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2월 16일(토)자 27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사설]에 " ‘무기 로비스트’가 국방장관 후보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한겨레신문의 [사설]
‘무기 로비스트’가 국방장관 후보라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반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위기
발생 시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책임져야 할 국방장관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핵심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에 앞서 1차 발표한 장관 후보 6명 가운데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를 끼워넣은 것도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일 터다.
하지만 그가 과연 이런 위급한 시기의 국방장관으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휴대전화에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담긴 고리를 달고 다니는 ‘이상한 취향’의 소유자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민주화 시대의
국방장관 후보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는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 기준으로 굳어진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 비리,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중, 본격 검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투기와 탈세 두 가지에서 결격 사유를 보이고 있다. 1986년 부인과 8살 장남 이름으로 경북
예천군 임야를 매입하고도 2005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소유자에서 장남을 제외했다.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증여세를 냈지만 그것으로 비리가
가려질 수는 없다. 또 2000년 2사단장으로 재직할 때 재건축 예상지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납세와 투기 등에서 전혀 흠이 없었던 김관진 현 국방장관의 처신과 크게 대조된다. 더구나 박 당선인 쪽이
김용준 총리 후보가 재산형성 의혹과 아들 병역 문제 등으로 낙마한 뒤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밝힌 터여서 실망이 더욱 크다. 비리를 알고도
청문회 통과를 자신했다면 도덕성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검증에서 이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부실 검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건 그가 퇴직 뒤 무기중개업체의 ‘로비스트’로 근무했다는 의혹이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육군 차기 전차인 K2 파워팩(엔진+변속기) 수입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말이 비상근이지, 업계 쪽의
말로는 “비상근이야말로 오히려 프로젝트 수행이 아니라 로비를 펼쳤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국내 개발에서 독일제 파워팩으로 바뀐
것에 대해 시정 지시를 했는데, 이 시기가 바로 그의 업체 근무 시점과 일치한다.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외국무기 중개업체
로비스트를 국방장관에 임명할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