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APEC 참석 배우자에 "조화‧상생" 가르침 전해
10월 31일, 불국사서 김혜경 여사 주최 행사
진우 스님 "선명상으로 자비 평화"
다식‧다도 체험…진관사서 진행
김 여사 "불국사서 공존의 출발"
김내영 기자업데이트 2025.10.31 16:35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31일 경주 불국사에서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경제체 대표 배우자들에게 조화와 상생의 가르침을 전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31일 경주 불국사에서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경제체 대표 배우자들에게 조화와 상생의 가르침을 전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31일 경주 불국사에서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경제체 대표 배우자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조화와 상생의 가르침을 전했다.
김혜경 여사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2025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캐나다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 뉴질랜드 아만다 럭슨 여사, 필리핀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 싱가포르 루즈루이 여사, 대만 린원쉬엔 영애, 태국 타나논 니라밋 여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함께해 참석자들에게 한국불교와 불교문화를 소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참가자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참가자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진우 스님은 “불국사는 창건 이래 1300여 년 동안 토함산 너머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해의 물결에 평화와 번영을 기원해온 기도도량”이라며 “불국사의 솔향기와 바람소리는 인간과 자연, 나라와 나라가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와 생생의 울림이 될 것”이라고 환영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진우 스님은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하는 인연의 그물망 속에 있다”며 “그 인연법의 가치를 환태평양 지도자들과 영부인 여러분이 함께 나눌 때 이 지역은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존재의 관계성과 하나됨을 자각하게 하는 ‘선명상’ 수행도 소개했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을 통해 우리는 나와 타인이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 순간 내면에서 자연스레 자비심이 피어난다”며 “그 자비의 마음이 널리 확산될 때 이웃과 나라, 나아가 세계는 평화로움 속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스님은 “불국사를 찾은 인연이 각자의 내면의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여는 뜻깊은 출발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경으로 공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제공=조계종.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경으로 공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제공=조계종.
사진 제공=조계종.
사진 제공=조계종.
이번 불국사 배우자 행사는 ‘시간을 잇는 다리, 문화를 잇는 마음’을 주제로, 한국 고유의 미(美)와 세계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리로 마련됐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불국사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을 잇는 가교(架橋)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장소로서, 당시 우리 선조들이 추구해 온 이상세계인 불국(佛國)을 현실에 구현하고자 한 철학이 깃든 곳”이라며 “그런 곳을 APEC 회원 경제체 배우자들이 찾은 것은 각기 다른 문화와 가치를 하나의 조화로운 세계로 연결하는 상징적 여정”이라고 밝혔다.
한복을 입고 배우자들을 맞은 김혜경 여사는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전통 복주머니 안에 핫팩을 넣어 선물했다. 김 여사는 “복주머니의 황금빛 福(복) 글자는 ‘행복’과 ‘행운’을 상징하며, 받는 순간부터 복이 깃드는 마음을 전한다”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늘 행운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자들은 김 여사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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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복주머니를 든 채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경으로 공식 기념촬영을 했다. 대통령실은 “신라 석공예의 정수가 담긴 두 다리는 하늘로 오르는 인간과 불국(佛國)을 잇는 길로서, 이번 배우자 행사가 각국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차를 시음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제공=조계종.
차를 시음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제공=조계종.
행사는 진관사 스님들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행사는 진관사 스님들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참가자들은 스님들의 문화유산 해설을 경청하며 불국사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감상하는 동시에, 한국인의 정신과 정성을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무설전(無說殿)에서 진행된 한식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콩을 주재료로 한 다식(茶食) 만들기가 진행됐다. 무설전에는 태국 왕실로부터 선물 받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진관사 스님들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 다식 지도를 맡은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은 “콩다식은 삶은 콩을 곱게 찧어 꿀과 섞어 만든 전통 다식으로, 예로부터 궁중의 진연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올리던 음식”이라며 “콩은 몸의 균형을 돕고 건강을 지켜주는 자연의 선물이며, 소박함 속에 충만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직접 다식을 만들며 “천년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범종각의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기도 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범종각의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기도 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다도 체험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11세기 고려 왕실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올리던 말차와 녹차인 ‘우전차’를 시음하며 깊은 맛과 향을 느꼈다. 특히 녹차가 담긴 찻잔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가 직접 빚은 작품으로 의미를 더했다. 눈을 감고 범종각의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기도 했다.
김혜경 여사는 “불국사의 석단을 밟는 발걸음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며 “이날의 만남이 APEC을 넘어 인류가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사진 제공=조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