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쇠황소 / 조길성
고대 시칠리아에서는 놋쇠황소라는 잔인한 사형방법이 있었다 속이 텅 빈 놋쇠황소 뱃속에 사형수를 집어넣고 밑에서 불을 때 죽이는 방법이었다 사형수가 몸부림치며 울부짖는데 그 소리가 황소의 목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진짜 소 울음소리로 바뀐다 지켜보는 이들은 소 울음을 즐겼다고
푸줏간 쇠갈고리에 걸려 있어야할 살코기들이 길거리에 나와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머리가 없으니 눈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습니다 입도 없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 어두운 살점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살코기마다 놋쇠황소를 하나씩 지니고 있습니다
질문을 그치지 않으려 별들은 눈을 감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질문 어쩌면 저 별들도 잘못된 질문일겁니다
누군가 불을 질렀는지 생살 타는 냄새가 거리에 가득합니다만 아무도 냄새를 맡지 못합니다 얼마나 독하면 유리창에 까지 스며 눈을 붉히겠습니까
어제는 잘못된 질문 하나가 죽었다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관계냐고 잘못된 질문으로 오십 여년을 함께한 질문이지요 지하방을 술병으로 가득 채워놓고 그 가운데에 쭈그리고 있었답니다 제대로 된 질문이 되고파서 수많은 날들을 소 울음 울었을겁니다
지금은 놋쇠황소 뱃속의 새벽 세시입니다 전화벨이 울리는군요 어떤 질문 하나가 뜨거워 몸부림치며 놋쇠황소를 울리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