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이 한국소설보다 서점 진열대를 장식하는 일이 더 많은 요즘이네요
청소년들이 읽는 소설 중에는 일본 소설이 국내소설보다 더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청소년이고 (수능 39일전이죠, 네^^; 좀 막장인 듯)
특히나 작가를 지망하는 이상 이런 흐름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국내 소설이 안 팔린다고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라요, (외국 책이든 우리나라 책이든 많이 읽으면 좋은거죠!)
글쎄,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 소설들은 좀 편향적인 성격이 많은 것 같아서요.
번역을 일부러 그렇게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다들 그렇게 쓰는 건지 똑같은 문체에
특히나 에쿠니 가오리를 예로 들자면 그 뭐랄까 인공적으로 건조하고 세련된,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캐릭터들.
여대생들이 일본 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일본 소설 속의 건조하고 세련된 맛,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어떤, 묘한 이국적인 정서때문일까요?
사실 이러한 현상을 읽는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겠죠.
시대의 흐름인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취향이니까요.
일본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취향을 잘 맞춰주고 있는 것 뿐이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입시 위주하의 교육에서 우리나라 소설은 굉장히 딱딱하게 배워왔구요.
(교과서에선 '한의 문학'이라든지 뭐 그런식으로 6.25 전쟁, 민족정서 뭐 그런 걸 위주로 배우다보니^^;
교과서에선 현대문학들(요즘 나오는 소설들) 말고 비교적 예전 문학들... 60-80년대 문학을 배우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아무튼 (서론이 무척 길었는데) 외국 소설 추천이 많길래 저는 국내소설 중심으로 해보려고 해요
일단 이승우의 <욕조가 놓인 방>
음, 알랭 드 보통과 비교해도 될까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틀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알랭 드 보통처럼 행동에 심리적인 이유를 설명해놓는다거나 그런 소설은 아니구요
사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좀 소설의 맛이 떨어지게 설명적인 맛이 있는데(거의 심리학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이건 참 재밌게 봤어요. 문체도 마음에 들었구요. 2인칭 소설이에요.
대부분 1인칭이나 3인칭 소설만 읽어보셨을텐데 2인칭 소설이 주는 묘한 재미가 있었어요.
(저도 이게 처음으로 읽은 2인칭 소설이었기 때문에 되게 신선하기도 했구요)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
어... 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은 좀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네요.
작가 지망생들한테는 거의 톱에 가까운 이름인데.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등 화려하거든요. 음, 그만큼 소설이 굉장히 풍부하기도 하고.
지은 책으로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꾿빠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등.
사실 <꾿빠이, 이상>같은 책은 어려워서 몇 페이지 못 읽었구요... ('이상'에 관한 책이에요. 그러니까 작가 '이상'이요)
워낙 한자도 좀 있고 문체가 좀 어렵기도 하고 뭐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굉장히 좋았어요. 음, 뭐랄까. 언어 하나하나에 고심을 하면서 쓴 흔적이 보여요.
김영하의 <검은 꽃>
이 책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듯 싶어서 추천하지 말까, 하다가 그냥 해요.
김영하도 역시 톱에 가까운 이름. ^^;
<빛의 제국>이라든가 <퀴즈쇼>라든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든가... 많죠.
애니깽에 관한 소설인데. 저는 <빛의 제국>보다 이게 훨씬 더 좋았어요. 음, 스토리 텔링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한강의 <그대의 차가운 손>
음,
<채식주의자>도 좋았고(수록작 중 하나인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타기도 했구요)
<그대의 차가운 손>도 좋고 <검은 사슴>도 좋고 소설집인 <내 여자의 열매>도 좋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서 다 좋다고 하는 거 아닙니다. 허허허허허ㅓㅎ허허ㅓㅎㅎ허ㅓㅓ...................
내용은 조금만 말해도 스포일러가 되거나 주제를 간접적으로 일러주는 것 같아서 관둡니다. 좋아요!
근데 이렇게 쓰다보니 좀 질리는 듯.....
천명관의 <고래>도 좋았고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좋았어요 - 다른 저서인 <달의 제단>도 괜찮고 <서라벌 사람들>도 좋던데요
신경숙의 <외딴 방>도 좋고
은희경의 <새의 선물>도 좋고
오정희의 <유년의 뜰>도 좋고
음
강석경의 <숲속의 방>도 괜찮았고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도 좋았고
에...
배수아의 <동물원 킨트>도 재밌었구요...
윤고은의 <무중력 증후군>이라든지 정한아의 <달의 바다>같은 젊은 작가들 소설도 좋았구...
생각나면 더 덧붙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3은 이만 퇴장 야호
첫댓글 내가 정말 책을 안 읽긴 안 읽는구나... 뜨끔... 나중에라도 꼭 읽어볼게요~
까페도 예전 같지가 않음을 느낍니다. 특히나 이청준 선생, 박경리 선생의 부고 소식이 없는 까페에서 솔직히 심각하다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아다다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문제는 일본소설에서의 문학성 문제입니다. 가리타니 고진이라는 유명한 문학평론가가 결국 절필을 했습니다. 더 이상 평론을 쓸 문학이 일본내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입니다. 특히나 하루키 이후 보여지는 일본문학은 아다다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인공적으로 건조하고 세련된,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생각해 볼 꺼리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전세계에 문학시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90년대 후반 한국문학계에서 전세계 시문학시장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시문학출판시장이 형성된 나라는 칠레와 한국 단 두나라 뿐이었습니다(용혜원 등의 시가 아닌). 소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스토리텔링류의 소설시장만 있을 뿐 문학성을 담은 작품들은 소규모로 출판되어 전공자와 평론가들에게 보내지고 학술지,평론지등에서만 다뤄진다고 합니다. 일반 독자들과는 분리된체로,,, 그런 문제에서 바라보시면 될 듯 합니다.
평론계에서 유명한 고진이 단지 취향문제로 절필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고진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소설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이 이야기는 반대로 그만큼 문학이 절박한 시절이고, 한국의 문학시장을 부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나라에서는 좀 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문학작품이 팔리는 문화가...
문고리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문고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토를 좀 달고 싶은데.. 문학과 자연과학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문학을 포함한 문화예술 모두 그렇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과 문학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문학성이 있는 작품들 중에도 많은 작품이 재미있습니다. 즉, 그 안에 진정성과 고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하는 문제이겠죠. 예를 들어 언어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똑같은 단어만 나열하는 글과 상황에 꼭 맞는 문장과 단어를 찾아 몇 날, 몇 일을 밤새워 찾는 작품에만 분명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죠.
남은 기간 열심히 공부하시고요. 노력한 만큼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몇 해전부터 젊은 작가들을 읽어보고자 하는데 여전히 손을 못대고 있네요. 김영하, 박민규, 권지예 정도.. 아다다님이 말씀하신 천명관, 심윤경외에 김애란, 천운영 등의 작가의 책이 나올때마다 관심만 갖고 있은지가 벌써 5년이네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향님. 전에 메그넘 코리아에 전시된 스님 도 닦는 사진 있잖아요? 가격이 780이라고 하더군요. ㅎㅎㅎ눈독을 들이다 포기했습니다.
음.. 비싸네요.....
이 까페... 아이디를 바꾸느라 이 아이디는 가입일이 최근일텐데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들렀는데 이청준 선생님의 부고 기사도 안 떴었나요? ^^; 많이 죽어있나봐요... 휴. 사는 게 어려워지면 문화비를 제일 먼저 줄여서 그런걸까요, 그냥 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걸까요...? 근데 그런 정도까지인지는 몰랐네요... 평론가가 절필할 정도라니^^; 천운영은 저도 한 번도 안 읽어봤는데... 음, 저도 분발해야지요. 아자자자
제가 좋아하는 없네요.시절들, 피어라 수선화,멋진 한세상,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공선옥 지음. 내 일기를 엿볼 당신에게, 돼지들에게, 꿈의 페달을 밟고, 시대의 우울- 최영미 지음, 모랫말 아이들-김중미 지음, 세기말 부르스,불타는 세상에 지루한 구두를 던져라, 나의 아름다운 창-신현림 지음. 우리나라에 좋은 작가들 많고 좋은 작품들 아주 많지요.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많이 읽으시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 기분 좋아라.흐르는강물처럼님의 실수를 발견하고야 말았고만요. 모랫말 아이들은 황석영책이고 김중미의 아이들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지요. 뭐, 둘 다 좋은 책이지만요.ㅎ
다시 보니까 답글이 성의가 없네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없네요가 정답입니다.
우와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오늘 본 윤대녕의 <제비를 기르다>도 괜찮네요. 끝까지 읽어보아야 알 것 같긴 하지만 중간쯤까지 읽은 지금으로선 괜찮아요. 음... 외국 소설도 추천해보자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도 좋았고요,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도 좋았어요. <백년의 고독>도 좋았구...
예전엔 오히려 한국소설만 편식했더랬지요. 특히 한국의 여류 소설가. 은희경이나 신경숙 같은. 외국 소설의 번역체가 싫었거든요. 그러다가 일본소설을 발견하고, 번역을 해도 어감이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워 내 세계가 두 배쯤으로 넓어진 것 같은 환희를 얻었다가, 무라카미 류 덕분에 일본 소설을 별로 읽지 않게 됐어요. 뭐랄까, 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친구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츠지 히토나리는 좋아해요.) 어쨌거나,, 너무 우리나라 소설만 편식하다 보니 갑갑해서 언제부턴가 외국 소설도 종종 보고 있는데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에 비해서 번역문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듯 합니다. 덕분에 요즘은 외국 소설도 즐겨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