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란 무엇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실 전 한번도 진공관 앰프를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나 연습실에서 써본 JCM900, 듀얼렉티, 휴거스앤 케트너, 레이니, Vox AC-30 등을 경험해보면서, 또 여러 공연장에서 수많은 앰프등을 보며 어렴풋이 자리잡힌 진공관 앰프에 관한 이미지는,
첫째 음색이 따뜻하다.
대략 유추해보면 진공관만이 가진 중음대의 마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사실 그놈의 '댐핑'(음압)의 비밀도 중음대가 쭉뻗어나와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의 소리라고 할수있죠. 어찌보면 이 진공관만이 낼 수 있는 중음대의 마법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과도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공간을 에워싸면서도 뚫고나오는 힘이있고 다른 악기와 섞이지 않으면서도 이질감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성질 기본성질을 가진 반면 게인량을 높이면 뜨겁고 타이트하게 만들수 있는데요. 헤비메탈같은 익스트림 계열에서의 기타사운드는 너무뜨거워 뜨거운지 차가운지 분간이 안되는(?)듯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죠. 마치 한여름에 열탕에 들어가며 "시원하다"고 나오는 탄성같은 느낌이랄까요.
둘째 특유의 비음과 배음, 바삭거림이 있다.
진공관 앰프를 처음 직접 연주해봤을때 든 생각은 '기대했던만큼 엄청 좋은건 아니네'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똘똘이 앰프의 생톤을 생각해보면 뭐랄까.. 어떤 연주를 해도 멍청하게 들리는 음색이랄까 자체 드라이브를 올리면 요란한 깡통같이 음압이 아닌 음량으로 승부하는(?) 소리를 내줍니다. 물론 대충 들어줄만한 연주를 할수도 있겠지만 TR앰프의 사운드는 진공관의 존재감있는 사운드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진공관 앰프 특유의 음색을 이렇게 비음, 배음, 바삭거림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놈의 댐핑
저 역시 진공관 100와트 앞에서 연주하면 바지가 펄럭인다느니 소리가 몸을 찰싹찰싹 때린다느니하는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공연을 보며 이제와 드는 생각은 ‘댐핑의 비밀은 진공관이라기 보다는 높은 출력 그 자체다’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진공관 특유의 중음대와 높은 출력이 어우러지면 마법과 같은 몸의 체험(?)이 일어납니다. 베이스 사운드가 고출력이 될수록 점점 가슴쪽에서 울리듯 기타사운드도 고출력이 되면 음역대에 의한 소리의 성질상 몸을 때리거나 휘어싸는 느낌이 듭니다. 음향쪽으로 자세한거는 모르겠지만 음량과 출력은 별개의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10와트 똘똘이 앰프도 볼륨을 풀로 올리면 꽤나 큰 볼륨이 나오죠. 반면 공연장에서는 100와트 앰프의 풀볼륨도 작게 느껴질수 있습니다. 출력의 차이는 음량 차이보다는 소리의 성질을 바꿉니다. 고출력이 음질을 바꾸지는 않지만 음의 힘을 강화시키죠. 이유는 잘 모르지만 같은 와트수라도 진공관 앰프의 출력이 TR앰프보다 훨씬 강하고 어찌보면 그 이유로 진공관 앰프가 훨씬 좋은 음색을 내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걸 수도 있죠.
소스기기가 준비되었으면 이제 앰프가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소스 기기와 앰프가 붙어있는 제품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앰프가 따로 분리되는 것이 유리하다. 게다가 추후에 더 나은 기기로 업그레이드할 때에도, 소스기기나 앰프를 따로 쓰면 한 가지씩 교체할 수 있다.
앰프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앰프가 하는 역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앰프에 연결하는 소스 기기가 튜너, CDP나 MP3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등 여러 개 있을 수 있으므로 듣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볼륨을 조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저음이나 고음의 양을 조정하거나, 왼쪽 오른쪽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약간의 증폭(전문적으로는 전압 증폭)을 해서 신호를 정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를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은 이렇게 준비된 신호를 스피커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크게 증폭하는 것이다(전문적으로는 전력 증폭이라고 한다).
인티앰프와 프리 앰프, 그리고 파워 앰프
그래서 앰프를 보면 한 몸체로 된 것도 있고 두 몸체로 된 것도 있다. 위 두 부분을 하나의 몸체에 모두 담은 간단한 형태의 앰프는 인티앰프(Integrated Amplifier)라고 한다. 그리고 위 두 부분을 각각의 몸체에 담은 것은 분리형 앰프라고 한다. 첫 번째 부분, 즉 소스 기기를 선택하고 볼륨을 조정하며 다른 조정이나 소량의 전압 증폭을 하는 부분을 하나의 몸체에 담은 것은 프리앰프(Pre-amplifier)라고 하고, 두 번째 부분, 즉 음악 신호를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크게 증폭하는 부분만을 담은 앰프를 파워 앰프(Power Amplifier)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앰프가 분리형인 것이 가격은 비싸더라도 음질 면에서 무척이나 유리했다. 옛날에는 LP 음반이 음악 감상에 있어서 주된 소스였는데, 카트리지와 턴테이블에서 얻을 수 있는 전압은 테이프나 튜너에서 얻을 수 있는 전압보다 대략 1/200 수준으로 무척 낮았다. 그래서 LP를 듣기 위해서는 LP에서 나오는 작은 신호를 앰프 안에서 일반 테이프나 튜너, 또는 CDP 정도의 신호 크기로 끌어 올려주는 증폭 회로가 별도로 필요했다. 이를 포노 앰프라고 하는데 포노앰프는 워낙 작은 신호를 다루기 때문에 주위에 전원 트랜스포머 같은 것이 있으면 영향을 크게 받아서 잡음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신호를 크게 증폭하는 파워 앰프의 경우에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므로 전원 트랜스포머의 크기가 아주 큰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포노 앰프와 파워 앰프를 한 곳에 담으면 간섭을 받아서 음질이 탁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오디오 애호가라면 분리형 앰프를 쓰고 싶어했고, 한 몸체로 된 인티앰프는 초심자나 쓰는 것으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값비싼 하이엔드 제품들을 만들던 고급 앰프 메이커 중에는 인티앰프를 아예 한 모델도 생산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한편 프리앰프도 값이 비싼 고급품은 전원 트랜스포머와 전원 회로를 별도의 몸체로 구성해서 증폭부와 전원부의 두 몸체로 분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프리앰프에는 파워앰프보다 훨씬 작은 트랜스포머가 들어가지만, 음에 있어서 그렇게 불필요한 작은 영향까지 배제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게다가 파워 앰프도 두 몸체로 해서 왼쪽 스피커를 구동하는 앰프하고 오른쪽 스피커를 구동하는 앰프를 분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몸체에서 왼쪽과 오른쪽 신호가 증폭되면 아무래도 서로 간섭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모노 블록’ 앰프라고 하는데 지금도 아주 비싼 하이엔드 제품들은 이렇게 여러 덩어리로 구성되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음질이 좋으려면 꼭 분리형 앰프를 써야만 하나?
그런데 요즘은 LP를 듣는 분들이 드물고, CDP를 많이 쓰는데, CDP의 출력은 1V 이상으로 충분히 크다(요즘에는 훨씬 더 큰 것들도 많다). LP에서 나오는 신호보다 많게는 4000배에서 적게는 100배 이상 크다(LP에서 신호를 읽는 전축 바늘 – 카트리지는 형식에 따라 나오는 전압 크기가 무척 크게 변한다). 즉, CDP에서 나오는 신호는 웬만한 외란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분리형 앰프보다 간단한 인티앰프를 쓰는 애호가들이 훨씬 많아졌다. 물론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지금 CD 시대에서도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분리하여 설계하는 것이, 그리고 프리앰프에서도 전원부를 분리하는 것이 좋은 음질을 내기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엔 도도하던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도 고급 인티앰프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인티앰프이건 분리형 앰프이건 더 잘 만든 제품의 소리가 낫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분리형이어야 좋다는 공식은 벌써 사라져 버렸다.
한편 요즘에는 LP를 듣는 분들이 드물기 때문에 앰프 메이커에서도 자신들이 만드는 앰프에 굳이 포노앰프를 내장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앰프에 포노앰프를 내장하면 LP를 쓰지 않는 소비자가 볼 때, 쓰지도 않을 포노앰프의 값을 지불하는 셈이 되므로 오히려 앰프의 판매량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포노앰프에 특별히 좋은 전통을 갖고 있는 메이커가 아니라면 포노앰프를 넣지 않고, 포노앰프를 넣는다고 해도 옵션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하지만 음질을 생각하면 프리앰프나 인티앰프 속에 포노앰프가 들어가는 것보다는 별도의 새시로 독립되는 것이 주위 영향을 덜 받으므로 월등히 유리하다. 그래서 입문자 중에서 추후에라도 LP를 듣고 싶은 분들은, 처음부터 포노앰프가 들어 있지 않은(옵션으로 장착할 수 없는 것도 상관없다) 인티앰프를 구입하고, 추후에 독립된 포노앰프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