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야경을 보며
늦은 저녁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순정마루에 올랐습니다.
서면에 붉은 노을이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올려진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붉게 물든 구름이 장엄한 자태를 뽐냅니다.
그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떠오른 산 그림자가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는 춘천은
한 폭의 그림 속 풍경처럼 아름답습니다.
기울어 가는 석양에 의지하여 땅거미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 순정마루에 도착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 같은 불빛의 향연이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거울 같은 호수에 노을이 반짝이고
호숫가에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발산된 따뜻한 조명이 마음을 잔잔하게 합니다.
이름 모를 풀벌레의 합창을 들으며 산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듯합니다.
순정마루는 동쪽 애국의 일념으로 뭉친 호걸을 품은 품걸리가 있고
그 영웅들이 이 마루에서 고향을 보면서 고결한 마음으로 나라와 가족을 지켰던 웅혼한 뜻.
그들의 지극한 순정이 대룡산이 정기를 받아 피어난 곳
그래서 이름을 순정마루라고 하였죠.
물외 세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깨달음의 단초가 됩니다.
평소 몸담았던 마을의 모습을 역외에서 조망하면 좀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수많은 건물에서 발산된 불빛이 도시의 활기찬 에너지를 분출하고
도시 안에서 느낄 수 없는 살아 숨 쉬는 춘천의 모습을 볼 때
내가 살아온 고장이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춘천의 야경은 큰 위안을 줍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민이 있다면 잠시 속세를 떠나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터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성냥갑만 한 아파트와 개미 같은 자동차를 보면 왜 별것도 아닌 것을 갖고 고민했을까 하는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좀 늦은 시간이지만 산행을 마치고 샤워 후의 상쾌함이 참 좋습니다.
더불어 산행한 회원들의 웃음을 생각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음도 행복이지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