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성비 높은 진공관 앰프
2002년, 홍콩 느와르 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면서 크게 흥행을 했고, 이 후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양조위 유덕화 주연의 ‘무간도’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씬(scene)을 책임져 줄 스폰서로 이 진공관 앰프를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 중 ‘고음은 부드럽고 저음은 강력합니다’ 라는 오디오인이라면 잊을 수 없는 명대사를 남긴다.
영화 내용에서 유덕화는 양조위가 일을 하고 있는 오디오샵에 직접 찾아가 오디오를 직접 구매했고, 집에서는 거실에 우선적으로 오디오를 위해 공간을 할애하고 퇴근하고 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정도로 오디오와 음악을 즐기는 능력을 인정받는 경찰관으로 그려진다.
최근 들어 오디오스페이스의 진공관 앰프를 자주 접하고 자주 소개하게 된다. 오디오 제품의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는 의례 잘 알고 있던 브랜드다. 영화에 한번 나왔기 때문에 믿을만한 브랜드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디오스페이스는 OEM 제품을 포함 한다면 전세계에서 진공관 앰프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제조 회사다. OEM 생산도 많이 한다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그만큼 다른 브랜드에서 오디오스페이스에 제작을 맡긴다는 것은 오디오스페이스의 기술력이나 관리능력이 믿을 만 하고 검증이 되었다는 반증이다.
무간도라는 영화를 만들 때, 진공관 앰프의 요소를 집어 넣기로 결정을 하고 자국 내의 가장 검증된 믿을만한 진공관 앰프 브랜드를 찾으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유덕화와 양조위라면 세계적인 배우다. 이것은 일개 드라마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 오디오 제품과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극 중 유덕화는 이 앰프를 직접 카드로 결제하고, 가격과 명함, 영수증에까지 오디오 스페이스의 로고가 보여진다. 지역 내에서 가장 성공하고 잘 나가는 이미지의 대배우 유덕화가 직접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장면들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저급한 브랜드와 제품을 이용 했을 리 만무하다.
전 세계 가장 많은 진공관 앰프 생산량
오디오스페이스가 진공관 앰프를 생산해 온지 벌써 30년이 되었고 오디오스페이스를 창립한 피터 라우(Peter Lau)는 그전부터 위성 통신 및 전력 산업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도 아날로그 기술로 가장 완고한 고집과 자존심으로 다른 아시아 브랜드에는 인색한 입장을 갖고 있는 일본에서도 유일하게 "최고 설계상"을 받은 전력을 갖고 있다.
오디오 스페이스의 제품들은 분명 고가의 라인업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선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먼저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많은 소비자가 비싼 제품을 만드는 제작사들이 기술력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비싸게 좋은 것을 만드는 것 보다, 저렴하게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알리고 합리적인 소비자들과 함께 그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대표적인 아이템으로써 EL34 출력관을 탑재하고 있는 오디오 스페이스 AS-3i를 소개한다.
작은 크기에 무게는 14.5kg인 속이 꽉 찬 진공관 앰프
오디오스페이스 AS-3i는 EL34 진공관을 출력관으로 각 채널 별로 2개씩 활용하여 푸시풀 방식으로 제작된 아담한 사이즈의 진공관 앰프이다. 일반 앰프들의 좌우폭이 42cm가량인데, AS-3i는 32cm로 조금 부담 없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검정색 모델과 은색 모델이 있는데, 깨끗한 느낌의 스테인리스 재질의 외관 새시를 이용하여 번쩍이는 크롬 느낌의 새시가 눈에 띄면서도 화려함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느낌과 세련된 느낌을 함께 준다. 전면 새시에는 헤드폰 입력 단자와 각종 출력 관련 토글 스위치 등이 탑재되어 있으며, 후면 부에는 커다란 전원 트랜스 3개가 탑재되어 있다. 이로써 AS-3i의 무게는 14.5kg인데 100만원대의 앰프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무게다. 사실 이것만 보더라도 이 앰프가 동급의 다른 앰프들보다는 구동력이나 힘, 에너지감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진공관 앰프를 설명할 때, 의례 출력관이 무엇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지곤 한다. 일반적으로 과거로부터 가정용 진공관 앰프에 가장 많이 사용하던 출력관은 KT88 아니면 EL34 였다. KT88은 진공관 앰프의 단점이었던 출력과 힘을 보강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많이 활용이 되고 있는 출력관이며, EL34는 고전적으로 가장 섬세하며 예쁜 음을 내준다고 알려져 있다.
KT88을 사용한 진공관 앰프들이 유독 에너지감이 넘치고 힘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부 진공관 앰프에서 음이 거칠고 과도하게 호방한 나머지 굳이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는 이유와 다르게 TR앰프와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종종 혹자들은 TR앰프의 음질과 진공관 앰프의 음질을 굳이 왜 다르게 구분해야 되느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르지 않고 같으면 뭐하러 간편하고 관리하기 편한 TR앰프를 사용하지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겠는가?
KT88을 이용한 진공관 앰프들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오히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더 저렴한 EL34가 개인적으로는 좀 더 섬세하고 예쁜 음을 내주기 때문에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오디오스페이스 AS-3i도 KT88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EL34가 탑재된, 좀 더 저렴한 버전을 이용한다.
동급 TR앰프에 비해 왕성한 에너지감과 풍부하고 윤택한 성량
이 앰프를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가격은 100만원 정도인데, 100만원정도에 많이 소비되고 있는 일반 TR앰프에 비해 EL34 진공관 앰프다운 음의 섬세함이나 화사함도 좋지만 거기다 TR앰프 대비 힘이나 에너지감까지도 확연히 좋다는 것이다.
출력관이 EL34 이고 진공관 앰프라는 특성상, 동급의 일반적인 TR앰프에 비해 배음이 많다. 배음이 많다는 것은 울림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말로는 매칭에 따라서는 음의 번짐이 약간은 더 많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도하게 어두운 성향의 스피커라거나 혹은 과도하게 중고음 위주보다는 저음이 우선적으로 많이 들리도록 제작된 스피커가 아니라면 이러한 많은 배음은 전체 음조의 윤택함이나 풍부한 하모닉스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음악적 감흥이 잘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보량이나 표현량이 적은 것보다는 당연히 많은 것이 더 유리한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정보량이나 표현량이라는 것이 배음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생동감의 수준이나 선명도의 수준도 우수하게 표현된다. 기본적으로 에너지감 자체가 좋기 때문에 입력된 모든 신호를 최소한 동급의 다른 TR앰프에 비해서는 좀 더 풍족하게, 그리고 왕성한 성량으로 표현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성향을 운운하기 전에 더 생동감 있고 더 생생한 음을 표현해줄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아지는 것이다.
사실 출력과는 무관하게 동급 대비 육중한 크기의 전원부와 고품질의 트랜스, 14.5kg이라는 무게가 음질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매칭기기
스피커 : 피에가 Classic 3.0, 문도르프 MA30, 쿼드 11L Classic Signature
DAC : 오포 HA-1 , 마란츠 HD-DAC1
바하 바이올린 콘체르토 - 레이첼 포저
찌르는 느낌이 없이 우아하게 음을 들려준다. 앞뒤로 음이 표현되기 보다는 무대는 저만치 뒤로 물러나며 좌우로 넓게 그려지는 느낌이다. 음이 과도하게 치고 나오는 느낌이 없으며 최대한 소프트하지만 섬세함을 유지한다. 과장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도 이 앰프 본연의 특색인 것 같다.
본 필자가 듣기로는 지극히 소리에 각을 세우지 않는 특성이다. 음의 이탈감도 출력관이 EL34이기 때문에 다이렉트하게 뻗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탈감이 동급의 다른 TR앰프에 비해 더 낫게 느껴진다. 동급의 TR앰프 대비 좀 더 왕성한 에너지감으로 공간에 적지 않은 정보력을 내뿜어 준다.
섬세함이 돋보이며 자극이 없다. 저음 특성도 스무스하고 섬세한 특성을 살리는 특성이며 웅장하고 풍부하다. 크기나 무게를 감안하면 저음의 임팩트하고 강력하게 재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아하고 근사하게 재생이 되었다가 소프트하게 이어지다가 사라지는 특성의 저음이다.
마치 차 한잔을 하면서 듣는다거나 책을 보면서 듣더라도 산만스럽지 않고 공간과 가슴에 녹아 드는 그런 음이다. 미덕이라면 섬세하고 부드러움이다. 사실 부드러움이라는 요소를 우아하고 그윽하고 근사하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도 힘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힘을 이용해 뭔가 치고 빠지는 톤의 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듣는 내내 가슴을 부담을 주지 않고 섬세한 표현력에 차분하게 음악을 감상하게끔 한다.
볼륨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진공관 앰프다 보니 수치적인 출력 자체가 낮아서인지 일반 다른 앰프들이 볼륨 노브를 10시정도 방향이면 제법 큰 소리가 나오게 되는데 이 앰프는 10시 정도 방향에서는 뭔가 섬세하기는 하지만 스케일감이 좋은 음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볼륨을 11시 방향 정도까지 올리고 나니 그제서야 뭔가 임팩트가 있고 스케일감이 있는 음이 나와준다. 음의 이탈감도 좀 더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볼륨 올리면 당연히 소리가 더 시원스럽고 임팩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앰프는 체감상 볼륨이 다른 앰프들에 비해 20%정도 더 올리고 듣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래야 평소에 듣던 느낌의 볼륨 스케일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앰프들처럼 9시정도 방향의 볼륨이나 10시정도 방향의 볼륨으로 테스트를 하는 것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 - Fly me to the Moon
볼륨을 조절하고 나니 단단한 미제 스피커에서 마치 커다란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나는 듯한 자연스러우면서도 평탄한 음이 마치 한지 진동판이 떨리면서 내는 음처럼 들린다. 한지 진동판 떨리는 음이라는 표현은 그만큼 자극은 없으면서 그윽하고 근사한 울림이 넓게 울린다는 의미이다. 강한 느낌이 없이 마치 10인치 이상의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는 것처럼 스무스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음을 들려준다.
전체 음장이나 음조에 자극이 일체 없는 음이다. 말하기에 따라서는 화려함도 전혀 없는 음일 수도 있으며 강약의 느낌이 강조되지 않은 음이기도 하지만 그래야만 자연스러운 섬세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아마도 이 앰프의 제작자는 이러한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나는 듯한 소리를 연출해 내려고 한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보컬곡들이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자극이 없고 강한 느낌이 없는 중음역대를 넓고 섬세하게 재생해 주기 때문에 아날로그적인 화사함을 풍미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 보컬들이 마치 목소리에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데 성량의 느낌도 상당히 좋게 느껴진다.
에미넴 - Lose yourself
정통 진공관 앰프로 록음악이나 힙합 음악을 주력으로 들으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만은, 한번 도전해 본다. 당연히 크게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칼칼한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음도 아니다. 모든 록음악이나 힙합 음악을 흥분해서 날뛰며 들으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면 한때 들으며 즐기던 록음악을 종종 듣고 싶지만 너무나 소리가 시끄럽게 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오디오스페이스의 음은 역시나 진공관 앰프의 자연스러움과 섬세함으로 모든 장르를 들려준다. 음의 연결감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탄하기 때문에 음의 에너지감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중음에서 저음으로 이어지는 음의 연결감은 아주 자연스럽고 균형 잡혀 있다. 볼륨을 올린다고 해서 음이 뒤틀린다거나 특정 음역대에서 에너지감이 부실해지는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다. 저음의 탄력감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파괴적인 저음이 아닐 뿐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감안해서 좀 더 긍정적인 의미의 자극을 원한다면 은도금 케이블을 이용한다거나 금속 진동판들을 이용하고 있는 스피커들을 매칭한다거나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듯 하다. 칼칼하게 딱딱 꽂히는 맛은 부족하지만 볼륨에 대한 제약만 없다면 충분히 들을만한 음이다.
Abel Couperin Janitsch Vinci - Berliner Barock Solisten
클래식 연주에서 하모닉스는 아주 훌륭하다. 확실히 재즈나 클래식, 보컬 등의 장르에서는 클래스 이상의 성능을 확실히 발휘해 준다. 플룻의 재생력은 소리 하나하나를 제단하며 닫혀 있는 음을 내는 TR앰프들에 비해 월등히 하모니가 풍부하고 우아한 음을 들려준다. 배음이 풍부하며 소프트하면서도 화사하다. 그리고 그 음들의 연결감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재생 중에 아큐톤을 사용하고 있는 북쉘프 스피커로 교체하여 다시 테스트를 했는데, 아주 잘 맞는 특성이다. 아큐톤이나 리본 트위터를 이용한 스피커들이 약점이 바로 중역대의 볼륨감이나 음의 연결감이 허전하게 들릴 때가 많고 얇고 가볍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오디오스페이스는 풍부한 배음 특성과 자연스럽고 미끈한 음을 연결감으로 이러한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해 준다.
기본적으로 스피커의 재생 특성에서 음의 투명도가 확장이 되고 앰프가 거기에 보드라운 화사함과 풍부한 하모닉스와 배음을 더해주며 음의 연결감을 매끈하게 다듬어 주니 연주의 품격이 한층 살아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소리를 선으로 표현하지 않고 적절한 볼륨감과 함께 우아함으로 표현해 준다는 점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특성이 될 듯 하다.
다이애나 크롤 - 템테이션
앰프의 성격이 내성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섬세하고 우아한 특성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나대지 않고 산만하지 않으며 촉감이 지극히 부드럽고 섬세하다. 중요한 것은 확실히 볼륨 노브는 시원스럽게 우측으로 틀어줄 필요가 있다. 본디 출력 개념이 일반 TR앰프들과 다르기 때문에 TR앰프들이 볼륨 노브를 10% 더 돌렸을 때, 청감상 볼륨의 크기가 10%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오디오스페이스는 5%정도 청감상 볼륨의 세기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속도가 올라갈수록 주행 승차감이 더 좋아지고 소음도 더 적어지는 차들이 있듯이 이 앰프도 볼륨을 올리면 올릴수록 음의 품위를 살아나지만 전혀 시끄러운 느낌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우 만족스러운 감상이었다. 좌우의 펼쳐짐도 우아하게 펼쳐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고 정감이 가는 사운드다.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다
청음평을 읽어보면 다른 리뷰들에 비해 과장된 표현들이 자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 앰프를 테스트 할 때, 스피커는 고정해 놓고 앰프는 1000 만원 짜리 앰프까지 4가지 정도 되는 앰프들을 함께 놓고 비교를 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앰프를 동급의 다른 앰프들과의 비교라면, 음질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우수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들과 비교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정작 이 부분이 중요할 듯 하다.
100만원 내외의 TR앰프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에너지감이다. 비슷한 100만원대 북쉘프 스피커를 물리더라도 힘있게 음이 펼쳐져 나온다거나 정보량이 왕성하게 뿜어져 나온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오디오스페이스 AS-3i는 EL34 진공관 앰프 특유의 섬세함과 적절한 색채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동급의 다른 TR들에 비해 왕성한 에너지감이나 배음 특성이 더 우수하다.
진공관 앰프의 특성상 음을 제한하기 보다는 배음과 하모닉스를 풍부하게 살려내는 특성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딱딱 떨어지는 음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음악적 표현력이 더 풍부하고 다양한 표정으로 묘사된다는 것은 분명 한층 수준 높은 음악성을 갖추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게 같은 TR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가격에 확연히 다른 음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가격대비 성능도 굉장히 좋은 앰프이다. 사실 1000만원 짜리 앰프와 함께 놓고 이것저것 비교를 했다고 했는데 오디오스페이스 AS-3i 정도만 하더라도 음악에 빠져드는데 큰 부족함이 없었다. 풍부한 음악적 감흥과 다양한 표정의 음을 만끽하고 싶다면 100만원 초반에서는 분명하게 이 앰프를 고려해 보기 바란다.