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소백산, 월악산, 천태산, 좌구산, 천등산, 군자산, 도락산… 내륙 지방인 충청북도에는 바다 대신 산이 한가득이다.
산속 자연휴양림과 산림욕장만 줄잡아 수십 개.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숲이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조금은 짜릿하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외줄을 타고 날거나 모노레일로 오르거나 스카이바이크로 누비면서 말이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의 집라인 체험. (사진제공 : 좌구산자연휴양림)
‘숲 종합선물세트’, 좌구산자연휴양림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 길. 좌구산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좌구산제일문’이란 간판을 단 웅장한 문 주위에는 활짝 핀 벚꽃들이 줄지어 방문객을 맞았다.
벚꽃 물결은 휴양림 가는 길의 삼기저수지 생태공원과 별천지공원, 율리휴양촌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좌구산 휴양랜드’를 이룬다.
만개한 벚꽃과 푸릇푸릇 물오른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삼기저수지 생태공원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나무 데크가 놓인 둘레길을 걸었다.
본격적인 숲 체험 이전의 워밍업이라고 할까. 벚꽃 향기 머금은 봄바람이 살랑 코끝을 간질인다.
삼기저수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좌구산에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된 듯했다. 여전히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여린 초록의 새잎들이 살짝 고개를 들고 있었다.
[왼쪽/오른쪽]벚꽃에 둘러싸인 좌구산제일문 / 삼기저수지 수양버들에 초록 물이 올랐다.
충청북도 증평군의 좌구산자연휴양림은 다양한 시설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숲은 기본이고 통나무집과 캠핑장, 집라인, 사계절썰매장, 숲속모험시설뿐 아니라 관측돔을 갖춘 천문대도 있다.
지난해에는 길아 230m, 높이 50m의 명상구름다리(출렁다리)까지 들어서면서 산과 숲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체험이 가능해졌다. 가히 ‘숲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만하다.
[왼쪽/오른쪽]좌구산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들 / 좌구산천문대의 포토존과 전시실, 관측돔
50m 높이에서 출렁거리는 명상구름다리심장이 쫄깃해진다, 명상구름다리
삼기저수지 생태공원에서 나와 산길을 조금 더 오르니 긴 줄을 늘어뜨린 현수교가 보인다.
율리 야생화단지와 거북바위 정원을 잇는 출렁다리, ‘명상구름다리’다. 다리 아래 들어선
‘좌구산 숲 명상의집’은 생태공방과 염색공방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나무 소품 만들기에서부터 천연염색이나 우드버닝(전열펜으로 나무를 태워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기법),
꽃차 시음, 족욕도 가능하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얼른 건너고 싶은 아이들의 성화에 아쉽지만
체험 활동은 패스. 아름드리 침엽수를 닮은 나무 기둥이 멋진 명상구름다리에 올랐다.
폭 2m의 튼튼한 다리가 과연 출렁거릴까 싶었는데, 다리 가운데로 갈수록 바람에 흔들흔들,
신이 난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더욱 출렁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린 탓에 명상은 불가능했지만
심장이 쫄깃해 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다리에 조명이 켜지면서 환상적인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왼쪽/오른쪽]명상구름다리는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안전하다. /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좌구산 숲 명상의 집
’
밤이 되면 명상구름다리가 더욱 아름다워진다.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통나무집에 짐을 풀고 출렁다리보다 훨씬 더 짜릿한 집라인을 타러 갔다.
아쉽게도 아이는 집라인을 경험할 수 없었다. 몸무게 30kg 이하는 체험 불가능이라는 조건 때문.
딱 1kg 부족해 형들과 어른들이 타는 것을 구경만 하는 데도 나름 짜릿했다.
아이와 내년에는 꼭 타 보기로 약속하고 좌구산천문대로 향했다.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 영상보기 → 태양(낮)/천체(밤) 관측 → 전시실 관람’으로 이어지는 일반 관람 프로그램은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게다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천체망원경 강의 및 실습이 추가되는 가족 캠프도 운영된다.
아쉽게도 날이 흐려 해와 별은 볼 수 없었지만 자동으로 움직이는 돔에서 700배 배율의 국내 최대 구경 광학망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까마득한 높이의 집라인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왼쪽/오른쪽]국내 최대 구경을 자랑하는 좌구산천문대의 광학망원경. / 천문대 전시실은 별도의 예약 없이도 관람 가능하다.
스카이바이크 따라 솔 향이 솔솔~,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은 2017년 11월 15일에 문을 연 자연휴양림이다.
좌구산자연휴양림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멋스러운 기와집 11채, 황토 초가 10채, 통나무집 3채 등이 들어섰다.
아직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주말에도 빈 방이 있다.
겉모양은 전통 한옥이지만 실내 화장실에 비데와 샤워실 등 현대적 편의시설들을 갖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생태체험, 자연물 체험놀이, 하늘산책 등 숲 체험 프로그램들이 아직 준비 중이라는 것.
5월부터 시작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의 기와집. 기와집의 실내는 최신 시설을 갖추었다.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에서 600m쯤 떨어진 곳에 다양한 숲 체험 시설을 갖춘 솔향공원이 있다.
천연기념물인 보은 속리 정이품송(제103호), 보은 서원리 소나무(일명 정부인송,
제352호)와 세계적 희귀목인 황금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충북 보은군에서 운영하는 생태공원이다.
소나무의 생태와 정이품송이 생겨나게 된 세조의 행차 등을 재현한 소나무홍보전시관과
속리산의 생태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보여주는 4D 상영관, 그리고 솔향공원의 황금소나무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스카이바이크 등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 4인 가족이 탈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는 모노레일과 레일바이크를 합쳐놓은 레포츠 시설이다.
탑승자가 페달을 밟으며 소나무 절반 높이의 레일을 따라 공원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돈다.
여유 있게 숲을 즐기며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중간의 오르막길은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왼쪽/오른쪽]소나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소나무홍보전시관 / 색다른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
모노레일 타고 가는 숲속 도서관, 충주 행복숲체험원
충주 행복숲체험원은 2008년 문을 연 문성자연휴양림과 목재문화체험장, 생태숲 등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문성자연휴양림은 숲속의집과 산동네나무집, 캠핑장 등 숙박시설과 물놀이장을 갖추었고,
목재문화체험장은 나무의 생태와 각종 목재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직접 만들 수 있는 목재체험관을 갖추었다.
보통 나무 목걸이나 손거울 같은 작은 소품만 가능한 다른 휴양림과 달리 이곳에서는 책꽂이, 책상, 의자 같이 비교적 큰 제품도 만들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