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2 문재인 前 대통령... 청와대서 '비빔밥' 회동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부 통합 메시지에 쏠린다.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이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간 긴장을 낮추고 지지층 결집의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조우한 적은 있지만 전·현직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주 앉아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이번이 첫 사례다.
배우자는 대동하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해외 일정 때문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의 시점을 둘러싸고 확대 해석하는 데 선을 긋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해왔지만 숨 가쁜 국정 탓에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조율하다 이날 성사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달 6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년의 성과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다져온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제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께서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썼다. 이어 "민생 회복과 국민통합, 그리고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고견을 듣고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의 정치적 함의는 작지 않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 메시지를 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익표 수석은 지난달 6월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도 출연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큰 어른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경험과 지혜를 전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며 회동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국가적 사안이 첫 번째, 사회적 통합과 민주진영 내 정치적 통합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나 멸칭도 잘못됐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었던 만큼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두 분이 모두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생경제, 한반도 평화, 개혁 과제 등도 폭넓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 안정과 지지층 통합의 필요성을 조언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구상을 앞세워 '대한민국 대도약'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검찰 개혁, 군 개혁, 지방균형발전, 민생 회복 등 굵직한 과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개혁 추진 속도가 빨라질수록 당·정·청 내부의 응집력과 지지층 통합은 더욱 중요하다.
이날 오찬 메뉴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환대와 전·현직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를 담았다. 해산물과 생선을 좋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위해 민어탕과 달고기전 등 여름 제철 생선 요리를 준비했고,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대통령을 상징하는 안동 종가 음식인 수란채와 이재명 대통령이 좋아하는 배추전도 함께 올라간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는 비빔밥과 모둠떡은 화합과 통합의 의미를 담았고, 후식인 과일화채는 2017년 김정숙 여사가 수해지역 낙과로 화채를 만들어 청와대 참모진과 기자들에게 제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준비했다고 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내대표단과 만남에서 입법과제의 처리 속도를 높여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보랏빛 물드는 추억'… 동해 무릉별유천지
대지가 산 밑까지 보랏빛으로 넘실댄다. 청옥색 호수는 꽃잎의 눈부심으로 모자라 그 향기마저 탐한다. 사이사이로 모든 사람이 웃고 있다. 40년 넘게 석회석을 캐던 폐광산의 놀라운 변신은 동해 무릉별유천지의 라벤더 축제 현장이다.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드니 대형 공장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회색빛 건물이 무심히 서 있다. '별천지가 맞네' 1968년 문을 연 쌍용C&E가 석회석 원석을 캐 잘게 쪼개던 쇄석장을 개조한 건물이라고 한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렇게 보였다.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 금속 트러스트 지붕,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컨베이어벨트가 그랬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축제장의 전경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달라진다. 무릉별유천지라는 이름은 인근 무릉계곡과 그곳의 경치에 놀란 묵객이 썼다는 '별유천지'에서 따온 이름일 뿐, 도연명의 '무릉도원'과 이백의 시구 '별유천지비인간'과는 관계없다는 설명에 반신반의한다. 이곳은 아마도 최소한 무릉도원과 별천지를 지향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 잉글리시 라벤더
이곳의 호수는 1개가 아닌 2개였다. 청옥호와 금곡호. 청옥호는 인근 청옥산의 이름을 땄지만, 물색이 청옥색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고 김봉진 도슨트가 알려줬다. 그는 바람이 없는 아침 시간 청옥호의 맑은 수면에는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와 꽃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했다. 라벤더정원은 두 호수 사이에 펼쳐져 있다. 2만㎡(6천여평)에 심어진 1만3천주의 잉글리시 라벤더가 신비로운 보랏빛 바다를 만들어냈다.
남유럽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라벤더는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염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석회석 탄광이었던 이곳이야말로 최적이다. 라벤더정원 주변엔 금계국의 노랑과 서양봉선화의 진분홍이 어우러져 형형색색의 꽃 잔치를 벌이고, 푸른 6월의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바람 따라 흘러가니 여기에 온 누구든 멈춰 선 곳이 바로 포토존이다.
◆ 이제 좀 쉬고 싶은 거인
갑자기 라벤더 꽃잎 위로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독수리였나. 고개를 들었다. 미스터리한 비행물체는 새가 아니라 스카이글라이더라는 놀이기구다. 4명을 태운 글라이더는 125m 상공을 건너편 산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총길이가 777m라고 한다. 꽃밭만 있는 줄 알았던 무릉별유천지는 스카이글라이더 외에 알파인코스터, 오프로드 루지, 롤러코스터형 집라인 등 각종 체험시설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옥호 호숫가로 내려가면 특별한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지키는 거인상 '무릉정령', 철제와 콘크리트로 만든 '거인의 휴식'이 우뚝 서 있다. 거인의 휴식은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를 쭉 뻗고 있다. 김봉진 도슨트는 "40년 동안 거대한 석회 광산에서 일하고 이젠 좀 쉬어야겠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참으로 애교스러운 발상 아닌가. 여긴 놀이공원도, 꽃밭도, 축제장도 아닌 복합문화공간이었다.
◆ 행복한 고민
금곡호에서 서북쪽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두미르' 전망대가 나온다. 한여름엔 고생스러울지 몰라도 운동 삼아 올라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 석회암 채굴을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산을 계단식으로 폭파한 암벽 절개지 위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마치 크레인처럼 사선으로 솟은 전망대에 오르면 무릉별유천지의 모든 것이 한눈에 잡힌다. 부지를 기부한 쌍용C&E가 두마리 용(쌍용)을 뜻하는 두미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별유천지엔 곳곳에 탄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쇄석장 앞 광장 부근에 가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중장비인 85t짜리 '몬스터 덤프트럭'을 볼 수 있다. 석회석 채석장에서 발파된 석회석을 실어 나르던 거대한 운반 장비로, 바퀴 하나 크기가 2.7m이고 집 한 채를 완전히 부숴서 트럭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탄광의 흔적은 아이스크림에도 있다. 마시멜로를 얹은 회색빛 '시멘트 아이스크림'을 판다. 라벤더 축제장에서 파는 보라색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시멘트 아이스크림을 놓고 뭘 먹을 것인지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묵호를 아는가
'바다. 한 잔의 소주와 같은 바다였다.' 1990년 발표된 심상대의 단편 소설 '묵호를 아는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9월 아스타국화 이벤트 때에 다시 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별유천지를 떠나는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지금은 동해시 묵호동으로 쪼그라들었지만 한때 묵호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동해에서 가장 잘나가던 항구였다. 인근의 모든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과 시멘트를 출하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폐탄광의 현주소를 본 뒤 묵호항에 들려보는 건 자연스럽다. 항구를 배회하다가 논골담길을 걸어 올랐다.
땀이 흘렀지만, 뒤돌아 소주 같은 바다를 바라보면 금세 시원해졌다. 비탈길 어느 작은 집 정원에 핀 접시꽃이 탐스럽다. 시멘트로 흥했던 1960∼1970년대 시끌벅적하던 묵호와 한적함과 적막함 속에 접시꽃이 외롭게 핀 묵호, 그 두 얼굴이 다 이 길에 있다. 걷다가 지역 문인인 김경식 시인의 '네게 가고 싶다'가 가슴을 울렸다. '아, 꽃피면 꽃 피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난 네게 가고 싶다.' 무역으로 잘 나가던 묵호든, 관광지가 된 묵호든, 우리는 지금 묵호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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