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코리아] 탄핵 절차와 개헌 논의 동시에 진행하자 = 한국 / 12/26(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됐다. 앞으로 최장 180일간의 심판절차를 통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대통령 탄핵의 비극은 2004년 노무현(노무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산물인 1987년 헌정체제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단 한 번의 5년 임기만 가능한 대통령 직선제 승자는 권력을 독점하고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반면 대선 패자는 임기 내내 다음 대선을 겨냥해 대통령과 정부의 발목잡기에 사력을 다한다. 협력정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정치체제다.
윤 대통령은 인사권과 의료정책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했고,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입법권을 남용해 사법행정권 무력화를 추진했다. 국회 검사장관에 대한 탄핵은 모두 16차례나 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을 탄핵소추하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25차례나 행사되는 바람에 국정은 거의 식물인간 상태였다.
탄핵 절차와 헌법 개정은 최대한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탄핵의 목적인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개헌이 시급하다. 현행 정치구조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협력정치는 불가능하고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37년이 지나 이미 수명을 다한 87년 정치체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새 정치구조의 핵심가치는 권력의 분산에 둬야 한다. 권력이 분산되면 권한과 책임도 분산돼 정치행위자의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헌은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하나는 큰 틀에서의 권력구조 개편이다. 권력 독점이 내재적인 현행 다수제 정치구조에서 권력 분산을 유도하는 합의형 정치구조로 바꿔야 한다. 미국처럼 4년 2기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면 현행 대통령 단임제에 따른 권력 집중과 남용을 줄이고 부통령이 권력을 나눠 갖고 견제와 균형을 강화할 수 있다.
프랑스식 이원적 정부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교와 내정을 책임지는 분권적 권력구조다. 영국식 의원내각제는 한 정당이 행정부·입법부의 권력을 모두 잡지만 다수당 구성을 위한 연정 협력, 내각 불신임권과 의회 해산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유지된다.
또 하나는 대통령과 의회 관계에서 상호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독단적인 권한 행사를 차단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국정 마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법안 제출권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제한한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고위공직자 임명 독주를 막으려면 국회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삼는다.
국회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 최종 기각될 경우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한다. 탄핵이 정쟁의 대상으로 남용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고 면책특권도 제한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리콜제 도입이 시급하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와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은 현행법으로 리콜이 가능하지만 국회의원만 예외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개헌의 마지막 고비는 정치권의 결단이다. 학계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아무리 개헌을 외쳐도 국회의원의 의지가 없으면 허망한 울림에 그친다. 개헌의 시기와 내용은 정치권의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합의가 가능하다.
국민의 탄핵 요구 목소리에는 정치구조의 근본적 수술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다고 본다. 역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기구에서는 전문가들이 숙고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대안을 이미 마련했다. 지금은 이제 정치권의 의지와 선택의 시간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의 시간이 있다. 현재는 정치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비극적인 탄핵 흑역사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도 개헌 투표가 조기 대선과 함께 치러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