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절감]] 우리 아이가 노력을 안하는 것인가? 공부 머리가 없는 것인가?|전문가칼럼 Jonathan(심정섭) | 등급변경▼ | 조회 1131 |추천 5 |2014.02.05. 01:59 http://cafe.daum.net/10in10/9Srp/4229 // // 우리 아이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인가? 공부 머리가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은 “기울어진 언덕에 제대로 된 집 짓기”라고 한다. 학벌 사회, 대입 중심의 교육이라는 기울어진 언덕에 아무리 똑바로 선 집을 지으려 한들, 제대로 집이 지어질 리 없다. 잘못된 교육의 전제 중 또 하나는 ‘모든 아이가 노력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학원에서 이른바 ‘꼴반’ 이라고 하는 밑에 반에 가보면 세 부류의 아이들이 앉아 있다. ‘머리는 되는데 의지가 없는 아이’, ‘의지는 있지만 머리가 안 되는 아이’, ‘의지도 없고 머리도 안 되는 아이’이다. 그리고 이 세 부류의 아이들은 학원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머리가 되는데 의지가 없는 아이는 학원이나 학교를 벗어나, 직접 사회에 부딪히게 해서 자기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야 하고, 머리가 안 되는 아이는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을 찾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가 안 되는 아이들에게도 ‘네가 의지가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좀더 열심히 해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보면 해도 안 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 단어를 외워도 까먹고, 지문이 조금만 길어져도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길게 보면, 영어 단어를 잘 못 외우고, ‘이 글의 주제로 알맞은 것은’ ‘윗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에 답을 잘 달지 못해도 사회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런 공부 이외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 ‘의지가 부족하고 노력하지 않는 아이’ 라는 꼬리표를 달아 준다.
공부머리를 알아보는 테스트
그럼 정말 우리아이가 공부를 할 머리가 없는 것인지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지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나는 편입생들의 첫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공부 전략을 짜 보라고 권한다. (이 방법은 아파테이아님에게 들어서, <<20살 넘어 다시 시작하는 영어>>에서도 인용해 보았다)
“먼저 모든 시험 공부의 정석은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기출 유형에 맞게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1년 혹은 2년을 투자해서 목표한 대학에 갈 수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자기가 가고자 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구해 보세요. 인터넷이나 기출문제지를 찾아 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문제지를 도서관이나 집중이 잘 되는 곳에서 시간을 정해서 풀어 봅니다. 이 때 답을 연필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한 30 분 이상 충분히 쉬고, 다시 똑 같은 문제를 풀어 봅니다. 시험지를 달리해서 풀어 봐도 됩니다. 이번에는 사전을 갖고 충분히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 봅니다. 시간제한도 없습니다. 몇 시간이 걸려도 되고, 하루가 넘어가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답을 파란색 볼펜으로 표시합니다. 문제를 다 풀고 채점을 해 봅니다. 연필도 푼 것과 파란 색 볼펜으로 푼 것의 점수를 달리 내 봅니다. 연필로 푼 점수는 현재 내 실력입니다. 그리고 파란색으로 푼 점수는 내가 공부해서 올릴 수 있는 점수입니다. 만약 현재 내 점수가 30점인데, 파란색 점수가 50점이라면 내가 1년 정도 영어 공부에 투자해서 올릴 수 있는 점수가 20 점 정도라는 것입니다. 내 점수가 30점인데 파란색 점수가 80점이라면 열심히 하면 50점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점수가 30점인데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20점을 올린다고 해도 50점으로는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인서울(In Seoul) 대학에 편입을 하려면 영어만 보는 대학은 영어 시험에서 80점 이상, 수학을 보는 대학은 최소 60점 이상은 받아야 합격이 가능합니다. 아무리 내가 30-40점을 올린다고 한들, 그 점수가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1년의 수험 생활은 ‘올림픽 정신’이 됩니다. 올림픽 정신이 무엇입니까? 인류 화합에 기여하고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거룩한 정신이지요. 즉 성과를 내는 공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냥 영어 공부하고 어려운 단어 몇 개 외웠다는 자위만 되고, 결국은 역시 나는 해도 안 된다는 또 하나의 실패의 기억을 안고 전적대나 사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
이런 이야기를 하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공부를 해서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타당성 조사를 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 입니다.”
이 방법을 수능 보는 아이들에게도 중등 내신을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특히, 영어나 언어 영역은 이 방법을 통해 정확히 현재의 나의 실력과 노력을 통해 향상 가능한 폭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영어나 모든 언어 과목의 기본은 어휘이다. (엄밀히 말해 수학을 포함해 모든 공부가 그렇다. 어휘와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 다음 내용을 나갈 수 있다) 어휘를 모르면 50-60점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어휘를 안다고 하더라고 문법이나 문장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60-70점을 넘을 수 없다. 문법을 모르면 그냥 모르는 단어의 한글 뜻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 다음의 산은 배경지식이다. 왜 이런 지문이 나오고, 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인용된 제시 문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70-80점을 넘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고비가 출제의도에 대한 이해이다. 모든 4지 선다 문제의 답은 하나이고, 나머지 3개는 수험생을 틀리게 하려고 만든 오답이자 거짓말이다. 시험 난이도에 관계 없이 항상 80점 이상의 고득점을 얻으려면, 출제자가 어떤 의도에서 문제를 냈고, 왜 이런 오답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도의 심리적인 싸움이 필요하다. 영어 교육학에서 독해를 심리적 사고 게임(psychological guessing game)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영어나 언어 과목을 못하는 학생들의 첫 번째 고비는 단어이다. 단어를 모르니 해석이 안되고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전을 찾아 보면 나온다. 즉 노력을 해서 열심히 찾아보고 반복해서 외우면 된다. 그런데 문법부터는 단순 암기력을 넘어서는 논리력이 요구된다.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리고 배경지식은 결국 어려서의 독서량에 의해 결정된다. 초 중등 때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학생이 어떻게 유럽의 경제 위기가 왜 발생했고, ‘현대 산업화 시대의 비인간화는 무엇이고, 디지털 기술의 양면성을 제대로 이해하겠는가?
이 원리를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아이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수학이나 일반 과목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이런 식으로 풀어 보게 한다.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은 사전 대신 교과서나 인터넷을 찾아 보게 할 수 있다. 이른바 오픈북으로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다. 시험 환경에서 60점 받았는데, 오픈 북으로 90점 나오는 아이는 공부 머리가 있는데 노력을 안 하는 아이이다. 그러면 왜 공부를 안하고, 공부를 방해하는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 주면 된다. 시험환경에서 40점인데 오픈북으로도 50 점이라면 이건 머리의 문제이다. 안 되는 공부 억지로 시키고 아이 스트레스 받게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왜 노력을 안하고, 의지가 없냐고 닥닥 할 문제도 아니다. 엄마, 아빠는 공부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 돼서 못했는데, 너는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주는데 왜 이리 못하냐고 한탄할 문제도 아니다. 아이가 인지 능력 이외의 다른 부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년이 올라 갈수록 오픈 북으로 해도 점차 80점 대에 이르지 못하는 과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공부 내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아이 공부 역량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난다. 냉철한 부모라면 이 현실을 인정하고, 아이가 공부 이외의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재가 된다”고 말했다. 하버드의 하워드 가드너 박사는 사람의 지능은 암기력, 계산력을 넘어서, 신체 운동 지능, 음악 지능, 공간 지능, 자기 성찰 지능등 8-9가지가 된다는 다중 지능 이론을 발표한지 수 십 년이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정한 시간에 암기한 내용을 복기하고 오류 없이 빨리 계산 할 수 있는 능력만을 지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암기력 계산능력으로 4년제 대학에 가도 수 십만이 취업이 안 되는 교육 과잉의 시대가 되었다. 12년 공교육 기간 동안 수 억을 쓰고도 88만원 비정규직 알바를 만들어 낼지, 이 귀중한 시간에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진짜 지식과 실력을 키우는 교육을 시킬지 부모가 선택해야 할 때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글쓴이 심정섭은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학사 편입 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IMF 1세대로 중소 무역회사, 컨설팅 회사, 현대 자동차 해외 영업 본부를 거치며, 바닥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시기에 잠깐 했던 영어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사 편입 한 후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자연교육법의 실천적 모델인 안철수 가정의 교육을 분석한 <<안철수 공부법>>(황금부엉이, 2012) 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예비 부모 교육을 하고 있고, 양재시민의 숲 안의 매헌 윤봉길도서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유대인식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으므로, 참석을 원하시면 쪽지나 메일 주세요) 유대인식 자녀 교육의 한국적 적용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유대인 자녀교육의 한국적 적용을 다룬 저서와 탈무드 관련 저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