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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부산 강서구와 북구 구청장이 합동으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을 낳은 게 죄”라는 믿기 힘들 정도의 망언이 북구 청장 입에서 나왔다.
오태원 구청장의 발언은 명백한 혐오 발언이며 26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다.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말이 더 가관이다. 발달장애인을 폄훼할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제일 좋은 방법은 발달장애아를 안 낳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발달장애인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고위 공직자의 저열한 인식은 100년 전 나치의 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부산시 북구는 등록 장애인 인구가 부산에서 네 번째로 많고,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도 지정돼 있다. 구 단위의 행정 구역 최고 책임자인 구청장이 반인권 장애 혐오 망언을 던지고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치적을 위한 도구로써나 번지르르한 이름이었을 뿐, 스스로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라는 야만적인 인식을 공연히 드러내는 속에서 부산시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는 후퇴의 길을 걷고 있다.
교육이 개개 가정의 책임이라며 학교를 없앤다고 상상해보라.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어찌 하루 아침에 없앨 수 있는가.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이 의미 있게 배우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과거,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자립생활을 위한 평생교육권리를 당사자와 부모들의 운동으로 촉구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의미에 그쳤던 주간보호센터를 주간활동센터로 평생교육센터로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와 권리에 기반한 서비스로 변화시켜온 역사가 있다. 부산시는 강서구에 있었던 유일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마저 주간보호센터로 바꾸려고 한다.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의 변천 과정을 안다면 이렇게 후퇴시킬 수 없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당하는 현실, 이 차별의 경험을 당사자와 함께 오롯이 느끼는 것은 부모들이다. 매일 생사를 오가는 중증·중복 장애 자녀를 돌볼 때 양육자들이 겪는 고통은 극에 달한다.
우리에게 자녀가 가진 장애는, 장애 적대적인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그런 세상의 부정의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존재하기 위해 맞설 수 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삶, 우리도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며 자립생활, 교육, 노동에 대한 권리 주장하며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를 두고 2022년 국회에서 대책 마련을 결의할 때에는 여야 할 것 없이 가장 많은 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발달장애인 복지와 보호 프레임은 저들에게 필요할 때만 써 먹힐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다시금 “발달장애인을 낳은 죄인”들이 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묻는다. 이토록 반인권 장애 혐오의 인식이 뿌리 깊이 배인 정치인과 동시대를 살아야 하는가. 사회적 약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도 어찌 태연히 구청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국민의 힘이 가진 장애 인권 의식에 전면 제동을 건다. 국민의 힘은 부산시 북구청장 오태원을 제명하고, 최소한 내부 자성의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 나아가 장애 인권 감수성에 미달하는 공직자·정치인들은 그 직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사회에 해악적인 것은 발달장애인이 아니라 26만 발달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지워야 할 대상으로 보는 그들의 인식이다.
저출생 고령화로 취약한 인구들만이 세상에 남게 될 미래, 장애를 죄악시하는 사회에는 답이 없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자기답게 존재하고 살아 나가기 위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보듬고 연대해야 한다. 사회공동체적 윤리와 협업의 구축, 이에 대한 책무가 있는 공직자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러한 공직자와 정치인을 원한다.
우리는 부산시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ㆍ부산북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치·운영하라
ㆍ발달장애인 일자리사업 확대하라
ㆍ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확대하라
ㆍ발달장애인 주거생활서비스 사업 실시하라
2024년 1월 2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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