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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_ 고윤실
분야_
사회과학 > 언론/미디어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중국문화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형태_ 145*205(무선)
면수_ 240쪽
가격_ 16,000원
발행일_ 2020년 4월 1일
ISBN_ 9791186036532 93300
<랑야방>은 어떻게 인민을 사로잡았나
변화하는 중국 사회를 이해할 새로운 문화 연구
제작과정, 장르, 검열, 시청자 등 중국 드라마의 모든 것
책 소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중국 드라마의 시기별 발전 과정을 검토하고, 중국 드라마 특유의 제작 방식과 방영된 드라마를 분석해 중국 체제와 문화의 특징을 살펴본다. 드라마 제편인 제도, 검열 제도, 수상 제도 등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통제 방식과, 검열을 통과하면서도 투자자와 시청자를 붙잡아야 하는 제작자의 선택, 드라마에 재현되는 물질 및 도시성과 이를 갈망하는 시청자 분석,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주선율 드라마와 뉴미디어의 현황까지, 드라마와 관련된 내외적 조건과 영향을 망라한 탐구로 중국을 보는 시선을 넓힌다.
중국 당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텔레비전 드라마에 주목하는 것은 드라마 시청 행위 자체가 일상의 일부이고, 그 내용 또한 일상생활의 총체에 대한 재현이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는 관방의 입장과 시장의 목적, 그리고 대중의 정서적 구조 사이에 위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재현된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서로 다른 작용이 빚어내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치, 경제, 문화가 현실의 일상생활을 조직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출판사 서평
사회주의 이념의 전파 도구이자
유행과 문화, 사회 문제를 거울처럼 비추며
안방으로 들어온 일상의 역사, 중국 드라마
중국의 미디어는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전파 도구로 작용해 왔다. 특히 TV드라마는 당과 관방이라는 중앙 정책의 목소리를 개인의 안방까지 충실하게 전달하며 사회 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드라마는 늘 당국의 관리 대상이고, 제작 환경 또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처럼 통제되고 규격화되어 있다. 드라마 제작 계획은 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해야 하며, 제작자도 사상적 문제가 없는 검증된 자여야 한다. 사상적, 이데올로기적 ‘안전’을 기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회차별 줄거리 등 검열을 거쳐야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방영이 가능하다. 즉, 중국 드라마는 기획부터 방영까지의 모든 과정에 중국 체제와 그 운용 방식이 적용돼 있다. 이 책은 이를 잘 보여주는 제편인(드라마 제작자) 제도, 검열 제도, 수상 제도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중국 TV드라마는 예술성이나 심미적 가치로 볼 때 주목받는 문화는 아니다. 그러나 유사한 장르와 패턴이 반복적으로 대량 양산되고 일정한 붐을 이루는 전형성은 당대 중국 사회의 시사와 이슈를 즉각 반영하기에, 중국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시청과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드라마는 일상생활의 한 영역을 차지하면서 사회를 거울처럼 투영하는 미시사인 동시에 언어, 유행, 성별, 노동, 계급, 관습의 측면에도 영향을 발휘하는 미디어다. 또한, TV드라마는 물론 중국 문화산업 전체가 자본 유입으로 전례 없는 발전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화 연구의 중요성을 더한다.
‘주선율 드라마’가 재미있어졌다?
드라마 제작의 시장화,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오락성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타협하다
중국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드라마 제작 방식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났다. 영상 콘텐츠 제작과 생산에 자본의 영향력이 미치면서 자본 투자가 제작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고, 이를 위해 시청률로 나타나는 드라마의 상품 가치를 고려하게 된 것이다. 시청자의 욕망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콘텐츠에 투사되면서, 중국 드라마는 관방의 제도와 관리 체계, 시장과 자본에 의한 실질적 운용, 시청 수요라는 세 축이 서로를 지탱하는 독특한 미디어 지형으로 발전했다. 사회주의 이상 고취라는 이데올로기 전파와 교육 기능으로 제작된 중국 특유의 장르 ‘주선율 드라마’ 또한 달라지고 있다. 주선율 드라마는 본래 관방이데올로기 선전용 드라마로서 중국 역사를 미화하는 틀에 박힌 내용 때문에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으나, 2000년대 이후엔 정부 주도의 제작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장화를 도입하며 다양화를 꾀했다.
혁명 역사를 다룬 정극에서 첩보극 등으로 세속화, 장르 다변화가 나타난 2000년대 이후의 주선율 드라마는 점차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고, <위장자>(2015), <인민의 이름으로>(2017) 등의 히트작을 배출한다. 저자는 여러 주선율 드라마의 줄거리를 소개하며, 결과적으로 주선율 드라마가 재현하는 ‘위대한 공산당’이라는 상징적 허구의 이미지는 이상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라는 ‘바람직한’ 가치 체계의 본질로서 현실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 속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드러낸다고 본다. 사극과 무협이 어우러진 드라마 <랑야방>(2015)을 통해 오락성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고 타협하는 최근의 경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는 나약한 ‘강호인’인 <랑야방>의 주인공이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무력한 당대 중국인의 현실, 그리고 주요 시청자인 80후, 90후 세대의 현실 인식과 정치 참여 열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현대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도시라는 물질적 감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상하이 배경의 드라마 세 편을 집중 탐구한 점도 눈에 띈다. 상하이는 수도 베이징과 더불어 중국 대도시를 표상하는 전형성을 띤 공간이며, 시장체제와 발전에 대한 국가와 도시 정책의 성과를 상징하는 현대적 공간이다. <달팽이집>(2009)에서는 토지와 주택이 상품화된 이후의 중국 도심에서 단칸방 달팽이집에 사는 자매를 통해 소유 욕망이 투사된 물신화 대상으로서의 ‘집’과 분열하는 도시인의 도덕적 자아를 보여준다. <위장자>(2015)는 화려한 자본주의 도시 상하이를 사회주의 혁명 공간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재구성하며 부단히 강화한다. ‘중국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는 <환락송>(2016)은 다섯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계층 간 화합과 화해, 사회 통합적 이미지 구축을 시도한다.
뉴미디어 시대, 문화 상품에 대한 대중의 욕망
더 새롭고 더 환상적인 중국 드라마가
청년문화와 미디어산업의 변화 이끌 수 있을까
미디어의 중심이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으로 전환함에 따라 중국 드라마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최근 출현한 중국의 뉴미디어 경향과 새로운 구조의 드라마 산업을 분석한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보급을 시작으로 중국의 거대 미디어 자본과 문화산업은 ‘IP(Intellectual Property)산업’이라는 새 산업 모델을 창출했다. 인터넷소설 기반의 콘텐츠 확장 및 변용이 나타났고 이는 고장극, 즉 시공초월극, 궁투극, 현환극, 선협극 등 다양한 장르 드라마의 붐을 일으켰다. 이 책은 이러한 IP산업과 장르 드라마의 특징을 분석하며 기술 변화와 비물질 노동을 통한 인터넷소설 창작, ‘데이터베이스 소비’ 경향을 살펴보았다.
20세기 중후반 크게 유행한 진융(김용)의 무협소설이 고대 사회로부터 내려온 의협, 용기 등의 가치 관념을 강조하며 시대정신과 민족정신을 강조했다면, 21세기의 인터넷소설은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신무협소설, 현환소설로 변주됐다. 인터넷 하위문화와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세대인 80후, 90후는 고전극의 전범인 <사조영웅전>(1994), <신조협려>(1995), <녹정기>(1998)가 아닌, <보보경심>(2011), <궁쇄심옥>(2011) 등의 ‘시공초월’ 서사에 열광하게 되었다. 수많은 모방과 아류작이 범람하자 ‘시공초월’이라는 역사 왜곡이 금지되었으나, 이번에는 가상의 역사를 내세운 ‘가공극’이 등장해 <미인심계>(2010), <삼생삼세 십리도화>(2017), <천성장가>(2018)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는 젊은 세대 중심의 인터넷 현환소설-IP드라마 붐에 주목하며, 환상과 허구라는 순수한 오락의 세계가 ‘중국풍’의 세계 진출 전략 가능성, 상대적으로 검열에서 자유롭다는 조건 때문에 대량 양산되었지만, 이것이 ‘가상의 중화 감각’이라고 보았다. 즉, 대중문화 상품을 향한 폭발적인 수요와 대중의 욕망이 특정 취향 콘텐츠 소비로 포획 혹은 분절되었다는 평가다.
가장 최신 트렌드인 웹드라마에 대한 분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1990년대 후반 상용화 이래, 상업 미디어와 관방의 통제 미디어가 투쟁을 벌이는 장인 인터넷이 그야말로 고삐 풀린 발전과 확장을 거듭하자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체제 위협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보아 전면 관리에 나섰다. 저자는 이를 두고 위협 요소와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안전한 ‘홍색 지대’로 재편하는 관리 통제가 중국 네티즌의 파놉티콘적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정부의 표적이 될 만한 ‘위험한 콘텐츠’ 생산을 자제한다면 비교적 편안하게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유쿠, 투도우, 아이치이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 발달하고 네티즌이 제작하는 2차 창작물과 웹드라마가 전성기를 맞았지만, 지원 위주의 문화 정책에서 통제 강화와 검열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관리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주요 드라마 소비 주체인 80후, 90후 세대 시청자를 분석한다. 문화를 ‘창조’하던 20세기 청년과 달리, 다양한 모순을 겪으며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한 21세기 청년들은 자본주의에 의해 80후, 90후 세대로 길러지며 부모 세대의 부와 권력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계층으로 분화했다. 상하이대학교에서 중국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당대 중국 청년 세대의 현 상태와 정서 구조를 분석하면서 자기 환멸과 속물성, 성찰의 부재와 진정성의 소멸, 우울과 자조 및 낭만적 자아 등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는 중국 정치, 경제 구조 전환에 따른 좌절과 불투명한 미래가 가져온 추세이지만, 강화된 소비 자본주의 아래 사회 변혁을 이끌 추동력으로서가 아닌 물질적 욕망을 긍정하고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속물화 현상은 이미 전세계에서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러나 이전처럼 청년의 주체성이 저항적이지 않더라도 문화 영역 등에서 간헐적으로 실천이 나타난다며 이것이 새로운 역량이 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 소개
고윤실
숙명여자대학교 중문과 졸업. 중국 상하이대학에서 석사로 중국현대문학을, 박사로 중국문화연구를 전공했다. 주로 미디어를 통한 중국 현대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인문대학 중국언어와문화학과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차례
서문
1. 중국 드라마의 특성
2. 중국 드라마의 시기별 발전 과정
1) 1958~1977년: 중국 정치의 경제·문화 전면 통제기
2) 1978~1990년대 중반: 시장체제 도입과 제도 마련 및 도약기
3) 1990년대 중반~현재: 다양한 미디어와 문화산업의 연계와 확장을 통한 황금기
3. 중국 텔레비전 드라마 생산 메커니즘
1) 드라마 생산 메커니즘의 형성 배경
2) 드라마 관리 제도
3) 드라마 심사 제도
4) 드라마 시상 제도
4. 중국 특색의 드라마 장르 주선율 드라마
1) 주선율 드라마란 무엇인가
2) 주선율 서사와 이데올로기적 보편성 생산
3) 주선율의 세속화와 장르의 다변화
5. 오락성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1) 주선율의 새로운 시도
2) 오락성에 이데올로기를 담다
3) 오락성과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타협
6. 생활공간과 기억의 재구성, 그리고 이미지의 정치
1) 상하이의 변화와 도시 감각 형성
2) 상하이 경관의 비물질적 조건과 역사적 기억의 생산 방식
3) 통치성과 도시성의 형성
4) 일상생활의 기억과 이미지 이데올로기
7. IP 고장극의 유행과 인터넷소설
1) IP 고장극 장르의 생성과 발전
2) IP드라마의 기술 환경과 ‘데이터베이스 소비’
8. 인터넷 미디어 관리 체계와 웹드라마 출현
1) 인터넷 미디어 영역의 감시 체계
2) 인터넷 내용 관리 및 검열 정책 변화
3)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의 웹드라마
9. 드라마 소비 주체로서의 당대 중국 청년
1) 문화의 창조자에서 소비자로
2) 당대 중국 청년의 분화
3) 당대 청년의 정서 구조
4) 속물적 주체로 전락한 청년의 정치적 가능성
맺는말
참고문헌
책 속에서
1958년 중앙텔레비전방송국은 중국 최초의 드라마 <채소 떡 한 입>을 사전 녹화와 편집이 없는 생방송 형식으로 전파했다.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채소 떡 한 입을 딸에게 먹이려는 눈물겨운 모정을 그린 내용으로, 당시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과 절약 정신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됐다. 중국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일상생활을 반영하면서도 정부의 여론 주도 역할을 강화하는 도구로 시작했다. 이후 1966년 문화대혁명까지 중국 드라마는 시사 정치의 선전 도구로 정치적 경향이 매우 뚜렷했고, 영화 기법과 연극 무대 연출 방식을 주로 모방했으며, 촬영과 방영이 동시에 이뤄지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 따라서 당시 텔레비전 방영 드라마는 녹화본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는 현장을 기록한 몇 장의 사진으로 정황을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독립적 지위와 형식을 구축하지 못한 채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체기를 맞이했다. - 31쪽
1980년대에는 문화대혁명의 상처를 기억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문학 작품이 유행했는데, 이러한 사조를 ‘상흔’과 ‘반사’라고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역시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당시 상흔 영화와 함께 <잃어버린 세월>(1982), <오늘밤 눈은 내리고>(1984) 등 문화대혁명 시기 상산하향한 지식청년을 그린 상흔 드라마가 유행했다. 그 밖에 <사대동당>(1985), <누르하치>(1986), <서유기>(1986), <홍루몽>(1987) 등 현대 소설과 고전을 장편 드라마로 개작한 작품들이 사랑받았으며, 중국 근현대사와 건국 역사를 주제로 애국심을 고취하고 인생의 가치관과 민족정신을 강조하는 주선율 드라마가 다수 제작되어 방영됐다. - 35쪽
중국 문화 정책의 요지는 분명하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공산당이 영도하며, 외부의 문화적 침투로부터 사회주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더욱 견고히 하고 부단히 재생산하기 위해 지원과 규제의 두 가지 관리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렇기에 통제와 검열이라는 수단을 중요한 정책과 전략으로 이용했고, 시장경제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직접 관리자에서 간접 관리자로의 정책 전환을 시행하기도 했다. 특히 시장체제 도입 당시 경제 건설과 현대화라는 국가적 공공성의 목적과 맞물리면서 문화 정책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그러나 이는 문화산업을 시장의 직접 운용으로 추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통제 감독함으로써 문화와 그 내용을 정부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 영역에서도 드러나는 중국적 특색, 즉 ‘정부-시장 관제’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텔레비전 드라마 제편인 제도를 분석했다. - 52쪽
주선율 드라마는 중국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정치와 공산당원, 그리고 당에 대한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부재한 것의 기표를 맴돌면서 자기 지시적 묘사와 설명으로 부재대상을 소환한다. 예를 들어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드라마 제목은 현실에서 부재한 ‘인민’의 존재와 ‘인민’의 자리를 일컫는다. 여기서 인민이란, 신중국을 세운 주인이자 신성한 권한을 가진 자이며, 공산당이 복무해야 하는 대상으로서 공산당 권력의 근거 기반이 된다. 드라마 속에서 공산당이 부패한 관료를 심판하고 처단하는 과정은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인민’의 권익과 권위를 드높이고, 그들을 위한 복무자로 자임할수록 공산당(원)의 존재는 더 강력하고 절대적으로 된다. 만약 공산당(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그것은 인민이 열망하는 주인 된 인민으로서의 존재적 위치와 권리에 대한 부정이 될 수 있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현실에서 부재한 인민을 교묘하게 화면 안으로 소환한다. - 93~94쪽
<랑야방> 작가는 현실 정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지양하는 미디어 지형에서 관방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주선율 서사 모델을 전유하며 ‘애국과 충성’, 그리고 피의 누명을 환원하는 과정(善의 승리)을 그림으로써 관방의 미디어 정책에 부합하도록 ‘위장’하는 한편, 민간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현실 정치 상황과 권력의 속성을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구현했다. 또한 전통 의상과 의례 등 많은 부분에서 민족 전통과 문화를 발양하는 계기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상업 오락 드라마로서 큰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관방의 주목을 받았으며, 광전총국이 선정하는 우수드라마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랑야방>은 약자와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바람과 오락적 재미라는 시청 욕구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관방의 드라마 문예 정책에도 부합한다. - 112~113쪽
이후 고장극의 장르적 특성은 인터넷소설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세부 장르를 형성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장르소설의 폭발적 성장은 다양한 미디어 산업 원천 콘텐츠의 거대한 저수지를 형성했으며, 곧 저작권산업이라는 대중문화 산업의 새로운 기제를 촉발했다. 최근 몇 년간 인터넷소설은 대중의 인기와 함께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 산업의 원천 콘텐츠로 이용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서 2005년까지 역사적 지식과 환상을 바탕으로 ‘80후’ 작가 중심의 ‘현환문학’과 ‘도굴문학’이 인터넷 문학 장르의 주류를 이루며 번성했고, 초기 대표적 현환문학인 『심진기』, 『주선』, 『소병전기』, 『나쁜 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인기를 끌면서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특히 『심진기』는 무협소설의 서사적 특성과 현대적 과학지식 및 상상을 가미해 독특한 장르 서사의 전형을 창조했는데, 이로부터 ‘시공초월’의 서사가 발전해 나왔다. 대표적으로 <보보경심>(2011), <궁쇄심옥>(2011) 등 여주인공이 청대 황실로 시공초월해 황실의 권력투쟁 소용돌이 속에서 황자와 사랑을 이루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고, 수많은 모방작이 일군을 이뤘다. - 152~154쪽
인터넷소설 사이트는 이용자의 사용 흐름을 만드는 웹페이지 구조와 데이터베이스식 가치관이 만드는 장르소설 구조로 유사한 텍스트를 계속 복제하고 파생한다. 특히 현환소설 류는 원작 창작 자체가 마치 서브컬처식 소비와 같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몇 년간 유행한 드라마 <화천골>, <삼생삼세십리도화>, <향밀침침신여상>은 이야기 구조와 주인공 유형이 이전 드라마의 구조와 형식을 차용하는 ‘상위 모방적 특징’을 보일 뿐 아니라, 드라마 속 작은 이야기가 단독으로 독립된 드라마로 제작되는 자기 증식 복제의 특징을 보여 준다. 실제로 <삼생삼세십리도화> 속 작은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새로운 원작 <삼생삼세침상서>(2020)로 발전해 소설 출판과 드라마 제작으로 나아갔다. 인터넷소설 사이트의 장르소설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식 소비의 결과물이며, 문화산업 구조에 의해 과잉 복제된다. 이에 대한 팬들의 높은 충성도와 선호는 하위문화의 대중적 범람을 만들며, 그들의 소비는 데이터베이스의 표층적 요소 자체에 대한 욕망이라 할 수 있다. - 172~173쪽
처음에 유쿠, 투도우, 아이치이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은 네티즌이 제작한 2차 창작물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드라마, 영화, 오락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상 미디어 콘텐츠를 오려 붙이고 편집하는 2차 창작은 폭발적인 풀뿌리 미디어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 풀뿌리 미디어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여러 계층과 직업의 사람들로 구성되며, 시청과 공유뿐 아니라 댓글 달기와 평론, 직접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주로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 활동을 통해 2차 창작물을 제작한다. 이러한 개인의 욕망이 네트워크로 수렴되면서 참여-생산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상품(혹은 비상품)을 생산하며, 주로 전용과 브리콜라주 형식의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창출한다. - 184~185쪽
청년이라는 말은 이전만큼 반항과 정치적 지향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지식 청년과 분노하는 청년의 줄임말인 ‘지청’과 ‘분청’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당대 중국 사회에서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쓰이는데, 바로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사고방식에 파묻혀 있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쏟아 내는 도시 청년을 지칭한다. 이 단어는 본연 청년의 의미보다는 주변인, 불만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전환했다. 당대 청년은 이제 정치적 지향성을 가진 청년이라고 불리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되고 지칭된다. 당대 중국 대중문화 지형에서 중국 청년을 지칭하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출생 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 계층에 따라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 등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한 집단의 문화적 스타일과 생활방식, 그들만이 가진 문화적 의례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 구분법에 따라 중국 청년들을 80후, 90후, 농이대, 부이대, 관이대, ~족으로 호명한다. 이러한 구분 방식은 청년이라는 말이 가졌던 저항과 변혁이라는 정치적 함의와 다르다. -201~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