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3억,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 아니다
50억 약정도 하는데 3억이면 공짜 아닌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이문 먹자는 장사고 속 먹자는 만두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낸 속담을 보면 교훈은 물론이고 날카로운 해학이 담겨 있다. ‘도둑이 매를 든다’ .
하루 종일 빈 상자를 주워 파시는 할머니에게 하루에 얼마나 버시느냐 물어보니 그냥 수줍게 웃으신다. 80이 내일 모래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뭘 하시며 자손은 있는지. 내가 왜 이러지. 나중에 얘기하자.
요즘 3억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무슨 소리냐. 현영희란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현기환이란 사람에게 3억을 공천뇌물로 주고 비례대표를 샀다는 혐의다. 현기환은 새누리당의 공천심사를 좌우하는 실세며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대리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다시 말하면 오해를 받을만한 위치에 있었다는 얘기다.
흔히 껌 값도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몇 푼 안 된다는 의미다. 3억은 어떤가. 놀라운 말을 들었다. 정치권과 지저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인간이 한 말인즉 그야말로 껌 값도 안 된다는 것이다. 화폐가치가 추락했는가. 껌 값이 올랐는가.
지저분한 부분에서 백과사전 같은 인간이긴 하지만 솔직하긴 해서 물었다. 대답은 이렇다. 정치꾼들은 절대로 공짜 돈 안 쓴다는 것이다. 백 원 쓰면 백 원어치 밑천 빼 낸다는 것이다. 하물며 3억을 쓰는데 계산을 안 할 수 있느냐. 계산이란 간단하다. 드린 밑천을 뽑아 낼 수 있느냐다. 뽑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까 3억을 거침없이 던지고 심지어 50억을 내겠다는 약정을 한다. 어느 철없는 어머니가 딸을 비례대표 만들기 위해서 몇 십억을 던진 기록이 있지 않은가. 감옥에 갔지만.
밑천을 뽑는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은 이권개입이다. 영국 의회는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는데 한국의 국회도 권한이 ‘무지막지’해서 작심만 하면 할 일 참 많다. 그래서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에 대가리가 터지도록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안 그러는 훌륭한 의원님도 계시다. 늘 욕을 하면서도 그 분들께 죄송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3억은 간단하다는 것이 그 지저분한 친구의 말이다. 저축은행 뇌물액수를 보라. 실제로 국민들은 그런 의원들의 꼴을 보고 금배지가 날아 가는 것도 보고 빵에 들어가는 것도 보고 그래서 국회의원은 모두가 도둑놈이고 어느 놈을 뽑아도 다 같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끝 순위에 가까운 23번을 3억이나 주고 50억에 예약을 한 인간도 있고 그렇다면 당선이 보장된 앞자리 번호는 얼마일까. 달라는 게 값이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생각도 든다. 참 돈 벌기 쉬운 나라다.
현기환과 김영희의 3억 주고 받기 혐의가 어떻게 판명이 날지 누가 알랴. 사실이냐 아니냐. 본인은 알 것이다. 본인들은 죽어라 아니라고 우기는데 정황증거가 만만치 않다. 아무리 검찰이 불신을 받는다 해도 이 정도면 그냥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국민의 생각이다.
문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표의 자세다. 도무지 되먹지가 않았다. 원래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성격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을 보는 그의 시각에 국민은 또 한 번 질려 버렸다. 무서운 여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박근혜가 이명박 후보와 겨루던 17대 대통령 선거, 날 선 공방 가운데 이명박의 BBK는 단골 반찬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사실로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된다고 압박했다.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대통령 후보로서 책임은 후보 사퇴밖에 없다.
현기환의 뇌물공천 관련해서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후보는 책임질 일이 없다고 했다. 그냥 송구하다고만 했다. 이명박의 책임과 박근혜의 책임은 무엇이 다른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원래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이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되면 이는 심각하다. 아무리 부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절망하고 한나라당 후신인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에 대해서도 절망을 하는 것은 똑 같은 이유인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비례대표’를 공개경쟁 입찰하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은가.
정치권의 비리를 백과사전처럼 꿰뚫고 있다고 한 지저분한 친구가 하는 말이 3억을 주고 비례대표 매입에 성공을 했다면 이건 공짜로 얻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노무현 탄핵 이후 길거리에서 금배지를 주웠다고 ‘탄돌이’란 별명이 국민을 슬프게 했듯이 비례대표 3억이 공짜나 다름이 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분노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절망의 강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원래 비례대표란 박정희 독재의 산물이다. 예뻐 보이는 놈에게 떡 하나 주면서 너 이거 받아먹고 말 잘 들어라. 한 것이다. 유신헌법 만들어 낸 아무개 같은 쓰레기 헌법학자나 죽어라 빨아주던 걸레언론인. 이런 자들을 충실한 개로 부려 먹기 위해서 생각해 낸 떡이었다.
이제 유신은 사라지고 유신의 딸이라고 하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이런 공약은 어떨까. 비례대표의 원래 목적은 전문가의 발굴이다. 어중이떠중이, 지역에서 주먹 좀 쓰는 인간, 돈 푼이나 있다고 막걸리 잘 산 인간, 대학교 하나 만들어 등록금 걷어 돈 번 학원재벌, 부동산 투기로 벼락부자 된 인간, 이런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백해무익한 해충이다.
그러나 전문가 발굴이라는 의미에서 각종 범죄를 유형별로 나누고 그 중에서 최고를 선발해 비례대표를 주는 것이다. 사기범의 대장은 사기예방법을 만들고 부동산 투기의 대장은 부동산 투기방지법을 만든다. 경제사범은 그 방향의 법을 만든다.
학원비리 사범, 성범죄 사범도 써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환히 꿰뚫고 있는 그 쪽 방향 범죄의 방지책을 그들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 발굴의 목적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웃을 수 도 없다.
전직 수사관이던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는 들어 난 범죄보다 묻혀 있는 범죄가 훨씬 많다고.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그러려니 하고 살란 말인가. 그러나 이번 터진 현기환 현영희 공천비리 뇌물 의혹은 정말 충격적이다. 현영희는 유치원 원장 출신이다. 이 나라의 새싹을 착하고 아름답게 길러내는 유치원의 원장 출신이다.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했다. 더 할 말이 없다.
현기환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박근혜 후보의 대리인이라는 말이 나 돌 정도면 그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래서 박근혜 후보의 책임론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뇌물 비리의혹은 대통령 선거 내내 쟁점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덮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강구하겠지만 세상이 어디 자신들의 마음대로 되는가. 그야말로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얌전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이 터지면 반드시 남는 건 교훈이다. 이번 사건도 국민은 하루 먹고 살기가 힘이 드는데 3억 쯤 뇌물 건네는 건 아무렇게도 생각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마을을 다니며 휴지를 줍고 그걸 팔아 하루 몇 천원으로 사시는 할머니. 그 할머니는 아들이 파업활동으로 죄를 지었다고 감옥에 가고 초등학교 다니는 손녀딸을 데리고 사신다. 그래도 할머니는 늘 웃으신다. 속으로 울고 계시는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