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태풍 카눈, 조용히 지나가거라!
2023년 8월 10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유월 스무나흗날
태풍 카눈이
고향 남해쪽으로 상륙을 할 것이란다.
온나라가 태풍 카눈 때문에 초비상이다.
이놈의 변덕스런 태풍은 두 번씩이나
방향을 틀어 결국은 우리나라로 향한다.
지금이라도 또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제발, 제발,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피해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비내리는 이른 아침,
걱정스런 마음이라 밭으로 향했다.
매일하는 버릇이다. 태풍으로 인해 비는
내리지만 별다른 기미가 없는 산골이다.
고추밭 고랑에 고인 물꼬를 터놓았다.
들어오는 길에 야생화 몇 종류를 봤다.
자연현상, 자연의 이치에 너무 민감한
우리네 인간들과는 달리 비가 오거나
말거나,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아랑곳
하지않고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아니라 벌들을 비롯한 곤충들은
열심히 꿀을 따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무도 풀도 말없이 비를 반기고 있다.
이 세상 모든 만물 중에 유독 인간들만
걱정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 듯...
그러고보니 자연의 변화, 자연의 이치를
가장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식물들과
곤충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침나절,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여 지나갈 것
같다는 예보에 부랴부랴 고추밭 고추끈을
묶었다. 붉그스레 고추가 익기를 시작한다.
어느새 다섯 번째 고추끈 묶기를 한 것이다.
초반에 폭우로 쓰러질까봐 한번 더 묶어서
여느해보다 한번은 더 많이 묶은 결과이다.
어찌되었거나 태풍으로 인한 강한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꺾어지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별다른 피해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고추끈을 묶었다.
어제 저녁무렵,
둘째네가 운영하는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
마을 아우와 이장 부인이 왔었다. 함께 모여
커피를 마시다가 처제가 비도 내리는데 다들
수제비를 먹고 가라고 했다. 마을 아우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내려가고 이장 부인은 이장을
불렀다. 옥수수를 쩠다면서 들고 올라왔다.
그렇게 하여 둘째네에서 번개모임을 가졌다.
이름하여 '수제비 번개'라고 하는 것이었다.
수제비는 처제가 너무나 맛있게 잘 끓인다.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이장은 세 그릇씩이나
비웠다. 아내는 호박을 비롯한 채소를 넣고
전을 부쳤고 처제는 꼬막무침까지 내놓았다.
술을 즐기는 촌부와 이장을 위한 안주라며...
둘째네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나서 자리를
우리집으로 옮겨와 2차로 티타임을 가졌다.
고향 남해에서 자란 밤호박(미니단호박)으로
아내가 정성을 다해 끓여 만든 밤호박 라떼와
다방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구동성으로 태풍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끝으로 다음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첫댓글
태풍이 제발
이쁘게 지나가기를 기도 드립니다
근정님!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산골(?)은 매일이
축제 분위기 이군요.
카눈의 위세가
화목한 분위기에
놀라 달아날듯
합니다. ㅎㅎ
즐거운 모습에
슬며시 함께 웃어 보는
아침입니다.
우리 마을분들은 참으로 소박하죠.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챙기며
함께하는 마음들이랍니다.
이런 마을에 사는 것이 뿌듯합니다.
참, 언젠가 고추 모종
하신게 시들하다고
걱정하시더니
잘 크고 있는듯해서
다행스럽습니다.
아이구~
그걸 기억하고 계셨군요.
멘토인 마을 아우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열성을 다했더니
많이 좋아졌으며 잘 자랐고
고추가 많이 열려 익기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갸도. 지 할일하고있는규 다만 인간인 우리가 조심 해야쥬. 고추밭 배수구. 뺐나유 그것만으로 다한거쥬. ㅎㅎㅎㅎㅎ
그런가요?
고추밭 배수로 점검했습니다.
@뽀식이 역시. 뽀식이님은. 최고 농사꾼. 👍
어구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온다구 뽀식님네 텃밭도 끄덕없기를 바래요~^^
어제부터 비가 줄곧 내리고 있지만 다행히 지금껏 피해는 없습니다. 염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