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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 전개 양상과 함의
송태은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
발행일 2024-06-18
1. 문제 제기
2. 개념
3. 전개 양상
4. 평가와 전망
5. 정책적 고려사항
<요약>
1. 문제 제기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은 국가와 테러단체 간 대결로서, 다양한 군사적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s, IO) 조직과 역량을 갖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도 테러집단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이용하여 공세적인 인지전 위협을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음. 하마스의 사이버 인지전에는 이란, 러시아,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외 메시지 발신에 공조했고, 이스라엘의 경우 민간인 희생자 급증 등 전황의 상황에 서방의 입장이 영향을 받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적 공조에는 한계가 있었음.
주요국들이 군사적 차원에서 인지전 연구를 추진하고 뇌과학이 무기화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평시 사이버 영향공작에 대해서도 종합적 대응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임. 더군다나 한국은 사이버 인지전을 가장 활발하게 구사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활동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으나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다룰지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 법제도나 통합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컨트롤 타워도 부재함.
최근 한국에 대한 오물풍선 살포를 통해 심리적 충격 효과를 노리고 있는 북한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미영제국주의자들의 전초기지’로 묘사했고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과 같은 도발을 향후 북한이 모방할 가능성 높음.
이러한 맥락에서 이 보고서는 ▲인지전의 개념적 정의, 목적, 수단을 검토하고,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사이버 인지전이 전개된 양상과 특징을 살펴보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펼친 인지전 효과를 평가하며, ▲우리 정부가 사이버 인지전 관련 마련해야 할 위기대응 체제와 국제협력 방안을 제시함.
2. 인지전의 개념과 부상배경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개인, 대중, 지휘부의 인식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쳐 적이 我가 원하는 방식으로, 我에 유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끔 적의 인지과정을 공격하는 활동으로 궁극적으로 ‘적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하고 파괴’할 수 있어야 함.
인지전 수행 주체는 자신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여 공격대상이 정치적으로 빠르게 타협하도록 유도하고, 적국 지휘부와 대중 및 국제여론도 공격주체의 내러티브를 받아들이게 하여 공격 대상에게 외교적 압력을 가할 수 있음. 또한 인지전은 공격대상 국가의 정책을 비도덕적·비윤리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국가의 법·정치제도의 정상적 기능이 어려워진 것으로 오도하여 공격대상 국가의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상실되게 만들 수 있음.
인지전에 대한 관심이‘뇌/뇌과학의 무기화’를 초래하는 것은 오늘날 뇌과학이 인간의 인지과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뇌 연구가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되며, 궁극적으로 인간을 대신할 자율무기 연구와 직결되기 때문임. 한편 오늘날 인지전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공격대상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수행되고 공격을 위한 콘텐츠를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하고 알고리즘인 봇(bots)을 통해 메시지를 대규모 청중에 신속하게 확산시키는 방식임.
3. 전개양상 및 평가
가자 지역에 대한 외부의 정보접근과 사실 확인이 심각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국내외 청중에 대해 상대에 대한 폭력사용을 합리화하는 일방적인 메시지 발신이 가능함. 하마스는 잔인한 장면의 사진과 영상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하마스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유인 전략으로 사용했고, 하마스 發 내러티브에 대응하는 데에 있어서 전장 정보 통제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위치한 병원, 학교 등에 대한 공습 이유로서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은신처가 민간시설임을 강조함.
가자지역의 내러티브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도덕성과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反이스라엘 국제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인종청소를 단행하는‘학살자’로 묘사하고 이스라엘의 가자공습이 팔레스타인 민간과 구호활동가들의 피해를 급증시키는 상황을 ‘인권 침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로 프레이밍하고 있음. 또한 하마스는 전쟁을‘서방 對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의 대결로 묘사하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미중경쟁 및 장기화되고 있는 러우전쟁과 연결해 중동의 반미주의가 글로벌사우스와 연대하도록 선전선동하고 있음.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습과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의 범부처 전략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군의 정보작전(IO)을 신속하게 전 방위로 가동시킴. 즉 이스라엘의 인지전은 방위군(IDF) 대변인, 외교부, 법무부, 디아스포라부, 대통령실, 총리실, 총리실 산하 공공외교 부서 등 범부처 기관이 공조하며 수행되었고, 이스라엘 방위군은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 직후 국제 커뮤니케이션실 인력을 200명 이상 증원하고 해외 14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전문가를 신속하게 확보함. 또한 국가공공외교 담당 부처의 경우 새로운 대변인을 영입하고 경영계 리더 및 정치인, 언론인을 동원하여 하마스 공격의 충격을 전파함.
이스라엘의 정보작전 비밀요원부대(Influence Unit)는 언론사의 스토리텔링을 지도하고 정보기관들은 UNRWA가 하마스 대원의 활동 공간임을 서방 우호국들에 알려 UNRWA에 대한 서방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게 함. 이스라엘 외교부는 온라인 홍보 업체 등에 하마스 공습 장면이 담긴 온라인 광고 게시를 요청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고,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스스로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링 하여 43분 분량의 영상을 제작하고 이스라엘에 파견된 주요 국 정부기관 및 문화·스포츠계 인사들에게 제공하기도 함.
개전과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는 플랫폼 업체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하마스 공습에 의한 이스라엘 인명 피해를 신속하게 알려 전쟁 초반에는 이스라엘 發 메시지가 유럽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공세적으로 발신되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콘텐츠의 규모와 속도에 있어서 이스라엘을 압도하기 시작함. AI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셜미디어 콘텐츠 조사 결과, 10월 7일 – 23일 동안 인스타그램(Instagram), X, 유튜브 모두에서 친이스라엘 게시글보다 친팔레스타인 게시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이 확인됨. 특히 하마스가 사용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전쟁 전에 비해 개전 직후 구독자 수가 급속히 증대함.
하마스의 사이버 인지전이 체계적이고 공세적인 정보작전 및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갖추고 인지전을 펼친 이스라엘을 압도한 것은 하마스가 인공지능 봇 계정을 더 공세적으로 사용했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중동권의 협공 결과일 수 있으며, 혹은 금전적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악용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음. 즉 사회혼란과 전쟁 자체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가 활성화되는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
이란, 중국, 러시아는 하마스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사용하여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마스·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미국·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정보생산 및 허위조작정보를 전파하고 있음. 이란의 경우 이스라엘 내 극우 종교집단과 LGBTQ+ 집단 간 갈등을 부추기는 등 보수와 진보 세력 간 균열을 촉발하며 이스라엘 사회 내 이념적 균열을 일으켜 이스라엘 시민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동 취하도록 유도하는 전략 전개하는 동시에 이란이 전이슬람권 저항(Pan-Islamic resistance)의 선두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음. 러시아는 자국의 관영매체 RT와 Sputnik, 페이스북, 틱톡, 텔레그램 통해 하마스·팔레스타인 내러티브에 동조하고 미국·이스라엘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동일시하는 내러티브 전파함.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하마스의 테러를 영웅시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중국의 일본에 대한 대항과 동일시하며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국주의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반유대주의 설파하는 콘텐츠도 확산되고 있음.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우방국들인 서구 유럽국들은 전쟁 초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하마스 비판 및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중단 외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하마스 發 정보에 대한 조치 요구함. 플랫폼 기업의 대응 중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표식(labeling), 하향등급부여(downgrading) 혹은 맥락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이 비교적 효과적인 대응으로 여겨지나 이러한 조치들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함.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대처는 거대 규모 팔로워를 거느린 계정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으나 적은 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계정의 정보활동은 식별하기 어려우므로 차단이 쉽지 않음.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을 전후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초국가적으로 활동하는 인권 및 구호단체의 피해도 커지면서 이스라엘의 서방 우방국들은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만 대응하고 있어 이스라엘은 세계여론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음. 이러한 추세는 갤럽(Gallup),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등의 여론조사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음.
결론적으로 하마스가 전개한 사이버 인지전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와 잔인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스라엘에 집중되게 만들었고, 팔레스타인의 독립이라는 더 궁극적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 및 글로벌사우스와의 연계 유발의 효과는 달성한 것으로 보임.
5. 정책적 고려사항
가. 사이버 인지전 공격에 대한 범부처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 마련
외부 세력의 사이버 인지전 공격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상시로 전개될 수 있고 개전 직전 가장 공격적으로 수행되므로 평시 사이버 인지전 공격에 대한 범부처 대응체제가 마련되어야 하고 평시에도 대응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야 함. 따라서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집대성하고 팩트체크와 내러티브 분석 등 정보분별 방법을 제공하는 범부처 플랫폼(웹사이트이나 포털)을 마련하여 인지전 관련 특정 이슈에 대해 모든 부처가 일관적인 동일한 목소리를 함께 발신할 수 있어야 함.
나. 외교부·국방부 군사외교 공동 전개, 동맹·인태 우호국과 인지전 대응 공조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인지전 위협에 대한 대응은 외교부와 국방부의 긴밀한 공조가 뒷받침될 때 효과적이고, 동맹·우호국·민주주의 유사입장국과 신속하게 정보와 분석을 공유하고 외교적, 기술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받거나 제공하는 데에 있어서도 함께 군사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음. 두 부처는 동맹 및 인태 우호국과 공동의 의사결정과 정책결정을 담당할 전략커뮤니케이션 센터나 상황실(situation room)을 인태지역에, 더 나아가 한국에 설치할 것을 인태지역 우호국들에게 제안할 수 있음.
국내 차원에서 외교부와 국방부가 군에서 수행하는 외교적 대응 내용이 포함된 기존의 Pol-Mil 훈련을 인지전 대응 차원에서 함께 수행하고, 동맹 미국과 인태지역 우호국과도 사이버 합동훈련에 허위조작정보 유포 시뮬레이션 포함시켜 유사시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음.
다. 국가 사이버 안보 정책에 사이버 인지전 대응 정책 포함
현대 인지전은 주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AI 봇을 통해 확산시키는 형태로 전개되므로 허위조작정보의 유포나 사이버 영향공작을 사이버 안보 위협의 한 종류로서 다루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므로 우리의 국가사이버안보전략도 사이버 인지전 대응 항목을 국가 안보 이슈로서 포함해야 함. 사이버 인지전 위협 즉 외부 세력의 정보공격에 대한 대응은 주로 정보통신, 사이버 및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여론이나 커뮤니케이션 이슈로 다루기보다 대응의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여 불필요한 국내 정치쟁점화 차단해야 함.
군사적 차원에서는 전시 적의 사이버 인지전 공격에 대응하는 정보작전/인지작전 수행체계 및 전략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마련하고, 특히 알고리즘 봇의 공격을 탐지, 차단하거나 반격하는 알고리즘 대응 기술을 평시에도 가동해야 함. 따라서 외부 사이버 인지전 공격에 대응하는 인지작전 수행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의 메시지를 발신할 대상 식별, 발신할 내러티브의 기획 및 국내외 미디어와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할 인력과 이를 담당할 부처가 지정되어야 함. 더불어 사이버 인지전 공격에 대한 대응 역량은 소셜미디어나 미디어 대응, 사이버 작전과의 결합 능력 등 또 다른 기술적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결여할 경우 민간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이 필요함.
라. 대내외 청중 대상 메시지 발신용 플랫폼 구축 필요
사이버 인지전 대응 관련 전문자료, 학계 연구결과, 분석보고서, 정부기관의 주요 기록 등을 시의적절하게 게시할 수 있는 정보 측면에서 지적 권위와 객관성, 분석력의 우위를 보여줄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대내외 언론, 시민사회 및 일반 개인, 학생층이 실제적으로 활용하게 해야 함. 이러한 플랫폼은 인지전 위협을 알리고 허위조작정보 관련 신속한 정보제공 채널이자 관련 연구, 교육프로그램, 학술행사를 홍보하는 창구로 기능할 수 있음.
마. 민간의 정보감시 역량과 공조체제 강화 및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제공
인지전 공격은 평시와 전시의 구분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적인 정보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평시 민간 섹터에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을 필요로 함. 정부 각 부처의 모니터링 범위에서 벗어난 영역에서 민간의 정보감시 능력이 중요하고 인지전 공격에 대한 대응 역량을 민간에 일부 위임하여 전 사회적 대응 역량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음. 민관 공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민관의 유대 및 신뢰관계가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동일한 안보관과 위협인식이 형성되는 결과로 이어져 위기 시와 전시 공조를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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