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역사 _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이 걸어온 길
예술가들에게 생각의 창이 되어준 연필 한 자루
독일에는 유난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필기구 명가들이 많다. 오늘의 주인공인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은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필기구 브랜드 중 하나로써 1761년에 설립되어 24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라미(Lamy)는 1830년 그리고 스테들러(Staedtler)는 1835에 설립되었으며, 또 다른 브랜드 펠리칸(Pelikan)은 1838년에 설립되었다. 고급 만년필을 생산하는 몽블랑(Monblanc)은 1906에 실립되었고, 비교적 최근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로트링(Rotring)조차 1928년에 설립되어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샤프의 등장 이후 그 다음에는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연필과 같은 필기구가 예전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중요하거나 정성을 가득 담아야 하는 문서는 펜으로 작성된다. 자판기로 두드려서 쓰여진 디지털 문서는 하드웨어 사양이 바뀌면 불과 10년만에라도 아예 열어볼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하얀 종이 위에 쓰여진 글씨는 수십년, 수백년은 너끈히 견디며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연필은 흑연이 종이 위에 새겨서 흔적을 남기고, 지우개로 지우면서 영원히 기억해야 할 추억을 담아낸다. 파버 카스텔(www.faber-castell.com)은 바로 그러한 필기구의 역사를 만들어온 브랜드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오래 간다 옛 말에 '부자는 3대를 못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파버 카스텔은 무려 8대에 거쳐 필기구 사업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이익이 남기 시작하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의 천편일률적인 패턴이라면 파버 카스텔은 미련하게도 한 우물만 파는 필기구 전문 브랜드이다.
한 자루의 연필로 시작해서 샤프, 볼펜, 만년필, 색연필 등 그들도 나름대로 사업 확장을 해왔으나 무언가 쓸 것에 관한 상품을 생산한다는 점은 매한가지이다. 최근에서야 화장품 산업(www.fc-cosmetics.de)에 손을 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나 여전히 파버 카스텔 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연필을 제조하는 회사이면서 가장 많은 종류의 연필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살아있는 연필의 역사 캐비닛 제조업을 했던 카스파르 파버(Kaspar Faber)가 독일 바이에른주의 작은 소도시 슈타인에 파버 카스텔을 설립했을 때만 해도 흔하디 흔한 연필공장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4대째인 로타 존 파버 시대에 우리가 흔히 보는 육각형 연필을 처음으로 만들고, 연필에 브랜드를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열게 된다. 현재의 파버 카스텔이라는 이름은 1898년 바로니스 오틸리에 폰 파버와 알렉산더 카스텔 루덴한센 백작이 결혼하면서 확립되었고, 이 때부터 펜의 힘을 상징하는 파이팅 나이트(Toumament of the jousting Pencil Knights)가 로고로 사용된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도 파버 카스텔을 이끌고 있는 안톤 볼프강 그라 폰 파버 카스텔은 그라폰 파버 카스텔(www.graf-von-faber-castell.com)이라는 브랜드로 파버 카스텔의 브랜드 이름을 한 단계 끌어 올리며, 연필계의 빌 게이츠라는 애칭을 갖게 된다.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 승자 어떤 기업이든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기업 생존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 긴 역사만큼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파버 카스텔은 1939년에 프랑스에서 들여온 흑연에 점토를 섞어서 구워내는 세라믹 연필심 기법을 도입했으며, 단단한 정도(H)와 진한 정도(B)에 따라 8B-7B-6B-5B-4B-3B-2B-B-F-HB-H-2H-3H-4H-5H-6H-7H-8H로 이어지는 연필심의 등급을 세계 최초로 고안해냈다.(결국 이것으로 카스텔가는 남작 작위를 받는다.) 흑연의 성질은 흑연과 점토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흑연이 많이 들어간 연필심일수록 연한 속성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필은 HB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처럼 섬세한 표현을 원하면 B연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19세기 중반에는 아예 연필을 파버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하니 파버 카스텔이 연필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고흐가 썼던 연필을 써!"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는 제품을 생산해온 파버 카스텔의 수많은 제품 가운데, 100년이 넘게 스테디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카스텔 9000은 파버 카스텔을 대표하는 연필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연필이 널리 보급되면서 비로소 파버 카스텔을 상징하는 색상 역시 녹색으로 정의되게 된다. 카스텔 9000 연필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블로그 등을 통해서 자랑을 하곤 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고흐나 괴테, 귄터 그라스, 헤르만 헤세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이 연필을 애용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디자이너는 파버 카스텔이 아니고서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이니 카스텔 9000 한 자루를 손에 쥐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세계적인 걸작이 나올 것만 같다.
월든숲 프로젝트(Walden Woods Project) 세상의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연필은 자연의 힘에 기댄 상품이다. 나무를 잘라야 하고, 흑연을 캐내야 한 자루의 연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대중들은 질 좋은 종이를 원하면서도 기업들이 거대한 나무를 베어내는 것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파버 카스텔은 아세톤으로 연필을 도색하던 다른 기업들에 비해 훨씬 일찍부터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연필을 도색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3년 1월에는 문구계 최초로 지구촌 협약에 가입하였고, 연필 생산을 위해 면적 1만 ha에 달하는 파버 카스텔 소나무 숲을 브라질 삼림지대에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사업이지만 그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역시 자연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만능 시대의 아날로그 강자 파버 카스텔은 오늘도 전세계 15개 공장, 100여개 지점, 5,500여명의 직원들이 연간 18억개 이상의 연필을 생산하고 있다.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한지 오래지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파버 카스텔의 연필로 문자를 익히고, 셈을 하고, 개인적인 일기를 쓴다. 요즘같은 시대에 어떻게 보면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연필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연필을 찾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아무리 키보드와 타블렛이 대세여도 고흐가 밑그림을 그리고, 괴테가 단어 하나를 쓰고 지우던 연필만이 가진 손맛만은 기계가 쉽게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200년을 훌쩍 넘어 300년을 바라보는 세월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연필(鉛筆, pencil) 흑연과 같은 기록용 고체를 나무, 금속 또는 플라스틱제의 원통 속에 넣은 가느다란 막대. 필기용, 미술용 또는 표시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1565년 독일계 스위스의 박물학자 콘라드 게스너가 당시 납의 일종으로 간주되었던 흑연을 나무 사이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글쓰는 도구를 만들어 처음으로 소개했다. 게스너는 흑연을 독립된 광물로 기술한 최초의 인물이었으며, 1779년에 스웨덴의 화학자 카를 빌헬름 셸레는 이것이 탄소의 한 형태인 것을 밝혀냈다.
영어의 pencil은 그리스어로 '필기하다'라는 뜻의 graphein에서 유래했다. 현대의 연필은 1564년 영국 컴벌랜드의 버로대일에서 보기 드물게 흑연의 순수한 침전물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만들어지게 되었다. 필기용 연필의 경도는 연필심 안에 있는 흑연에 대한 점토(보통 결합재로서 사용됨)의 비율과 관련되는데, 보통 숫자로 표시하며 가장 연한 것이 1, 가장 단단한 것이 4이다. 미술용 연필의 경도를 나타내는 범위는 일반적으로 가장 연한 8B부터 가장 단단한 F까지, 제도용 연필의 경도의 범위는 가장 연한 HB부터 가장 단단한 10H까지이다. 연필의 진하기는 침전된 흑연의 작은 입자의 수에 달려 있는데 이 입자는 연필심의 경도와는 관계없이 검기가 똑같으며, 입자의 크기와 갯수가 연필의 진한 정도를 결정한다. 연필심의 경도는 종이의 섬유질에 의한 마멸을 연필심이 얼마나 견디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한국에 연필이 전래된 때는 19세기 후반 개화 초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1946년 한국 최초로 연필이 생산되기 시작하여 1988년 현재 연간 1억 7,000만 자루의 연필이 생산되고 약 1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되고 있다.
원문 http://tong.nate.com/justinkim/4843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