항공은 (알로하항공과 달리) 경쟁력이 있었다.
- 세계적으로 대형 국적 항공사들은 재무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다.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그랬고 일본 JAL도 파산한 적이 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나 에어아시아 같은 소형 항공사들이 오히려 더 재무적으로 튼튼한 경우가 많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와이안항공은 어느 쪽에 속하나.
▷하와이안항공은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비용항공사(LCC)도 아니고 대형 국적 항공사도 아니다. 항공산업의 미래는 아주 명확하다. 관광 목적(leisure travel)의 수요는 아주 강하다. 반면 비즈니스 목적(business travel) 승객 수요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관광 수요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비즈니스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성장은 어렵다. 세상에는 아직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 본 사람이 수십억 명이나 있다. 소득이 늘어나면 이 사람들이 생애 최초의 비행기 여행을 시도한다. 중국의 저 어마어마한 '유커'들을 보라. 다 관광 목적 여행객들이다. 20년 전이라면 평생 집 밖으로 100㎞도 나가보지 못했을 제3세계 대중들이 해외여행 주요 고객으로 등장했다.
- 그래서 저비용항공사가 잘되는 것인가.
▷관광 목적 여행이 늘어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여행객은 좌석 가격에 예민하다. 항공사가 고비용의 비즈니스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면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 기업문화로 알로하 스피릿(Aloha Spirit)을 내세우고 있는데, 하와이의 고유한 문화가 기업문화에도 반영되는 것인가.
▷우리 본사에는 누구도 자기 전용 방이 없다. 나는 비서와 같은 책상을 쓴다. 책상에서는 식사를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되면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 모두가 함께 앉아서 먹는다. 하와이에는 고유의 환대(hospitality) 문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를 가고 싶어하는 것은 이런 따뜻한 환대를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로컬 문화를 포옹하려고 한다. 기업문화로 가져오고 싶다. 우리는 이름에만 하와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하와이다(하와이안항공의 근무복은 모두 하와이안 셔츠다).
- 조직관리 측면에서 특이한 부분은 없나.
▷항공사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파일럿, 승무원, 정비조직, 화물운송업무, 청소, IT 등이 필요하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편에 기업의 모든 부서가 관여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협력(coordination)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산업은 다르다. 사업부가 다르면 서로 협력할 일이 없다. 항공사에는 하나의 사업부만 있다. 그래서 경영 측면에서 협력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사무실을 두지 않고 오픈 오피스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협력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신호(signal)를 보내는 것이다.
- 당신은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미국 영국 등에서 자랐고 남미를 거쳐 지금은 하와이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다문화적인 경험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었나.
▷아주 중요했다. 나에게 다양성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내 커리어에서도 아주 중요했다. 우리는 직원을 고용할 때 다양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들도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사장인 수진의 보스는 호주인이다. 하와이 출신 직원들도 많고 일본인, 중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있다.
-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 최대 기업 중 하나다. 지역사회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단순히 직원을 고용하고 투자하는 것 이상을 하려고 한다. 각종 기부활동을 하고 있고 환경적 측면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와이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에 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 그동안 주로 미국 본토와의 직항 노선만을 유지하다가 2010년 아시아에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이것이 빠른 성장의 비결이었는데.
▷그렇다. 우리는 2005년 파산에서 벗어났다. 파산 상태에서는 생존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서 벗어나면서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할것인지 장기전략을 세웠다. 그때 우리는 하와이로 오는 관광 수요가 주로 아시아에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아시아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2010년 처음으로 실행이 이뤄졌다. 도쿄에 직항 노선을 열었고 3개월 후에 서울 직항 노선을 띄웠다.
-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했을 것 같다. 만약 충분한 수요가 없다면 다시 파산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확신이 있었나.
▷지금은 결국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는 점이다. 모두가 확신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움직일 때라고 생각했다. 모두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3년 후에 확신을 얻었다.
- 최근 점점 많은 한국인들이 하와이로 가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하와이 여행 붐은 1990년대에도 있었는데 다시 생긴 것 같다. 왜 하와이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 커리어 초기에 체코에서 일했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여행을 시작하는지와 그 욕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처음 사람들은 모든 곳에 가고 싶어한다. 런던에서 하루, 파리 하루, 로마 하루, 뉴욕 이틀 식으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다. 이는 처음 여행을 하는 세대의 특징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찾아온다. 어디가 내가 머물면 좋은 곳인가. 내게 의미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곳이다.
일본인 관광객을 보면 처음에 (일본의 해외여행 수요가 생겼을 때) 그들도 모든 곳을 갔다. 팻말을 따라다니는 일본 관광객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하와이를 1년에 2~3번씩 온다. 하와이가 가장 감정적으로 끌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도 비슷했다고 본다. 1990년대에는 하와이를 한번 가보고 싶어했고 이제는 일본인처럼 하와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지금은 중국인들이 과거 일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여행 트렌드가 약 20년 뒤져 있어서 지금 전 세계를 돌고 있다. 20~30년 후에는 중국인들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는 지금 중국인들 같은 사람이 미국인들이었다. 유럽에 가면 여기저기에 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다. 한국인들이 처음에는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에만 갔지만 이제는 마우이섬에 간다.
- 그렇다면 10~20년 후에 중국인 관광객 수요 붐이 생기는 것인가.
▷지금은 중국인들이 미국 전역을 10일 만에 여행하고 다닌다. 여행도 단체관광이 주류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를 다녀보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이고 하와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He is…
마크 B 던컬리 하와이안홀딩스 및 하와이안항공 최고경영자(CEO)는 2003년 하와이안항공의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로 임명돼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2005년 회사를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고 10년 넘게 CEO로 일하고 있다.
1964년생으로 런던 정경대(LSE)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고 그랜필드 공대에서 항공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항공업계에 투신해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지역담당 수석부사장, 월드와이드 플라이트 서비스 사장 겸 COO, 사베나항공그룹 사장 겸 COO 등을 거쳤다.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02년에는 미국 북동지역 고등 곡예비행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이덕주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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