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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r of Gen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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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커티스의 용사들 #1
Chapter 4. The Brave of Cutis Vol.1
에스겔력 제 1207년 THE TEMPERANCE 10/10 (140일)
다갈왕성의 작전회의실에는 드라우프니르, 이올린, 듀란을 위시한 성기사단의 고위기사들, 라시드의 부관이된 그레이, 마법사단장 카메오와 용병대장 랜담들로 이루어진 팬드래곤의 수뇌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커티스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커티스에서 저항군이 대규모 항쟁을 시작했고 아르시아장군이 이에 지원군의 파병을 요청해 왔습니다."
듀란에 이어 드라우프니르가 말했다.
"커티스의 험한 산지를 이용한 게릴라 전술로 충분한 활약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제국군을 상대하기는 무리일 터인데요."
"커티스의 북쪽 노호트시 근처에서 얼마전 제국군 장군이 암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제국군이 이것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해오자, 이에 노호트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저항군으로써는 주민들이 제국군에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있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아르시아장군은 노호트근교의 제국군 요새를 중심으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리 불리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버틸수 있다 하더라도 팬드래건 주둔병력이 투입된다면 커티스저항군으로서는 상대할 수가 없을 것이요."
이올린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할 것 같군요. 제가 성기사단을 이끌고 커티스로 가겠습니다."
그러나 이올린의 의견에 드라우프니르가 반대했다.
"안ㄷ니다. 이번 커티스건은 어차피 승산이 없는 싸움입니다. 만약 이올님이나 성기사단에 손실이라도 생긴다면 앞으로 있을 제국과의 싸움만 더 어려워 질뿐더러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질 것입니다. 차라리 라시드님이 랜담대장과 함께 용병대을 이끌고 가시는 것이 어떨까요?"
"라시드왕자님께 경험을 쌓게 하시겠다는 생각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차피 앞으로의 싸움은 왕자님이 앞장서셔야만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 좋을 것 같군요."
이올린이 걱정스렁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라시드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승산도 없는 싸움이라면..."
"음. 그래서 그레이군을 딸려보낼 생각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그레이군과 랜담장군이시라면 라시드님을 잘 돌봐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번 출정의 목적은 커티스주둔군의 격파가 아니라 커티스저항군을 보호하여 다갈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다갈로 데려온다고요?"
"그렇습니다. 아군의 병력이 추가된다해도 팬드래건쪽의 제국군 마장기, 아수라가 북상한다면 지금의 몇배 병력으로도 승산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 지금의 세력을 보전하여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그레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쪽도 마장기를 사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네. 중요한 곳은 아스타니아와 팬드래곤이지 커티스쪽이 아니야. 이번에 이올린님과 성기사단의 출정을 반대하는 것도 혹 있을지 모를 아스타니아쪽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 일세. 더구나 현재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장기가 얼마 없기 때문에 양쪽으로 나우어 운용하기도 어렵고 혹 전투중 파괴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더 어려워 질꺼야. 마징기와 성기사단은 전력을 본존한채 앞으로 있을 아스타니아와 팬드래곤의 싸움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네."
"커티스는 버리는 패란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네. 하지만, 버리는 패라도 종국적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다시 취할수 있는 법이네."
라시드가 물었다.
"하지만, 저는 누나없이 출전한 것은 한 번도 없고 검술도 아직... 정말, 제가 잘 해낼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필요한 것입니다. 왕자님은 앞으로 팬드래곤왕국의 국왕이 되실 몸이십니다. 나약한 왕이 되시길 원치는 않으시겠죠?"
"내 생각도 드라우님과 같단다."
이올린이 일어서 라시드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라시드의 어깨를 감싸면서 말했다.
"라시드. 내가 언제까지 너를 보살펴 줄수는 없단다. 어쩌면 이건 너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이올린은 고개를 들어 그레이에게 말했다.
"그레이. 그리고 랜담대장님, 라시드를 부탁드립니다."
랜담과 그레이가 차례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왕자님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틀후 라시드와 랜담의 용병대는 커티스로 출발했다.
산악왕국인 다갈의 유일한 항구도시이자 도끼의 명장, 브로바가의 본점으로 유명한 바사라항에서 배를 타고 대륙의 거의 모든 강의 근윈인 거대호 알케오니아를 건넌 라시드들은 4일만에 커티스의 항구, 리오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미리 나와있던 커티스저항군의 안내를 받아 저항군의 본거지인 커티스서북쪽의 산악요새로 향했다.
요새는 험준하고 높은 봉오리위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요새뒤쪽은 깍아지른 절벽으로 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천연의 요새였다.
라시드일행은 요새안으로 안내되어 한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은 작전실인 듯 탁자위에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 탁자앞에 서있던 한 사람이 라시드들을 맞았다.
"어서오십시오. 팬드래곤 성기사단 여러분. 제가 아르시아 부르노입니다."
나이는 30대 초반정도, 금발에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라시드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라시드들이 이에 답하며 서로 통성명을 나누었다.
"라시드라고 합니다."
"기사단장 듀란 램브란트라고 합니다."
"용병대장 랜담이오."
"왕자님의 부관인 그레이입니다."
일행을 보며 아르시아가 자리를 권했다.
"이런 라시드왕자님께서 친히 오실줄은 정말 몰랐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런데 이올님은 동행하지 않으셨습니까?"
듀란이 대답했다.
"이올린님과 성기사단은 아스타니아의 동향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라시드왕자님과 기사단장인 제가 대신 용병대를 이끌고 오게 되었습니다."
듀란의 말에 아르시아가 약간 낙담한 어조로 말했다.
"역시 다갈에선 이곳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군요. 여긴 이미 전쟁터입니다. 겨우 용병대정도로는...."
"차라리 제국에게 전멸 당할지언정 그렇게는 할수 없습니다!"
그레이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어느쪽이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까? 모두 나가 죽는 것입니까 아니면 끝까지 살아남아 제국을 멸하는 것. 무엇이 더 현명하고 용기있는 행동이라 생각하십니까? 제국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모두 힘을 함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습니만,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도와주시지 않으시겠다면 굳이 부탁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제가 좀 흥분했던 것 같군요. 사과 드립니다."
아르시아가 침착을 되찾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그레이도 역시 평정으로 돌아와 아르시아에게 사돠했다.
아르시아는 지도의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제국군의 요새입니다. 지금 병력이 얼마 없으므로 아군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점령한다해도 곧 더 많은 제국군병력이 다시 투입될것입니다. 그땐 어쩌실겁니까?"
"물론 그정도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새를 점령한다면 커티스국민들의 사기가 고취될것이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저항군으로 지원할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승산은 있습니다."
"희생만 더 커질뿐입니다."
"그 정도는 희생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의 전과도 없이 훗날 연합군에 의해 해방을 맞게 된다면 누가 우리 커티스의 독립을 인정해 주겠습니까? 이 요새의 점령은 커티스 독립전쟁의 기녑비적인 사건이 될것입니다."
신념이 담긴 아르시아의 목소리에 그레이와 듀란도 승복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최선을 다해 아르시아님을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날 새벽 커티스저항군은 일출을 신호로 요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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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바꿨습니다. 장제목이 길어서 잘리더군요,^^
- 전뇌기생인 D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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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커티스의 용사들 #2
Chapter 4. The Brave of Cutis Vol.2
돌연한 함성소리에 놀라 뛰쳐나온 제군요새의 사령관 카슈타르는 부관 랜버트에게 물었다.
"반란군들인가?"
"레인저들과 궁수들이 주축인 것으로 보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용병들이 다수 눈에 띕니다."
"가소로운 반란군놈들 감히... 활을 쏴라! 놈들에게 우리 제국에 거역한 대가가 뭔지를 뼈저리게 알게해쥐라!"
그러나,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공격하는 저항군의 작전에 제국군 궁수들은 눈이 부셔 제대로 활을 쏘지 못했고 반면 유능한 궁수많기로 유명해 [숲과 궁수의 나라]라고 까지 불리는 커티스의 궁수들은 정확하게 제국군에게 화살을 퍼부어댔다.
궁수들의 엄호를 받으며 레인져들이 성벽을 기어올라 성벽위의 병사들과 난전을 벌이며 성문위의 바퀴에 감긴 쇠사슬을 끊자 해자위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판교가 내려졌다. 용병대와 저항군은 그 다리를 건너 물밀듯히 요새안으로 들어갔고 제국군은 계속 밀려 안으로만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합니다. 후퇴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랜버트가 다금하게 카슈타르에게 외쳤다.
"음.."
카슈타르는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내며 고심했다.
결국 마음을 굳힌 카슈타르는 후퇴명령을 내렸다.
"후문을 열어라. 후퇴한다!"
후문이 열리고 막 말에 오른 카슈타르에게 랜버트가 말했다.
"먼저 가십시오!"
"랜버트!"
카슈타르는 랜버트의 비장한 기색을 읽고는 소리쳤다.
"어서 가십시요! 이건 번스타인님의 명령이셨습니다. 끝까지 카슈타르님을 지키드리라는."
랜버트는 뒤로 돌아 카슈타르를 등졌다.
카슈타르는 뭐라 말하려 했으나 그런 랜돌프의 등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목슴을 걸고 카슈타르의 탈출을 도우려는 것이었다.
"죽지마라! 랜버트! 이건 명령이다!"
카슈타르는 이를 악물고 말을 달렸다.
'이 치욕! 반드시! 반드시 갚아주마!'
"...."
멀어져가는 카슈타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랜버트는 이윽고 가신의 앞까지 몰려오는 저항군을 느끼고는 투구를 ㅆ다. 그리고 두 손에 쥔 철봉을 고쳐잡으며 외쳤다.
"와라! 반란군들아! 난 위대하신 흑태자님의 기사, 랜버트! 날 죽이기전엔 아무도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곧 랜버트는 성난 황소처럼 저항군사이로 뛰어들어 철봉을 휘둘렀다.
철봉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바람을 가를 때마다 허공에 피가 흩뿌리며 저항군들의 살점이 튀었다.
저항군은 그런 그의 모습에 겁에 질려 제대로 칼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랜버트의 철봉아래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갔다.
피로 칠갑을 한채 미친듯히 철봉을 휘두르는 거구의 전사, 랜버트의 모습은 막 지옥에서 뒤쳐나온 악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저항군은 멀치감치 거리를 벌리고 그를 둘러싼채 그와 대치했다.
포위하기는 했지만, 섯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그가 움직이는 대로 물러날뿐이었다.
"이 겁쟁이들아! 덤벼! 어서 덤벼보란 말이다!"
저항군을 야유하던 랜버트의 눈에 멀찍히 화려한 백갑옷을 입은 은발의 소년하나가 눈에 띄었다. 옆에 있는 건장한 기사와 흑발의 레인져가 소년을 보호하듯 양 옆에 서 검을 뽑아 들고 있는 모습에 랜버트는 소년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결정을 내린 낼버트는 주저하지 않고 소년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나갔다.
"놈을 막아라! 라시드왕자님 쪽으로 오지 못하게해!"
듀란이 놈의 낌새를 눈치채고 앞으로 나가며 저항군을 뚫고 전진해오는 랜버트의 앞으로 나섰다.
듀란은 랜버트를 향해 돌진해가며 검을 내리쳤다. 랜버트는 급히 철봉을 들어올려 들어 듀란의 검을 막았고 불꽃이 튀기며 둘은 무기가 부딧힌후 둘은 뒤로 물러나 자세를 잡았다.
"난 팬드래곤 성기사단장 듀란이다!"
기사간 결투의 예법에 따라 듀란이 자신을 소개하자 랜버트도 뒤이었다.
"위대한 흑태자님의 기사, 랜버트! 죽어라!"
소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랜버트는 듀란에게 달려들면서 듀란의 가슴에 철봉을 찔러갔다. 듀란은 검을 기울여 랜버트의 찌르기를 흘리면서 손목을 틀어 수평으로 랜버트의 허리를 베어갔다. 그것은 단순한 견제로써 힘을 넣지 않은 단지 랜버트를 뒤로 물러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랜버트는 듀란의 예상을 깨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허리에 듀란의 검을 받으며 철봉을 휘둘렀다. 듀란은 랜버트의 철봉에 어깨를 맞고 옆으로 넘어졌고 랜버트도 듀란의 검에 옆구리를 베였지만 둘다 갑옷덕에 치명상은 아니었다. 랜버트는 듀란이 쓰러진 틈을 타 재빨리 라시드를 향해 돌진했다.
'한명이라도! 한명이라도 더 죽이고 죽겠다!'
자신의 생사마저 내팽캐친 랜버트의 집념은 전율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랜버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저항군들을 닥치는대로 때려눕히며 곧장 라시드에게 다가갔다.
그 앞을 다시 그레이가 막아섰다. 그레이는 검에 검기까지 주입해 랜버트의 강맹한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랜버트의 강맹한 힘은 끝날줄을 몰랐다. 오히려 마치 마지막 불꽃을 다 태우려는 듯 더욱 맹렬히 타올르고 있었던 것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얇은 검신을 사용한 돌격검인 지라 결국 검기까지 덮었음에도 한계를 넘은 그레이의 검이 쩡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나갔고 그런 그레이의 정수리를 향해 랜버트가 철봉을 내리쳤다. 그레이는 재빨리 몸을 굴려 철봉을 피했지만 철봉이 내리쳐진 바닥은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돌이튀며 움푹 함몰되어 버렸다. 이어 랜버트는 방해물이 없는 라시드를 향해 다가갔다.
"왕자님! 물러나십시오!"
듀란이 수리쳤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물러날수가 없었다.
라시드는 도망치고자 했으나 순간 랜버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광기어린 눈빛.
살기로 가득찬 눈동자에서 뿜어져나오는 보이지 않는 실이 마치 라시드의 온몸을 휘감아 버린것같았다. 그 실의 이름은 공포였다.
공포에 질린 라시드는 그저 두손에 쥔 검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아..."
입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라시드의 앞에는 어느새 피투성이의 랜버트가 역시 피로 진철된 붉은 철봉을 치켜들고 있었다.
"왕자님!"
듀란의 비명과도 외침과 함께 라시드는 순간 눈을 질금 감으며 반사적으로 두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때 그레이가 번개처럼 뒤에서 달려들며 랜버트의 옆구리에 단검을 박아넣었고 순간 랜버트는 중신을 잃고 휘청이며 무릎이 꺽였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목이 라시드의 검끝위에 내리꽂혔다.
라시드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푸우욱하는 소리와 자신의 칼이 랜버트의 갑옷과 투구사이를 뚫고 그의 목에 꽤뚫은 것, 면갑사이로 보이는 부릅뜬 랜버트의 눈, 랜버트가 가래끊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져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느리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잠시의 정적후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만세! 라시드 왕자님이 놈을 쓰러트렸다!"
"이야호!"
"역시 왕자님이다! 단칼에 악귀같은 놈을..!"
라시드는 요새를 떠나가라 울리는 그들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정신을 놓은채 주저앉아 허공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왕자님!"
그런 라시드를 깨운 것 그레이였다.
"정신차리세요."
"아. 그레이형."
그레이가 라시드의 어때를 잡고 세차게 흔들고서야 제정신으로 들어온 라시드가 그레이의 이름을 불렀다. 라시드는 아직도 제대로 말을 못잊고 있었다.
"그, 그레이 형... 내, 내가 사람을..."
"사람을 죽이신게 처음이신가 보군요..."
그레이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엔 다 그렇습니다. 이겨내셔야만 합니다."
듀란이 다가와 말했다.
"나, 난..."
"아무말도 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좀 쉬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레이가 라시드에게 말하며 듀란과 함께 라시드를 데리고 갔다.
주변은 우렁찬 승리의 함성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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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아뒤(정확힌 친구형아뒤)에 기생하는 전뇌기생인 DK 입니다.
벌써 추천이 들어오다니 정말 기쁘군요.^^;
역시 창세기전 게임의 인기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역시 새벽에 창세기전 엔딩보느라 잠을 못잤다가 그날체육시간이
체력장이라 하늘이 노랄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경험으로 체득하게된 야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12월에 출시되는 창3가 정말 기대됩니다!.
- D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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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커티스의 용사들 #3
Chapter 4. The Brave of Cutis Vol.3
사방은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검은 색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라시드는 그곳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 여긴 어디지....?'
돌연 사방이 밝아 졌다.
거센 함성이 라시드를 휘감았다.
라시드는 자신이 전쟁터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어딘지도 알수 없었다.
그저 서로 맛붙어 죽고 죽이는 사람들.
검광이 번뜩이면 붉은 피가 튀었고 단말의 미병과 함께 사람이 쓰러졌다.
그속에서 라시드는 무언가 자신의 몸에 끈끈한 것이 흘러내리는 감촉을 느꼈다.
그곳은 피였다.
라시드는 자신의 온몸에 묻어있는 붉은 피를 보고 경악했다.
그러나, 입은 한없이 벌어졌건만 비명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주변은 어두워졌다.
그리고 라시드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철봉을 든 거구의 기사.
그의 온몸도 피투성이고 그의 목에선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라시드는 단숨에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랜버트!'
라시드는 그가 듀란과 맏붙을 때 얼핏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이 기억났다.
자신의 손에 죽은 바로 그 기사였다.
라시드는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다시 온몸에 공포가 엄습했다.
라시드는 어느새 자신이 갑옷을 걸치고 손에는 피묻은 장검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누나! 그레이형! 듀란!'
라시드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라시드의 외침은 어두운 공간안을 메아리칠뿐 대답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랜버트는 천천히 라시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랜버트가 소리쳤다.
< 네가 날 찔렀다!
네가 날 아프게 했어!
네가 날 죽였어....
너도 죽어.....! >
랜버트의 철봉이 라시드를 향해 내리쳐졌다.
"으악!"
그순간 라시드는 악몽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라시드는 온몸이 식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라시드는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결이 드러나는 판자로된 벽, 낡고 딱딱했지만, 여관주인이 가장 좋은 것으로 바꾸어준 침대와 커튼, 아직까지 어둠이 드리워진 창까지 잠자기 전과 변함없는 여관방이었다.
지금 라시드는 커티스저항군이 제국요새를 손에 넣은후 잠시 근처 마을의 여관에 머물면서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곧 우당탕소리와 함께 벌컥 문이 열리며 그레이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라시드왕자님!"
검까지 빼어들고 주위를 살피는 그레이에게 라시드가 무릅을 모아 안으며 말했다. 그때까지도 라시드의 온몸은 공포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레이가 라시드에게 다가와 라시드의 어깨를 양손으로 쥐면서 차분히 말했다.
"또... 악몽을 꾸신겁니까?"
안쓰러워하는 그레이를 보며 라시드가 눈물을 흘렸다.
"나... 나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그때 감촉이 그 기분나뿐 감촉이 아직도 내손에 남아있어... 도저히...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어, 어떻하면 좋죠?"
벌써 삼일째였다.
라시드가 제국요새에서 랜버트를 죽인이후 라시드는 밤마다 악몽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누구도 라시드를 도울수 없었다. 육체의 상처라면 마법으로라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정신의 상처는 자기 스스로만이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레이도 그런 라시드를 바라보며 안타까워 했지만, 그에게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강해지셔햐합니다. 왕자님, 이겨내셔야만 합니다."
그때, 갑자기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저도 싸울수 있다고요!"
"넌 어려서 안돼!"
아이목소리와 어른목소리가 뒤섞여 여관을 쩌렁쩌렁울리고 있었다.
그레이가 내려가 보니 여관 1층 식당에서는 웬 소년하나와 용병대원 하나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갈색고수머리의 소년은 라시드 또래정도의 나이였는데 사냥꾼들이 입는 가죽조끼옷과 활을 들고 있었다.
소년이 소리쳤다.
"전 15살이에요! 활도 잘쏘고 달리기도 자신있다고요!"
"이 꼬마녀석이!"
"무슨 일인가?"
그레이가 계단을 내려가며 소리치자 용병대원이 그레이를 보고 말했다.
"아, 그레이님! 글쎄 이 꼬마녀석이..."
"용병대장님이신가요?"
어느새 소년은 계단 앞까지 달려와서 그레이에게 물었다.
"그건 아니다만, 무슨 일이지?"
"그럼 높으신분인건 맞죠? 절 용병대에 넣어주세요!"
그레이는 순간 당황했다.
난데없이 용병대에 넣어달라는 소년의 얼굴에 나타난 굳은 표정과 기세가 결코 그 말이 허튼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하자."
자리를 권하자 소년은 그레이의 탁자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레이가 물었다.
"난 그레이, 라시드왕자님의 부관이다. 넌 이름이 뭐지?"
"그러셨군요. 팬드래곤의 왕자님이 오셨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전 사키스키라고 합니다. 그냥 사키라고 불러주세요."
"좋다. 사키. 그래,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왜 용병이 되겠단거지?"
"전 제국군과 싸우고 싶습니다!"
결의에 찬 얼굴에서 그레이는 사키의 확고한 의지를 느낄수 있었다.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입니다."
사키의 목소리와 눈빛은 분노와 증오가 담겨있었다.
"노호트학살 때 제 부모님은 제국군의 무차별 살육에 희생당하셨죠. 저만이 간신히 도망쳤지만, 전 아직도 제국군의 창에 찔려 죽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전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부디 절 용병대에 받아주세요!"
"차라리 저항군쪽이 가보지 그랬니?"
"가봤지만, 아무리 말해도 아직 어리다면서 받아주지 않더라군요. 아예 17살부터라고 딱 규칙에 정해놨다면서.... 그래서, 용병이 될려는 겁니다. 용병대에는 나이제한 따원 없다면서요. 또, 팬드래곤의 라.. 아니 리인가? 에이 모르겠다! 하여간 그 왕자님도 저와 동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레이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레이는 이 문제가 자신이 결정할 성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안하네만, 역시 안ㄷ 것 같아."
"제발요!"
"목슴을 걸 각오는 있나?"
그때였다. 그레이뒤쪽에서 굵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랜담님?"
그레이가 돌아보니 어느새 뒤에는 용병대장 랜담이 서 있었다.
수많은 전투에서 얻었다는 얼굴의 상흔과 한나뿐인 차분한 눈을 지닌 그는 그레이와 사키의 옆에 자리를 잡더니 식당에 아침을 주문했다.
그리곤 다시 사키에게 물었다.
"왜, 대답이 없나?"
"예! 물론입니다."
"그 어떤 힘든 일이라도 해 낼수 있겠나?"
사키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이죠!"
"그럼 받아주겠네."
"감사합니다."
사키의 커다란 목소리가 여관을 뒤흔들었다.
"진심이십니까?"
랜담은 그레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막 날라온 아침식사를 먹기 시작하며 사키에게 말했다.
사키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나무통안의 빨래를 밟아 대었다. 그의 옆에는 아직도 다 미처 하지 못한 빨래가 산더미처럼 싸여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쳇! 용병이 됐다고 좋아했더니 하루종일 하는 일이 고작 빨래라니... 앞으로 계속 빨래만 하게 되는 거 아냐?"
사키는 투덜대면서 계속 빨래를 밟아 나갔다.
"뭐, 그래도 일단 용병이 된거니까. 나중엔 제국군과 싸울수 있을 꺼야. 반드시!"
사키는 마치 빨래가 제국군이라는 심정으로 있는 힘껏 빨래를 밟아 나갔다.
그때 여관뒷문이 열리면서 사키가 있는 뒷마당으로 한 소년이 나왔다. 사키와 비슷한 나이인 소년 역시 품안에 커다란 빨래바구니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며 사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 은발의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빨래당번인가 보구나?"
"아, 아니, 그런건 아냐. 그냥 빨래가 하고 싶어서..."
웬지 힘없어 보이는 은발의 소년을 보며 사키가 물었다.
"빨래가 하고 싶다고? 하긴 그럴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처럼 3일내내 해봐.
난, 입고 있는 옷만봐도 진저리가 난다고, 저것도 빨아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말이야."
사키의 말에 은발의 소년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난 뭔가 열중하고 싶을 뿐이야. 그레이형이 빨래나 한 번 해보라고 해서."
"그레이님을 알아? 왕자님의 부관이라던데. 참, 나는 사키야. 원래는 사키스킨데 그냥 다들 사키라고 불러."
"난 라시드야."
'라시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라시드는 사키옆에서 손으로 자신이 가져온 옷가지들을 빨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빨래란 것을 직접 해보는 라시드는 당연히 매우 서투르기 그지 없어서 옆에서 보다못한 사키가 이것저것 참견했다.
"좀더 힘차게 박박 비벼야지! 아니, 그게 아냐! 참내 내가 하는걸 잘 봐!"
사키는 아예 라시드의 손에서 빨래를 깨앗아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기까지 했고 그럭저럭 어느 정도 혼자할수 있게된 라시드는 사키가 함께 빨래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애기 들었어?"
사키가 물었다.
"뭐?"
"제국요새 점령때 팬드래곤의 왕자님이 제국군 기사를 쓰러트린 것 말이야?"
순간 라시드는 흠칫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계속 사키의 말을 들었다.
"듣자하니까 그 제국군기사는 키가 사람두배만한 거구였대. 양손에 커다란 도끼를 들고는 마치 나무가지처럼 휘둘러서 저항군을 살육하고 있는데 그 라뭐드라.. 참 난 이름을 잘 못외워서 탈이야! 하여튼 그 팬드래곤의 왕자님이 갑자기 그 제국기사 앞으로 떡하니 나서면서 이렇게 외쳤다는 거야."
사키는 근처의 빨래 방망이를 쥐고 앞으로 내밀면서 외쳤다.
"난 팬드래곤의 왕자다! 하늘을 대신하여 너에게 천벌을 내리겠다!"
라시드는 황당해서 아무말도 못한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곤 단칼에 제국기사의 목을 날려버렸데! 정말 대단하지! 겨우 나랑 동갑이라는데! 어? 왜, 그래 라시드! 어디 아픈거야?"
잔뜩 폼을 잡고 있던 사키는 라시드가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자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한참후에야 진정한 라시드가 사키에게 말했다.
"나, 난 사람을 죽였어..."
"뭐?"
사키가 놀라 라시드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여러번 전투중에 사람을 벤적은 있었어... 하지만, 죽인건 처음이었어... 그리고 난 그후로 악몽을 꾸고 있어.... 그 악몽은 너무나도 무서워..."
"그랬구나..."
라시드의 고백에 사키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사키는 라시드의 옆에 앉아 라시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하긴, 나도 용병이 됐으니까. 훗날엔 언젠가 사람을 죽이게 될 날이 오겠지.
너무 괴로워 하지마, 라시드! 난 이렇게 생각해. 다른 사람들 대신에 내 손에 피를 묻힌다고 말이야. 비록 내 손은 결코 지위지지 않을 피로 물들겠지만 내가 제국군과 맛서 싸움으로서 다른 죄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막는 것이라고. 그러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맘을 편안히 가져."
사키의 말을 라시드가 되뇌였다.
"다른 사람들 대신에 싸운다....?"
사키는 일어서서 두팔을 벌렸다. 그리곤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난 단순히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용병이 됐다고는 했지만, 난 내 조국 커티스를 위해, 그리고 소중한 내 이웃들을 위해 싸우고 싶어. 내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싸운다! 난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싸워갈거야. 그리고, 언젠가 이 커티스에서 제국군놈들을 몰아내고 말겠어.
어때? 멎지지? 내 포부가?"
라시드는 멎적은 듯 자신을 향해 웃음짓는 사키를 바라보며 뭔가 가슴에 응어진 것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시드가 일어나 말했다.
"고마워, 사키. 덕분에 맘이 편해졌어. 그리고 난 깨달았어. 내가 싸워야 하는 이유를. 난 앞으로 주저하지 않겠어, 괴로워 하지도 않겠어. 내가 괴로워 하면 나보다 더 괴로워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난 날 사랑해주고 날 걱정해주는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난 싸울꺼야!"
라시드의 눈빛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키는 그런 라시드의 모습에서 무언가 그에게 끌리는 자신을 느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이성간의 매력은 아니었다.
그때였다.
벌컥 뒷문이 열리면서 그레이가 뛰어들어왔다.
그를 보고 라시드와 사키가 소리쳤다.
"그레이님!"
"그레이형!"
그레이는 라시드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 샤키! 그리고, 빨리 출정준비를 하십시오. 라시드 왕자님!"
"왕자님?"
그제서야 라시드가 왕자라는 것을 알게된 사키가 놀람으로 벌린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시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냥 계속 라시드라고 불러줘. 왕자님소리는 너무 지겨워."
"그, 그래도..."
"ㄲ찮아. 샤키."
"그, 그럼 그러지 뭐...."
이제것 혹시 자기가 말 실수 한건 없는지 한참 고심하는 사키옆에서 라시드가 그레이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예요?"
라시드의 물음에 그레이가 짧게 대답했다.
"제국요새가 탈환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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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의 잔영 -
The War of Genesis
- The Gray Shadow -
제 4 장 커티스의 용사들 #4
Chapter 4. The Brave of Cutis Vol.4
"제국요새가 탈환당했다."
랜담은 급히 부대장급이상을 소집한 비상회의를 열고 상황설명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제국군은 마장기까지 동원해 요새를 지키던 커티스저항군을 공격했고 이에 커티스저항군은 요새를 버리고 산채로 후퇴, 포위되어 항전중이라는 전갈이다."
좌중에 긴장이 감돌았다.
작게 웅성거리는 소란스러움속에서 누군가 신음처럼 내뱉었다.
"마장기까지..."
마장기.
신들이 만들 강철의 거인.
정확히는 조종사인 마장기사가 들어가 조종하는 일종의 갑옷이었다.
사람의 열배에 가까운 그 거대한 체구의 위용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 되며 거기다 원 기능인 마력증폭능력으로 1기의 마장기만으로도 1개 군단과 막먹는 위력의 병기였다.
신들이 만들었다는 1급부터 그 1급을 본따, 1급의 약 3에서 5할 정도의 성능을 내는 2급. 그리고 마력증폭능력을 배제한체 전투능력만을 특화시킨 전차형의 3급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마장기의 보유가 곧 국방력과 비례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마장기를 보유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장기의 제조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에 제조가 불가능한 1급을 제외한 2, 3급들도 제대로 몇대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현재 팬드래곤이 1급인 아론다이트(Arondight) 1기와 2급인 엘제나로 3기, 3급마장기 베샤르 40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하얀 전신(戰神)]이라고 불리우는 대륙 최강의 마장기 아론다이트는 5년전 그카테스대회전때 파괴당한후 막대한 희생을 치른끝에 극적으로 회수했으나 아론다이트의 시동키인 신검 [바리사다]가 실종된 관계로 가동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은빛의 갑주를 자랑하는 엘제나로가 2급마장기중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지녔기에 결코 전력상 물리지 않고 있었다.
발전된 학문과 기술을 자랑하는 제정일치의 종교국가 아스타니아는 아스타니아의 또다른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1급 신성마장기 가리우스(Garius) 1기와 그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가리우스를 본타 만들어진 2급 마장기 듄 그리니드 2기 그리고 3급 마장기 가디언 35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국민의 대다수가 드위프족인 드위프왕국 다갈은 어스퀘이커라(EarthQuaker)는 1급 마장기가 기록상에 적혀 있을 뿐 마장기에 대한 기술과 보유는 전무하다 시피했고 팬드래곤의 이올린들이 망명해온 후 팬드래곤의 기술을 받아들여 3급 마장기인 어스베사르 20기를 새로이, 제작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장기의 기술과 보유의 역사가 없다는 점에서는 커티스와 사이럽스도 마찬가지 였는데 기록이라도 남아있는 다갈에 비해 이 둘은 기록에서조차 마장기란 항목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비프로스트는 건국사에도 나오는 전설적 1급 마장기 아스카론(Ascalon)이 있었으나 에스겔력 780년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채 비프로스트의 위기시에만 다시 위용을 보인다는 전설이 있을 뿐 수백년간을 중립국으로 보낸 비프로스트의 마장기 전력은 비밀에 감추어져 있었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탓에 약육강식의 법칙이 전통적인 묵계율인 군사강국 트리시스는 [사막의 악몽(the nightmare of desert)]이라고 불리우며 사막에서만큼은 그 어떤 1급 마장기도 따를 지 못하는 위력을 발휘한다는 1급 마장기 라(Ra) 1기와 다연발 화살발사기를 달고 있는 3급 마장기 패리튼도 64대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최근 새로히 2급 마장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가라드는 다크아머 3국중뿐이 아니라 대륙에서도 가장 마장기 제작기술이 떨어진 축에 속하여 아예 마장기가 없는 커티스와 사이럽스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통마장기의 갑절에 해당하는 육중한 몸체 때문에 비공정에 실을 수 없어 수비용으로만 쓰이는 1급 마장기인 오우거매셔(Ogermasher)와 다갈의 어스베사르보다도 못한 3급 마장기 로퍼는 마장기중 최악이라는 그 느린 기동력 때문에 성문공격용에나 쓰이는 파성추(破成錘) 마장기였다. 보유대수도 대륙최소로 겨우 15기에 불과 했다.
마지막으로 게이시르 제국은 황족인 데블족의 경우 특별히 마장기에 탑승하지 않더라도 마장기를 능가하는 암흑마법과 그리마의 주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고대부터 굳이 마장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귀족이나 병사들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개발하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5년전 흑태자의 팬드래곤 정벌 때 마장기 강국이었던 팬드래곤의 무수한 마장기 기술자들이 제국으로 나포되어 게이시르의 마장기 제작기술의 수준은 급상승 하게 되었고, 이에 1급은 없지만 팬드래곤의 엘제나로와도 맞먹는 다는 2급 마장기 아수라를 12기, 3급 마장기 마네스를 총 128기나 보유한 초유의 마장기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무거운 침묵을 깨며 그레이가 입을 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저항군본거지로 달려가 돕지 않는다면 아르시아장군과 저항군들을 아마 그곳에서 뼈를 묻으려 할것입니다."
라시드가 물었다.
"일단은 구출부터 한후에 다시 설득을 해봐야 한다는 건가요?"
"그렀습니다."
랜담이 말했다.
"저항군산채는 지형이 험해 마장기와 기병은 쓸수 없을테니 일단 구출하는 것은 큰 위험이 없을 것입니다."
라시드가 군센 의지를 담은 한마디로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자! 커티스저항군을 구하기위해 출동합시다!."
이로써 회의는 끝났고 부대장들은 각기 자신의 부대로 돌아가 출발할 준비를 했다.
"가요. 그레이형."
먼저 압장서서 문을 나서는 라시드를 뒤다르며 그레이가 중얼거렸다.
"많이 성장하셨군...."
막 문을 나오는 라시드에게 사키가 다가왔다.
"드디어 출전이야?"
"응."
사키는 라시드의 고개가 끄덖여지자 흥분한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두 주먹을 불끈쥐며 사키가 말했다.
"드디어, 나도 싸울수 있겠구나!"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랜담의 한마디가 사키의 타오르는 열정을 또한번 일거에 꺼트렸다.
"사키, 넌 남아라."
"예?"
잠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사키가 언성을 높히며 랜담에게 대들었다.
"왜요? 전 싸우려고 용병이 된거지! 빨래나 하려고 된게 아니란 말이예요!"
"넌 아직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애송이다. 개죽음 당하고 싶은가?"
랜담의 목소리엔 거역할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하, 하지만...."
"넌 아직 이르다. 비전투부대와 함께 먼저 퇴각하도록."
말을 마친 랜담은 성큼 사키의 곁을 지나쳐갔고 분함에 눈물을 흘리는 사키를 라시드가 위로했다.
"사키! 랜담대장님은 널 생각하셔서 그러시는 거야. 나중에 나하고 함께 싸우자."
"됐어!"
사키가 라시드를 뿌리치고는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사키!"
라시드는 사키를 잡으려 했지만, 사키의 발은 너무나도 빨라서 라시드가 채 사키의 이름을 다부르기도 전에 사키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라시드는 씀씁한 표정을 지으며 사키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온 사방이 함성과 비명, 쇳소리로 가득차있었다.
제국군에 포위된 커티스저항군의 산채는 화살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하나뿐인 출입구로는 제국군이 끊임없이 공격해오고 있었다.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깍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고 정면마저 입구가 좁은 천연의 요새인 저항군산채였기에 극대한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제국군의 요새돌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쏴라! 단 한명도 요새에 접근시키선 안돼!"
아르시아는 통나무로 만든 방책위에서 명령을 내리며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한점없는 화창한 날씨.
요전날까지 비를 뿌렸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햇살을 흩뿌리고 있었다. 요행히 맛바람 때문에 염려되었던 제국군의 불화살공격이 없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으나, 맑은 하늘에도 아르시아의 마음도 더욱 더 어두워졌다.
하늘을 바라보며 아르시아가 탄식했다.
"하늘도 우리를 외면하는가...?"
"그런 말하지 마세요."
그때 누군가 아르시아에서 말했다.
옅은 갈색머리의 20대초반의 여궁사가 아르시아의 뒤쪽에서 다가왔다.
"희망을 잃으면 안돼요. 이런 모습은 아르시아님 답지 않아요."
그녀는 아르시아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당신만이라도 피하세요. 당신이 살아있는 한 우리 저항군은 다시 일어설수 있을
테니까요."
"에리카..."
아르시아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뒤돌아 그녀를 껴안았다.
"그럴순 없어. 난 대장으로서 이곳에 남겠어."
"당신이 남겠다면, 저도 남겠어요."
에리카는 단호하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아르시아를 올려다보았다.
"...."
아르시아는 가만히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며 아무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눈속엔 슬픔과 안타까움, 결의등 이루 다 헤아릴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그때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요새정문이 부서져 나가며 제국군들이 요새안으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돌파당한 것이었다.
"이런!"
아르시아가 비명같은 외침을 내뱉고는 에리카의 손을 붙잡고 방책밑으로 뛰어내렸다.
"대장님! 놈들이...!"
"에리카, 마르샤! 이곳에서 피하라! 이건 명령이다!"
부관과 에리카에게 명령을 내린 아르시아는 검을 빼들고 제국군을 향해 달려갔다.
"아르시아님!"
에리카는 막 제국군들의 정면으로 뛰어드는 아르시아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르시아는 막 자신을 향해 찔어들어오는 제국군의 창을 몸을 돌려 피하며 그대로 제국군하나의 목을 베어버렸다. 얼핏 에리카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애써 에리카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미안해. 에리카!'
아르시아는 피묻은 검을 쳐들며 소리쳤다.
"싸워라! 커티스의 용사들이여! 우리의 자유를 위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그리
고, 가족과 친구를 위해! 커티스만세!"
"커티스만세!"
"아르시아장군만세!"
"저항군만세!"
"커티스여! 영원하라!"
다른 저항군들도 아르시아를 따라 함성을 지르며 용감히 제국군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일부의 저항군들이 피신할 시간을 벌기위한 자발적 희생이었다.
제국군은 죽기살기 싸우는 저항군의 완강한 저항에 잠시 밀렸으나 곧 병세의 우세를 딛고 다시 저항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라시드와 용병대가 도착한 것은 막 전세가 저항군에서 제국군쪽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돌연 제국군의 뒤에서 나타난 용병대의 기습에 제국군은 혼란에 빠졌고 이에 저항군은 다시 기세를 드높히며 제국군을 공격해갔다. 용병대의 개입으로 전세가 뒤집혀진 제국군은 곧 뿔뿔히 퇴패해 버렸고 더 이상 산채를 지킬수 없다고 판단한 아르시아는 그레이의 제안에 따라 다갈로 망명하기로 하고 알케오니아호수쪽으로 퇴로를 잡았다.
푸르름이 가득한 커티스의 숲속에 커다란 땅울림과 함께 숲 속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붉은 거인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그림자가 연이어 지축을 울리며 나무사이를 전진하고 있었다.
제국의 2급마장기 아수라 2기와 다수의 제국군은 선두에선 사냥꾼 차림의 사내의 안내를 받아 커티스의 울창한 숲속을 전진하고 있었다.
돌연 마장기중 한기의 가슴장갑이 위아래로 열리며 마장기의 안이 들어났다.
그 안에 타고 있던 흑발의 청년기사, 카슈타르가 이마의 땀을 닥으며 안내자에게 물었다.
"후! 정말 덥군! 그런데 이쪽이 확실한가?"
커티스출신인 중년안내인은 카슈타르에게 아양을 떨며 말했다.
"예예. 물론입죠! 제 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그런데 장군님?"
"왜, 그러지?"
"그게..."
안내인이 우물거리자 카슈타르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저, 전 지금 조국을 팔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전 이곳에
살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다른 타향으로 떠나야 한다는 거죠. 에.. 그러자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돈을 좀 더 주시면 안돼겠습니까...?"
돈이란 말에 카슈타르가 가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내뱉었다.
"그래. 얼마나 원하나?"
카슈타르의 말에 안내인이 얼굴에 회색을 띄며 신이나 말했다.
"5천엘드면 됩니다. 그정도면 그리 큰돈도 아니지 않습니까?"
"쥐뿔만한 돈이지."
"그렇죠?"
"네 목슴 하나값으론 턱없이 싸군. 만약 네 정보대로 반란군이 나타나지 않는다
면 오천은 커녕 네 목슴도 없다."
차가운 카슈타르의 말투에 따사로운 날씨에도 안내인은 온 몸을 휘감는 한기를 느꼈다.
"잔말말고 안내나하도록."
다시 마장기의 장갑을 닫은 카슈타르는 안내인을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부관을 죽이고,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반란군을 전멸시키기 위해서.
막 제국군과 마장기가 지나쳐간 숲길옆의 관목속 한쌍의 눈이 제국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길. 제국의 압잡이녀석이..."
사키는 이를 악물며 죽일듯한 눈으로 제국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라시드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간 사키는 정처없이 그저 걷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땅올음에 놀라 근처의 관목속으로 숨었고 이어 보게된 것은 아수라와 제국군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숨어서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던 중 사키는 곧 저항군이 크나큰 위기에 빠지게 되리란 것을 알수 있었다.
제국군이 지나간후에도 한동안 가만히 숨어있던 사키는 제국군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자 관목속에서 나왔다.
그런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제국군이 간쪽을 바라보며 사키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하지만, 미약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항군에게 알리자니 지금 어디쯤 저항군이 있는 지도 알 수 없었고 맛서 싸우자니 랜담의 말처럼 개죽음일게 뻔했다.
사키는 낙담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을 때 문득 사키손에 들려있던 활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사키의 머리속을 한 이름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사키는 제국군과의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