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전 체제 문제 심포지엄 / “상품화된 교회 선전 행위”
본 교회와 목회자에 교인 종속…교회 본질 왜곡하는 비성경적 ‘스크린예배’ 인격적 교제 단절…교회 개척후 지역노회 소속 바람직
소위 대형교회들의 지성전 체제에 대한 차분한 신학적 비판작업이 있었다. <기독교사상>이 주최한 ‘지성전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온누리교회의 수원 비전교회 문제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를 공론화하고 신학적으로 비판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심포지엄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 지성전의 개념
심포지엄에서 문제삼은 것은 대형교회의 지교회 유형 가운데 본 교회에 지교회의 재정 인사 행정권이 예속된 경우다. 이런 교회들은 본 교회의 명칭을 그대로 쓰면서 단지 지교회가 위치한 지명을 붙여 구분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은혜와진리교회 온누리교회 광림교회 등이 여기 해당한다.
대형교회들의 확장 유형에는 본격적인 지교회 운영 대신 타지역에 예배당을 따로 마련해 한 명의 담임목사가 직접 관장하는 것도 있다. 또 교회가 일정 규모 성장했을 때 자발적으로 교인들을 따로 떼어 완전히 독립된 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선교적 차원에서 교회를 개척하면서 이름만 같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3가지는 지성전과 관련한 비판 논의의 대상은 아니다.
■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문제점
정훈택 교수(총신대학교)는 ‘교회이길 거부하는 지성전은 반 성서적’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한마디로 “지성전은 비기독교적, 비성서적, 이교적 개념”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정교수는 대형 교회들이 사용하는 지성전이란 개념을 주로 문제삼았다. 그는 지성전 개념은 신약성경에 없다는 점, 실제 성전은 파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점, 지성전의 개념은 여로보암 등이 악한 의도로 사용한 내용이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이런 비성경적인 지성전 개념을 대형 교회들이 사용하는 것은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조직체에 속한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이며 교회가 지점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성경적인 교회는 “고린도에 있는 교회”와 같은 지역교회이며 이는 곧 어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지성전 개념은 중앙 교회와 목회자를 이상시해서 교회의 지역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교신학적 관점에서 본 문제점
한국일 교수(장신대)는 “‘선교’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면, 지성전 체제의 선교적 의도는 사실상 복음 전달자인 교회 자신의 이름을 전하는 ‘선전’”이라고 지적했다. 지성전 체제는 지역에서 열악한 상황에서 묵묵히 섬겨온 작은 교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목회자들에게 좌절감을 준다는 차원에서 결코 좋은 선교의 방법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교수는 지성전 체제는 한국 교회가 해외 선교지에 교회를 개척하고 낯선 한글로 된 자기교회 이름을 그대로 붙이는 것과 같은 제국주의적 발상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선교적 순수성을 회복하고 내부지향적 교회에서 세상을 책임지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교회론적 관점에서 본 문제점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지성전 체제의 교회론적 문제는 먼저 교회지상주의를 심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교수가 볼때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의 모임이며 희생적으로 섬기는 종의 공동체다.
이교수는 교회 밖에 구원이 없다는 옛 교리를 가르쳐 사회 통합을 깨고, 자기 조직을 유지하기에 바쁘고, 당파성을 띠며, 평신도에게 교회 조직 및 성직자의 권위에 종속케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형태는 교회의 통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이란 표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론적으로 볼때 교회는 주님의 죽음 이후 생겨난 하늘의 징표이며 따라서 영성을 추구하고 성만찬을 충실히 시행하며 자기 교회 확장보다 세상 속에 그리스도를 드러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배학적 관점에서 본 문제점
조기연 교수(서울신대)는 “중계 예배는 예배가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지성전 제도는 소위 ‘설교를 듣는 것이 곧 예배’라고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독특한 풍토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지성전의 중계예배는 중계방송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체감과 통일성을 깨며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 어긋나는 예배라는 것이다. 지성전 예배는 목사중심의 예배로서 그리스도 중심의 예배관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례자와 인격적 만남이 상실된 예배, 쌍방향 소통이 상실된 일방적 전달에 의지한 예배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모임일지 몰라도, 결코 공동체적 예배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화면 조작을 통한 감정 조작의 가능성도 있는 등 회중을 그리스도께 집중할 수 없게 한다고도 비판했다.
■ 신학자들이 내놓은 해결책과 최근 경향
한마디로 하나의 이름 아래 본 성전과 지성전들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모두 지역교회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때 하나의 그리스도의 교회로, 또 나아가 교회의공통성과 공동성을 진지하게 논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 교회 지성전의 원조랄 수 있는 여의도순복음회는 1990년대 중반 이래 더 이상의 지교회를 설립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독립교회로 전환시키는 중이다. 최근 온누리교회는 수원 영통지역에 ‘비전교회’를 세웠으며 이것이 지성전 체제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성전 문제는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수원의 경우, 지역교회 목회자들이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지속적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온누리교회도 교단 소속 무지역노회에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