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매다)’의 한국언어지도
논밭을 맬 때에 첫 번째 매는 경우와 두 번째 매는 경우를 구별하여 말할 때에 각각 무엇한다고 합니까?
'애벌'의 방언형은 크게 '아이'계, '아시'계, '초벌'계의 세 계열로 나뉜다. '아이'와 '아시'는 '饙 아 분 一蒸飯'(訓蒙字會下 6)에 보이는 중세국어형인 '아'의 반치음이 'ㅅ'으로 남아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분화된 것이겠고, '초벌'은 '두벌', '세벌'로 이어지는, 즉 '벌'에 '초(初)'를 결합하여 만든 별개 어원의 어형이다. '아이'계는 '아이'로 남아 있느냐 '애'로 단모음화했느냐로 다시 갈라 볼 수 있다.
세 계열에는 한결같이 '논'을 뒤에 덧붙인 '아이논', '아시논', '초벌논'이라는 변종이 있다. 그 외에도 '아이짐', '애벌', '초불논' 등 다양한 변종이 있고, 또 '매다'까지 넣어 보면, '초벌판다'고 하여 '매다'를 '파다'라고 하는 변종도 있다. '초벌'의 경우는 지도에 이 두 경우를 구별하여 표시하였다.
① '아이'계 : ㉮ 아이, 애, 아이논, 애논, 아이짐, 애머리
㉯ 애벌
② '이시'계 : 아시, 아시논
③ '초벌'계 : 초벌(매다), 초벌(파다), 초불, 초불논, 초불벌, 초불재비, 초댕이
④ 기타 : 불, 성가람
앞의 세 계열은 대체로 전국을 남북으로 삼등분하는 형국을 보인다. '아이'계가 경기, 강원을 중심으로 이들에 인접한 충북, 경북의 일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그중 '애'가 북부에 분포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표준어인 '애벌'은 경기와 강원에 어쩌다 있기는 하나 거의 고사(枯死) 상태에 있음이 주목을 끈다.
'아시'계는 충남북, 경남북에 걸쳐 있으면서 다만 경남의 남부와 서부는 전남북과 함께 '초벌'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초벌판다'는 전남 서부에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고, '초불'과 '초불논'도 경남 쪽에 일정한 세력을 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명으로 나타나 있는 전남의 두 곳은 '호맹이질'과 '호무질'로 조사되어 있는데 '애벌'의 뜻에 해당되는 어형으로 해석하기 어려워 무명으로 처리해 두었다.(I-005-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