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묵주를 들고 계신 성모상을 보셨지요? 하느님께 우리와 함께 기도해주시는 우리 어머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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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8/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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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2장 41-51절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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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일행 중에 소년 예수가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걸었던 성모님의 하룻길,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가 아들 예수를 찾아내기까지 벙어리 냉가슴처럼 사흘이나 침묵이 흘렀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복음서는 성모님께서 침묵을 깨셨던 단 한 번의 사건을 이렇게 적습니다.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루카 2,48)라고 물으며 애써 찾은 안도감도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라는 적반하장격의 반문 앞에서 성모님께서는 다시 깊은 침묵에 빠져드십니다. 이렇게 구세주 예수님의 공생활은 성모님의 완전한 침묵 속 순명으로 표현됩니다. 모든 뜻을 이해했기 때문에 침묵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알 수 없기에 눈 감고 고요를 지켰던 것도 아닙니다. 성모님께서 지니셨던 침묵은 이성의 이해를 초월한 하느님 신비를 마주하는 인간 자세의 모범입니다. 가늠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신앙의 영역으로 맡겨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하느님을 따르는 공동체 앞에서 덕행의 모범으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고, 아드님께 그러하셨듯 말없이 하늘에서 기도하시며 당신의 자녀들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오늘 우리의 ‘변호자, 원조자, 협조가, 중개자’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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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인 야고보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생활성서 2024년 6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