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거지’란 말에 화들짝…
초등생 엄마들 부랴부랴 비행기 티켓 예매한 까닭
[아무튼, 주말]
아이들 마음 멍들게 하는
심각한 학교 안 혐오표현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4.15
일러스트=한상엽
“요즘은 개근하면 ‘평일에 놀러갈 형편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한대요.
그 얘기 듣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우리 땐 개근은 성실과 같은 개념이었는데 요즘은 안 그렇대요.” (맘카페 회원 A씨)
2019년 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활동하는 맘카페를 아연실색하게 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개근거지’다.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은 교외 체험 학습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 형편이 어려운 아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이 말도 자취를 감춘 듯싶더니,
올해 초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되자 귀신같이 다시 등장했다.
서울 한 사립초에 아이를 보내는 회사원 B씨는 최근 부랴부랴 대만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학부모가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어린이날 연휴에 해외 어디 가세요?”란 질문이 나오자
사람들이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를 말하는 것을 본 게 계기였다.
김씨는 “다들 나간다고 하니, 우리 아이만 어디 못 놀러간 애 될까 봐 급하게 (여행을) 예약했다”고 했다.
“요새 ‘개근거지’란 말도 있다더라.
아이가 저학년이라 직접적으로 그런 놀림을 받을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
지레 위축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자신의 아이가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하는 부모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엔 ‘개근거지’란 말에 대해 씁쓸해하면서도,
해외여행을 가야 하느냐는 질문이 여럿 올라왔다.
40대 워킹맘 C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해외여행 못 가보고 학교만 다니는 애는 우리 반에 나 하나밖에 없다’며 울더라”며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 애들은 꼬박꼬박 학교 나가는 것을 창피해한다’는 걸 깨달았고,
이후로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해외에)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D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고,
체험 학습을 신청하면 출석 인정이 되기 때문에 부모도 학기 중에 (해외에) 나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그의 반 학생 24명 중 3명은 이미 해외를 다녀왔고, 5명이 해외에 나갈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 가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한번은 (여행을 안 가는 아이에게) ‘너희 집은 왜 못 놀러가? 거지야?’라고 묻는 아이를 봤다.
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외국 다녀온 얘기는 묻지 않고 (체험 학습) 과제만 받는다.
외국에 다녀와 기념품 나눠주는 것도 금지했다”고 했다.
‘개근거지’와 같은 학교 안 차별과 혐오 표현은 유서가 깊다.
주거 형태와 ‘거지’란 단어를 합성해 만든 ‘○거지’ ‘○거’란 표현은 1990년대부터 있었다.
최근엔 중증 결핵 예방을 위해 아이들에게 접종하는 BCG 백신 흉터도 놀림의 대상이라는 목격담도 나온다.
주사형(피내용)은 무료이고 도장형(경피용)은 유료인데,
몇몇 아이가 주사형으로 맞은 친구들을 ‘공짜 백신 맞은 거지’라며 놀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장난처럼 쓰는 혐오 표현이 어른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방치하면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희정 국민대 교수는 논문 ‘학교 공간의 혐오·차별 현상 연구’(2021)에 이렇게 썼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정서적·제도적 차별과 혐오의 말은 학교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학교 공간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교수(아동학)는
“아동·청소년기에 ‘개근거지’와 같은 말을 들은 아이는 평생 그 말을 상처로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아이들은 어른들이 쓰는 나쁜 표현들을 학습해 발화하는 것이므로, 어른들이 먼저 반성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쁜 말을 쓰면 선생님이 그러지 못하게 가르쳤는데,
요새는 그런 지도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특임교수(사회학)는
“과거보다는 정도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해외여행이 차별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자본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에
‘개근거지’와 같은 혐오 표현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 사회의 부를 과시하는 경향성과 강한 경쟁의식 등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이들 또한 이를 내면화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집합적 경향성에서 독립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개인주의적 자존감을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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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15
zeni
2023.04.15 06:57:15
배려없는 세상ㅡ허세와 교만이 가득찬 나라
유박사
2023.04.15 07:50:34
망조 든 우리나라...
주마등
2023.04.15 06:46:24
한쪽에선 경제가어렵다고 자영업자들이 여기저기 문을닫고
다른한쪽에선 해외여행이나하며 외국에서 돈을쓰고 두쪽으로 갈라진 나라인가?
1song
2023.04.15 07:09:57
요즘은 돈 없어도 여행은 잘다니더라고요
너니
2023.04.15 07:21:06
학교가 이 정도로 썩어 빠졌으니, 선생들 취급 못 받는다.
푀이멘
2023.04.15 07:37:23
남이 생산한 잉여생산물로 사는 잉여인간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평일에 놀러가는 부모들 조사해봐라..
목사.. 정치인.. 노폭.. 출장계획을 비밀문건 취급하는 공무원.. 등등.. 이 아닐까?..
곰씨가 웃기는 나라를 만들었어..
ㅇㅁㄴ
2023.04.15 07:30:34
결석 주구장창 하면서 체험학습이라고 가는 곳이 대부분 우리보다 못사는 동남아 가던데요.
jollyroger
2023.04.15 07:40:37
서로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기보다 못하면 무시하고 자기보다 나으면 질투하고...
무시도 몰래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느끼도록 해야 직성이 풀린다. 불쌍하다.
코러스타이
2023.04.15 07:20:25
부모들이 더 문제다.
개근거지가 왜 잘못된 생각인지를 교육시켜야지 왜 기죽지 말라고 해외여행을 하는가...
조2
2023.04.15 07:09:44
자영업자 얘기 그만해요. 저 위 음식값 관련 기사 안보입니까?
자영업자 안되는건 자기들 탓이지 무슨 자영업자 실적이 경제 지표입니까?
quantum li****
2023.04.15 07:55:33
나는 개인적으로 개근상을 가장 값지고 가치있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개근거지? 그래서 해외여행을 가? 참 영혼없는 한국인들인거야 애시당초 알고 있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쓰레기에다가도 명품브랜드 상표 붙여놓으면 날개돋힌듯 팔려나갈 한국인들.
거기다 개근거지라...ㅋㅋㅋ 무영혼 좀비들에게 어울리는구나.
한국서 아이를 안키우는게 참 다행이다 싶다.
아뉴스
2023.04.15 07:40:55
해외 가봐도 우리나라만 못해요, 뭘 그렇게 선망해요. 허세 그만 부려요.
산머루55
2023.04.15 07:34:10
정치한다는 자들이 거짓과 위선 그 치열한 뻔뻔 스러움이니 성실이 삶의 지표가 될수 있겠나
향로봉
2023.04.15 07:21:09
큰 문제군요.
애들이 위화감 안생기게 나라에서 해외여행비 생활 형편에 관계 없이 모든 학생에게 지급해야 합니까?
지부선
2023.04.15 07:50:10
이렇게 래밍쥐처럼 죽는 줄도 모르고 남따라 해야 마음이 편한 무지한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젊어서 돈 다 쓰고 늙어서는 진짜 거지가 되도록 서로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주관을 가지고 살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외제차에 해외여행에 허세부리지 말고 제발....
좌즉사우필생
2023.04.15 07:49:47
개근 못하는 모지리들의 학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