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의 한국언어지도
'볍씨'의 방언형은 크게 '벱씨'계와 '씬나락'계로 나뉜다. 조어법(造語法)에서 '씨'의 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볍씨'계는 '씨'가 뒤쪽에 결합되는 반면 '씬나락'계는 대개 앞쪽에 결합된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이들을 나머지 몇 가지 형태까지 포함해서 정리해 보면 대개 다음과 같다.
① '벱씨'계 : 벱씨, 볍씨, 베씨, 벼씨
② '씬나락'계 : ㉮ 씬나락, 신나락
㉯ 나락씨, 나록씨
③ '종자'계 : ㉮ 종자, 벳종자, 나락종자
㉯ 종자씨, 종자베, 종잣베, 종자나락
'벱씨'계는 다시 '벱씨/볍씨'와 '베씨/벼씨' 등의 변종이 있는데 전자가 경기도 중심부에 분포하고 'ㅂ' 받침이 없는 후자의 형태가 강원도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형국을 보인다. 그리고 경기도 일원에는 '벳종자'라는 어형도 '벱씨'와 병존 방식으로 꽤 널리 나타난다.
'볍씨'는 말할 것도 없이 중세국어의 ''의 어두 'ㅂ'이 그 자취를 남긴 형태일 것이다. '좁쌀', '멥쌀' '입쌀'에 ''의 어두 'ㅂ'이 살아 있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이런 'ㅂ'의 자취가 없는 '베씨/벼씨'는 좀더 후대에 이루어진 어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씬나락'계는 거의 '씬나락'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다만 경북에 '신나락'이 보이는데 이는 그 지역이 'ㅆ'을 발음하지 못하여 'ㅅ'으로 발음하는 지역임에서 오는 현상일 것이다. '씬나락'계는 경기, 강원 및 충북 일부를 제외한 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이 방언형의 분포는 '벼'를 '나락'이라고 하던 지역에다가 낟알 상태의 벼를 '나락'이라 하여 구별하여 부르던 지역을 합친 지역과 대체로 일치한다.
볍씨란 곧 낟알의 형태이므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다만 충남에서는 '씬나락'의 세력이 더 북쪽까지 확장된 반면 강원도 <원성, 영월, 삼척> 등지에서는 기대되는 '씬나락'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또다른 설명의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앞의 두 계열 외에 '종자'가 여기저기 산만하게나마 꽤 세력을 펴고 있고 나머지 몇몇 변종은 그야말로 우발적이라고 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I-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