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치인이었다
정치란 무언가?
자원을 배분하는 게 정치다.
인적자원, 물적자원,
그걸 배분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인데
자원 자체는 누가 조달하나?
그건 노무원들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땀 흘리지 않고
생색만 낸다.
나는 노무원(공무원)이면서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월급봉투를 받아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면 들이고
방이 추우면 연탄을 들이고
식량이 떨어지면 사들이고
여유가 있으면 명절에 갈비짝도 들였다.
그러다가 은퇴한 뒤엔 노무원도 정치인도 아니다.
왜? 자원 배분권을 아내에게 넘겨줬으니까.
이젠 아내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다.
이를테면 배고픈 민초다.
그리스의 플라톤은 정치에 관해 <국가론>을 썼는데
자원을 다루는 자는 특별해야 한다고 했다.
왜? 삥땅을 치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
일정한 합숙소에 수용해 특수교육을 시키고
결혼도 못하게 하고
취미생활도 제한하고
그리하여 공익에만 충실하게 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지나친 인권 제약이지만
아마도 그 시대에도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로 인한
피해가 심했던 모양이다.
나는 정치인 시절, 가끔 삥땅도 쳤다.
물론 그래봐야 술값이요 연애비용 충당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술을 얼마나 마실 것이며
연애를 얼마나 했겠는가..
그저 심심풀이로 그리 했던 거다.
오늘 대통령의 대 국민 담화가 있었다.
나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두 시간 여 시청했다.
참 애쓰신다는 느낌인데
정치인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고초다.
나도 왕년엔 정치인이었지만
지금은 백수여서 세상 편하다.
내 금융계좌를 들여다봐라.
내 핸드폰을 포렌식 해봐라.
내 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뒤져봐라.
법원의 영장이 없어도 괜찮다.
나는 석촌호반을 거닐며 지낼 뿐이니까.
첫댓글 정치.그거 골때리는 자립니다 ㅠ
석촌호수를 유유히 거닐며
법원영장 따위 신경 쓸필요 없는
비정치인이
왔다!임다~ㅎ
그래도 그거 마약같은 것이어서 한번 맛들이면 끊기 어렵답니다.
저도 학위는 정치학 입니다만
또한 가장 싫어 하는게 정치요 정치인 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세상은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만나는 세상 입니다..
그러시군요.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만나는 세상..
참 유토피아 적인 생각입니다.
그래도 우린 정치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