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잔심
교차로신문 2020년 12월 15일
cafe.daum.net/saribull/G2tA/547
정연복님의 ‘12월’ 시를 먼저 읽어 보자.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필자는 몇 년간 종단 소임을 살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계종을 관장하는 곳[총무원]에서 교육 담당을 맡았는데, 며칠 전에 사직했다. 스님들은 계약직도 아니고, 몇 년간 근무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그곳을 사직하면서 아쉬움도 컸다. 일이 싫어서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과 불편해서도 아니다. 본래 하던 강의와 원고 쓰기를 위해 사직을 선택했다.
그곳을 그만 두기 전부터 늘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과 서로 서로 좋은 인연일 때, 그리고 서로에게 아쉬움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자.’ 좋은 마무리[廻向]를 꿈꿨었다.
인생으로 치면, 젊을 때 어떻게 살았든 간에 나이 들어서 멋지고 우아하게 늙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어쨌든 필자가 잠깐 몸 담았던 곳을 정리하던 시기가 마침 12월이다. 1년의 삶을 정리하는 시점인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몇 달전의 일을 잘 했었다면 지금은 좋았을 거라는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 인간은 늘 자신의 언저리를 되돌아보면서 살게 된다. 매일로, 1달 단위로, 혹은 1년 단위로, 몇 년 단위로 자신의 인생 정리를 하게 된다.
니련선하원
정운 스님
잔심殘心이라는 단어가 있다. 십여년 전에 어느 책에서 이 단어를 대하고, 마음에 새겨 두었던 단어이다. 출처를 찾아보니, 불교 용어는 아니고 검도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한 후 즉시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아와 다음에 일어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춘다는 뜻이다. 삶에 방심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무엇을 위한 삶이고, 최선의 삶이 어떤 길인가? 삶의 변화가 있는 즈음, 그리고 마지막 달 12월에 다음 새로운 길을 모색키 위해 마음을 추수린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